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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From Plane to Plane
Neither of them was better than the other.
They both were hired. And though Pike had the advantage
Of having hoed and mowed for fifty years,
Dick had of being fresh and full of college.
So if they fought about equality
It was on an equality they fought.
‘Your trouble is not sticking to the subject,’
Pike said with temper. And Dick longed to say,
‘Your trouble is bucolic lack of logic,’
But all he did say was, ‘What is the subject?’
bucolic : 목가적인
‘It’s whether these professions really work.
Now take the Doctor—’
They were giving corn
A final going over with the hoe
Before they turned from everything to hay.
The wavy upflung pennons of the corn
Were loose all round their legs—you couldn’t say
How many thousand of them in an acre.
Every time Dick or Pike looked up, the Doctor
With one foot on the dashboard of his buggy
Was still in sight like someone to depend on.
Nowhere but on the Bradford Interval
By the Connecticut could anyone
Have stayed in sight so long as an example.
wavy : 1.물결치는 2.굽이치는 3.파상의
fling : 1. 갑자기 쑥 내뻗다 2. (재귀 용법) (몸을) 급히 움직이다 3. 저버리다
pennon : 1.창기 2.긴 삼각기 3.기
buggy : 자동차
‘Taking his own sweet time as if to show
He don’t mind having lost a case,’ Pike said,
And when he caught Dick looking once too often,
‘Hoeing’s too much like work for Dick,’ he added.
‘Dick wishes he could swap jobs with the Doctor.
Let’s holler and ask him if he won’t prescribe
For all humanity a complete rest
From all this wagery. But what’s the use
Of asking any sympathy of him?
That class of people don’t know what work is—
More than they know what courage is that claim
The moral kind’s as brave as facing bullets.’
wagery :
Dick told him to be fairer to the Doctor:
‘He looks to me like going home successful,
Full of success, with that foot on the dashboard,
As a small self-conferred reward of virtue
I get you when you hoe out to the river,
Then pick your hoe up, maybe shoulder it,
And take your walk of recreation back
To curry favor with the dirt some more.
Isn’t it pretty much the same idea?
You said yourself you weren’t avoiding work.
You’d bet you got more work done in a day,
Or at least in a lifetime, by that method.’
curry favor : 비위를 맞추다, 알랑거리다
‘I wouldn’t hoe both ways for anybody!’
‘And right you are. You do the way we do
In reading, don’t you, Bill?—at every line end
Pick up our eyes and carry them back idle
Across the page to where we started from.
The other way of reading back and forth,
Known as boustrophedon, was found too awkward.’
boustrophedon : 좌우 교대 서식
Pike grunted rather grimly with misgiving
At being thus expounded to himself
And made of by a boy; then having reached
The river bank, quit work defiantly,
As if he didn’t care who understood him,
And started his march back again discoursing.
‘A man has got to keep his extrication.
The important thing is not to get bogged down
In what he has to do to earn a living.
What’s more, I hate to keep afflicting weeds.
I like to give my enemies a truce.’
expound : 소상하게 설명하다
extrication : 해방
afflict : 1.괴롭히다 2.가하다 3.지게 하다
truce : 휴전, 방지
‘Be careful how you use your influence.
If I decided to become a doctor,
You’d be to blame for furnishing the reasons’
‘I thought you meant to be an Indian Chief—
You said the second coming of Tecumseh.
Remember how you envied General Sherman
William Tecumseh Sherman. Why Tecumseh?
(He tried to imitate Dick’s tone of voice.)
You wished your middle name had been Tecumseh.’
‘I think I’ll change my mind.’
‘You’re saying that
To bother me by siding with the Doctor.
You’ve got no social conscience as they say,
Or you’d feel differently about the classes.
You can’t claim you’re a social visionary.’
‘I’m saying it to argue his idea’s
The same as your idea, only more so.
And I suspect it may be more and more so
The further up the scale of work you go.
You could do worse than boost me up to see.’
‘It isn’t just the same, and some day, schoolboy,
I’ll show you why it isn’t—not today
Today I want to talk about the sun.
May as expected was a disappointment,
And June was not much better, cold and rainy.
