최근 조경공사로 실내 정원을 만들었다는 허정무·최미나 부부의 방배동 빌라를 찾았다. 오랫동안 사용한 앤티크 가구들과 어우러진 작은 정원은 집안에 싱그러운 초록빛 기운을 가득 채우고 있다.
|
|
▲클래식한 분위기의 거실 밖으로 보이는 실내 정원은 요즘 그가 가장 오랜 시간 머무르는 공간이다. 정원 가꾸는 재미에 푹 빠져 산다는 최미나씨는 시간이 날 때면 집 근처 꽃시장에 들러 들꽃을 사와 심곤 한다.
실내 정원의 매력에 빠지다
|
▲거실은 손님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생각에 다른 곳보다 화려하게 꾸몄다. 앤티크 가구 위는 촛대와 시계, 타피스트리로 장식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조경공사를 새로 했다는 소식에 허정무(50)·최미나(51) 부부의 집을 찾았다. 앤티크 가구로 꾸며진 집 한켠에 비밀의 화원처럼 자리잡은 정원은 따뜻한 봄볕을 받아 푸른 기운을 한껏 발산하고 있었다. 최씨가 워낙 화초 가꾸는 것을 좋아해 이전에도 일년이 멀다하고 조경을 바꾸곤 했지만 아예 정원을 만들기는 이번이 처음. 화분 관리하기가 힘들어 ‘편하자’는 생각에 시작한 것인데, 잔디와 나무를 심고 자갈길을 깔았더니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공간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화분에 넝쿨 장미를 심어 베란다에 두었어요. 꽃이 피는 모습이 예뻐 하나 둘 늘려갔더니 나중에는 화분이 1백 개가 넘더라고요. 하나하나 옮기고 닦자니 힘들고 장마가 지나가면서 떨어진 꽃과 잎에 하수구가 막혀 청소에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니었죠. 그래서 아예 나무를 심어버리자 결심했어요.”
그의 하루는 실내 정원으로 나가 나무에 물을 주고 꽃을 돌보는 일로 시작된다고 한다. 들꽃이 피어나는 것과 나뭇가지에 새싹이 움트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요즘 그의 가장 큰 재미. “예전에는 큼직하고 화려한 꽃이 좋았어요. 하지만 요즘엔 작고 소박한 들꽃과 변치 않는 나무가 좋더라고요. 저것 보세요. 살아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듯 바위틈에서도 고개를 내밀잖아요.” 그는 정원을 만드니 내 땅이 생긴 것만 같아 든든하다고 말한다. 시간이 날 때면 자갈길을 밟곤 하는 데 허리와 다리를 튼튼하게 하는 데 이만한 게 없다고. 정원을 만든 덕에 눈도 즐겁고 마음도 즐겁고 건강해지기까지 했으니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된 셈이다.
|
▲전원주택 부럽지 않은 허정무·최미나 부부의 실내 정원. 햇살을 머금은 한낮의 모습도 좋지만 조용한 밤, 조명등 아래 불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꽃들은 ‘감동 그 자체’라고 한다. |
|
▲실내 정원 바깥쪽에 마련한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는 것은 최씨가 가장 호사를 부리는 시간이다. |
|
▲주방은 집안에서 유일하게 모던한 공간으로 아일랜드 식탁을 만들고 수납장을 짜넣어 실용성을 살렸다. 수납장 안에는 한창 살림에 재미를 붙였을 무렵 최씨가 사 모은 그릇들이 빼곡이 채워져 있다. |
|
▲허정무 감독이 주로 머무는 클래식한 분위기의 서재. 창 너머로 소나무를 심어 사시사철 푸른 빛을 볼 수 있다. |
|
▲서재 한쪽에는 허감독이 선수 시절 받았던 상패와 트로피들이 진열돼 있다.(좌) 앤티크 테이블과 장식장으로 꾸민 다이닝룸. 탁 트인 전망이 바라다보여 마음까지 환해지는 곳이다.(우) |
|
|
▲월넛 컬러 가구로 깔끔하게 꾸민 침실. 원목과 잘 어울리는 화이트 침구는 새틴 소재에 주름을 잡고 자수를 놓아 고급스러워 보인다. 침구는 아이리스 제품.
|
▲큰딸 재영씨(26)의 방. 26년 전 구입한 침대에는 꽃무늬 침구를 씌워 로맨틱한 분위기를 더했다.
최미나의 앤티크 가구 예찬
그의 집에 놓인 가구는 대부분 신혼 시절부터 사용해온 것. 구입한 지 20년이 훌쩍 넘은 것들로 손때 묻고 오래됐지만 지내온 세월만큼의 사연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그에게는 더없이 소중하다고 한다. “거실에 있는 테이블은 신혼 초에 네덜란드에서 구입한 거예요. 애들이 잘못했을 땐 이 위에 올라가 매를 맞기도 했죠. 소파도 그 즈음에 구입한 것이고요. 큰딸 방에 있는 침대는 아이를 낳고 나서 나중에 시집가서까지 쓰게 해야지 하는 생각에 아기 침대 대신 더블베드를 구입했던 거예요. 실제로 시집간 지금까지 쓰고 있으니 계획을 이룬 셈이죠(웃음).” 그가 앤티크 가구에 반하게 된 것은 아인트호벤 축구팀으로 이적한 남편을 따라간 네덜란드에서부터. 고풍스럽고 오래 두고 봐도 질리지 않는 앤티크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됐다고 한다. “가구를 여러 개 자주 구입하기보다 마음에 드는 가구가 생기면 한두 점 구입하는 편이에요. 사기 전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비싸서 살 수 없는 것이라면 몇 년을 두고 기다렸다가 하나씩 구입하죠. 앤티크 가구는 오래 두고 봐도 질리지 않아 좋아요.” 공을 들여 고른 가구는 들인 시간만큼 정이 들어서인지 더 애착이 간다고. 그는 20여 년 동안 묵묵히 제자리를 지켜온 앤티크 가구들과 소박한 들꽃이 피는 정원이 있는 이곳이 그 어느 저택 부럽지 않은 소중한 공간이라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