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659
천자문247
동봉
0897당나귀 려驢Donkey
0898노새 라騾Mule
0899송아지 독犢Calf
0900특별 특特Special
뤼루어뚜터驴骡犊特luluodute
-나귀노새 송아지와 황소어미소-
(놀라뛰고 솟구치고 노닐게하라)
0897당나귀 려驢Donkey
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가 물어왔습니다
"당나귀와 소는 어떻게 달라요?"
내가 대답했지요
"당나귀는 뿔이 없고 소는 뿔이 있고 아닐까?"
"그게 아니고요. 한자에서요."
"한자에서? 한자 공부 좀 했니?"
어린이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습니다
"네, 스님. 저 한자 많이 알아요!"
"어! 그래 장하구나!"
"한자만이 아니라 우리말도 다른데!"
"우리말로는 그런데 한자는 다르잖아요"
"우리말로는 어떻게 다르지?"
"당나귀는 3글자고 소는 1글자니까요"
"그렇군! 아주 간단한 논리였네
그런데 어쩌지?
나귀 노새는 2글자고 송아지는 3글자인데?"
"아하! 글자 수로는 얘기가 안 되겠네요!"
내가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말하자면 그렇지, 그런데 네 말도 맞아
그리고 그처럼 한자도 아주 단순하단다"
"어떻게 단순한데요?"
"너 말 마馬 자와 소 우牛 자 아니?"
어린이가 자신있어 하며 대답했습니다
"네, 스님. 알아요. 아주 잘 알아요."
"그럼 부수도 알고 있겠구나?"
"네, 스님. 배웠어요."
내가 엄지를 치켜들었습니다
어린이가 씨익 웃었습니다
"말마변馬이면 당나귀고 소우변牜이변 소지."
"당나귀는 당나귀변이 있어야 하지 않나요?"
"듣고 보니까 그렇네."
내가 설명을 붙였습니다
"사람 그러면 흑인이든 백인이든 다 사람이지?"
"네, 스님"
"어르신이나 어린이나 다 사람이지?"
"네, 스님 맞아요. 다 사람이예요."
이미 어린이는 이해하는 듯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스님, 당나귀는 말에 속하네요"
내가 기분 좋게 대답했습니다
"빙고Bingo! 맞았어"
"말에서 갈라져 나온 말의 족속族屬이지요?"
"정확하게 맞추었어. 와! 너 대단하구나!"
"그러니까 말도 말마변馬이고
당나귀도 말마변馬이고요 스님?"
내 답이 떨어지기 전에 이미 인터넷을 뒤적여
내게 당나귀의 생물 분류를 보여주었습니다
참 야무진 어린이였습니다
생물 분류에는 이렇게 나와 있었습니다
계 : 동물계
문 : 척삭동물문
강 : 포유강
목 : 말목
과 : 말과
속 : 말속
종 : 아프리카 야생당나귀
아종 : 당나귀
학명 : Equus africanus asinus Linnaeus,1758
오늘 글자는 생물학적으로 2가지입니다
말속에 속하는 당나귀와 노새
소속 소종에 속하는 송아지와 큰 소입니다
당나귀 려驢 자는 꼴소리 문자며
말마변馬에 획수는 총 26획입니다
말의 뜻을 나타내는 말마馬 부와
소릿값 성씨노盧가 합하여 이루어졌습니다
당나귀 려驢와 관련된 한자로는
馿 : 당나귀 려와 통하는 자
驴 : 당나귀 려의 간체자
䮫 : 큰 노새 루/당나귀 려
㰳 : 당나귀 울 아
㰻 : 당나귀 울 이/당나귀 울 의 자가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에서 개발한 차량 가운데
나름대로 성공한 차종이 2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현대 포니Hyundai Pony이고
둘째는 현대 에쿠스Equus입니다
포니Pony는 1975년부터 1990년까지
후륜구동 자동차로 전국에 이름을 날렸지요
이에 비해 에쿠스는 1999년부터 2015년까지
17년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물론이려니와
전세계를 누빈 최고급 세단 리무진입니다
포니가 조랑말Equus caballus이라면
에쿠스는 천마天馬Pegasus며
개선장군凱旋將軍의 뜻이며
또한 당나귀의 뜻입니다
에쿠스 후속 차량이 제네시스 EQ900이지요
1970년대 중반부터 1990대까지는
현대에서 낳은 조랑말이 거리를 휩쓸었고
1990년대 말부터 작년 말까지는
당나귀가 세계 거리를 휩쓸고 다닙니다
당나귀는 당唐나라 나귀로서
우리나라 나귀가 아닌 해외 수입종입니다