The sun then had his longest day in heaven,
But no one from the feeling would have guessed
His presence was particularly there
He only stayed to set the summer on fire,
Then fled for fear of getting stuck in lava
In case the rocks should melt and run again.
Everyone has to keep his extrication.’
lava : 용암
‘That’s what the Doctor’s doing, keeping his.
That’s what I have to do in school, keep mine
From knowing more than I know how to think With.
You see it in yourself and in the sun,
Yet you refuse to see it in the Doctor.’
‘All right, let’s harmonize about the Doctor.
He may be some good in a manner of speaking.
I own he does look busy when the sun
Is in the sign of Sickness in the winter
And everybody’s being sick for Christmas.
Then’s when his Morgan lights out throwing snowballs
Behind her at the dashboard of his pung.’
pung : 1.말 한 마리가 끄는 썰매 2.상자형 썰매
‘But Cygnus isn’t in the Zodiac,’
Dick longed to say, but wasn’t sure enough
Of his astronomy. (He’d have to take
A half course in it next year.) And besides,
Why give the controversy a relapse?
Cygnus : 백조자리
Zodiac : 황도대
relapse : 재발
They were both bent on scuffling up
Alluvium so pure that when a blade
To their surprise rang once on stone all day
Each tried to be the first at getting in
A superstitious cry for farmers’ luck—
A rivalry that made them both feel kinder.
scuffling : 1.허둥지둥 뛰어다니는 2.살금살금하는 3.부스럭거리는 소리
And so to let Pike seem to have the palm
With grace and not too formal a surrender
Dick said, ‘You’ve been a lesson in work wisdom
To work with, Bill. But you won’t have my thanks.
I like to think the sun’s like you in that—
Since you bring up the subject of the sun.
This would be my interpretation of him.
He bestows summer on us and escapes
Before our realizing what we have
To thank him for. He doesn’t want our thanks.
He likes to turn his back on gratitude
And avoid being worshiped as a god
Our worship was a thing he had too much of
In the old days in Persia and Peru.
Shall I go on or have I said enough—
To convey my respect for your position?’
‘I guess so,’ Pike said, innocent of Milton.
‘That’s where I reckon Santa Claus comes in—
To be our parents’ pseudonymity
In Christmas giving, so they can escape
The thanks and let him catch it as a scapegoat.
And even he, you’ll notice, dodges off
pseudonymity : 익명
Up chimney to avoid the worst of it.
We all know his address, Mount Hecla, Iceland.
So anyone can write to him who has to,
Though they do say he doesn’t open letters.
A Santa Claus was needed. And there is one.’
‘So I have heard and do in part believe it,’
Dick said to old Pike, innocent of Shakespe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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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에서 계층으로
두 사람 누구도 상대편보다 낫지 않았다.
두 사람 다 고용인이었다. 파이크는 50년 동안
괭이질을 하고 풀을 벤 이점이 있었지만,
딕은 면학하는 참신한 대학생의 이점이 있었다.
그러니 그들이 평등 문제로 싸웠다면
그들은 대등한 입장에서 싸웠다.
“너의 문제점은 주제에 충실하지 않는다는 거야.”
파이크는 언짢게 말했다. 그리고 딕은 “아저씨의 문제점은
논리의 목가적인 결핍입니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고작 이렇게 말했다, “지금 주제가 무엇이죠?”
“그건 이들 전문직 종사자들이 진짜로 일을 하느냐는 거지.
자, 저 의사(醫師)를 예로 들면―”
그들은 만사 제치고
건초 일을 하기 전에 괭이를 사용하여
마지막으로 옥수수 밭을 고르고 있었다.
위로 던져진 옥수수 겉껍질들이 물결치며
그들의 다리 주변에 널브러졌다―1에이커에
얼마나 많이 널브러졌는지 헤아릴 수 없었다.
딕이나 파이크가 고개를 들 때마다, 마차의
대시보드에 한 발을 올려놓은 의사가
안성맞춤의 인물처럼 떡 버티고 있었다.
코네티컷 강가 브래드퍼드 저지대 초지에서
아무도 그렇게 오랫동안 하나의 전형으로
머물러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었다.
