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management
의료계 시장 변화에 따른 “탈 전문화” 바람
- 타 진료과목 의사들 대상으로 한 성형수술 강의 붐
- 빈익빈부익부 양극화 현상 심화로 빚어진 차선책
이 주 현
병원홍보컨설턴트
세종대 언론홍보대학원 졸업
imagecomm@naver.com
MBC ‘PD수첩’에서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소아과 의사들이 모발이식, 주름제거 등 미용 ? 성형을 배우기 위해 강의를 듣는 장면을 방영하면서 타 진료과목 의사들도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 등 소위 돈벌이가 되는 진료과목으로 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의료전문 업체들이 성형 ? 미용 세미나를 표방하고 의사를 대상으로 모집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3박 4일간 150만원이면 기초부터 특수 기술까지 체계적인 지식을 전수해 준다고 유혹하고 있다고 방송했다.
단 몇 일간의 강의나 간단한 프레젠테이션만으로 의료시술을 모두 전수받는다는 점은 현실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경험부족으로 오는 성형외과나 피부과의 부작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인 환자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일례로 영등포 한 의원에서 주름 제거 수술을 받았지만 얼굴에 고름이 차는 등 부작용으로 고생했다는 사례를 방송에서 보여주기도 했다.
현재 의료법상 의사자격증만 있으면 전문의가 아니더라도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소아과 의사들이 다른 진료과목인 성형외과, 피부과 등을 진료할 수 있다. 의료법상 위법은 아니지만 주름수술을 집도한 영등포 의사는 업무상 과실 치상을 선고받고 항소 중에 있다.
이에 비전문의에 의해 이루어지는 성형수술은 정식 교육을 받은 성형외과 전문의 시술보다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방송에 대해 강남의 비전문의 성형외과 의사는 비록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실력이 없다고 몰아세우는 것은 억울하다고 토로한다.
위에서 지적했듯이 비전문의들이 성형외과나 피부과로 몰리는 것은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병원경영의 안정화와 수입구도가 확실히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의사가 비만관리센터를 운영하고 소아과 의사가 탈모치료를 진료과목으로 내세울 수밖에 없는 것은 ‘빈익빈부익부’로 양극화되고 있는 의료계 현실을 반영한 거라 볼 수 있다.
의사들에게 무작정 희생적인 의술만을 강조하기에는 개원가의 현실은 그만큼 척박하다고 볼 수 있다. 의사자격증만 가지면 대출도 마음껏 할 수 있던 르네상스 시대는 지나갔다. 고급 인력임에도 불구하고 새로 시작한 개원의 경우 한 달 고작 300~400만원 가져간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2년 동안 의약품대금, 보증채무, 의료기기 리스비용 등을 갚지 못해 법원으로부터 가압류 결정을 받은 병의원은 1500여 곳이나 된다고 한다. 매년 3500여 명의 의료인이 배출되면서 2000년 6만개 소를 넘어섰던 요양기관이 이미 7만개를 넘어섰다. 양산된 의사와 개원가의 불황은 은행대출에도 영향을 미쳐 면허증만 있으면 소득과 상관없이 빌려던 대출관행도 조금씩 까다로워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 내몰게 된 의사들은 생계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목을 조여들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 시점에서 너도나도 불나방처럼 각종 세미나와 학회 등을 쫒아 다니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기술적인 면을 전수받거나 진료과목의 탈 전문화 시대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전공이다 비전공을 따지다 보니 아예 처음부터 인기과목에 지원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만 가고 있어서 전공의 선발 과정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피부과, 성형외과, 안과 등은 예전에 비해 지원자가 점점 늘어나는 반면 산부인과, 흉부외과, 소아과 등은 미달되기 일쑤이다. 의료전반에 대해 제도적인 정비나 개선없이 이런 현상은 계속 진행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가지 ‘PD수첩’ 방송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은 정글와도 같은 의료시장에 살아남기 위해 의사들이 얼마나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한 비뇨기과 의사는 남성 성형수술을 배우기 위해 서울과 대전을 오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최신 정보를 얻으려고 각종 학회를 빠지지 않고 나가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터득하기 위해서라면 밤새 인터넷을 통해 외국 의학 논문을 뒤지고 있기도 하다.
국내 의료시장에 만족하지 못하고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의사들도 많이 있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산부인과 의사는 미국의사 면허자격시험인 ‘USMLE’를 준비하고 있고 강남에서 개원을 하려고 했던 서울대 출신 치과의사들이 삼삼오오 부산에 터를 잡고 개원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경영을 모르면 실질적인 수익구조를 만들 수 없다는 생각에 직접 경영학 박사코스를 받는 의사들도 생기고 있다.
이렇듯 생존법칙에 따라 의사들은 지금 한창 새로운 돌파구를 위해 열심히 ‘공부중’이다. 비록 자본주의에 따라 성형외과 ? 피부과 등 탈 전문화 바람이 흔들거려 세인들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의료 현실에 맞서고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의사들은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것이다.
2006년 의료 환경은 전환기에 접어들었다. 스스로 혹은 외부에서 보호받고 지켜오던 병원과 의사들의 기득권이 사라지고 위상과 역할에도 많은 변화가 따르고 있다. 이런 과도기에는 잘 하면 대박이지만 잘못하면 쪽박을 차게 될 수밖에 없다.
‘PD수첩’ 보도처럼 전혀 공부하지 않고 무한정 홍보마케팅과 광고를 통해 무임승차를 하려는 의사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무조건 한 가지 잣대로만 모든 의사들을 치부해 버리기에는 의료계의 현실을 전혀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에는 의사라는 집단이 특화된 전문직이었기 때문에 범접할 수 없는 영역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하나의 의료 서비스 사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시대에 도덕성만을 따지고 드는 것은 현장에 있는 의료계 사람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일인 거 같다.
병의원홍보 컨설턴트 http://blog.naver.com/imagecomm
지난달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서명한 2009~2010년 예산안에 정부보조 의료보험 메디칼(Medi-Cal)에서 침 치료 혜택을 제외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400억달러가 넘는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전 부서에 걸쳐 총 150억달러에 이르는 긴축재정과 예산삭감 정책을 발표했고, 침 치료를 메디칼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침 치료의 메디칼 폐지는 오는 7월1일부터 실시되며 침 치료 외에도 카이로프랙틱 치료와 심리상담, 검안, 치과 치료 등도 메디칼 대상에서 제외됐다.
가주한의사협회(회장 김갑봉)는 “침 치료는 지난 80년대부터 메디칼 대상으로 포함돼 저렴한 진료비와 우수한 치료효과로 환자와 보험사 모두에게 이득을 주었다”며 “어렵게 명맥을 유지해 오던 메디칼 침 치료 커버리지가 중단됨에 따라 한의사들은 물론 환자들도 피해를 입게 됐다”고 밝혔다.
메디칼은 침 치료를 선택 수혜사항으로 분류해 환자 1인당 최고 30달러까지 진료비 수가를 지급해 왔다. 가주한의사협회 남형각 사무국장은 “주정부가 메디칼 침 치료에 대해 지급하는 진료비가 1회에 5.75달러에 불과하다”며 “메디칼 침치료 폐지는 경제적인 문제보다는 정부 의료보험인 메디칼이 침 치료를 제외하면서 일반 의료보험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더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