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엄 스님의 활구 참선
향엄 스님은 키가 7척이나 되며, 아는 것이 많고 말재주가 뛰어나 학문에서 스님을 당할 자가 아무도 없었다.
위산선사의 대중 속에서 지내면서 현묘한 담론을 가지고 토론하니, 사람들이 그를 선의 거장이라 칭송했다.
그 뒤 여러 차례 위산선사에게 찾아가 묻고 대답하기를 마치 물 흐르듯 했다.
위산선사는 그의 학문이 깊이가 없고 경박해 심오한 근원을 통달한 것이 아님을 알았으나, 그의 말재주를 쉽사리 꺾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위산선사가 다음과 같이 물었다.
“지금껏 그대가 터득한 지식은 눈과 귀를 통해 타인의 견문과 경전이나 책자에서 얻은 것일 뿐이다. 나는 그러한 내용은 묻지 않겠다. 그대는 처음 부모에게 갓 태어나 아직 동쪽과 서족을 알아보지 못했을 때의 본래면목을 한 마디 일러보아라. 내가 그대의 공부를 가늠해보려 한다.”
이에 향엄 스님이 대답을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한참 있다가 다시 이러쿵저러쿵 몇 마디 했으나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마침내 선사에게 도를 일러주실 것을 청하니. 선사가 대답했다.
“내가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대 스스로 말해야 그대의 안목이 되는 것이다.”
향엄 스님은 방으로 돌아가 모든 서적을 두루 뒤져 보았으나 한마디도 알맞은 대답이 없었다.
그러자 스님은 마침내 그 책들을 몽땅 불살라 버렸다. 어떤 학인이 가까이 와서 한 권 달라고 하니, 스님이 대답했다.
“내가 평생 동안 이것 때문에 피해를 입었는데, 그대는 이것을 가지고 또 다시 무엇을 하려 합니까?” 유적지에서 몸과마음을 쉬었다 어느 날 잡초를 뽑으면서 번민을 덜고 있다가 기와 좃각을 던지던 끝에 껄껄 웃으면서 크게 깨달았다 <조당집>
그러고는 하나도 주지 않고 몽땅 태워버렸다.
향엄 스님이 말했다.
“이번 생에는 불법을 배우지 않겠다. 난 오늘까지 나를 당할 자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위산선사에게 한 방 맞으니 그런 생각이 깨끗이 없어져버렸다. 이제는 그저 죽이나 먹고 밥이나 먹는 스님으로 여생을 보내야겠다.”
그러고는 눈물을 흘리며 위산선사에게 하직을 고하고 향엄산 혜충국사의 유적지에서 몸과 마음을 쉬었다.
어느 날 잡초를 뽑으면서 번민을 덜고 있다가 기와 조각을 던지던 끝에 껄껄 웃으면서 크게 깨달았다.
<조당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