“―환자 하나 잃었지만 개의치 않는다는 듯
혼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잖아,”파이크가 말했다.
그리고 그는 딕이 자꾸 쳐다보는 것을 목격하고는,
“딕에게는 괭이질이 너무 힘든 노동일 꺼야,” 그는 덧붙였다.
“딕은 저 의사와 직업과 맞바꿀 수 있기를 소망하지 않는가.
우리 저 의사에게 이런 모든 삯일로부터의 완전한 해방을
모든 인류를 위해 처방(處方)해줄 것을 소리쳐 부탁해보세.
그러나 그에게 아무리 공감을 구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저 계층의 사람들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잖아―
총알받이를 불사할 만큼의 도덕적 용기를 요구하는
그들이 용기가 무엇인지도 모르지.”
딕은 의사를 더 공정하게 평가하자고 대꾸했다,
“저 의사는, 임무를 완수하고, 스스로 수여한
작은 덕행의 보상으로, 저렇게 대시보드에
발을 올려놓고, 성공적으로 귀가중인 듯해요.
아저씨는 강가까지 괭이로 고랑을 파고,
그다음 괭이를 집어 들고, 어쩌면 어깨에 메고,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가면서 기분전환하고,
흙과의 호의를 좀 더 다지지 않으십니까.
그것도 거의 똑같은 개념 아닌가요?
일을 회피하는 게 아니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런 방법으로, 하루 또는 적어도 한 평생,
더 많은 일을 한다고 장담하셨잖아요.”
“누가 뭐래도 왕복으로 괭이질은 안 할 거다!”
“알았습니다. 아저씨는 우리가 책 읽을 때
쓰는 방법으로 괭이질을 하십니다, 그렇죠?―
우리는 모든 행(行)의 끝에서 눈을 들고 다시
그 면(面)을 가로질러 출발점으로 되돌아갑니다.
좌우로 왕복하는 독서법, 소위 좌우교대서식은
아주 어색하다는 것이 밝혀졌거든요.”
파이크는 소년이 그의 뜻을 이해하고 해설까지
곁들이는 것이 못마땅하여 심하게 끙끙거렸다.
그다음 강둑에 도착해서는 보라는 듯 일을 중단했다.
마치 누가 그를 이해했는지는 개의치 않는 듯했다.
그리고 되돌아가는 행진을 시작하면서 다시 설교했다.
“사람은 그의 자주성을 지켜야 하는 거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건
수렁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한 거야.
더욱이, 난 잡초들을 계속 괴롭히는 게 싫어.
나의 적들에게 휴전을 제공하기를 좋아하지.”
“아저씨의 영향력을 신중하게 발휘하세요.
만약 제가 의사가 되기로 작정한다면,
그 동기를 제공한 책임을 지셔야 합니다.”
“난 네가 인디언 추장이 되고자 한다고 생각했다―
네가 티컴세의 재림(再臨)을 말했기 때문이야.
네가 셔먼 장군을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생각해봐라.
윌리엄 티컴세 셔먼 말이다. 왜 티컴세지?”
(그는 딕의 어조를 모방하려고 노력했다.)
“너는 네 중간 이름이 티컴세이기를 소망했다.”
“제 마음을 바꿀 생각입니다.”
“너는 저 의사 편을 들어서
나를 괴롭히려고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너는, 이른바, 사회적 양심이 없거나,
사회 계급에 대해 다르게 느끼는 모양이다.
네가 사회적 비전의 소유자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저 의사의 생각이 아저씨의 것과 같으며,
더욱 그럴 뿐이라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일의 층계를 높이 오르면 오를수록
점점 더 그럴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아저씨가 제 눈높이를 올려줘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그게 똑같은 게 아니라니까, 학생, 어느 날,
똑같지 않은 이유를 보여줄 테야―오늘 말고.
오늘은 태양에 대해서 말하고 싶구나.
5월은 예상대로 실망이었다.
6월도 별로 나아지지 않아서, 쌀쌀하고 비가 많이 내렸다.
그다음 태양은 하늘에서 가장 긴 날을 보냈지만,
그 느낌에서 태양이 특별히 그곳에 존재한다고
추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거야.