지금은 나귀와 당나귀를 혼용해 부르지요
당나귀Equus asinus는 말속屬 동물입니다
키는 1m이고 몸무게는 100kg 정도입니다
말과 비슷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당나귀는 자연 교배가 아닌
선택 교배를 통해 퍼져나가면서
크기와 빛깔과 털의 길이가 다양해졌습니다
마치 애완견이 사람의 손에 의해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어 가듯
당나귀도 그렇게 선택 교배로 퍼져나갔지요
같은 속의 말보다 성장이 빠른 까닭에
48개월이 걸리는 말에 비해
42개월이면 모든 발육이 끝납니다
임신기간은 사람보다 약 100일정도가 길고
말보다 1달이 길어 평균 365일이 걸립니다
사람은 열 달이라 해도 265일을 잡습니다
사람보다 말이 60일 정도 긴 까닭에
말은 325일 정도이고 당나귀는 365일입니다
수컷은 생식력이 왕성합니다
사람과 달리 종부種付 기간이 5~6개월인데
적어도 쌍붙임, 곧 종부 기간 중에는
매일 8~10회 짝짓기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말에 비해 덩치가 작지만 체질은 강하며
비록 거친 먹이라 하더라도 잘 먹고
수분이 적고 척박한 곳에도 잘 적응합니다
당나귀 수컷과 암말을 교배하여
거기서 생겨난 것이 다음 글자인 노새이며
당나귀 암컷과 수말을 교배하여 나온 게
다름 아닌 버새인데 노새와 '새'자 돌림입니다
말과 당나귀가 교배가 가능하다는 것은
목目과 과科와 속屬이 모두 같기 때문입니다
가령 소와 말은 같은 척삭동물문門이고
같은 포유강綱이라 해도
소목 소과 소속 소종으로
목目에서부터 달라지기에 짝짓기가 안 되지요
설령 짝짓기는 가능할지 모르나
새 생명이 탄생될 수는 없습니다
불교 율장律藏에 수간獸姦이란 말이 있는데
사람이 다른 동물과 수간이 가능할 수는 있으나
거기서 어떤 생명이 태어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의 욕구에는 제한이 없는 까닭에
수간을 비롯해 별짓을 다 해보았겠지만
그러나 같은 목 같은 과 같은 속은 물론이고
같은 종이 아니라고 한다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동물 어떤 생명체도
짝짓기에 대한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며
가령 짝짓기를 하더라도 2세는 불가능합니다
내가 이런 얘길 하니까
어떤 젊은 거사님이 반론을 제기하더군요
"우리집에서는 말티즈maltese를 키우는데
이 녀석이 심심하면 사랑의 몸짓을 해댑니다
제 손등이고 무릎이고 가리지 않습니다
그걸 보면 이종교배도 가능할 것 같아요 큰스님."
나는 웃으면서 맞장구를 쳤습니다
"딴은 그렇기도 하겠는데요"
그렇기는 하지만 다른 한 쪽이 응하지 않습니다
말과 당나귀의 교배가 가능한 것은
그들이 같은 목이고 같은 과며 같은 속이고
결국에는 같은 종이기 때문입니다
옛사람들이 부수로 말 마馬 자를 붙이고
또는 소 우牛 자를 붙인 까닭이 뭐겠습니까
이미 동물에 대한 연구가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한자의 변만으로도 이해가 가능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가
부수部首를 보고 글자의 뜻을 이해하고
곧바로 인터넷에서 생물 분류를 찾아낸 것은
옛사람이나 오늘날 깨여있는 어린이나
사고의 구조가 같다는 것입니다
0898노새 라騾Mule
계 : 동물계
문 : 척삭동물문
강 : 포유강
목 : 말목
과 : 말과
속 : 말속
종 : 노새
학명 : Equus asinus × Equus caballus
노새 라騾는 꼴소리 문자며
말마馬 부에 총21획입니다
말의 뜻을 지니고 있는 말마馬와
소릿값 벌거벗을 나累가 만나 이루어졌습니다
노새는 암말과 수나귀 사이에 태어난
이른바 다문화가족입니다
노새 라騾와 관련된 한자로는
骡 : 노새 라의 간체자
驘 : 노새 라와 같은 자
䯁 : 노새 라와 같은 자
䮮 : 노새 맥
䮰 : 노새 적
䮫 : 큰 노새 루/누 자가 있습니다
노새 라騾 자와 관련된 글자를 보면
한결같이 왼쪽에 말馬가 붙어 있습니다
노새 라驘는 아래 가운데 마馬 자가 들어 있지요
이런 글자를 욀 때는 방법이 있습니다
'망구월마범亡口月馬凡'이라 외우면 됩니다
우선 우리 발음 '라'와 '영' 2글자만 보겠습니다
