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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21 - 지진,재난,전염병,전쟁,사고로부터의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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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훈훈 뉴스 스크랩 태평농법 - 이영무
란다-충청도 추천 9 조회 761 13.08.13 13:32 댓글 14
게시글 본문내용

 

"쟁기질 써레질을 왜 합니까"


    '논 팔아 굿하니 맏며느리가 춤춘다’는 속담이 있다. 며느리가 덩실거리는 것은 굿이 흥겨워서가 아니라 힘들고도 지겨운 노역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게 됐다는 데서 오는 홀가분함 때문일 것이다. 농사란 전래적으로 ‘뼛골 빠지는’ 일로 인식돼왔다. 모처럼 농촌 들녘 나들이에 나선 도회인들이 “나도 이런 농촌에 와서 씨 뿌려 가꾸며 살고 싶다”고 뇌까리곤 하는데, 땅을 일궈 농사를 짓는다는 일이 어디 도시 사람들이 먼발치에서 바라볼 때처럼 목가적이기만 한 생활인가. 귀농을 하겠다고 마음 다잡고 내려간 도시 젊은이들 중에 1년을 못 참고 다시 보따리를 싸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만 봐도 농사의 어려움은 더 말할 여지가 없다.

경상도 하동 땅의 한 농촌에 갔다. 농사가 기계화됐다고는 하나 망종(芒種)을 눈앞에 둔 시기라 밀·보리 수확하랴, 모 쪄서 논에 내랴, 부지깽이도 달려나와 거들어야 할 만큼 바쁜 때였다. 그런 때 가장 민망스러운 사람은 모처럼 볼 일이 있어서겠지만 멀쩡하게 차려입고 마을을 찾은 외지인이다. 유유자적 논둑길을 걸으며 땀 흘리는 사람들을 구경하자니 뒤통수가 스멀거리고, 그렇다고 구두 벗어던지고 남의 논바닥으로 빠져들 수도 없잖은가.

그런데 농번기에도 이 사람의 논을 지날 때에는 그 미안함이 덜하다. 갈고 엎고 물대고 심고 하느라 정신없는 다른 논들과는 달리, 그의 논에는 아직 평화롭게 밀·보리가 익어간다. 양말까지 챙겨 신고 논둑을 어슬렁거리며 걷는 주인의 표정 어디에도 ‘재 너머 사래 긴 논을 언제 갈아’ 모를 낼까 따위의 걱정 한 주름 없다. 밀과 보리도 딴사람들 모내기가 다 끝나갈 무렵에나 슬슬 거둘 생각을 하고 있다. 그뿐인가. 벼농사 짓겠다는 사람이 못자리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이쯤 되면 필시 금년 벼농사를 포기한 사람이거나, 동네에서 아예 내놓은 게으름뱅이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논바닥이 손바닥만해서 서두르고 말고 할 건덕지가 없는 경우리라.

 


혼자서 쌀농사만으로 연간 억대 매출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이 사람이 1년에 짓는 논농사만 줄잡아 3만5000 평이다. 보리나 밀을 빼고 쌀만 400가마 넘게 수확하고, 순전히 쌀농사만으로 연간 억대에 가까운 매출을 올린다. 그는 대농(大農)에 속하는 그 많은 일을 혼자서 거뜬히 해치운다. 그렇게 큰 농사를 지으면서도 집 안에 비료포대, 농약포대 하나 보이지 않는다. 무슨 마술이라도 동원하는 것일까?

어쨌든 필자가 그를 찾아갔을 때 모내기철을 맞아 바삐 돌아가는 다른 들녘과는 달리 그의 논에는 걱정스러울 만큼 태평스럽게 밀과 보리가 하늘거리고 있었고, 그 들판을 바라보는 주인의 표정도 한정없이 태평스러워 보였는데, 바로 이 ‘무사태평’이 농사꾼 이영문씨 (45)의 농사철학과 그의 독특한 영농법을 설명해줄 화두다.

경남 하동군 옥종면 청룡리에 있는 그의 농기계수리점 겸 태평농법을 전파하는 사무실에는 ‘태평농업’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미안스럽게도 들에 나갔던 그가 서울에서 방문객이 찾아왔다는 전갈을 받고 소형 승합차를 몰고 서둘러 돌아왔다.

―태평농법으로 농사 짓는 사람은 다른 사람 모내기가 한창인 요즘 오히려 특별히 할 일이 없다고 들었는데, 들판에서 무슨 일을 하고 오셨습니까?

“특별히 할 일은 없습니다. 작년 홍수로 무너진 논둑을 좀 손보고 있던 중이었어요.”

―태평농법이라… 그러니까 무사태평으로 게으름 피워가면서 농사 짓는 방법입니까?

던져놓고 나니 너무 무례한 질문인 성싶었다. 사전 귀동냥에 의하면 요즘 그는 농사 짓는 데 쓰는 시간보다 전국 각지에서 그 농법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에게 농사 요령을 설명하고, 정부기관이나 대학, 크고 작은 농민·사회단체에 불려가서 강연하느라 빼앗기는 시간이 더 많다고 했다.

“한번 따져봅시다. 옛날의 부자를 천석꾼이니 만석꾼이니 하지 않습니까. 대부분을 다 소작 주고 몇 백 마지기만 지었다고 쳐보자고요. 경지정리도 안 된 쪼가리 논이어서 일하기가 대단히 힘들었을 텐데, 과연 소 몇 마리하고 머슴 몇 사람 데리고 일일이 쟁기로 갈아엎고 써레질해서 농사를 짓는 게 가능했겠느냐고요. 불가능합니다. 지금처럼 기계화 영농이 일반화하고 경지정리가 잘 된 상황에도 한 가구에서 수백 마지기 농사 짓는 건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옛날 우리 조상들이 모두 항우 장사나 홍길동 같은 역발산 기개세(力拔山 氣蓋世)를 가졌거나 신출귀몰한 사람들이 아니었을 바엔, 지금 방식으로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뭔가 다른 방식이 있었을 것이다, 그게 뭐냐….”

 


"태평농법은 조상들의 농법을 되찾는 것"

―그럼 쟁기질이나 써레질을 하지 않고 벼를 재배했을 거란 얘긴가요?

“언제부터 쟁기질을 했고 언제부터 써레질을 했는지를 여기저기 다 뒤져봐도 나와 있지 않습니다. 내 나름으로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경사진 땅을 파서 편평한 논을 만들 때 안쪽의 흙을 바깥쪽으로 끌어내서 평탄작업을 하지 않습니까. 그랬을 때 흙을 깎아냈던 안쪽은 바닥이 단단해서 농작물이 뿌리를 내릴 수 없단 말이에요. 그곳만 쟁기질 써레질로 일궜다는 얘기지요.”

그래서 그가 개발한 농법(그는 아주 먼 옛날 우리 조상들이 했던 농법을 되찾은 것이라 했다)이 바로 태평농법이다. 태평농법을 짧게 설명하면 이렇다.

논에 보리나 밀을 파종한다. 6월 중하순쯤에 밀과 보리를 베어내고, 그 자리(쟁기질을 하지 않은 마른 논바닥)에 볍씨를 뿌린다. 그런 다음 보릿짚이나 밀짚으로 덮는다. 그걸로 파종이 끝난다. 화학비료도 뿌릴 필요 없고 농약과 제초제는 더더욱 필요없다. 물? 열흘이나 보름 간격으로 2∼3일 동안만 대주면 된다. 가을이 되면 벼가 익는다. 보리파종도 간단하다. 벼를 수확하고 난 마른 논바닥을 갈지 않고 그대로 둔 상태에서 보리 씨앗을 뿌리고 벼 수확하면서 생기는 짚을 논바닥에 덮어두면 보리가 저 알아서 잘 자란다. 이 농법으로 벼농사를 지으면 땅을 갈 필요가 없으니 쟁깃날도 필요없고 써렛날도 필요없다. 보리 베고 그 자리에 마른 볍씨를 뿌리기만 하면 되니 못자리도 필요없고 장화를 신을 일도 없다. 수만 평 농사를 혼자서 지어도 여유가 있으니 인건비도 필요없다.

그러나 아무래도 장난같이만 들리는 이 농사법을 처음 듣고 ‘정신나간…’ 운운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하지 않겠는가. 필자도 그랬고, 현장을 보고 온 지금도 고개가 갸웃거려지기는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이씨는 한정없이 한갓진 듯 보이는 그 농법을 정착시키기 위해서 20년 동안이나 끈질긴 실험을 해왔고, 지금 그는 한두 뙈기의 논에 실험적으로 해보는 게 아니라, 3만5000평의 자기 논 전부를 바로 그 태평농법으로 경작하고 있다. 아니 경작의 ‘耕’은 ‘논밭을 간다’는 뜻이니 괭이질 한 번 하지 않고 벼를 재배하는 태평농법에 ‘경작’이라는 말은 걸맞지 않은 표현이다.

 


중1 두번 중퇴가 학력의 전부

태평농법에 대한 세세한 내용을 따져보기 전에, 그가 어떤 연유로 ‘쟁기질하고, 써레질하고, 못자리 만들고, 비료 주고, 농약치는’ 고전적인 쌀농사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발상을 하게 되었는지부터 먼저 알아보기로 한다.