태양은 여름에 불을 지르려고 머물렀을 뿐이고,
만약 바위들이 녹아서 다시 흘러내리면
용암의 수렁에 빠질까봐 달아난 거야.
누구나 자신의 자주성을 지켜야 하는 거야.”
“저것이 바로 의사가 자주성을 지키는 모습이에요.
저것이 제가 학교에서 해야 하는 것, 현재 알고 있는
사고방식으로 제 자주성을 지켜야 하는 모습이에요.
아저씨는 아저씨 자신과 태양에서 그런 모습을 보지만,
그 모습을 저 의사에서 보기를 거부하시는 거예요.”
“알았네, 의사에 대한 의견을 조정해보자.
그는 아마도 상당히 훌륭한 분이야, 어떤 의미에서는.
겨울에 태양이 질병(Sickness)별자리에 있어서
모든 사람이 크리스마스를 학수고대할 때면
그가 분주해 보인다는 것은 나도 인정하네.
그다음은 그의 모르건이 마차 대시보드에
눈뭉치를 내동댕이치며 내닫는 때가 되거든.”
“하지만 황도대에 시그너스(Cygnus)는 없어요.”
딕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으나, 자신의 천문학에
확신이 없었다. (그는 내년에 천문학 코스를
한 학기 수강해야 되겠다.) 그리고 또,
논쟁을 재연(再演)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들 둘이 아주 고운 충적토(沖積土) 고르기에
열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놀랍게도 괭이 날이
하루에 한 번 돌에 부딪히는 소리가 날 때면,
서로 앞 다퉈 신령님께 농부의 행운을 빌었다―
그들 두 사람을 더욱 다정하게 만든 경쟁이었다.
그리고 파이크가 너무 형식적인 항복이 아니라
우아하게 승리를 얻는 것처럼 하려고, 딕은 말했다,
“빌, 아저씨는 함께 일하는 일의 지혜에서
교훈이 되셨어요. 하지만 제 감사는 사양하실 거예요.
저는 그 점에서 태양이 아저씨 같다고 생각하고 싶어요―
아저씨가 태양의 주제를 제기하시니 말이에요.
태양에 대한 제 해석을 말씀드리자면 이래요.
태양은 우리에게 여름을 주고, 우리가 무엇을 감사할지
깨닫기도 전에 피합니다. 우리의 감사를 원치 않습니다.
그는 감사에 등을 돌리고 신으로 숭배 받기를 피합니다.
고대 페르시아와 페루에서는
태양이 우리의 숭배를 엄청나게 받았지요.
아저씨의 위치에 대한 저의 존경심을 전하기 위해서
계속 말씀드릴까요, 아니면 충분히 말씀드렸나요?”
“충분한 것 같구나,”파이크는, 밀턴을 모르고, 말했다.
“내 생각에, 바로 그런 면에서 산타크로스가 떠오르는구나―
부모들이 익명의 산타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게 하여,
감사를 피할 수도 있고, 산타가 희생양으로 벌을 받게 하기도 하거든.
그리고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보다시피,
산타마저도 교묘히 굴뚝을 타고 피하거든.
우리 모두 그의 주소, 아이슬란드의 마운트 헤크라를 알지,
그래서 그에게 편지를 쓸 사람은 누구나 쓸 수 있지.
사람들은 그가 편지를 뜯어보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산타크로스가 필요했고. 그래서 산타가 있는 것이지.”
“저도 그렇게 들었고 어느 정도 믿고 있습니다,”
딕은, 셰익스피어를 모르는 늙은 파이크에게 말했다.
