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분양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세종시에서 아파트 분양이 잇따를 전망이다. 올 봄에 예정된 분양 물량만 5000여 가구에 이른다. 최근 분양시장 분위기가 좋은 만큼 세종시도 이런 열기를 이어갈지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택건설업계와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중순부터 5월까지 세종시에서 5개 단지 4924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모두 중견 건설사들의 물량으로, 주로 3-2생활권 등 3생활권에 내놓는다. 1000가구 이상 대단지도 적지 않다. 주택형은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부터 중대형까지 다양하다.
제일건설이 분양 스타트를 끊는다. 이 회사는 이달 20일 3-2생활권 L2블록에서 세종시 제일풍경채 퍼스트&파크 견본주택 문을 열고 본격적인 분양에 나선다. 전용 84~99㎡형 510가구 규모다.
3-2생활권은 세종시청·교육청·경찰서·세무서·우체국 등 행정기관이 밀집해 있어 3생활권 내에서 '노른자위' 입지로 평가받고 있다. 3생활권은 국토연구원과 한국조세연구원 등 16개의 공공기관이 이전한 곳이다. 금강 남쪽에 있어 대전 등으로 이동하기 편하다.
대방건설도 이달 말 3-2생활권(M3블록)에서 분양물량을 선보인다. 전용 59~84㎡형 1002가구로 지어지는 대방노블랜드가 그것이다. 5월엔 모아주택산업이 L3블록에서 모아엘가를 분양한다. 이 단지는 500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2-1생활권에서는 제일종합건설과 한신공영이 컨소시엄을 이뤄 총 2531가구의 대단지를 공급한다. 2-1생활권은 중심행정타운(1-5생활권), 중심상업지구(2-4생활권) 등과 붙어 있어 입지가 좋은 편이다.
이들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 받아 앞서 분양된 아파트와 분양가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세종시에서 분양된 아파트는 3.3㎡당 800만원대 중후반 정도다.
▲ 올 봄 5000여 가구가 쏟아지는 세종시 일대 전경.
새로운 수요 창출 어려워…공급 과잉 우려
분양시장 전반에 활기가 돌고 있는 만큼 세종시와 주변 도시에서 청약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 인하로 수요자들이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살 때 이자 부담이 낮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분위기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공급 과잉에 대한 부담감이 커 분양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종시에선 2011~2013년 새 아파트 1만여 가구가 입주한 데 이어 지난해 1만5000여 가구, 올해 1만7000여 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신규 분양 물량도 대거 쏟아지는 추세다. 지난해(1만6000여 가구)에 이어 올해도 1만8000여 가구가 나올 예정이다.
반면 정부부처 이전이 마무리돼 새로운 수요가 나오기 어렵다. 세종시 이전 일정의 마지막 단계인 3단계 이전 작업은 지난해 12월 말 마무리됐다.
이 때문에 집값과 전셋값은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값은 올 들어 0.0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값은 0.65% 올랐다. 전셋값도 0.25% 내려 전국 평균(0.95%)을 밑돌았다.
KB국민은행 박합수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새 집은 계속 쏟아지는데 거주할 만한 사람은 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전과 충남 등 주변 지역에서 인구가 유입되고 있지만,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기 쉽지 않아 수급 불균형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