농사꾼 이영문은 1954년 경남 사천의 농촌에서 빈농의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부친 이름으로 된 농지는 한 뼘도 없었고, 얼마 안 되는 종중논을 일궈서 간신히 끼니를 잇고 살았다. 외아들이었으니 어지간하면 고등교육을 시켜보겠다는 엄두를 냈을 법도 한데, 그의 아버지는 자식 교육은 물론 보릿독 바닥 드러나는 것에도 관심이 없는 ‘한량’이었다. 어머니의 호미품팔이로는 중학공부마저 제대로 해낼 수 없었다. 중1 중퇴. 중학교 문턱에 들어가자마자 나와버린 셈이다. 서울에 가면 돈도 벌고 공부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환상을 안고 무작정 상경길에 올랐으나 어렵게 들어간 야간 중학마저 다시 그만둬야 했다. 발육이 제대로 안 돼 왜소한 체구인 그를 받아줄 일터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고생만 ‘엄청시리’한 끝에 고향으로 내려가야 했다. 두 번씩이나 중학교에 입학을 했다 1학년 때 그만둔 게 그의 학력 전부다.

그 무렵 부친도 ‘정신을 차리고’ 세 식구를 이끌고 지금의 하동군 옥종면으로 이사를 했으나 비빌 언덕이 없었던 탓에 이영문은 기술을 배워보겠다고 나섰다. 뭐든 뜯었다 맞췄다 하는 데에는 남다른 재주를 타고난 그가 농촌에서 소질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분야가 다름 아닌 농기계였다.

기술 서적을 갖다놓고 밤낮 없이 기계에 매달린 끝에 드디어 어떤 농기계에도 자신이 붙었다. 때마침 정부에서 기계화 영농을 농업 근대화 정책으로 내걸었고, ‘기계로 논밭을 간다’는 것은 당시 모든 농사꾼의 소망이었기 때문에 농기계 보급이 빠른 속도로 확산돼 가고 있었다. 그러나 70년대만 해도 농기계에 대한 지식이 빈약하던 시기라 농민들은 나사 하나만 죄면 될 일을 가지고도 큰 고장이 난 줄 알고 수리점을 찾곤 했다. 그런데 아무리 심하게 고장이 난 기계도 그의 손에만 오면 해결됐으니, 그의 농기계 수리점은 수지가 맞았고, 찌든 ‘가난의 때꼽재기’도 벗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평범한 농기계 수리공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기계가 완제품을 수입해서 조립한 겁니다. 그런데 왜 이게 자꾸 고장이 나느냐, 우리 토양에 맞지 않기 때문 아니냐,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과연 소로 쟁기질하고 써레질하던 전래 농사법을 팽개치고 기계에다 쟁깃날 달고 써렛날 달아서 마구 파헤치는 농사법이 과연 옳은 것이냐, 이런 의문에 봉착한 것이지요.”

이씨는 영농현장에 적용시켜보지 않고는 농기계를 제대로 알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외국산 농기계를 쓰는 영농과 소를 이용한 경작의 차이를 논에서 직접 실험하고 관찰했다. 실험 관찰 끝에 내린 결론은 기계에 의한 영농방식이 ‘틀려먹었다’는 것이었다.

 


농기계 수리업 포기 후
벼의 '무경운(無耕耘)재배' 선언

“소로 갈 때는 말입니다. 소가 쟁기를 끄는 힘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깊이 갈 수가 없습니다. 쟁기를 보면 끝부분에만 금속이 붙어 있지 않습니까. 많이 갈아야 20cm예요. 20cm 밑에 있던 흙이 위로 올라오고, 온갖 잡초의 씨앗이 떨어져 있던 표면의 흙이 그만큼의 깊이 아래로 들어갑니다. 거기다가 써레질은 기껏해야 5cm 정돕니다. 그런 상태에서 모를 심으면 뿌리가 직근(直根)합니다. 왜냐고요? 20cm 아래에 잡초 씨앗이나 뿌리가 달린 흙덩어리가 그대로 있어서 산소가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수입 농기계로 갈고 써레질을 하는 경우는 땅을 무지막지하게 파헤치는데다, 흙을 믹서에 야채 갈 듯 완전히 파괴시키기 때문에 무게별로 지층이 형성됩니다. 맨 위에는 점토질이 형성되면서 흙보다 가벼운 잡초 씨앗도 모두 위로 떠올라요. 그 상태에다 작물을 심으면 뿌리가 착근하지 못하고 옆으로 퍼져서 뻗기 때문에 성장이 잘 안 되는 겁니다.”

―제초제라는 것도 기계화 영농이 본격화하면서 보급됐는데, 제초제가 단순히 김을 맬 일손을 덜기 위해서 나온 게 아니라, 그걸 쓰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잡초가 무성하다 보니까…

“딱 맞는 얘깁니다. 논바닥의 흙을 마치 체로 흔들 듯이 해놓으니까 잡초 씨앗이 모두 위로 올라오게 되잖습니까. 옛날 소로 농사 지을 때에도 잡초는 났지만 사람이 손으로 뽑아도 될 정도였어요. 게다가 기계로 파헤치는 경우 뿌리가 수직으로 착근하지 못하고 옆으로 퍼지니까 화학비료를 쓰지 않으면 제대로 성장이 안 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가령 날을 짧게 한다든가 하는 방식 등으로, 기계를 이용하면서도 예전에 소로 경작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농기계를 만들어보시지 그랬어요? 농기계에 ‘도사’시라면서요?

“만들어봤지요. 우리 환경에 맞는 농기계를 만들어보자고 작심하고, 써렛날이 현재 일반 농가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의 1/8에 불과하고 동력 손실도 1/5밖에 안 되는 한국형 농기계를 시제품까지 만들었는데, 그걸 받아서 생산할 업체가 있어야지요.”

―왜 그랬을까요? 동력 손실이 적으니 기름값도 덜 들고, 제초제나 화학비료도 덜 쓸 수 있어서 효율적이었을 텐데.

“물정 모르는 말씀 마세요. 농기계 제작·수입 업체로서는 엔진도 크고, 파손도 잦고, 가격도 비싸야 자꾸 신형으로 교체할 것이고, 그래야 장사가 될 것 아닙니까. 제가 만든 것처럼 작은 엔진에다 고장도 잘 안 나고 간단하기 짝이 없는 기계, 그거 만들어봤자 수지가 안 맞아요. 농민들 사이에도 비싼 수입 농기계를 써야 최고인 줄 아는 인식이 확산됐는데, 그렇게 된 데에는 바로 그런 농기계에 의한 영농이 표준농법인 양 지도를 한 농업 지도기관의 영향도 크지요.”

실망한 그는 농기계 수리업을 포기했다. 자신이 개발한 기계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수지 맞는다는 소문이 나자 여기저기에 농기계 수리점이 생겨났고, 80년대 들어 소 파동에다 작물 파동 등이 잇따라 자꾸 외상만 깔리는 등 운영에 어려움이 닥친 탓이었다. 이제 그는 농사를 짓기로 작심했다. 다른 사람의 논을 임차하고 일부는 구입도 해서 벼농사에 돌입하는데, 수입 농기계를 중심에 두고 진행되고 있는 관행적인 영농방식에 문제가 많다는 점을 익히 알고 있는 터라, 어떤 방식으로 농사를 지을 것인지가 문제였는데, 그는 벼의 ‘무경운 재배’를 선언한다. 무경운(無耕耘), 논을 아예 갈지 않고 벼농사를 짓겠다는 것이다.

―한 해 농사를 그르치면 손해가 막심한데, 무턱대고 그런 생소한 농법을 실험하겠다고 나섰다는 것은 대단한 모험으로 보이는데요?

“주먹구구식으로 덤벼든 게 아닙니다. 이론적으로 충분히 확신이 섰어요. 갈고 써레질 하는 이유가 뭡니까. 흙을 부드럽게 하자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보리나 밀이 자라고 있는 땅의 흙을 만져보세요. 대단히 부드럽습니다. 보리나 밀을 한 번이라도 베어본 사람이면 다 압니다. 낫질 서투른 사람은 자꾸 뿌리째 뽑아놓지 않던가요. 그러니까 인위적으로 갈아 엎어서 부드럽게 하지 않아도 자연 스스로 미생물에 의해서 충분히 제 살을 부드럽게 만들고 있는 거예요.”

 


볍씨 처음 뿌린 87년엔
잡초만 무성한 도깨비밭

―화학비료는 그렇다 쳐도 퇴비도 줄 필요가 없습니까?

“식물이 퇴비를 먹고 자란다는 인식부터 버려야 합니다. 유기물을 먹는 게 아니라 무기물을 먹는 거예요. 흙 위에 유기물을 얹어놓으면 토양 속의 미생물이 그걸 먹고 무기물을 분비하는데 식물은 그 무기물을 먹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무기물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라인이 이미 흙 속에 갖춰져 있어요.”

―그렇다면 물은 왜 댑니까? 옛날에는 산간지역에서 밭벼를 재배하기도 했잖습니까?

“벼는 물에서도 잘 자라고 물 없는 데서도 잘 자랍니다. 아마 아열대 식물인 벼를 처음 도입했을 때에는 마른 땅에서 했을 겁니다. 그런데 중간에 왜 논에 담수를 했느냐, 물이 있는 곳에서 재배를 해보면 잡초가 훨씬 덜 납니다.”

―태평농법에서는 물을 보름 간격으로 2∼3일만 넣어주면 된다고 했는데, 순전히 잡초를 없애기 위한 방편인가요?

“아닙니다. 소출을 높이기 위해섭니다. 2~3일 동안 물을 대주면 그 물을 토양이 다 가져가기 때문에 일부러 빼줄 필요가 없습니다. 물에는 혐기성(嫌氣性:산소를 싫어하는) 미생물이 많고, 마른 논에는 호기성(好氣性:산소를 좋아해서 공기 중에서 잘 자라는) 미생물이 많습니다. 그 미생물들이 살아 있을 때 분비하는 물질이 바로 식물의 먹이가 되는 겁니다. 따라서 물을 넣어줬다 빼줬다 하면 혐기성 미생물과 호기성 미생물의 분비물이 풍부해져서 작물 성장이 더 활발해지지요.”