-신재실 옮김-
단상(斷想): 어느 농장에서 노회(老獪)한 노동자와 젊고 영리한 대학생이 함께 일한다. 이 시의 타이틀은 사회적 계층을 달리하는 이들 두 사람의 교육 수준의 차이는 물론 노동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함의한다. 일(work)과 자주성(independence)의 주제를 놓고 설전을 벌인다. 이들이 토론을 통해 서로 다른 계층 간의 이해와 상생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
노회한 파이크는 50년 동안 괭이질을 하고 풀을 벤 이점(利點)이 있지만, 젊고 참신한 딕은 면학하는 참신한 대학생의 이점이 있다. 장점을 하나씩 나눠 가졌으니 이들은 일단 대등한 입장에서 토론에 임한다고 볼 수 있다. 노동자 파이크는 자신과 같은 고용인은 생계를 위해서 땀 흘려 일하며 실패의 책임까지 지는데, 대학생이 지향하는 소위 전문직 종사자들은 어떠한가? 때마침, 동네 의사가 그들이 일하는 들판을 지나간다. 그는 마차의 대시보드에 발을 올려놓고, 보라는 듯이 느긋한 행보를 보인다.
파이크는 “환자 하나 잃었지만 개의치 않는다는 듯/ 혼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잖아,”라며 의사에 비판적이다. 그는 “괭이질이 너무 힘든 노동”이니까 지금 그와 함께 일하는 대학생 딕도 결국은 저런 “의사와 직업과 맞바꿀 수 있기를 소망”하고 있다며 딕까지 싸잡아 비판한다. 그는 화이트칼라들은 본질적으로 일을 하기 싫어서 전문직에 종사하는 것이며, 그런 “계층의 사람들은 일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주장한다. 그는 나아가서 그런 자들은 “총알받이를 불사할 만큼의 도덕적 용기를 요구”하면서도 “용기가 무엇인지도 모른다,"고 통렬히 비판한다.
딕은 이런 파이크에게 “의사를 더 공정하게 평가하자”며, 그 의사는 “환자 하나 잃었지만 개의치 않고,” 귀가하는 것이 아니라, 급한 환자를 방문 치료하고 성공적인 귀가를 하는 것이며, 마차의 대시보드에 발을 올려놓고 느긋한 행보를 하는 것은 “스스로 수여한 작은 덕행의 보상”일 뿐이고 결코 일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는 반론을 제기한다.
딕은 의사와 파이크 간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한다. 파이크가 옥수수 밭 한쪽에서 강가까지 고랑을 판 다음에 괭이를 어깨에 메고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면서 기분 전환하는 것이나, 학생이 좌우로 왕복하며 쉴 새 없이 책을 읽지 않고, 출발점인 왼쪽으로 되돌아가면서 잠시 눈을 쉬는 것이나. 왕진을 마친 의사가 귀가하면서 느긋한 행보를 보이는 것이나, 본질적으로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파이크는 “소년이 그의 뜻을 이해하고 해설까지/ 곁들이는 것이 못마땅하여 심하게 끙끙거렸다.” 소년 딕의 언어와 태도는 파이크가 보기에 분명히 건방지다. 사회적 경험이 풍부한 연장자로서 토론을 주도하고 싶은 판국에 애송이에게 밀린다는 것은 견디기 어렵다. 강둑에 다다른 다음 괭이를 메고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행진을 시작하면서 파이크는 다시 설교한다. “사람은 그의 자주성을 지켜야 하는 거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건/ 수렁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한 거야./ 더욱이, 난 잡초들을 계속 괴롭히는 게 싫어./ 나의 적들에게 휴전을 제공하기를 좋아하지.”
딕은 파이크가 그에게도 휴전을 제의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러기에 그는 “만약 제가 의사가 되기로 작정한다면,/ 그 동기를 제공한 책임을 지셔야 합니다,”라며 파이크의 충고와 영향력을 존중하겠다는 태도를 넌지시 보인다. 이에 파이크는 딕이 남북전쟁 당시 북군에서 활약한 윌리엄 티컴세 셔먼 장군을 부러워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그와 같은 인물이 될 것을 은근히 권유한다. 장군의 중간 이름은 본래 백인의 침략에 대항하여 원주민 연합을 창립하려고 했던 인디언 추장의 이름이다. 말하자면, “티컴세”란 이름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지배자와 피지배자라는 사회 계층을 타파하고 통합하려는 노력을 상징한다. 그러나 딕은 “제 마음을 바꿀 생각입니다,”라며 파이크의 권유를 한마디로 거절한다. 의사―전문직 종사자―란 직업은 곧 놀고먹는 것―일(work)의 부재(不在)―라는 파이크의 편견에 애초부터 동의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에 파이크는 딕이 “사회적 양심이 없거나,” 결코 “사회적 비전의 소유자”가 될 수 없다며 발끈한다. 파이크는 자신의 견해가 더 민주적이며 더 농익은 것이라고 믿지만, 딕은 일에 대한 의사의 사상과 파이크의 그것은 다른 것이 없으며, “일의 층계를 높이 오르면 오를수록,” 더욱 똑같을 것이라며, 파이크의 생각을 간단히 따돌린다. 이에 파이크는 “그게 똑같은 게 아니라며,” 어느 날, 똑같지 않은 이유를 보여줄 것이라고 벼른다.
