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공부를 하는 이유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분명히 알기 위함이다.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말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떤 일을 해도 잘 할 수 없다.
보통 어렸을 때 입양을 간 아이들은 피부색이 다른 부모 밑에서 자라며 자기 정체성에 대해 심각한 갈등을 겪는다.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이란 영화가 있다.
1966년 가을 네살박이 유숙(최진실 분)은 낯선 땅 스웨덴으로 입양된다. 수잔이라는 새 이름으로 자라난 그녀는 낯선 환경과 자신의 이질적인 외모에 소외감을 느끼고, 정체성에 대한 의문으로 괴로워한다. 히스테리컬한 양모의 가혹한 매질과 학대로 13살부터 여러 차례 자살 시도를 한 그녀는 결국 18세에 자립을 한다.
자립 이후 자신의 뿌리에 대한 궁금증은 더해 가고 유숙은 친모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모든 시도는 수포로 돌아가고 결국 절망한다. 애정에 굶주린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아이를 낳지만 곧 헤어지고 혼자 아이를 키워간다. 그러던 어느 날 스웨덴 선교사의 도움으로 한국에 친모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접한다. 꿈에 그리던 친어머니와의 해후를 한 유숙. 시간의 강을 넘어 상봉한 두 모녀는 한없이 눈물을 흘릴 뿐이다.
입양아들이나 고아들은 자신이 누구라는 것을 알려주는 부모가 없기 때문에 항상 어두운 것이다.
외국에 나가면 다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 한국에 있을 때는 다 같은 언어와 피부색을 가진 나라가 우리나라이기 때문에 자기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런데 외국에 나가면 언어와 피부색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다. 외국에 가면 혼자 버려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외국에 이민 간 어떤 사람은 자기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 집 안에만 들어오면 한복으로 갈아입고 생활한다고 한다. 한복을 입은 채로 밥 먹고 한복을 입은 채로 잔다고 한다.
요즘 아이들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도 자기 정체성을 가지지 못한다. 대학교에 진학 할 때도 자기가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지,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사람인지를 모른다. 그저 무조건 인지도 있는 대학교를 선택해서 들어가고,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추천 하는 학과로 들어간다. 통계적으로 보면 단 17%만이 자기가 자기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워서 대학을 정하고 입학한다고 한다.
외국 같은 경우는 고등학교 3학년인 18세 정도 되면 자기가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파악하고 똑바로 자기의 길을 간다고 한다. 사람은 저마다 얼굴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고 하나님이 주신 재능이 다른데 모든 학생들에게 영어, 수학, 과학, 역사,..... 같은 것을 획일적으로 가르친 다음 시험을 하여 성적 석차대로 사람을 판단한다.
외국은 대학교에서 어떤 것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초, 중, 고등학교 때부터 그 공부에 대한 적절한 훈련과 봉사 활동을 해야 하고, 또 그 공부가 적성이 맞는지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입학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해진 과목에서 얼마의 점수를 얻었느냐에 따라 대학교와 학과를 선택할 수 있다. 그래서 결국 자신의 달란트와 전혀 상관없는 직업을 가지게 된다.
도시에서는 밤에 오토바이 폭주족들이 거리를 활개치고 다닌다. 그 폭주족들은 주로 도시 속에서 소외된 아이들일 가능성이 많다. 아무도 자기들을 알아주지 않기 때문에 자기를 사람들에게 그렇게라도 알리고 싶은 것이다. 경찰차가 붙는 것은 더욱 환영한다고 한다. 그렇게 떠들썩하게 문제를 일으켜야 "아, 내가 그래도 존재하는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인질 강도를 벌이는 사람들은 자기가 경찰에 붙들릴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왜 붙잡힐 짓을 그렇게 하느냐하면, 주로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그 일을 하는데, 자기정체성을 스스로 확인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다. 어떤 인질 강도는 인질을 풀어주는 대신 언론 기자와 얼마동안의 대화를 하게 해 달라는 요구조건을 말하기도 한다. 언론사에 자기 자신이 왜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었는지 말하려는 것이다. 자기 정체성에 심각한 손상을 받은 사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다.
아주머니들에게 "당신은 자기 자신을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아주머니들은 대답을 하지 못하거나, "저는 어디에 사는 누구 엄마예요."라고 말한다. 아예 자기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나중에 한번 홍역을 앓는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굴 위해서만 살아왔다." 라고 말한다.
한국 사람들이 회의를 하는 방식은 서로 눈치를 보고 영향력 있는 사람의 의견을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가는 수가 많다. 그렇게 회의를 끝마치고 나가면서 뒷 담화를 한다. 한국 사람들은 자기 정체성을 자기에게서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라는 조직에서 찾는다.
‘잡을 테면 잡아봐(Catch me if you can)’라는 영화가 있다.
2002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이다. 이 작품은 실화에 기초한 영화이다. 거짓말과 학력위조와 문서위조 부분에서는 지금도 세계 1위로 꼽히는 실제 주인공 프랭크 에비그네일의 사기 인생을 그린 것이다.
그는 고등학교 중퇴 후 미성년자로서 천재적인 두뇌회전과 배짱으로 1965년부터 5년간 팬아메리칸 항공의 부조종사, 소아과 의사, 변호사 등으로 행세하며 미국 각지와 유럽 전역에 위조수표를 뿌리고 140만 달러 이상을 현금화 하였다. 조종사 복장과 위조 신분증을 가지고 있어서 공항이나 은행, 호텔 등에서 위조수표를 현금으로 바꾸는 게 용이했으며, 팬아메리칸 항공은 물론 타사 비행기를 200회 이상 무료로 타고 다녔다.
하버드 법대를 나온 변호사로 위장하고 다닐 때는 우연히 남부 어느 주의 주법무장관의 스텝 변호사 제의를 받고 변호사 시험에 도전하였는데 세 번 만에 실제로 합격하여 스텝 변호사로서 9개월간 일을 하기도 했다.
그는 변호사가 되기 위해 하버드대 성적증명서를 위조하였으며 사회학 교수가 되기 위해 컬럼비아대의 성적증명서와 교수 추천서도 위조하였다. 변호사는 우연한 기회에 도전한 것이며 교수는 재미로 한 것이었다.
위조 수표범으로서 미국 모든 주의 정보국과 FBI,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영국 등 유럽 국가와 이집트, 레바논 등 13개국 정보국의 추격을 받던 그는 마침내 체포되었는데, 이들 모든 국가에서 복역을 하게 되면 평생을 복역해도 모자랄 것이지만, 스웨덴 재판부의 미국 추방 결정으로 그는 미국에서 12년형을 선고 받는다.
출소 후 개과천선한 그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위조수표 예방, 문서위조 방지를 위한 ‘안전문서 전문회사’를 차린 후 세계 각국의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컨설팅을 해 오고 있으며, FBI의 금융범죄 전담반과 함께 일해 오고 있다고 한다.
자기가 아닌 자기로 살아간다는 것은 보기보다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그는 자기 정체성을 찾고 자기로 살아가고 있다. 자기가 아닌 남의 무엇으로 살아간다거나 자기가 아닌 자기로 살아간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이 영화를 곰곰이 보다 보면 사람들은 믿고 싶어 하는 것만 믿는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가 "나는 사실 의사도 아니고 변호사도 아닙니다."라고 진실을 말했을 때도 사람들은 그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사람들에게는 사실을 볼 수 있는 눈이 없다. 어차피 사람은 사실을 보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세상을 보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속이고자 하면 모든 사람을 속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