그러나 한국의 기후는 몬순 기후여서 쌀농사를 짓는 데에 물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적당한 시기에 비가 와서 담수 됐다 말랐다를 저절로 해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서 애쓸 필요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 인위적으로 파 헤집어놓은 논바닥은 조금만 가물어도 거북등처럼 갈라지지만, 자연에 의해서 부드럽게 유지돼온 흙은 아무리 가물어도 아래쪽에 수분이 있어서 멀쩡하다는 얘기다. 농촌에서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있는 필자로서도 그의 빈틈없는 논리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그래서 처음 그런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서 보란 듯이 성공했나요?

필자의 질문에 이영문씨가 씁쓸하게 웃었다. 결과는 참패. 웃음거리였다.

“될 것 같았어요. 아니, 이론적으로 반드시 돼야 했어요. 그때가 아마 87년도였던 것 같은데, 자신만만하게 볍씨를 뿌렸던 논에는 잡초만 무성했지요. 도깨비밭이었어요. 그래도 드문드문 벼가 있긴 했는데….”

알 만했다. 동네 사람들의 손가락질이 그를 향했을 건 뻔하다. 히야아, 그 잡초숲을 뚫고도 자란 벼가 있긴 하네 그려. 아예, 산에다 볍씨를 뿌리지 그래. 제초제 뿌리는 법 모르면 내가 가르쳐 줄까?

 


"한 해쯤은 잡초가 맘껏 자라도록
방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관행으로 굳어져 온, 농기계로 파헤집는 식의 농사를 지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은 굳어져만 갔다.

“그러나 나도 완강했지요. 너희들이 잡초 없애겠다고 10년간 제초제를 뿌렸으면 풀이 완전히 없어져야 옳은 것 아니냐. 그런데 한 해만 농사 안 지으면 무성하게 우거진다 이 말이지. 이건 제초제로 잡초를 없앨 수 있다고 주장했던 사람들의 패배예요.”

그의 실험은 계속되었다. 잡초를 없애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짚으로 논바닥을 덮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반드시 이모작을 해야 한다는 사실도 그때 발견했다. 그러니까 초기에는 마른 논에 그냥 볍씨만 뿌려놓고 말았는데, 다음 실험으로 그는 밀과 보리를 심어서 수확해낸 다음에, 그곳에 볍씨를 뿌리고 밀짚과 보릿짚을 덮었다. 그렇게 하니 새가 주워 먹지도 않았고, 잡초도 거의 돋아나지 않았다. 성공이었다. 태평농법은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다.

―그러면 그동안 수입 농기계로 갈아엎고, 화학비료나 농약, 제초제를 뿌려서 농사 지어온 농토에도 어느 해 갑자기 보리 재배했다가 마른 논에 볍씨 뿌리고 짚풀을 덮어주기만 하면 태평농법으로 농사 짓는 게 가능하다는 얘긴가요?

“가능합니다. 첫해부터 갈지도 않고, 비료도 안 치고, 농약도 안 치고 해야 지력이 금방 회복됩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미쳤다는 손가락질을 받을 용기가 없는 사람은, 첫해에는 제초제와 비료를 조금은 써야 합니다. 왜냐하면 워낙 그런 농법으로 단련된 토질이기 때문이죠. 저는 애당초 70%의 소출만 올리면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시도했었거든요.”

제대로 해볼 양이면 수확량 걱정하지 말고 아예 처음부터 제초제나 비료 따위를 쓰지 말고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고 그는 말한다. 독한 제초제를 쓰다가 한 해만 안 써도 잡초가 무성하게 치올라오는 것은 자연이 스스로를 복구하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것, 그걸 보고 인간은 반성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파괴해버린 자연을 원상으로 돌린다는 차원에서라도 한 해쯤은 잡초를 맘껏 자라도록 방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이 얘기도 잘 안 믿겠지만….”

필자가 워낙 못 미더워하자 이씨는 답답해하며 그런 사족을 달았다.

“논에 피가 많이 나서 너도나도 피사리를 하느라 땀을 흘렸지 않습니까. 그러나 피는 뽑아서 없어지지 않습니다. 한 해만 농사를 안 짓고 방치해보세요.”

―그러면 다음해엔 논이 온통 피밭이겠지요.

“그렇습니다. 씨가 엄청나게 떨어져서 피가 많이 나지요. 그러나 그 다음해에는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잔디처럼 논바닥을 뒤덮을 것 같지요? 천만에요. 훨씬 줄어들고 3년째엔 피가 한 포기도 안 납니다. 그게 자연의 이치입니다.”

―태평농법으로 벼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반드시 밀이나 보리를 병작(竝作)해야 한다는 얘긴데, 같은 땅에다 이 작물 저 작물을 번갈아 심으면 지력이 쇠해서 소출이 줄어든다는 것이 상식 아닙니까?

“전혀 잘못된 상식입니다. 이것 저것 많이 심어줄수록 지력은 좋아집니다. 물론 단작(單作)일 때에는 지력이 떨어집니다. 단작을 되풀이하면(같은 작물을 거듭 파종하면) 미생물의 종류가 다양해지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여러 작물을 파종하게 되면 미생물의 종류가 다양해져서 흙이 한결 부드러워집니다. 산(山)의 토양을 생각해보세요. 다양한 종류의 나무가 자라는 산의 흙은 기름진 부엽토지만, 한 가지 나무만 자라는 곳의 흙은 그렇지 않습니다. 논밭도 마찬가지예요.”

이렇게 논리가 유수 같은데 그렇다면 어째서 초기에는 참패를 면치 못했을까? 이유가 있었다. 보리나 밀을 베어낸 자리에 볍씨를 뿌려놓기만 했을 뿐 덮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보릿짚 밀짚을 덮으면 잡초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 때가 1987년이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수확을 하는 둥 마는 둥했었는데, 이때부터 제대로 소출을 올리게 된 셈이다.

“제가 ‘이상한’ 농사법으로 농사를 짓는다는 소문이 퍼지자 정부의 연구기관에서 찾아왔더라구요. 이 사람들이 와서 정말로 논을 안 갈고 파종을 하는지, 비료나 제초제를 안 주는지, 물을 안 대주는지 등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실험도 했어요. 그런데 자기들이 땅 갈고 농약치고 비료 주는 방식으로 한 켠에다 시험농사를 했던 곳보다 내 방식으로 지은 곳에서 오히려 수확이 더 나온 겁니다. 300평당 488kg이 생산됐어요. 이렇게 되니까 내 방식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지요.”

 


수확과 파종을 동시에 하는
'농비 제로 직파기'

이 무렵 이씨는 이미 자신의 농법에 맞는 농기계를 만들어두고 있었다. 이름하여 ‘농비 (農費) 제로 직파기’다. 보리나 밀을 수확하면서 동시에 볍씨를 논바닥에 자동으로 뿌려주는, 또는 벼를 수확하면서 보리나 밀의 씨앗을 동시에 파종하는 기계였다. 그러니까 보리 베는 작업 따로 하고 볍씨 뿌리는 작업을 따로 하는 게 아니라 베어내면서 바로 다음 작물의 씨앗을 뿌리는 기계였다. 그는 자신이 만든 이 기계를 가지고 정부 연구기관의 작물시험장에 찾아가 파종을 해주기도 했다.<ㅔ> “그런데 말입니다. 이 사람들이 그 농사법을 ‘무경운건답 이모작 직파농법 (無耕耘乾畓二毛作直播農法)’이라고 이름을 붙여서는 자신들이 연구 개발해낸 농법인 양 보고를 한 겁니다. 제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그 방식을 실험해온 것을 빤히 아는 주변 사람들은 남의 연구성과를 가로챘느니 어쨌느니 하면서 분개했지만, 저는 참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일개 농부인 내가 아무리 획기적인 농사법을 찾아냈다고 해봤자 정부 기관으로부터 검증이 안 된 상태인데 농민들이 그 농법을 도입하겠습니까? 그리고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농기계업체나 비료·농약제조업체 등)의 조직적인 반대가 있을 게 뻔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정부의 연구·지도기관에서 권장한다면 차원이 다르거든요. 어쨌든 저는 농민들이 이 농법을 많이 도입해서 토양이 살아나고 국민들이 무공해 쌀을 먹을 수만 있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물론 지금은 정부기관이나 학계에서도 이 농사법을 ‘이영문의 태평농법’이라 부른다. 동네 농민들이 이씨를 부르는 별명도 ‘태피이’다. 남들은 장화 신고 온몸에 흙칠해가면서 논을 간다 모내기를 한다 야단일 때(태평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면 그럴 필요가 없으므로), 논둑길로 흰고무신에 양말까지 갖춰 신고 천하태평으로 돌아다닌다 해서 ‘태평이’란 별명이 붙은 것이다(태피이는 태평이의 경상도식 발음이다).

태평농법이 일반에 알려진 데에는 경상대학교 농과대학측에서 이 농법에 관심을 갖고 이씨와 더불어 지속농업산학연구회를 만든 게 계기가 되었다. 이제 태평농법이 안정적인 농사법의 틀을 갖췄다고 생각되자 이씨는 그동안 하고 싶던 말을 쏟아놓았다. 농민들이 쓰는 화학비료의 인산(燐酸) 때문에 우리 농토가 다 죽어간다는 등의 주장을 공공연하게 내놓은 것이다. 그러자 무서운 협박이 날아들었다. “목숨이 두 개냐?”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겠다”는 전화폭력이 시도 때도 없이 계속된 것이다.