그러고 나서 파이크는 갑자기 태양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돌린다. 자연에 의존하는 그 나름의 비유로 자신의 생각을 이해시키려는 것이다. 묵묵히 일하는 태양에 빗대서 누구나 자신의 임무에 충실함으로써 “자주성”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딕은 파이크의 주장에 동조하면서 넌지시 절충과 화해를 시도한다. “아저씨는 아저씨 자신과 태양에서 그런 모습을 보지만,/ 그 모습을 저 의사에서 보기를 거부하시는 거예요.”
파이크와 소년은 사회적 계층이 다르다. 한 쪽은 50년 동안 괭이질한 노동자이고 다른 한 쪽은 참신한 대학생이다. 따라서 논쟁 과정에서도 서로 다르게 접근한다. 예컨대, 파이크는 겨울에는 태양이 “질병(Sickness)” 별자리에 있기 때문에 의사가 바쁜 계절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대학생은 “질병”이란 별자리는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Sickness"와 발음이 비슷한 “Cygnus”로 알아듣고 어리둥절하다. 시그너스는 질병과 무관한 별로 알고 있지만, 확실하지도 않기 때문에 내색하지 않고, 전략적으로 파이크를 치켜세운다. “빌, 아저씨는 함께 일하는 일의 지혜에서/ 교훈이 되셨어요. 하지만 제 감사는 사양하실 거예요./ 저는 그 점에서 태양이 아저씨 같다고 생각하고 싶어요―”
결국 두 사람은 어떤 합의에 다다르지만, 그들 간에 존재하는 사회적 계층의 차이는 여전하다. 그 차이는 바로 학교 교육과 현장 교육의 차이다. 파이크는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태양과 산타크로스를 비유로 사용하는 반면, 딕은 학교에서 배우는 밀턴과 셰익스피어를 인유로 사용한다. “그[태양]는 감사에 등을 돌리고 신으로 숭배 받기를 피합니다./ 고대 페르시아와 페루에서는/ 태양이 우리의 숭배를 엄청나게 받았지요,”라는 딕의 말은 밀턴이 그의『실락원』에서 태양을 신보다 약간 하위에 위치시킨 것을 인유한 것이다. 이를 알 턱이 없는 파이크는 어쨌든 칭찬으로 알아듣고, 이번에는 “희생양”의 비유로 산타크로스를 끌어들인다. 이에 딕은 셰익스피어릉 인용하여 맞장구를 친다. “저도 그렇게 들었고 어느 정도 믿고 있습니다,” 파이크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나오는 한 구절이라는 사실은 까맣게 모르고, 막연히 찬동의 뜻으로만 받아들인다.
딕은 자신의 정식 교육과 지식이 파이크의 그것보다 우월하다고 믿을 것이고, 파이크는 파이크대로 자신의 50년 근면과 경험이 딕의 그것보다 우월하다고 믿을 것이다. 외견상 어떤 합의에 이른 것 같은 토론에서 그들이 어떤 지혜에 이르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들 사이의 평행선은 여전하지 않을까? 어느 쪽이 우월할까? 아리송하다. 그들은 “괭이 날이/ 하루에 한 번 돌에 부딪히는 소리가 날 때면,/ 서로 앞 다퉈 신령님께 농부의 행운을 빌었다.” 인간은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다. 누구나 미신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들, 아니, 우리 모두에게 행운이 함께 하기를 빌 뿐이다.
-신재실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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