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ast Of River, 한 마음 한 뜻으로
문득 잠을 깼다.
아직 주변이 캄캄하다.
머리맡 핸드폰을 켰다.
새벽 2시를 찍고 있었다.
또 문득 한 생각이 일었다.
살아있음이 감사했다.
근데 어제 마신 술의 취기가 아직 남아 있다.
잠시 뒤척여본다.
남아 있는 취기를 털기 위해서는 잠을 좀 더 자야 해서다.
아니었다.
잘까 하는 그 생각이 잠을 더 깨우고 있었다.
후딱 일어났다.
잠을 더 자려고 뒤척이는 시간이 아까워서였다.
그렇게 결정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딱 1분이었다.
시계를 들여다봐서 그 시간을 잰 것은 아니다.
대충 짐작이 그렇다는 거다.
그렇게 짐작한 것으로 ‘딱’이라고 과장 수식한 것은, 아주 짧은 시간에 내 생각을 정리했음을 강조하려 함이다.
‘문득 생각’에 ‘곧장 실행’이 내 지금 삶의 철학이다.
문득 일어난 생각이라고 해서 서툰 것 하나 없다.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른 내 삶의 경륜이, 내 생각의 세계를 이미 반듯하게 정돈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을 아무리 반듯하게 정돈해놓았다고 하더라고, 실행이 그 뒤를 따르지 않으면, 그 정돈된 생각은 결실이 없어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리므로, 나는 그 결실을 위해 곧장 실행으로 옮겨간다.
내 그렇게 2014년 10월 23일 목요일인 오늘 하루를 시작했다.
집을 나서서 서초동 우리 법무사사무소 ‘작은 행복’까지 이르는데 딱 2분 걸렸다.
여기서도 ‘딱’이라고 수식했다.
집과 사무실 사이의 거리가 아주 가까움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 가까움이 어느 날 우연히 행운처럼 내게 안겨진 것이 아니다.
42년 전으로 거슬러, 내가 국가공무원 9급 검찰서기보시보로 대검찰청 총무과에 초임발령을 받아 근무하면서부터, 내 마음 속에 품었던 생각의 이어진 그 결과다.
집과 사무실은 가까워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 두 곳을 오가는 과정에서의 시간 낭비가 아까워서였다.
그래서 세상물정이 어두운 그 초임 때에도, 방세가 싼 변두리로 나가지를 않고, 비록 화장실 옆에 붙어 있어 냄새나는 곳이기는 하지만, 대검찰청 청사에서 걸어서 오갈 수 있을 정도로 아주 가까운 곳인 북아현동 굴레방다리 부근에 2평짜리 자취방을 구했던 것이다.
12년 전으로 거슬러, 목동에서 서초동으로 이사를 하게 된 것도, 당시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공안과장 겸 총무과장직에 있다가 서울지방검찰청 특별수사 제 3부 수사 제 3과장으로 전보된 것이 그 요인이 됐다.
우선 서초동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서울지방검찰청 청사를 다니기가 편할 것을 생각했고, 그리고 언젠가 검찰을 떠나 법무사로서의 새 인생길에 접을 들 것인데, 그때 법무사로서의 입지도 미리 생각했던 것이다.
그나마 아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도, 그래서 우리 사무소가 그 악조건의 불경기 속에서도 개업 이후 6년 세월을 버텨올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때의 그 입지에 대한 생각과 결코 무관할 수 없다.
사무소에 들어서면서 맨 먼저 내 한 짓은 불을 켜는 것이었고, 그 다음으로 한 짓이 컴퓨터를 켜는 것이었다.
그렇게 컴퓨터를 켜서 또 맨 먼저 하는 짓이 밤사이에 내 Daum메일함에 꽂혀드는 메일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누군가 내게 보내주는 그 소식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등기신청사건이 무사히 접수처리 되었다고 등기소에서 보내준 메일을 포함해서 모두 60여 통의 메일이 수신되어 있었다.
그 중 딱 한 통이 내 시선에 특별히 잡혀 들었다.
‘한 마음 한 뜻으로’라는 그 제목 때문이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에서 지난밤 자정이 넘자마자 보내준 메일이었는데, 다음은 그 전문이다.
「‘일심일덕’(一心一德). ‘한마음 한뜻으로’를 뜻하는 말이다. ‘주역’에 이런 말이 있다. 두 사람이 마음을 합치면 그 날카로움은 쇠를 끊을 수도 있다. 마음을 같이한 말은 그 향기로움이 난초와 같다.」
김성곤의 ‘리더의 옥편’ 중에서 뽑아온 구절이라고 했다.
세세히 풀어볼 필요도 없었다.
쉽게 이해되는 구절이었고 그 담긴 뜻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메일의 제목에 내 특별히 시선이 간 것은, 바로 어제 밤에 있었던 한 어울림 때문이었다.
내 중학교 동기동창인 재룡이 친구가 긴급 번개모임을 제의해서, 오후 6시에 강동 굽은다리역 1번 출구 인근의 ‘할매 순대국’집에서 어울리게 된 ‘강동회’ 모임이었다.
창현이가 왔고, 영식이가 왔고, 정인이가 왔고, 재열이가 왔고, 상철이가 왔다.
나도 함께 했다.
번개모임 제의를 한 재룡이와 재열이만 그 가까운 곳에 살고 있을 뿐, 나머지는 다들 멀리서 왔고 바쁜 일생을 깨먹고 왔다.
창현이가 부천에서 온 것이 그랬고, 영식이가 안양에서 온 것이 그랬고, 정인이가 상계동에서 온 것이 그랬고, 상철이가 양평에서 온 것이 그랬고, 나는 등기신청서류를 들고 이곳저곳 은행과 등기소를 쫓아다니다가 함께 한 것이 그랬다.
다들 우정을 앞세워 그렇게 헌신적 발걸음을 했다.
말이 긴급 번개모임일 뿐, 그저 얼굴 한 번 보자고 모인 것이었다.
곁들여 오늘 10월의 마지막 날에 우리 고향땅 문경 점촌에서 있을, 우리 중학교 동기동창 친구들의 문경새재 걷기와 장기자랑 등, 우정 쌓기 행사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마음이 하나였고 뜻도 하나였다.
그런 한 마음 한 뜻으로 어울린 밤이 있었기에, 오늘의 그 메일 제목이 내 시선에 특별히 담겨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신 새벽, 이제 딱 1주일 남은 10월의 마지막 밤에 있을 우리들의 우정 쌓기가, 정말 뜨겁고 뜨겁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