―농기계 업체 쪽에서도 달갑잖아 하겠는데요?

“물론입니다. 아마 8월쯤 되면 현재의 농기계 업체들이 신제품이라고 하면서 또 다양하게 수확기(收穫機)를 수입할 겁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구형으로 밀려난 것들이에요. 그러면 작년에 구입했던 것은 또 창고로 밀려나게 되지요. 엄청난 낭비입니다. 제가 개발한 농비 제로 직파기가 지금 전국에 800대 가량 보급돼 있습니다. 그런데 IMF로 그 기계 만들던 회사가 문을 닫아버렸어요. 그래서 이번에 아예 일본이나 유럽에서 들여오는 어떤 콤바인에도 부착해서 사용할 수 있는, 호환성 있는 직파기를 다시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생산비는 한 마지기에 1만원

―그럼 이제 구체적으로 한 번 따져봅시다. 태평농법을 도입해서 농사를 지을 사람들한테 태평농법의 원조(元祖)가 어떤 작황을 올리고 있는지를 정직하게 알리는 것 이상의 홍보효과가 없을 것 같은데요. 무공해 농법이고, 토양을 살리는 자연친화적인 농법이라는 사실만으로는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에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일반 농가에 뒤지지 않습니까?

“이 농법이 자리를 잡은 게 5년 전부턴데, 98년도의 경우만 보더라도 단보(300평)당 전국 평균 생산량이 413kg이었는데, 나는 그보다 85kg 많은 498kg을 수확했어요.”

―판매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집니까?

“가을 수확기가 되면 대개 금년 수확량이 얼마다 하는 게 나옵니다. 도시 소비자들이 1년간 먹을 쌀값을 미리 갖다 줍니다. 돈을 미리 받고 소비자들이 필요하다는 연락이 올 때마다 택배로 보내줍니다.”

―태평농법으로 생산한 고유쌀이니까 품질인증을 받으면 더 유리하지 않을까요? 이름도 근사하게 무슨 쌀, 혹은 무슨 미(米)라고 붙이고….

“그런 것 안 합니다. 이영문이가 생산한 쌀이 가령 태평미라는 이름으로 인증을 받았다고 칩시다. 1년에 400가마 남짓 출하하는데, 서울의 어떤 백화점에 200가마, 부산의 한 백화점에 200가마를 납품했단 말이에요. 그럼 백화점에서 그 200가마 팔고 나면 손털고 말 것 같습니까. 1년 내내 태평미 팝니다.”

―농비가 제로(0)라고 했지만 기계를 빌려 쓰는 경우 기계삯도 있을 것이고…생산비가 얼마나 듭니까?

“우선 이 지역에서 일반농법으로 농사 짓는 경우를 예로 들어봅시다. 남의 농기계를 빌려서 짓는 경우를 기준으로 할 때, 200평 한 마지기를 기계로 갈아주는 데에 1만5000원이고, 써레질하는 데에 역시 1만5000원이 듭니다. 이앙기로 모를 심는 데 2만원이고, 수확해주는 데에 2만원입니다. 제초제며 비료값이 마지기당 1만5000원 정도 듭니다. 여기다 종자값 등 기타 경비를 합하면 200 평당 13만원에서 18만원이 듭니다. 그럼 태평농법은 어떠냐. 보리나 밀을 벨 때 기계를 빌려 쓰면 2만원인데, 밀·보리를 수확하면서 동시에 벼를 파종합니다. 기계가 한 번만 논바닥을 지나가면 끝이에요. 벼 수확할 때에는 보리파종을 동시에 해버리고… 한 번에 2만원이 드는데 그걸 수확비용에 넣어야 합니까, 파종비로 계산해야 합니까. 두 가지 중 한 번은 빼줘야 하지 않습니까.”

굳이 계산하자면 마지기당 1만원이 든다는 얘기다. 더구나 수만 평 농사를 혼자 ‘태평’ 하게 어슬렁거리며 관리할 수 있으니 인건비 부담 역시 전무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농비 제로’가 빈 말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판매가는 일반농법으로 생산한 쌀보다 약간 비싸다. 그야말로 무공해 청결미인 셈이니 품질면에서 우월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농사 현장을 둘러본 소비자 중에는 “생산비가 전혀 안 드니 쌀값을 더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더 싸게, 혹은 같은 값으로 받을 수는 없다는 것이 이씨의 행복한 고민이다.

 


개인적 실험인가, 혁명적 농법인가

이영문씨의 태평농법을 극히 특이한, 그리고 개인적인 한 실험으로 좁혀볼 것이냐, 혁명적인 농사법으로 받아들여야 옳으냐 하는 것을 필자로서도 명쾌하게 정리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의 태평농법이 너무 황당하게 들리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전국의 모든 농민이 기존 농사법을 집어치우고 태평농법으로 전환해서 성공적인 영농을 해낸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한국농업=쌀농사’라는 등식이 당연하게 들릴 정도로 주곡인 쌀 의존도가 높은 우리 실정에, 이 농법은 우리 농정사에 가장 획기적인 혁명이 아닐 수 없다. 농지개량조합과 수세 징수 문제로 티격태격할 필요도 없고, 전국의 농약·비료 공장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며, 비싼 돈 주고 농기계를 수입해올 필요도 없을 것이고, 농촌 일손 부족 문제도 옛 얘기가 된다. 생산비가 제로에 가까운데다 글자 그대로 무공해 농산품이니 가격 경쟁력이 현저히 높아져서 쌀시장의 전면개방을 걱정할 필요도 없게 된다. 또 이 농법은 이모작을 전제조건으로 하기 때문에 운동본부까지 차려서 우리 밀을 살리자고 외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토양을 전혀 파괴하지 않고 자연을 자연답게 존중하면서 먹을거리를 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서도 모방한 이씨의 태평농법

그런데 무엇이 문제인가? 이영문씨의 명쾌한 대답은 ‘문제가 없다’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아직은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이미 곡창인 호남지역에서 태평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농민이 늘어나고 있다. 이영문씨를 찾는 농민들도 1년이면 수천명에 이른다. 여름철에 와서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갔던 농민들이 가을 수확기에 와서 보고는 ‘과연!’ 하며 돌아간다.

―그러니까 일반 농사 방법으로 벼를 재배하던 사람이 당장 내년부터라도 보리 베어내고 마른 논에 볍씨 뿌려서 농사 지을 수 있다는 얘깁니까?

“수십년 동안 땅을 갈아엎고 독한 농약 쓰고 화학비료 쓰고 해온 땅을 단번에 되돌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3∼4년 후면 땅이 본연의 상태로 되돌아옵니다. 그 때 땅을 향해서 ‘그동안 괴롭혀 드려서 죄송합니다’ 하고 큰절 한 번 올린 다음에 태평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면 됩니다.”

―정부에서는 태평농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몇 년 전만 해도 위험한 농법이라고 농민들을 말렸는데 지금은 최소한 말리지는 않고 있는 단곕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와 작물시험장 재배과에 전화를 걸어 태평농법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이 농법을 잘 안다는 김순철 박사의 얘기는 이렇다.

“우리 실정상 벼농사는 생산성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태평농법의 생산성은 불안한 상탭니다. 이런 상황에 태평농법을 일반화하는 것은 모험이지요. 물론 토양을 살리는 환경친화 농법으로 나름의 의미는 있습니다.”

개인이 소규모로 그런 방식의 농사를 시도하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으나 일반화하기는 위험이 따른다는 얘기였다.

그런데도 이씨에게는 종자를 보내달라는 주문이 쇄도한다. 태평농법으로 농사를 지어보고는 싶은데, 땅을 갈아엎고 농약과 비료를 쳐서 수확한 벼를 종자로 하는 것보다는 태평농법으로 수확한 볍씨가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특기할 만한 것은 모방의 천재인 일본 사람들이 이씨의 농법을 배워가서 벼농사에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이씨의 무경운 이모작 직파농법(일명 태평농법)을 글자 하나만 바꿔서 ‘불경운 이모작 직파농법’으로 명명해놓고 있다. 한국에서 배워왔노라고 얘기하기가 싫은 탓일까.

 


두 아들도 농업전문학교 졸업반

이씨의 태평농법은 벼농사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다. 그는 고추나 배추, 상추, 시금치, 파 등도 경운하지 않고 재배한다. 그는 그런 채소들을 가을철에 파종한다. 식물은 밤을 감지하기 때문에 밤에 자란다, 따라서 밤이 길어지면 결실도 크다, 그래서 가을에 심는다는 것이다. 배추며 상추가 겨울에 얼어죽지 않느냐고 이씨에게 물었다간 또 한참 동안 지청구를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비닐하우스가 생기면서 배추, 상추가 요즘처럼 됐지, 본시 그것들 모두가 월동식물이라는 것이다. 그는 고구마나 감자를 캘 때 알맹이만 빼내고 줄기가 어지럽혀져 있는 상태에 구멍을 내고 그 자리에 마늘을 심는다. 그래야 이듬해 잡초가 적게 난다는 설명이다. 한 마디로 땅에서 자란 것 중에서 먹을 것만 가져오고 나머지는 고스란히 두고 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씨의 두 아들은 경기도 화성에 있는 한국농업전문학교 졸업반이다. 자식들이 가업으로 전승하기를 망설이는 사람이 농사 짓는 얘기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신뢰를 주겠느냐는 취지에서 자식들한테 진학을 권했는데, 아버지의 농법하고는 반대되는 지식만 가르치니 공부할 맘이 안 난다고 투정이 대단하단다.

