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순간 이후의 일은 걱정하지 말라

“지금 이순간 이후의 일은 걱정하지 말라.” 아프냐. 곧 지나가리라. 힘드냐. 곧 지나가리라. 내일이면 반드시 아침이 밝아 오리니 어두울 땐 ‘가만히’ 새벽을 기다려라. [덧붙임] "워킹데드" 라는 미국 드라마, 미드가 있다. 얼마전까지 방영된 드라마인데 전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한국에서도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가상적인 내용으로 좀비가 세상을 뒤덮은 상황에서 생존하려는 사람들의 극한적인 삶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하루하루 목숨을 유지하려는 가운데 인간의 속성을 그대로 노출시키며, 서로간의 적대감과 인간애가 뒤엉키며 인간세계에서는 더 이상의 극한 상황이 도출될 수 없는 최악의 환경에서 나오는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가운데 드라마가 전개되고 있다. 더 이상의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도 목숨을 유지하기 위한 본능적인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드라마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다음의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궁리하거나 크게 걱정하지 하지 않고 순간순간 주어진 상황에 충실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인과(因果) 인연에 대해 수없이 설명했듯이, 인과 인연이란 전 우주 가운데 있는 모든 물질의 변화는 수억 수조의 개체들이 서로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엉키고 설키며 생겨나는 것들이기에, 어떤 일들이 어떻게 일어날지에 대해서 함부로 예측할 수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인과 인연들은 결과적으로 한치도 어김없이 나타나는 것이므로 마음에 안 든다고 불만 불평을 한들 스스로의 마음만 복잡해지고 괴로울 뿐이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하고 반드시 알아야 될 것은다음의 일을 지금 걱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걱정도 팔자라는 말이 있듯이, 걱정은 나 스스로 짓고 만들어서 걱정 자체가 습이 되고 업이 되어 굳이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에도 걱정이 늘어 붙어 늘 불편함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불행을 자초하고 있다. 다가오는 일의 모습은 인과 인연의 질서에 따라 이렇게도 나타나고 저렇게도 나타난다. 걱정이 붙는다고 하여 크게 달라질 일은 없다. 설사 걱정과 근심에 따라 원하는 것이 이루어진다 할지라도 일시적인 인연 현상에 불과할 뿐, 걱정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걱정 근심을 하지 않는 습(習)을 기르는 것이 인생을 평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요체가 될 것인데, 그러려면 우선 현재의 일에만 충실해야 한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격언이 있다. 현재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하늘의 뜻에 맡긴다는 의미다. 미리 걱정하지 않고 현재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되, 잘되고 못되고 에 대한 집착하는 마음을 내지 말아야 하고, 다음의 상황이 오면 또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되 미리 걱정하지 않는 습을 자꾸자꾸 길러 나가야 한다. 잘되고 못되고는 내 마음이 분별하여 결정하는 순전히 내 생각, 나의 고정관념(固定觀念)일 뿐이니, 달리 업(業)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든 분별로 생각하고 내가 스스로 만든 감정이 바로 업인 것이다. 어떻게 하겠다는 목표는 분명히 가지고 일을 진행해 나가되, 목표를 지향하는 가운데 벌어지는 일들에 집착하거나 미련을 갖지 않는 습관을 철저히 길러야 한다. 매 순간을 내가 또 걱정하는구나, 내가 또 집착하고 미련을 갖는구나 하고 순간순간 자각하며, 모든 것을 인과 인연에 맡기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화두를 놓지 않는 화두일념(話頭一念)인 것이다. 다음 일은 모두 부처님 인연에 맡기고, 오늘도 주어진 일에만 최선을 다하는 날이 되기를.. - 진우스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