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이 쏟아져 나오는 줄기가 곧 '노다지'다. 거기서 출발하여 어떤 이익이 약속되어 있는 일 또한 '노다지'라 불리게 되었다.
스페인 어의 'bonanza(보낸저)' 같은 것인데, 그들의 '보낸저'는 '행운' 또는 '번영'같은 뜻이었던 것이, 미국말로 들어오면서 '노다지'를 뜻하게 되어, 이를테면 북서부에 있는 주인 '몬태나'의 별칭이 '노다지(Bonanza)' 주 혹은 '보고(Treasure)'주로 되는 것이며, 그 주가 갖는 모토 또한 스페인 어로 '오로 이 플라타'(Oro y plata:금과 은)로 되어, 이 주에 금은광이 많음을 시사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건 '엘 도라도'(El Dorado: 스페인어로 황금을 뒤집어쓴 나라)라 불리는 캘리포니아 주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그 자리가 노다지라니까. 하여간 그 자리에 들어 앉더니, 1 년이 못 되어 집 장만하고 그러고도 가장 집물이 번드레해지더군 그래."
어떤 직책, 좋은 자리도 '노다지'라 이르게 되어 버린 세상이지만, 노다지도 역시 캐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던 듯, 요즈음엔 그것이 특히 공무원일 경우 숙정이란 이름의 거센 회오리바람이 불어 폐광계를 내야만 하게 되어 버렸다. 그 '노다지'가 나중에는 어찌씨(부사)로 쓰이기에 이르렀다.
"그 친구, 일이나 제대로 하는 줄 알아? 노다지 쏘다니는게 일과라니까 글쎄"
노다지 캐려는 사람이, 다른 데 정신은 없고 한 군데만 신경을 쓴 데서 온 말일까, 어쨌든 이 '노다지'는 '늘' 혹은 '언제나'와 같은 뜻으로 쓰이게 된 것이었다.
구한말, 한국을 다녀간 한 외국인 루벤초프가 그의 탐험기 속에서, "이 나라는 금이 노출되어도 캐지 않는 나라이며, 특히 북방 연해는 금의 고지였다."라고 씀으로써, '은자의 나라(Nation of Hermit)'는 '황금의 나라(Nation of Gold)'로 이미지를 바꾸기 시작했다.
외국 여러 나라들이 눈독을 들였던 한국의 산야에 깔린 광맥, 황실이 팔아넘긴 광맥은 외국 사람에 의해 개발되고, 그래서 한국의 금덩이는 외국으로 흘러나가게 되었던 것이다.
이를테면, 수안 금광은 일본 사람 야마구치(산구)에게, 야마구치는 다시 영국 공사에게, 그것은 다시 영, 미, 일 합자 회사로 넘어갔으며, 당고개의 금광은 독일 사람 발터에게, 직산 금광은 일본 사람 시부자와(삽택천야)에게, 갑산 동광은 청나라 사람인 강진황에게 황실이 팔아넘긴 것이다. 그리고 그 외국으로 흘러나가는 상자에 쓰인 글씨가 'NO TOUCH(노 터치)'라는 것이었다. 조금씩 유식한 말로 번역해
본다면, '촉수 엄금'같은 것이었다고나 할까. 시쳇말로 '현금에 손대지 말라'였다.
이 '노 터치'가 우리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옮아가는 사이 와전되어, 드디어는 지금의 '노다지'로 되었던 것이라고 생각되어지고 있는 것이 '노다지'라는 말밑(어원)에 대한 통설로 되어 있다. 그러니까, 이 말을 그대로 해석한다면, 조선 왕조 말기 우리 사회의 무지에 찬 비화가 얽혀 있다는 것으로도 된다.
노다지 노다지 금노다지
노다지 파려거든
요 내 배알에서나 팔 것이지
노다지 노다지 금노다지
문전옥답 처넣더니
요 내 배알까지 처넣는구나
전라도 '노다지 타령'에서 '노다지'에 빗댄, 조금쯤 외설스런 타령이지만, 그러나 노다지 캔다고 날뛰다가 패가 망신하여 아내까지도 팔아넘겨야 했던 그 당시 사회상이 그대로 묘사되어 있기도 하다.
타령 중 '배알'은 배 아래란 뜻이다.
'노 터치' 하면, 어째 폭발물의 포장지에나 알맞을 듯싶어지는 말이다. 그만큼 노다지는 그 말의 출발부터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다고 할 일이어서, 우리 주변의 이른바 '노다지 자리'가 노다지 좋은 것만도 아니었다는 것이 실증되기도 한 관기숙정이었다고나 해야 할 것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