주로 벼농사 얘기만 소개했으나 사실 쌀 얘기는 그의 삶을 설명하는 데에는 그야말로 쌀 한 톨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파도의 힘으로 손쉽게 전기를 일으켜 축전하는 파력 발전장치를 손수 만들어 그 아이템을 대덕연구단지에 넘겨줬고, 시화호같이 썩어가는 담수호를 살려내기 위한 그 나름의 실험을 몇 년째 하고 있다. 썩어가는 호소(湖沼)를 살릴 수 있는 그의 비책을 잠깐 들어보면 이렇다.

“부력 있는 천을 물 위에 띄워놓고 볍씨를 뿌립니다. 그러면 벼뿌리가 부영양화시킬 수 있는 물질을 영양분으로 흡수하게 되니까 물이 살아납니다. 또 햇볕을 차단하게 되니 부영양화를 막을 수도 있습니다.”

그의 농사 짓는 얘기와 땅에 대한 철학, 그리고 태평농법에 대한 상세한 얘기는 그가 최근에 펴낸 책 <모든 것은 흙속에 있다>(양문출판)에 담겨 있다.

이영문씨, 그는 이 진땀나는 농번기에 보리와 밀이 바람에 물결치는 자신의 들판을 태평스럽게 바라보고 서 있다. 속으로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제 농민도 좀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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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 재배 (무경운 이모작 건답직파)

-파종 : 보리/밀(맥류)을 수확하는 5월 중순~6월 맥류를 수확과 동시 또는 수확 7~10일전에 콤바인 부착용 파종기를 이용하여 볍씨를 파종하고, 맥류 짚을 잘게 썰어 덮어 주고, 반대로 벼를 수확하는 10월 중, 하순경에 벼 수확과 동시 또는 수확 2~3일전 맥류를 파종하고, 볏짚을 잘게 썰어 맥류 종자를 덮어 준다. 이 때 피복물이 골고루 덮히도록 하여야 한다.
-종자 : 마른종자를 흙 위에 파종하면 본래 마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병충해에 강함은 물론 도복에도 강하다.관행처럼 기계로 모내기를 할 경우, 너무 깊이 묻혀서 땅에 묻힌 줄기에서 새로운 뿌리가 나오기 때문에 입모가 늦어지고 마디 수가 적게 형성되고 병충해에도 약하다.보리/밀의 경우도 흙으로 덮지 않고, 볏짚만 덮어도 수분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으며, 흙으로 덮은 경우와 달리 서릿발도 생기지 않는다.

 

-물대기 : 볍씨가 발아하는데 필요한 수분 흡수량은 관행대로 농사 짓는 논에 늘 고여 있는 물의 23% 정도로, 땅속의 수분과 이슬로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그리고 보릿짚으로 덮어주었기 때문에 땅이 건조해 지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산소가 충분한 조건에서 어린 뿌리가 먼저 나므로 유모 정착이 좋고 입모율이 높다. 그러므로 극심한 가뭄이 아닐 경우 파종 후 약 20일경까지 물을 대지 않는 것이 좋다.파종 후 20일경에 3일간 물을 대고, 7~10일간 말리기를 반복하여 물을 관리하되 9월 중,하순경에 마지막 물대기를 하도록 한다.

 태평농법 / 이양농법 (8월 14일 현재 )

-자생초관리 : 화학물질을 이용하지 않고, 식물들의 생태를 활용하여 토양을 오염시키지 않으면서 효율적인 제초를 한다. 태평농법에서는 경운을 하지 않음으로써 새로운 자생초 발생 자체를 억제시키는 방법으로 효율적인 자생초 관리를 한다. 태평농법에서는 보리/밀짚으로 벼를 피복하고, 볏짚으로 보리/밀을 피복함으로써 광발아성(光發芽性) 자생초의 발아를 근원적으로 막아 제초를 한다.
피복은 자생초 발생도 줄이지만, 조류의 피해를 방지하며, 발아에 유리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시켜 주기 때문에 철저한 피복이 매우 중요하다.한 가지 주의할 것은 볏짚으로 볍씨를, 맥류짚으로 맥류를 피복하면 피해가 나타나므로 피해야 한다. -물 관리를 잘 함으로써 제초를 할 수 있다. 파종 후 20일 가량 논을 말리다가 작물의 어린뿌리들이 토양 속의 양분을 흡수하기 시작할 때 3일 정도 물을 대면, 이 때까지 발생했던 밭 자생초들이 줄어들고, 논 자생초들도 토양상태가 환원(밭상태↔논상태)함으로써 장애를 겪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반복적으로 3일 물대기, 7~10일 물빼기 하는 것으로 자생초 발생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병충해 관리 : 관행농법과는 달리 태평농법은 파종시기가 5월 중순∼6월 중순경으로, 고온이기 때문에 저온성 병충 및 장마철 병균에 강하다. 따라서 별도로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재배 초기에는 많은 해충들이 발생하지만, 얼마 후 무당벌레, 거미, 청개구리 등 엄청나게 많은 양의 천적들이 발생하게 된다. 이들 천적들이 해충을 잡아먹음으로써 자연적으로 관리가 가능하다.재배적인 측면에서는 건답에 직파하기 때문에 어린뿌리들이 깊이 자라게 되어 뿌리와 아랫마디 사이가 강하게 되어 환경 스트레스에 강해진다고 보여 진다. 또한 담수기간을 줄임으로써 줄기가 병충해를 적게 노출되게 하는 것도 병충해 관리에 매우 효과적으로 작용한다.재배환경 조성 논가에는 미루나무, 길가에는 무궁화를 심어야 한다. 볕 쪼임에 좋지 않을 줄 알면서도 선조들은 병충해의 천적인 무당벌레, 거미류의 서식처를 제공하기 위해서 미루나무를 심었고, 무궁화는 무당벌레가 병해충이 발생되기 전에 먹고 살 수 있는 진딧물의 서식처를 제공하기 위해서 심은 것으로 생각된다.이처럼 먹이사슬을 활용하는 자연농법을 실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인위적으로 농사를 지어 오던 농지를 자연농법으로 농사지을 수 있도록 개량할 필요가 있다.화학비료의 사용량을 최소화 하고 토양 미생물이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화학물질을 사용하면 임시로는 빨리 효과를 보는 것이 사실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먹이사슬을 끊어서 계속적으로 양을 늘려야 하는 악순환을 낳게 된다.


 

*밭작물 작부체계

농약과 비료는 사용하지 않는다. 비닐피복도 하지 않음을 철칙으로 하여, 궁합(호환성)이 좋은 열 가지(5쌍) 작물 중 여섯 가지 작물(3쌍)을 한 포장에서 무경운으로 재배할 수 있다.
궁합이 맞은 열 가지 작물(마늘+상추), (감자+콩), (양파+시금치), (고구마+참깨), (무+배추)

 


*일모작 재배
보리나 밀을 재배하였던 지역이면 충분히 이모작이 가능하고,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해발이 300∼400 이상이거나, 동서로 산이 막혀 있어서 일조량이 평균보다 50% 이하인 지역이거나, 겨울철 흙 표면 온도가 너무 낮은 지역(밀은 영하 17℃, 보리는 영하 15℃ 이하) 외에는 밀, 보리 재배가 가능하며, 또한 이모작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지표면 온도가 영하 15℃ 이하로 내려가는 경우가 드문 것을 보면 대부분 지역에서 태평농법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항상 물이 나오는 저습답이거나 일조량이 부족하여 이모작이 불가능한 곳에서는 일모작으로 태평농법을 하면 된다.
작물의 종을 달리 하는 경우도 충분히 가능 하다.

*자운영 재배현행농업은 화학비료와 농약 및 제초제 위주의 농업에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써 지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산성화되는 등 토양의 질적인 면이 악화되어 더 많은 비료와 농약을 사용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러다보니 생산성을 약화시킴은 물론, 우리의 먹을거리의 안전성을 위협하며, 토양을 오염시키고, 나아가 환경생태를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런 연유로 환경을 살리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지속가능한 친환경농업이 대두하게 되었는데, 자운영과 같은 녹비작물의 이용은 지력유지 및 환경보전적인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대안이 될 것이다. 자운영의 뿌리에는 뿌리혹박테리아가 있다. 이것이 바로 질소다. 자운영은 유기물 생산과 질소를 첨가할 뿐만 아니라, 다른 자생초의 발생도 억제하는 제초제 역할도 한다. 가장 좋은 거름은 인위적으로 토양에 거름을 넣기보다는 우리가 먹는 작물을 수확하고 남는 부산물들을 땅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무엇을 넣으면, 오히려 원래 땅에 있던 미생물들을 괴롭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논에 자운영과 같은 녹비식물이 자라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면, 녹비식물이 자연비료가 되므로, 화학비료의 도움이 없어도 농사가 잘 되는 옥토가 될 것이다. 그리고 벼와 자운영은 생장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벼와 사이좋게 공생하는 가장 이상적인 관계이다. 단, 자운영은 맥류와 생장 시기가 같기 때문에 맥류를 재배하고자 하는 농토에 자운영을 재배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또한 자운영 씨가 50%이상 결실 했을 때가 벼나 수수 기장 등의 파종 시기라는 것도 꼭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우리 농업인에게 전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 일부이긴 하지만 학문만으로 농업전문가가 된 농학자들은, 2모작 윤작 유기재배를 말할 때 과가 다른 종이 아닐 때는 윤작이 아니라고 한다. 또는 유기재배가 아니다 라고도 한다. 이유는 같은 과일 경우 연작 피해가 발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자연 환경은 미작 때 토양수분과 온도에 적합한 토양 항생물질과 미생물종과 그들의 먹이가 각기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맥류 재배 시는 겨울이라 따라서 토양온도는 영하 이하로 내려가고 저온성 호기성 미생물의 종과 토양 생태도 달라진다. 이러한 자연의 이치를 농사를 해 보지 않고 어떻게 말 할 수 있을까?

