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해마다 3월이면 보문사 앞에 유채꽃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봄의 전령사가 된다. 노란 유채꽃밭은 언제봐도 즐겁다. | 前 주지 강설 스님이 효 근본도량으로 일궈 5층 금강사리탑, 부처님 진신사리 33과 봉안 15m 황금 약사여래불… 2004년 점안의식
“봄 봄 봄 봄이 왔네요. 그대 없었던 내 가슴 시렸던 겨울을 지나 또 벚꽃 잎이 피어나듯이 다시 이 벤치에 앉아 추억을 그려 보네요…(“중략”)
요즈음 한창 라디오에서 제일 많이 흘러 나오는 노래중 하나다. 봄이기 때문이다. 어느 유명 시인은 “봄은 봄이라고 부르는 가장 나지막한 음성으로부터 온다”고도 했다. 하지만 봄은 꽃, 그중에서 제주의 유채꽃으로부터 남쪽서 먼저 시작되는 것 같다.
|
|
|
우뚝 솟은 산방산이 신비롭게 느껴진다. | 제주중 샛 노란 유채꽃을 가장 먼저 그리고 즐감하며 상춘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산방산이다. 이 곳은 제주공항서 자동차로 1시간 정도면 당도할 수 있다. 멀리 우뚝솟은 산방이 보이면 답답했던 마음은 금세 사라진다. 또한 주변에 들어서면 유채꽃 향기가 살랑되는 봄바람을 타고 코끝을 간지럽힌다. 지역주민들이 관광객을 대상으로 파종한 노란 유채꽃이 봄의 꽃샘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매력을 맘껏 발산한다. 벌과 나비들이 몰려들 듯 관광객들이 유채꽃밭에서 산방산을 배경으로 똑같은 사진 찍으며 아웅다웅 거리는 모습에도 입가엔 미소가 지어진다. 지자체에서 도로변에 뿌려 놓은 유채꽃이 3월 말서 4월 초에 만개할 무렵, 산방산 주변은 온통 이 아름다운 자태를 앵글에 담으려고 인산인해를 이룬다.
유채꽃의 향기를 따라가면 산방산이 품은 보문사가 보인다. 이 사찰은 고려시대 혜일 스님의 수행처로 유명한 산방산 중턱의 산방굴사 입구에 자리해 있다. 입구부터 속세의 찌든 때를 청정히 하라는 뜻일까.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를 던지며 팔정도와 육바라밀을 새긴 법륜이 반긴다. 경내에는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라는 부처님의 주옥같은 말씀들로 가득하다. 대웅전으로 향하는 계단 옆으로는 지난 2010년 입적한 前 주지 강설 스님이 1986년 태국 왕립사원 국제선불교센터서 남방불교를 2년 동안 수학하고 귀국하면서 받은 석가모니부처님 진신사리 33과를 봉안한 5층 금강사리대탑이 우뚝 서 있다.
|
|
|
보문사의 대웅보전 모습 | 그리고 전 세계 인류가 평화로운 불국정토가 되길 발원하는 의미에서 조성한 18척 높이의 용두관음보살상도 저멀리 태평양을 바라보며 만 중생을 굽어본다. 정 5칸 출입문 꽃살무늬 창 밑으로는 〈부모은중경>의 내용이 불화로도 그려져 있다. 이는 강설 스님이 생전에 생활불교를 제창하며 그 밑거름으로 보문사를 효행근본도량으로 내세웠던 증거다. 스님은 교도소 교화위원, 경찰서 경승 등을 역임하면서 500회 이상 불교의 효도사상에 대해 강연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산방산을 찾는 관광객과 제주도민들에게 우리말로 풀이된 부모은중경 책과 그림을 나눠주며 효를 실천하도록 포교했다. 이에 지난 2007년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서귀포시가 주최한 어버이날 행사에서 ‘경로효친 기관으로 도지사 표창’을 받기도 했다. 지금도 보문사는 이 가르침을 면면히 지키고 있다.
법당에 들어서서 오체투지로 불보살님께 귀의하니 석가모니불과 좌우협시보살인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이 지그시 미소 짓는다. 그 사이로 한 줄기 빛이 부처님 얼굴을 감싸고 있지 않는가. 빛의 각도에 따라 부처님의 얼굴이 수천가지라. 내 마음을 닮은 듯하다.
대웅전 밖으로 나와 툇마루에 앉으면 풍광이 장관이다. 그 앞으로 내려다보이는 용머리해안을 따라 형제섬, 가파도, 마라도가 가로 지으며 태평양을 내달리는 듯 하다. 잠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눈의 아름다움이 아닌 내면의 미를 찾아본다. 마음이 편안하다. 이내 눈의 즐거움도 내 마음을 웃게 만드니 이곳이 곧 극락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솟구친다.
