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시작
스 1:1~11
70년 동안의 바벨론 포로 생활 동안 꿈에도 잊어본 적이 없는 조국으로 돌아온 유다 사람들이 얼마나 감격에 겨워 눈물을 쏟아냈을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거룩한 도시 예루살렘으로 드디어 돌아온 것입니다. 하지만 그토록 그리워하던 예루살렘은 한때 고대 근동 최고의 도시로 칭송을 받기도 했지만 이제 폐허나 다름없이 비참한 모습으로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얼마 전 화려한 바벨론의 도시를 떠나온 그들은, 바벨론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처참하게 무너져 있는 고향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플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1차 귀환을 이끌고 온 사람이 스룹바벨(세스바살)인데, 그의 이름은 ‘바벨론의 씨’ 또는 ‘바벨론에 대한 슬픔’이라는 뜻으로, 바벨론 포로 생활에 대한 유대인들의 한이 담긴 이름입니다. 이미 멸망한 남유다의 19대 왕 여호야긴의 손자이자 그의 아들인 브다야의 아들로서, 유다의 왕족이었던 스룹바벨은 바벨론 땅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이름을 지어준 그의 아버지나 가족은 바벨론에게 멸망 당한 조국의 부활을 꿈꾸며 그에게 그런 이름을 지어주었을 것입니다.
예루살렘이 완전히 멸망 당한 BC 586년으로부터 세월이 흘러 BC 539년이 되었고, 드디어 예레미야의 예언이 현실이 되어 나타나게 됩니다.
고대 근동의 판도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났습니다. 강력했던 앗시리아를 무너뜨린 뒤 무적이라고 여겨지며 천하를 호령하던 바벨론 제국이, 근동의 새로운 강자 페르시아 제국에게 무너진 것입니다.
이전에 앗시리아가 그랬듯이, 바벨론도 정복한 나라들을 너무 잔혹하게 짓밟았기 때문에, 사방에 복수의 칼을 가는 적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게다가 카리스마적인 리더였던 느부갓네살이 죽은 이후, 그 다음 왕들은 통치력이 부족해서 내부적 리더십이 붕괴되었고 바벨론은 크게 흔들렸습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페르시아의 고레스 왕이 바벨론을 정벌하기 위해 움직인 것입니다.
고레스 왕은 정말 뛰어난 사람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자기 어머니 쪽인 메대 사람들의 마음을 다 사로잡을 정도로 뛰어났습니다.
그는 바벨론에 앙심을 품고 있던 주변 나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대군을 움직여서 전광석화 같은 기습으로 바벨론을 무너뜨렸습니다.
왕위에 오르면서부터 페르시아 민족의 통합에 힘을 썼던 영웅 고레스는, BC 550년에 강력한 라이벌이던 메대 제국을 흡수해 버리더니, 그로부터 11년 후 최고의 난적이던 바벨론마저 멸망시킴으로써 고대 세계의 최강자로 군림하게 됩니다.
이러한 힘의 이동은 다니엘이 이미 예언을 한 것입니다. 다니엘은 느부갓네살이 이끄는 바벨론 군대의 1차 예루살렘 침공 때(BC 605년) 바벨론 포로로 잡혀 온 사람으로, 유대 귀족 가문 출신입니다.
그는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와 명철로 인하여, 당시 포로로 끌려 온 각 나라의 수재들 가운데서도 단연 주목받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인간이 세운 제국은 아무리 강대국이라도 때가 되면 그 다음 강자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역사에서 사라지게 되어 있다는 하나님의 메시지를 느부갓네살이 받은 것입니다.
다니엘은 이 꿈 해석으로 단번에 느부갓네살의 신임을 얻어, 바벨론 전체를 다스리는 총리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유다 포로 출신으로서 가장 빠르고 크게 출세한 다니엘의 이 신화적인 스토리는 바벨론 전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바로 그 다니엘을 통해서 주신 하나님의 말씀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바벨론이 멸망한 지 2년 뒤인 BC 537년, 새로운 힘의 중심이 된 페르시아의 고레스 왕은, 온 천하가 깜짝 놀랄 만한 칙령을 발표합니다.