 

*갈퀴 재배
녹비식물로 논에는 자운영 밭에 갈퀴 재배가 맞는다. 갈퀴는 나물로도 먹어 왔고 농사에 쓰임도 유용하고 전혀 새로울 게 없는 평범하고 흔한 우리의 자생초다. 우리 농업에 이용하기로는 등갈퀴나 큰잎갈퀴가 좋고, 완두도 그 가치가 탁월하다.
실정이 이런데도 외국서 헤어리베치를 들여 오고 외국에서 부르는 이름을 딴 헤어리베치농법이 우리나라에도 등장했다. 그러나 헤어리베치는 숙기가 늦어 다음 작물 파종에 막대한 지장을 준다.

 

벼농사를 할 때 벼 외에 다른 식물은 한 포기도 없어야 좋을 것 같지만 흙이나 벼의 입장에서는 아니다.

벼와 호환성식물이 잇는 것이 훨신 좋고 경합성인 피도 조금은 있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멸구가 벼보다는 피를 잘 먹는다는 것이다. 특히 추분 이후에 논에 피가 있으면 멸구가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이때 멸구는 피를 먹기 때문에 벼는 그다지 피해가 없고 거미, 무당벌레 등이 피 포기에 모여들어 또 한번의 만찬이 일어난다.  이런 신비스런 자연의 힘으로 벼농사가 풍성한 가을로 접어들고, 서리가 내리면 벼는 씨를 남기는데 우리는 이 씨앗을 고마운 마음으로 수확해야 한다.

벼는 서리 내린 후 3일 이상 경과한 뒤 수확하는 것이 좋다. 서리가 오기 전에는 볏짚이 살아 있을 때라 계속 생육하기 때문에 벼는 씨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독을 가지고 있게 되는데 그럴 때 거둔다면 쌀을 먹는 우리는 벼의 독을 먹게 된다. 하지만 서리가 내린 후 수확을 하면 벼는 종족번식의 본능으로 씨를 누군가가 가져가게 유혹을 하고 이때는 건조에 별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

자연의 이치를 잘 알면 환경파괴 없이 건강한 먹을거리를 얻을 수 있다. 후확을 했다고 마음을 닫아 버리면 마음도, 흙도 꽁꽁 얼어 버린다. 그리 되면 미생물도 식량부족으로 얼어 죽고 흙은 돌이 된다.

흙이 죽어 가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그러기 위해선 흙 속에 있는 미생물들이 살 수 있는 환경과 먹이가 갖추어져야 하는데 미생물들이 좋아하는 환경과 먹이는 흙을 쟁기로 갈아 준다고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한반도 흙은 가을에 풍화작용ㅇ 시켜서는 안 될 만큼 쇠약해져 있는데도 대부분 이를 잘못 알고 가을갈이를 하고 있다.

이 땅은 화강암 토양임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하고 식물은 유기물을 ?지 않는다는 것도 기억해 두어야 한다. 우리 토양에는 다양한 미생물과 항생물질 등 온갖 일꾼들이 살아 숨쉬고 있고, 이들에게 쉼터와 먹이는 살아 있는 식물의 뿌리가 흙 속에 있게 하는 것이라, 이런 이유로 이모작을 애기하고 맥류 파종을 강조하는 것이다.

출처 : 태평이가 전하는 태평농 이야기  지은이 / 이영문

 

, 우리밀·벼 순환직파농업인가?

 

우리밀·벼 순환직파농법이란 말 그대로 우리밀과 벼를 2모작하는 농법으로 늦가을에 벼수확과 동시에 우리밀을 파종하고, 이를 여름에 다시 밀수확과 동시에 볍씨를 파종(직파)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 농법이 중요한 까닭은 우리밀과 벼를 연이어 농사를 지음으로서 묵히는 빈땅없이, 우리 농업의 당면한 과제인 주족 자금의 달성을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과 농지 이용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어렵게 살려낸 우리말의 안정적 생산을 이룰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무농약 무화학비료 등의 유기자연농업으로 자연 생태계의 보전과 안전한 밥상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 농사법은 일반 관행농법에 비해 농사일이 매우 쉬울 뿐 아니라 영농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크게 도움이 되는 농법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이 농법을 더욱 잘 연구하고 보완하여 새로운 농사법으로 널리 보급한다면 우리밀 생산의 확대와 안정적인 벼수확을 통한 국민의 생명줄인 주곡의 자급 안정과 농가 소득에 크게 보탬이 될 것이다.

            

우리밀·벼 순환직파농법(일명:태평(太平)농법)이란?   이영문(합명회사 태평농법 대표)

 

1. 머리글

 

어떤 학자들은 현재의 농업을 과학농법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우리와 토질이 다른 일본의 농법이다. 우리 농사에 맞춰서 만들어진 기계가 아니라, 일본에서 만든 농기계에 맞춰 농사를 짓는 농법이다. 이 때문에 농사를 짓는 데 큰 어려움이 있다. 언제부터 우리 농법이 잘못되어 왔는지 잘 모르지만 1970년대 후반부터 논갈이나 써레질이 우리 땅에서 짓던 농법과는 잘 맞지 않았다. 일본에서 만든 농기계는 써레질은 깊고 흙을 너무 부드럽게 하여, 물빠짐이 좋지 못하고 흙 속의 산소 흐름을 막았다. 그래서 흙보다 가벼운 잡초 씨앗은 싹트기 좋은 흙 표면에 가라앉고 마디풀과에 속하는 잡초를 꺾꽂이 하는 꼴이 되어 논은 온통 잡초밭이 되었다. 이 잡초를 없애기 위해 해마다 독성이 강한 제초제를 만들어 사용하니 자연과 흙과 사람이 죽어 가고 있다. 죽어가는 모든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태평농법>이라는 특수하지도 않은, 지극히 정상인, 대자연의 순리에 따라 만든 '순환농법'(循環農法)을 소개하고자 한다.

 

2. 동기

 

1986년 늦여름에 지리산 북쪽 운봉땅을 지나는데 나이 지긋한 한 농부가 풀을 베어 과일나무 밑에 깔아 주는 것을 보았다. 그 노인의 아주 '평범한' 모습이 나에게 '무경운 직파재배법'과 기계를 개발하는 데에 가장 큰 동기가 되었다. 풀을 베어 덮어버리면 그 아래 풀은 죽어 버린다는 것을 알았으며, 경비와 노력을 적게 들이면서 효과 있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방법임을 깨달았다. 농약이나 제초제를 쓰지 않아도 되므로 수많은 미생물이나 이로운 곤충이 자유롭게 활동하게 되니, 그 땅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사람 몸에도 좋지 않겠는가? 이 농법이야말로 농업 구성 요소마다 고유한 기능을 평화롭게 다 해내고 있다고 믿었기에 <태평농법>이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다.

 

3. 특징

 

1)무경운(無耕耘) : '무경운'은 논을 갈지 않아도 벼·보리·밀·쌀보리 등의 뿌리에 의해서 흙이 부풀려져 부드러워지게 된다. 이 뿌리를 통하여 공기가 공급되므로 흙 속에 산소가 잘 통하고 물이 잘 빠져서 좋은 토질이 된다.

 

2) 제초 효과 : 수확 때 이미 나 있는 잡초는 두껍게 피복된 짚 때문에 빛이 차단되어 죽고, 늦게 싹트는 잡초는 잡초 순이 작물 순보다 아주 가늘고 웃자라 맥류짚이 썩으면서 녹아 버린다.

 

3) 무시비(無施肥) :  벼나 맥류의 뿌리가 썩으면서 순환농법에 의한 토양 미생물의 왕성한 활동으로 유기질이 충분히 공급된다. 그리고 '무경운 건답직파' 라는 특수성으로 씨앗은 매우 정상으로 뿌리부터 먼저 나와, 튼튼해진 뿌리는 꾸준히 충분한 양분을 빨아들일 수 있다.  비료가 필요 없는 까닭을 자세하게 설명하면, 앞 작물이 썩으면서 산소 공급이 잘 되고 피복에 의하여 천천히 유기질 양분이 공급된다. 그리고 토양을 죽이는 제초제 처리를 안 하기 때문에 미생물의 왕성한 활동으로 땅이 기름지게 된다. 또한 싹이 틀 때, 순보다 뿌리가 먼저 나와 튼튼해지기 때문에 땅 속에 있는 양분을 잘 빨아들인다.

 

4) 무농약 : 자연농업을 되풀이하므로 작물의 환경 적응이 늘어나고 짚 피복층 아래 천적(天敵)이 생겨 자연스럽게 병해충을 이길 수 있다. 농약이 필요 없는 까닭을 자세하게 설명하면, 비료 3요소인 질소·인산·칼리 성분 외에도 피복된 유기질 거름과 땅 속 미생물 활동으로, 미량원소(微量元素)를 충분히 흡수함으로써 작물이 병충해에 이기기 위한 힘을 갖게 되며,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영양소가 고루고루 유지되기 때문이다.

 

5) 짚 썩임 : 맥류 짚은 한낮의 해와 밤이슬의 되풀이로 말미암아 미생물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 유지되므로 빨리 썩는다. 또한 볏짚의 경우도 맥류 파종 뒤, 건답상태가 이어지므로 산소가 있어야 증식하는 호기성(好氣性) 매생물에 의해 빨리 썩는다. 더구나 '무경운 건답직파 재배농법'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미생물이 그대로 살아 있으므로 더 빨리 썩는다. 볍씨가 싹트는 데 필요한 수분 흡수량은 약 23% 정도이므로 땅 속의 수분과 이슬에서 충분한 수분을 흡수할 수 있고, 맥류 짚으로 건조 상태를 막을 수 있다.