( ) 안의 글자는 또다른 부수에 해당하지요
1. 라
驘 : 망구월마범/노새 라
蠃 : 망구월훼범/나나니 나/소라 라
臝 : 망구월과범/벌거 벗을 라
䇔 : 망구월입범/약하게 서 있는 모습 라
䊨 : 망구월미범/쌓을 라
鸁 : 망구월조범/되강오리 라
䯁 : (마)망구월양범/노새 라
㱻 : (알)망구월양범/병들 라
䌴 : (사)망구월양범/고르지 않을 라
䌱 : (사)망구월입범/고르지 않을 라
2. 영
贏 : 망구월패범/남을 영
嬴 : 망구월여범/찰 영
灜 : (수)망구월패범/바다 영
瀛 : (수)망구월여범/바다 영
䕦 : (초)망구월여범/국화꽃 영
䑉 : (월)망구월여범/대변 영
攍 : (수)망구월여범/멜 영
䃷 : (석)망구월여범/익힐 영
㜲 : (여)망구월여범/찰 영
籝 : (죽)망구월여범/광주리 영
籯 : (죽)망구월패범/바구니 영
0899송아지 독犢Calf
계 : 동물계
문 : 척삭동물문
강 : 포유강
목 : 소목
과 : 소과
아과 : 소아과
족 : 소족
속 : 소속
종 : 소종
B. taurus
학명 Bos taurus Linnaeus, 1758
송아지 독犢 자는 꼴소리 문자며
소 우牛 부에 획수는 총19획입니다
소의 뜻을 나타내는 소 우牛 자와
소릿값 팔 매賣 자가 만나 이루어졌습니다
새끼 소, 곧 송아지를 가리는 말입니다
송이지 독犢 자와 관련된 한자로는
犊 : 송아지 독의 간체자
㸿 : 송아지 독과 같은 자
犝 : 송아지 동
㸸 : 송아지 후 자 등이 있습니다
아기童 소牜이기 때문에 송아지 동犝이고
큰소牛에 비해 뒤后에 태었났기에
이를 송아지 후㸸라 이름한 것입니다
0900특별 특特Special
특별할 특/수컷 특特 자는 뜻모음 문자며
소우牛 부에 획수로는 총10획입니다
옛날 관청寺에서 중대한 일을 결정할 때
보통보다 크고 힘센 소牛를 제단에 바쳤는데
바로 그런 특별한 소라는 데서
'특별하다'라는 말을 붙이게 된 것입니다
1. 특별하다, 뛰어나다, 달리하다
2. 수컷, 수소, 수말
3. 짐승, 한 마리의 희생
4. 뛰어난 사람
5. 짝, 배필
6. 말발굽 소리
7. 특히, 특별히
8. 일일이, 하나하나, 홀로, 하나
특별할 특特 자와 관련된 한자로는
犆 : 홀로 특/가선 직
牡 : 수컷 모
犃 : 수컷 부
牛 : 소 우
哞 : 소 우는 소리 모
牟 : 소 우는 소리 모/보리 모/어두울 무
㸵 : 소 우는 소리 귀 자 등이 있습니다
위에서 보듯 소와 말은
생물 분류상 포유강까지는 같고
목目에서부터 말목과 소목으로 갈립니다
그러고 보면 전혀 다른 동물인 셈이지요
송아지는 새끼소를 가리킵니다
강아지는 개의 어린 새끼이고
망아지는 말의 어린 새끼이지요
서양에서는 희생으로 양羊을 뽑았기에
희생양犧牲羊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희생犧牲이라는 보통명사는 동양적이지요
그러므로 '희생' 2자에 우牛 자가 들어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소가 희생이었다는 뜻일 것입니다
다만 이 보통명사를 빌려 서양에서의 희생이
양羊이었음을 고유명사로 표현한 것이지요
그러므로 황소를 의미하는
특별 특特자와 같은 홀로 특犆 자를 보면
소우변牜에 곧을 직直 자를 놓고 있습니다
절寺에서 소牛를 기르는 게 특별特하겠습니까
예전에는 절에서 소를 길렀습니다
농사를 지어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위의 한자 풀이에서 보듯이
관청寺에서는 소牛를 특별特히 취급했습니다
홀로 특犆 자에 들어있는 뜻이 재미있습니다
나라에서 희생우犧牲牛를 고를 때
얼마나 심사하고 또 심사했는가를 알겠습니다
심사위원이 한두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열명十의 눈目을 거친 소牛이어야 했습니다
희생우를 위해 특별한 소로 간택된다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참 안타깝습니다
청도 소싸움을 위해 뽑히는 소를 보며
동물학대도 이만저만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희생의 제물로 뽑히는 것을 특별이라니
비록 하나의 고유문화였다 하더라도
그냥 마음이 아프고 그렇습니다
비육우肥肉牛도 있는데 뭘 그러느냐고요?
듣고보니 그 말도 그렇기는 합니다
10/27/2016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