그것은 포로로 잡혀 왔던 유다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도 좋다는 황제의 공식 선언문이었던 것입니다.
이에 따라, 거의 5만 명에 달하는 1차 귀환자들이 꿈에도 그리던 고향 예루살렘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고레스 왕은 1차 귀환자들을 이끌고 갈 리더로 유다 왕가의 혈통인 스룹바벨을 지명했습니다.
이 모든 일이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났기 때문에 유다 포로들은 믿기지 않는 현실 앞에서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목적을 가지고 세계를 움직이고자 하지만, 사실은 이 모든 것은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의 기가 막힌 섭리입니다.
첫째 : 성전을 건축하라
“바사 왕 고레스는 말하노니 하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세상 모든 나라를 내게 주셨고 나에게 명령하사 유다 예루살렘에 성전을 건축하라 하셨나니”(2절)
폐허가 된 예루살렘에 도착한 스룹바벨은 무엇보다 성전을 재건하기 원했지만, 성전 재건을 위해서는 페르시아 황제의 허락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마치 스룹바벨의 마음을 아는 것처럼 예루살렘 성전 건축을 허락한다는 황제의 조서가 내려집니다.
그뿐 아니라, 그것을 위해 귀환하는 유다 백성들은 모든 재산과 보물을 다 들고 돌아가도 좋으며, 그 주변 나라와 민족들도 힘껏 재정적 지원을 하라고 명령합니다.
또한 유다가 멸망할 때 바벨론이 예루살렘 성전에서 탈취해 온 수많은 그릇들을 다 예루살렘으로 돌려보내라고도 합니다.
“금, 은 그릇이 모두 오천사백 개라 사로잡힌 자를 바벨론에서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갈 때에 세스바살이 그 그릇들을 다 가지고 갔더라” (11절)
이전에 바벨론의 벨사살 왕은 성전 기구들로 잔치를 벌이며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손가락들이 나타나 쓴 글씨를 보았습니다(단 5장).
다니엘이 해석한 그 글은 ‘메네 메네 데겔 우바르신’이었는데, 오만방자한 왕에게 내리는 하나님의 무서운 심판을 예언하는 글이었습니다.
“도리어 자신을 하늘의 주재보다 높이며 그의 성전 그릇을 왕 앞으로 가져다가 왕과 귀족들과 왕후들과 후궁들이 다 그것으로 술을 마시고 왕이 또 보지도 듣지도 알지도 못하는 금, 은, 구리, 쇠와 나무, 돌로 만든 신상들을 찬양하고 도리어 왕의 호흡을 주장하시고 왕의 모든 길을 작정하시는 하나님께는 영광을 돌리지 아니한지라, 이러므로 그의 앞에서 이 손가락이 나와서 이 글을 기록하였나이다. 기록된 글자는 이것이니 곧 메네 메네 데겔 우바르신이라. 그 글을 해석하건대 메네는 하나님이 이미 왕의 나라의 시대를 세어서 그것을 끝나게 하셨다 함이요, 데겔은 왕을 저울에 달아 보니 부족함이 보였다 함이요, 베레스는 왕의 나라가 나뉘어서 메대와 바사 사람에게 준 바 되었다 함이니이다 하니” (단 5:23-28)
벨사살은 그날 밤 죽임을 당하고 왕국도 멸망하여, 메대 사람 다리오가 왕이 됩니다.
고레스는 이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었는지, 예루살렘 성전에서 가져온 그릇들을 성전에 도로 갖다 놓게 명령한 것입니다.
이렇게 고레스의 놀라운 명령으로 성전 재건이 허락되었지만, 실제 공사는 쉽지 않았습니다.
앗수르의 혼합 이민 정책으로 인하여 인종이 섞이고 종교가 혼합되어 버린 사마리아 사람들의 집요한 방해 공작 때문입니다.
사건의 발단은 그들이 자기들도 성전 재건 공사에 동참하게 해달라고 한 것을 스룹바벨이 단호히 거절한 것이었습니다.
