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가명·49) 씨는 눈이 시리도록 푸른 동네 뒷산의 녹음과 그 너머 파란 하늘을 보면서 눈을 찡그립니다. 물오른 산과 하늘이 뿜는 그 빛들이 영수 씨만 빼고 비추는 것 같은 슬픈 마음에서입니다.
영수 씨는 자기를 낳아주신 부모님이 누구인지도 모릅니다. 영수 씨의 첫 기억은 소아마비로 걸음조차 제대로 걸을 수 없는, 고아원에서 말없이 자라난 6살 때의 조용한 소년의 모습입니다.
엄청난 병원비 한숨만 나와 딸아이 꿈 포기 할까 불안
소아마비로 평생 목발에 의지해야 하는 영수 씨는 가만히 앉아서 조개껍데기로 멋진 가구를 만드는 나전칠기 배우는 일이 조용한 자기 성격에도 맞고, 먼훗날 나전칠기 제작이 자신의 삶에 희망이 될 것이라 믿고 열심히 배우고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나전칠기가 사양길에 접어들고 삶의 희망마저 꺾여져 가고 있을때 고아에다가 다리마저 쓸 수 없는 늦깎이 총각 영수 씨에게 천사가 찾아왔습니다. 바로 아내 미경 씨입니다. 천사 미경 씨는 그 이듬해 영수 씨의 보배 지은이도 품에 안겨 주었습니다.
하지만 여태까지 슬픔만 안고 산 영수 씨에게 기쁨은 잠깐만 누릴 수 있는 축복이었나 봅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지은이를 낳은 미경 씨는 지은이가 갓 걸음마를 할 무렵부터 다리가 계속 아프다며 집안에만 누워 지냈습니다.
돈을 제대로 벌수 없었던 영수 씨는 아내를 병원에도 못 데리고 갔었습니다. 어느날 걸음을 걷지 못해 큰 병원에 가 보니 양쪽 대퇴골 무혈성 괴사로 오른쪽 다리가 이미 썩어가고 있었다고 합니다. 지인들에게 빌린 돈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했습니다.
하지만 영수 씨의 불행은 또 여기까지가 아니었습니다. 얼마 후 왼쪽 다리마저 썩어 들어가고 있다는 진단을 받고 수개월동안 병원을 전전하던 아내가 최근 머리가 자주 아프다고 했습니다. 늘 아픈 사람이라서 그러려니 했습니다.
하지만 머리가 심하게 아파 밤새 고생하던 아내를 간호하다 잠시 잠이 들어 깨어나 보니 아내는 앓고 있었습니다. 119에 태워 병원에 갔더니 뇌에 출혈이 일어나 급히 수술을 받았습니다.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아내도 걱정이지만 자신의 형편에 엄청난 병원비 걱정에 영수 씨는 하늘이 노랗습니다. 다행히 기초생활 수급자로 보호를 받아 의료급여 혜택은 보고 있지만 1천만 원이 훌쩍 넘는 의료비는 여전히 영수 씨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한창 사춘기에 있는 딸 지은이는 어릴 때부터 아픈 엄마를 봐 와서 인지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합니다. 제대로 된 학습지 하나 못 사주고 과외 한번 시켜주지 못한 지은이는 그래도 참 밝고 건강하게 자라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목발에 의지해야 하는 자신과 의식이 왔다갔다하는 아내를 생각하며 지은이를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로 키울 수 있을지, 지은이가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을지 영수 씨는 먼 하늘을 쳐다봅니다.
△김갑선 수영구 수영동주민센터 사회복지사 (051-610-4903) △지난 12일자 효선 씨 이야기 58명의 후원자 205만5천원.
↓ 이렇게 됐습니다 5월 29일자 기연씨 이야기
기연 씨의 사연이 알려지자 106 명이란 많은 후원자들께서 485만 원의 성금을 모아주셔서 기연씨에게 전달되었습니다. 기연 씨는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와 치료를 받았으며, 검사결과 저산소증으로 판정되어 인공호흡기를 제거하였습니다. 지금은 요양병원에서 스스로 호흡을 하면서 의식을 찾기 위하여 열심히 투병하고 있습니다.
사연이 나간 후 영도에 사시는 어르신 한분은 동 주민센터에 직접 찾아오셔서 자신의 동생을 보는 것 같다고 하시며, 치료를 잘 받으라고 전해달라며 이름도 밝히지 아니하시고 작지 않는 성금을 주고는 황급히 가셨습니다.
그러한 따뜻한 마음이 담긴 성금이 전달되었을 때 평소 말이 없던 기연 씨의 아버지는 딸 앞에서 통곡을 하셨습니다. 성금속에 담겨진 딸을 격려하는 따뜻한 마음에 감동하였기 때문입니다. 하루속히 기연씨가 병상에서 일어나서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에 보답하게 되는 날을 함께 손꼽아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