 

6) 맥류 관리 : 3월 중순경이 되면 맥류의 뿌리 특성으로, 파종 부분이 3∼5cm 정도가 높아지므로 씨를 뿌려서 거두어들일 때까지 거름을 주고 가꿀 필요가 없다.

 

7) 태평농법 : 태평농법이란 5∼6월 중순경 맥류 수확과 동시에 콤바인 부착용 파종기를 이용하여 볍씨를 심고 밀짚으로 피복하므로, 파종 후 약 30일쯤 물을 대어 주면 좋다. 이 때 따로 거름을 주고 제초제나 농약을 뿌릴 필요가 없다. 맥류 또한 씨를 뿌려서 거두어들일 때까지 손질할 필요가 없는 매우 편리한 '자연농법' 이다. 다만 맥류 수확과 동시에 볍씨를 심은 후 잡초가 맥류 짚 때문에 덮이지 않으면 제초작업을 해야 한다. 이 때 종자량은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300평에 10∼20킬로그램을 심으면 된다.(우리 선조들은 200평에 종자 한 말을 심었기 때문에 한 마지기라고 하지 않았을까?)

 

8) 작파기의 특징

첫째: 수확과 동시에 파종할 수 있도록 콤바인에 붙여 편하게 쓸 수 있다.

둘째: 동력이 필요 없어 값이 싸고 가벼워 붙이고 떼기가 쉽다.

셋째: 강제식 종자배출 장치라 파종상태가 좋다.

넷째: 맥류 재배 때 물이 잘 빠지고 뿌려 놓고도 새끼치기가 저절로 조절된다.

그리고 작물 사이에 충분한 볕쪼임이 좋아 잘 쓰러지지 않는다.

 

4. 기존농법과 태평농법의 비교

 

1) 기존농법(관행농업, 과학농법, 화학농법)

*사람은 '정', 자연은 '부'로 하는 농법이다.

*수확은 적고 생산비가 많이 든다. 

*풀베기가 어렵다.

*한 사람이 넓은 땅을 짓기가 힘들다.

*외국기계에 맞춰서 짓는 외국농법이다.

*화학비료를 사용해야 작물이 자라는 잘못된 농법이다.

 

2)태평농법

*자연이 '정', 사람이 '부'로 하는 농법이다.

*수확이 많고 생산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풀을 벨 필요가 없다.

*생산비와 노동력이 화학농법에 견주어 1/8이면 충분하다. 그러니 한 사람이 8배 이상의 넓은 땅을 짓고도 시간이 남는다.

*자연의 순리에 따른 우리 농법이다.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저절로 농사가 되는 올바른 농법이다.

 

5. 끝으로

 

우리 농민은 선조들의 지혜로웠던 농법을 뒤돌아보자. 특별한 공구도 없이 필요한 농기구(지게, 쟁기, 써레 등)를 누구나 만들어 사용하였고, 자연과 땅과 사람을 죽이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논가에 버드나무, 자두나무, 살구나무, 앵두나무, 무궁화 등을 심어 과일도 따먹고 천적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돈벌이 눈이 멀어 돈만 벌 수 있다면 온갖 더러운 짓도 서슴없이 해대는 사람들을 본받지 말고 떳떳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다면, 이 땅에 농민이 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거룩한' 일인가?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마음으로 농사를 짓자.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이 없는 정직한 농사를 짓기 위해 용기를 내자. 처음엔 작은 어려움이나 때론 큰 어려움도 있을지 모르지만 자연과 땅과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면 마땅히 해야 하지 않겠는가?          

태평농법이란?| 태피들의 이야기
mutti | 조회 99 |추천 0 | 2011.04.04. 22:53

경비와 노력을 적게 들이면서 효과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영농방법으로 이영문선생님이 붙인 이름인데, 여기서 무경운 2모작 산조직파 재배법의 과학적인 근거를 설명하고자 한다.

 

태평농법의 벼 

관행논의 벼 

 

 가. 무경운(생물학적인 경운)

 

논,밭을 갈지 않아도 미맥의 뿌리에 의해 흙 속에 산소가 잘 통하고, 배수가 잘 되는 토질이 되며, 지속적으로 유기물이 자연적으로 공급된다.

○ 흙은 물빠짐이 잘 되고, 산소가 잘 통해야 건강한 먹거리를 재배할 수 있다.

○ 흙을 물리적으로 파괴하면, 자연은 이를 복구하기 위해 자생초를 발아시킨다.

○ 흙을 물리적으로 경운하면 일시적으로 부드러우나, 생물학적으로 경운하면 지속적

으로 부드러워진다.


 나. 짚 피복과 제초효과

 

5~6월 맥류 수확 때 쯤이면 여름 자생식물이 이미 나 있으나, 맥류의 군락 속에 있기 때문에 아주 연약하게 도장되어 있다. 이 때 알곡을 수확하면서 볍씨를 파종하고, 그 위에 맥짚을 피복하면 피복층 아래는 광선이 차단되고, 삼투압 작용으로 고온다습하 여 자생식물은 전멸하고 볍씨는 고온다습한 맥짚 아래서 건강하게 발아하게 된다.


 다. 무시비

벼, 보리, 밀짚이나 뿌리에 미생물이 왕성하게 활동하여, 유기질이 충분히 공급되며 무경운 건답 표면직파라는 특수성으로 씨앗은 극히 정상적으로 뿌리부터 먼저 나와 튼튼해진 뿌리는 지속적으로 충분한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다. 비료가 불필요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앞 작물의 뿌리가 썩으면서, 산소 공급이 양호하고 피복물에 의하여 서서히 유기질 양분이 공급됨과 동시에 토양을 죽이는 제초제 처리를 안하기 때문에 미생물의 왕성한 활동으로 토양이 부엽토화하게 된다. 또한 발아할 때 순보다 뿌리가 먼저 나와 튼튼하기 때문에 땅속의 양분과 수분 흡수력이 증대되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이때 파종 후 20일부터 담수하되 5~10일 주기로 물을 떼주면 호기성, 혐기성 미생물이 죽고 살기를 반복하여, 이들이 영양분이 되어 작물이 잘 자란다.)


 라. 무농약

자연농법을 반복함으로 작물의 환경적응성(내성)이 증가되며, 짚피복층 아래 서식하는 천적이 자연적으로 방제하여 준다. 농약이 불필요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N. P.K 외에도 피복된 유기질 거름과 땅속의 미생물 활동으로 생기는 미량요소를 충분히 흡수함으로서 작물이 병충해에 대한 충분한 내성을 가지며, 농약을 처리하지 않으므로 영양소의 조화가 유지되며, 해충들의 천적들이 자연적으로 방제를 대신해 준다.


 바. 짚 부숙

맥류짚에 한낮의 태양이 내리쬠과 밤이슬의 내림이 반복됨으로서 미생물이 활동하기 종은 환경이 유지되어 부숙이 빠르다. 또한 볏짚의 경우에도 맥류 파종 후 건답상태가 계속되므로 호기성 미생물에 의해 부숙이 되며, 특히 무경운건답직파 재배농법 자체가 농약을 치지 않기 때문에 미생물의 활동이 왕성하고 유기물의 부숙이 빠르다. 볍씨가 발아하는데 필요한 수분 흡수량은 약 23% 정도로 땅속의 수분과 이슬에서 충분히 흡수할 수 있고, 보릿짚이 피복되어 건조상태를 막을 수 있으며 산소가 충분한 조건에서 어린 뿌리가 먼저 나므로 유모 정착이 좋고 입모율이 높다.


 사. 맥류 비배관리 불필요

3월 중순경이 되면, 맥류의 뿌리특성상 파종 부분이(파종 성형상) 3~5cm 정도가 높아지므로 별도의 비배관리가 필요 없다.(단 저습답에는 맥류 파종 직후 배수로를 적당한 거리에 만들어 주는 것도 좋다.)


 아. 5~6월 상순경 맥류 수확과 동시에 콤바인 부착용 파종기를 이용하여 볍씨를 파종하고

맥류짚으로 피복하므로, 수확과 동시에 벼파종이 되고 파종 후 약20~30일경 물을 대어 주면 좋다. 이 때 별도로 시비나 제초제 살포 또는 농약을 뿌릴 필요가 없고 가을 수확때 맥류를 동시에 파종하면 된다. 맥류 또한 별도 시비, 비배관리가 필요없이 농사짓기가 매우 편리한 자연농법이다. 다만 맥류수확 동시에 볍씨 파종을 한 후 잡초가 맥류짚에 의해 덮히지 않으면 피복 또는 제초작업을 해야 한다.


 자. 1모작은 5~6월에 경운기 등 주행기계를 이용 또는 손뿌림으로 파종을 하고 토양 오염

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초를 하면 자생초가 죽으면서 볍씨를 피복하게 된다. (간척지, 상시 저습답, 년중 150일 이상 담수표면직파농법도 있다.)


 차. 버드나무, 무궁화를 심는다.

두 나무는 먹이사슬이 되는 해충과 익충의 공생처가 된다. 또한 버드나무는 강풍을 약풍으로 바꾸거나 바람 한 점없고, 작물이 잘 자라지 않는 여름 한낮에 기류를 형성시켜 작물의 동화작용을 도우며, 잎은 물에 떨어져 다량의 자연질소를 발생시킨다.