“사로잡혔던 자들의 자손이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의 성전을 건축한다 함을 유다와 베냐민의 대적이 듣고, 스룹바벨과 족장들에게 나아와 이르되 우리도 너희와 함께 건축하게 하라 우리도 너희 같이 너희 하나님을 찾노라 앗수르 왕 에살핫돈이 우리를 이리로 오게 한 날부터 우리가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노라 하니, 스룹바벨과 예수아와 기타 이스라엘 족장들이 이르되 우리 하나님의 성전을 건축하는 데 너희는 우리와 상관이 없느니라 바사 왕 고레스가 우리에게 명령하신 대로 우리가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를 위하여 홀로 건축하리라 하였더니, 이로부터 그 땅 백성이 유다 백성의 손을 약하게 하여 그 건축을 방해하되” (에스라 4:1-4)
북이스라엘의 멸망 이후 앗수르에 의해 이스라엘 사람들은 대부분 강제로 옮겨지고, 수도였던 사마리아에는 다른 데서 이주해 온 이방인들이 주로 살고 있었습니다.
조금 남아 있던 이스라엘 사람들도 이주 온 외국인들과의 결혼을 통해 인종적으로 또 종교적으로 섞여 버렸습니다.
그뿐 아니라, 나라가 망하는 우상숭배를 버리지 못하여, 하나님을 믿으면서도 동시에 우상숭배를 행하는 혼합 종교가 되었습니다.
둘째 : 하나님은 참신이다.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참 신이시라 너희 중에 그의 백성 된 자는 다 유다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서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의 성전을 건축하라 그는 예루살렘에 계신 하나님이시라”(3절)
고레스는 통합 제국의 왕이 되어 정책입안 과정에서 마음(히.루아흐)에 하나님의 감동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자기에게 큰 나라 바사를 주셨으니 유다 백성은 유다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여호와 하나님을 위해 성전을 건축하라는 조서를 내리게 됩니다.
그는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가 자기에게 나라를 주고 왕으로 세우고 예레미야 선지를 통해 유다 백성을 귀환시키려 한다는 것을 알고 귀환 조서를 내린 것입니다.
하나님은 예레미야 선지자를 통해 바벨론에 포로 잡혀 간 유다 백성이 70년이 차면 돌아오게 한다고 했습니다.
(렘29:10) "나 여호와가 이같이 말하노라 바벨론에서 칠십 년이 차면 내가 너희를 권고하고 나의 선한 말을 너희에게 실행하여 너희를 이 곳으로 돌아오게 하리라“
그리고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 고레스를 세워 돌아오게 한다고 했습니다.
(사44:28) "고레스에 대하여는 이르기를 그는 나의 목자라 나의 모든 기쁨을 성취하리라 하며 예루살렘에 대하여는 이르기를 중건되리라 하며 성전에 대하여는 이르기를 네 기초가 세움이 되리라 하는 자니라“
고레스왕은 이와 같은 예언들을 알고 하나님의 감동 가운데 하나님이 자기를 왕으로 세워 강국들을 정복하여 큰 제국을 이루게 한 것이 유다 백성을 귀환시키기 위함이라는 것을 안 것입니다.
그가 그런 예언들을 알게 된 것은 다니엘을 통해서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니엘은 하나님이 예레미야 선지자를 통해 말씀하신 내용들을 잘 알고 있었고 (단9:1-11), 바벨론왕들 뿐 아니라 바사왕 고레스의 막료로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6:28, 9:1-2).
하나님의 주권적인 섭리는 놀랍습니다. 유다 백성이 우상숭배로 하나님을 떠났을 때 징계하기 위해 바벨론을 이용했습니다.
하지만 바벨론왕 느부갓네살과 그의 군대는 하나님의 뜻을 알지 못한채 욕망대로 하나님의 성전을 모욕하고 유다 백성을 잔인하게 짓밟았습니다.
하나님은 그들에게 사로잡혀 간 유다 백성을 70년 동안 회개시키고 연단시켜 하나님의 백성답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다음 바벨론을 심판했습니다. 바사의 고레스왕을 이르켜 바벨론을 정복하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