종각을 지나 황금옷을 입은 약사여래불로 향한다. 보문사는 현재 오백나한 조성불사가 한창이다. 한라산은 예로부터 나한산이라 불렀다. 영실의 기암괴석을 오백장군이라 하지만 불자들은 오백나한이라 믿었다. 그 영험함이 산방산의 맥을 타고 이곳에 기운을 내뿜은 기세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라산 백록담의 넓이와 산방산의 넓이와 일치하는 것도 우연치고는 예사롭지 않다.
발걸음을 옮겨, 높이 15m의 장엄한 약사여래불이 중생을 맞는다. 보문사는 지난 1999년 새천년을 앞둬 약사여래기도를 봉행하며 약사여래대불 봉안 원력을 세웠는데 지난 2004년 점안의식을 봉행했다. 내부에는 1000개의 복장 원불과 양측에는 마니차가 조성돼 있다.
약사여래부처님의 발원은 불효의 허물을 마음깊이 느끼면서 효행근본 도량을 일구고 이제 중생의 심신에 얽혀있는 질병의 고통으로 자유롭게 하고자 하는 강설 스님의 원력이 깃들어 있다. 불행히도 강설 스님은 열반에 들고, 현재 스님의 포교 원력은 신도들이 잇고 있다.
몇 개월 전부터 보문사에는 특히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는다. 강설 스님과 인연이 있던 태국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많이 늘었다고 한다. 우연히 보문사서 목격한 태국 관광객들은 불자의 나라답게 자신의 소원을 쓰고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는 정성껏 절을 하고 태국어로 경전을 읊었다. 관광지로 받아들이는 일반 한국인 관광객과는 달리 경내를 조용하게 참배하고 스님에게 깍듯이 예를 갖추는 모습들은 한국불자들도 발심의 기회를 열어준다.
현재 보문사는 포교의 원력을 세웠던 강설 스님의 향훈을 이어 가고자 다시금 기도도량으로 변신중이다. 산방산의 영험한 기운 아래 팔공산 갓바위처럼 중생의 아픈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는 약사여래의 향기를 시방세계에 흩뿌리고자 말이다.
주변 가볼만한 곳
|
|
|
침식의 절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용머리 해안. | ▲용머리해안 산방산과 바다, 침식의 절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용머리 해안은 약 80만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파도에 의해 침식된 절벽이다. 용이 머리를 들고 바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용머리 해안’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바다와 높은 절벽은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바닷가 옆으로는 길이나 있어 절벽과 바다 사이에서 산책을 할 수 있다. 용머리 해안을 관광하는데는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 중간중간에 직접 잡아온 해산물을 파는 해녀들을 볼 수도 있고 낚시하는 사람도 구경할 수 있다. 해안선을 따라가다 보면 산방산을 볼 수 있다. 산방산이 보이는 지점에서 사진을 찍으면 멋진 포토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주소를 치고 간다면 서귀포시 안덕면 산방로 218-10번지다. 입장료도 있다.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은 입장이 제한되니 미리 확인하고 방문해야 한다.
▲산방굴사 산방산 보문사로 향하는 계단을 따라 오르다보면 해발 150m 지경에 자연동굴 입구를 만난다. 여기가 산방굴사다. 길이 10m, 너비와 높이가 약 5m에 달하는 해식동굴이다. 바로 이 자연석굴에 산방굴사를 창건한 것이 고려시대 시승(詩僧) 혜일스님에 의한 것이라고 구전되고 있다. 혜일 스님은 제주도 전역을 두루 다니며 수행을 하였는데, 유독 산방법사로 불릴 만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의 산방산 산방굴사와 인연이 깊어 보인다. 산방굴사에는 많은 불자들이 찾아 부처님께 108배를 올리며 저마다의 소망을 축원한다. 지금도 굴 천정에서 산방덕이의 눈물이 쉼 없이 떨어지고 있는데 예부터 이 물을 마시면 장수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산방굴사를 찾은 관광객들은 가족의 건강과 복을 기원하며 이 물을 찾고 있다. 또한 산방굴사 입구와 굴사에 이르기 전 계단 옆에는 산방덕이가 세상에 나타난 이야기 및 산방덕이와 고승의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사랑기원의 장소’와 ‘생명기원의 장소’가 마련돼 눈길을 끌고 있다.
▲탄산온천욕 ‘산방산온천’ 국내서도 드문 탄산온천이다. 600m 지하서 뽑아 올린다. 천연기념물인 산방산 코앞에 자리잡았다. 2005년 문을 연 제주도에 하나뿐인 온천이다. 피부미용·혈압조절 등에 좋다는 유리탄산 중탄산이온 나트륨천으로, 용출온도는 섭씨 28~29도라고 한다. 이곳 온천수는 옛날부터 ‘구명수’란 이름으로 불려왔다. 이 물을 마시고 병을 고친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설과 물이 솟을 때 비둘기 울음소리가 났기 때문이라는 설이 전해온다. 이 온천의 실내외 시설은 왠만한 유명 온천휴양지에 뒤지지 않는다. 대형 실내 탄산온천탕은 천장과 벽이 유리로 돼 있어 밝고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