 카. 가로수로는 배나무 90그루, 버드나무 3그루, 무궁화 6그루, 복숭아 90그루를 중간에

심어 천적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조경수, 가로수로서 소득도 올리고 환경친화적인 건강한 거리가 된다. (봄이면 과꽃놀이)


 타. 태평농법 : 논에서의 작부체계

논에는 10월상순 벼 수확과 동시에 맥류를 파종하고, 미리 9월 중순경 천연포트를 이용한 김장배추의 모종을 맥류가 파종된 곳에 40cm~50cm 간격으로 정식함으로서 논에서의 3모작이 된다. 여기서 배추의 특성을 보면 잎수가 약90장, 생육일수 약90일이며, 우리는 이것으로 만든 김장김치를 약90일 동안 먹는다.(이것이 9자는 안전한 먹거리인 우리 숫자문화이다.)


  파. 태평농법 밭에서의 작부체계

첫째 농약을 사용하지 말 것.

둘째 비닐 피복을 하지 말 것.

작물의 궁합(호완성) : (마늘=상추), (감자=콩), (양파=시금치), (고구마=참깨), (무=배추)

이 10가지 작물들 중 한 포장에서 년 6작물을 무경운으로 재배할 수 있다.

(예 ; 가을에 마늘을 심고, 자생초 피해를 막기 위해 상추씨를 산파한다. 겨울에서 마늘 수확 때까지 상추는 계속 수확한다. 마늘을 수확하면, 그 자리에 올감자를 심고 올콩을 산파한다. 장마 전에 감자를 수확하고, 그 자리에 고구마 순을 이식한다. 장마가 끝나면 참깨를 산파하고 15일 이내에 콩을 수확한다. 이와 같이 두 가지 작물을 동시 간작함으로 작물들끼리 호완성이 있기에 풍작이 된다.

○ 여기서 전(前) 작물 수확 전에 파종 또는 정식하면 더욱 좋은 효과가 있고,

○ 여기에 부추씨를 자생초 개념으로 산파해 놓으면 더욱 좋다.

이때 명심해야 할 것은 사람이 먹지 않을 것(부산물)은 모두 토양에 그대로 둔다.


이러한 작부체계 속에서 나쁜 기상이나 환경 속에서 작물이 시들거나 죽어가는 것처럼 보일 때, 이 작물이 죽을 것인가 살 것인가 볼려면, 새벽에 속잎에 힘이 있나 없나를 관찰하면 된다. 힘이 있으면 살 것이고, 없으면 죽을 것이니까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것이 인간의 눈으로 자연을 볼 수 있게 해 주는 신호등인 것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새벽에 남자의 성기가 발기되면 건강이 양호하고 아니면 문제가...


다수의 식물이 밤이 길어지면 꽃을 피운다. 농작물도 또한 같다. 꽃을 재배하는 농가는 꽃피는 시기를 지연시키기 위해 밤새 불을 켜준다. 이 때 밤을 1/3로 나누어 조명을 하게 되면, 더욱 효과가 높으며 경제적일 것이다.



  3. 결 론 선조들의 지혜 ㅣ태평농법의 과학성 | 결론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태평농법은 기존 농업지식체계를 비판하고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존중하며, 선조들의 지혜와 자연의 순환원리를 이용하는 농업기술이다. 본인은 이러한 농업을 수년간하고 있으며 그 동안의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가. 기술적 측면

기술적으로 태평농법은 기존 농업기술체계와 아주 다른 부분들이 많다. 자생초 방제체계, 시비체계, 경운체계, 관개체계 등에 기존 농업기술과는 다른 방법들을 활용하고 있다. 경제적 손실이 없는한 자생초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는 점, 화학비료를 전혀쓰지 않는다는 점, 무경운 상태로 유지하면서 볏짚과 밀짚을 전량 피복한다는 점 등이 크게 다르다. 기존 농법에 익숙한 대다수의 이웃 농업인들, 농촌지도사, 농업 행정가들이 이러한 차별화된 방법들을 비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기존 농업기술을 무비관적으로 용하는 것보다는 작물의 생육 특성, 곤충과 자생초의 생태적 특성을 이해하고, 경제성을 고려하여 개발한 기술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도 완벽한 자생초 방제와 수확량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보완해야 할 것이고, 특히 연차간 수량 변화가 크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량을 보장할 수 있는 태평농법 기술의 안정성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경제적 측면

태평농법의 경제성은 매우 좋게 나타나고 있다. 도시인들의 유기농산물에 대한 선호도가 좋아지고, 유기농산물의 가격 차별화가 실질적인 수입을 증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시 소비자 단체와의 직거래 체계를 구축하게 되면, 소비자 단체가 농장을 방문하여 현장에서 생산과정을 통하여 의견을 교환할 수 있고, 유기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감을 증가시킬 수 있다. `농업도 경영이다'라는 말에서 의미하듯이 태평농법은 투입되는 노동력, 종자, 비료, 농약 등의 비용이 최소화되기 때문에 다른 어떤 농업에 비하여 그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 사회적 측면

우리 나라 농촌에서는 귀농자를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다. 도시 근로자들이 농촌을 찾아와서 농업기술을 익히고 농업인이 되겠다는 일에 대하여 농촌에서는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귀농을 하여 기존의 농업기술체계를 고수한다면 여러 가지 문제에 부닥 칠 수 있다. 그러나 태평농법으로 농사를 시작하게 되면 여러 가지 잇점이 있다.

 

첫째로, 태평농법은 고가의 농기계를 구입할 필요가 없는 농법이다. 무경운 직파재배 체계에서는 콤바인 만이 필요하다. 만약 콤바인을 구입하지 못하더라도 이웃 농가의 콤바인을 빌려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농법이다.


둘째로, 태평농법은 농자재(비료,농약 등)가 들지 않는 농법이다. 무비료, 무농약 작물재배는 얼핏 보기에 너무나 비과학적이고, 비효율적인 농법같이 보이지만, 토양 중의 유기물을 집적하면서, 병해충를 방제할 수 있는 원리를 응용하는 농법이므로 비료 및 농약비를 절약할 수 있는 농법이다.


셋째로, 태평농법은 일반 소비자들의 무공해/저공해 농산물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농법이다. 무비료,무농약 쌀 생산과정을 현지에서 소비자 단체가 확인하게 되고 생산물에 대한 수요를 결정하게 되면, 생산자는 안심하고 생산물의 판로를 확보 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태평농법은 여러 가지 보완해야 할 사항이 있겠지만, 현재 우리 나라의 농업 여건을 고려할 때 상당히 경제적으로 주곡을 생산하고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적은 자본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효과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본인은 순수한 선 조들의 지혜를 이용하여 개발한 태평농법의 기술이 학술적으로 평가되고, 미비한 점들보완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출처 : 태평농 이영문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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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3.08.13 14:42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천천히 다시 정독해야겠네요~ ^^

  • 13.08.13 14:56

    헉! 너무 길어.ㅠㅠ 시간날때 꼼꼼하게 읽어보겠습니다.^^

  • 13.08.13 16:49

    아주 좋은 내용을 소개해 주셨네요...감사합니다...^^

  • 13.08.13 16:57

    음 시간내서 다시 정독 해야 겠네요..

  • 13.08.13 22:03

    란다님 좋은 정보 감사^^
    제가 태평농법을 알게 된지는 10년이 넘었습니다.
    책도 읽어보고 다녀 온 분들의 이야기도 듣고 했습니다.

    벼 농사 후에 밀과 보리 농사는 태평농법이 가능합니다.
    밀보리는 겨울을 나기 때문에 잡초문제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저도 시도 해 봤지요.
    헌데 밀보리 수확 후 벼는 문제가 다릅니다.
    벼는 수생잡초가 자란는 통에 제초에 문제가 있습니다.
    넓은 논을 손으로 맬 수는 없는 거니까요.
    만일 이영문씨의 태평농법이 된다면 그건 거의 수도작의 신이라고 불려야 할 겁니다.

    참 매력적이긴 한데 벼농사가 업인 저로서는 위험 부담이 있지요.
    해서 작은 땅에 시험 삼아 재배는 가능하겠지요.

  • 13.09.29 21:51

    나는 깨달았습니다 각분야의 전문가들 한평생을 바쳐서 이뤄놓은 이론과 결실앞에서 현실은 나약할뿐이란 것을 내가 그처럼 할수 없다는것을 이상과 현실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잘찿아서 헤메지 말고 겸허히 살아야함을 말이지요 타인의 스토리에 감동하고 공감하기보다 나만의 현실에서 작게 스토리를 만들어감도 아름답다 생각합니다 건승하세요

  • 13.08.13 22:03

    다시한번 태평농법의 유혹에 빠지게 하시네요.^^

  • 작성자 13.08.13 23:57

    논에 물을 넣다 뺐다 하시던데 그렇게 해도 잡초 피해가 별 다를 바가 없는가 보군요;;
    소출이 관행보다 많다 하니 솔깃솔깃 합니다. ㅎㅎㅎ

  • 13.08.13 22:40

    왠지 좋을거같은 느낌이 드는데요..힘든노동이아닌 즐거운 농사..

  • 13.08.14 09:23

    관심 있는 분들은 <태평농 이야기-이영문> 책도 있으니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 작성자 13.08.14 10:05

    ㅠㅠ 절판이었어요. 어떻게 구매할 방법이 있을까요;;;

  • 13.08.15 22:09

    놀라운 이야기 입니다..정말 정독해야 하겠네요..감사합니다^^

  • 13.08.17 22:37

    교육한번 다녀온적이 있습니다. 좋은 경험 이였죠 작은땅에서 조금씩 시험해보면서 하시는게 좋을거라 생각합니다

  • 13.09.07 22:11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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