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난히 태풍과 폭우, 우박까지 동반한 날이 많았다.
과일농사, 고추농사 할 것 없이 열매들이 한창 크고 있을 즈음에
농심을 울리는 피해가 이어졌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했던 추석이 걱정으로 다가왔다.
과일이 금값을 넘어 다이아몬드 값이라는 표현을 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사과 한 알에 5~6천원, 배 하나에 9980원 가격표를 보니 뒤로 넘어갈 지경이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명절 모습도 많이 변했다.
올해는 특히 연휴가 길어서 해외로, 외지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우리가 며느리였을 때는 시댁 사촌네 가족들과 오손도손 모여서
햅쌀로 송편빚어 조상님께 차례를 지냈다.
어른들께 인사가는 아름다운 풍습도 있었는데 이제는 점점 전설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이제 우리가 시어머니와 장모가 되어 아들 딸 손주들과 대가족을 이뤘고
각자 자기 식구들과 지내는 명절이 되었다.
예전부터 나는 명절이나 시어머니 생신 같은 가족 행사를 우리 집에서 하는 걸 좋아했다.
외롭게 자라서인지 맏동서와 시누이가 친자매 같아 만나면 그렇게 반갑고 좋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각자 보내는 추석이 섭섭하고 아쉬웠다.
조금 힘들어도 북적북적, 어우렁더우렁 사는 게 사람사는 모습이고 행복이란 생각이다.
이번에 우리집 둘째 딸이 5년 만에 한국에 왔다.
둘째 딸은 사촌들을 만나고 가야했다.
긴 연휴라 며칠 동안 만실에 지쳐있는 나 때문에 집에서 만나기가 미안했던지
카페에서 만날까, 식당에서 만날까 고민했다.
많이 망설인 끝에 큰사위가 자기가 음식을 할테니 장모인 나는 걱정말라고 하면서
친척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사촌들이 모이니 전체 인원이 23명이다.
어른들은 모두 못오시고 조카들과 손자들만 모였다.
사랑의 열매로 주렁주렁 대가족을 이룬 것을 보니 참 대견하고 위대하다.
이번에 외손주를 따라 온 캐나다 친구까지 함께하니 색다른 풍경이 되었다.
얼굴색은 검고 쫑쫑 땋은 가발같은 머리다.
나는 누가 저렇게 정성스레 땋았냐고 물으니 손자의 대답은 태어날 때부터 그렇단다.
잘 생기고 친화력이 좋은 외국인 손자 친구가 낯설지 않고 친근감이 간다.
연신 웃는 모습과 한국음식을 잘 먹는 모습이 이쁘다.
아이는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연발한다.
사위의 음식 솜씨는 편스토랑에 나오는 요리의 대가 어남선생 보다 더 훌륭하다.
재주 좋은 큰사위 덕분에 나는 편하게 지냈다.
우리 집에 올 때마다 캠핑장비와 재료들을 싣고 와서 요리를 해준다.
귀찮지 않냐고 물으면 요리하는 게 힐링이라고 한다.
모두들 그 비싸다는 배, 거봉, 메론까지 한 상자씩 가져왔다.
사위가 바다의 해물을 통째로 들고 온 것 같이 꽃게, 전복, 새우, 조개와 차돌박이 야채를
편백나무 3층 시루에 찐다. 나도 송편을 빚고 식혜도 만들었다.
장작불에 소고기와 삼겹살 바비큐도 하고,
영주에서 '명인 갈비탕' 집을 운영하는 시댁 조카는 갈비찜과 갈비탕을 갖고 왔다.
풍기의 유명한 정도너츠, 단양의 비비큐 치킨, 떡갈비 등
나름대로 준비한 음식들이 산해진미의 잔칫상이 되었다.
어느 때보다 넉넉한 한가위 풍경이다.
어둠이 깔리자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고 보름달이 두둥실 떠올랐다.
별이 빛나는 산속에서 모두들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얘기꽃을 피운다.
캐나다 사는 손자가 기타를 치고 외국에서 온 친구와 우리 손주들이 다 같이 팝송을 부른다.
화음이 잘 맞고 멜로디가 달콤해 듣기 좋다.
모두 즐거워하는 산골의 작은 음악회였다.
코로나19로 인해 남남처럼 지내던 동기간 모처럼 만나 행복하다.
그 모습에 가족의 따뜻함을 느낀다.
손자의 외국인 친구는 우리의 정겨운 추석 명절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갈까 궁금하다.
좋은 추억이 되었겠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오랜만에 만난 둘째딸, 시댁 조카, 손주들과 함께 한 즐거운 추석명절.
우리들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출처 : 제천단양뉴스(http://www.jdnews.kr)
첫댓글 사위들,따님들,조카들,손자들 등 23명이라~~
누님께서 좋은곳에 사시니 함께할수 있었군요~~
좋은 큰사위 덕택에 조금 수월하셨다니 감사한 일입니다~~
기타치는 외손자 뒤에서 노래 부르는 저 친구가 캐나다 친구인가요?
크게 자랑하셔도 될 아름다운 모임입니다~~
부럽습니다~~
후배님도 추석 명절 온 가족이 모여 행복한 명절이였겠지요
긴 연휴로 너무 힘들어 엄두도 못 낼 일인데
사위 덕분에 즐거운 명절이었습니다.
다 모이니 몸은 좀 고달프기는 해도 좋기는 하더군요
캐나다 친구 맞아요
아버지는 미국 어머니는 아프리카인데 머리를 파핀현준 처럼
땋은 것 같아 신기했어요.
참 힘든 일주일이었네요.
이제는 좀 여유가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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