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여행 인터넷 언론 ・ 2분 전
URL 복사 통계
본문 기타 기능
국대호의 음악성...붓질로 날카롭게 조련한 회화의 규칙 |
[미술여행=엄보완 기자]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25길에 위치한 갤러리 엠나인이 캔버스에 한 편의 압축된 이야기를 담은 국대호 작가의 <XAOSMOS> ‘카오스모스’展을 개최한다.
오는 2월 27일(화)부터 3월 30일(토)까지 열리는 국대호 개인전에는 국 작가의 최근 작품들이 전시된다.
20년(2004년) 전 갤러리 엠나인에서 청년작가 기획 전시로 작품을 선보였던 국대호 작가는 2024년 탄탄하고 정교한 작품관을 지닌 중견작가로 성장했다.
사진: 전시 알림 포스터, 국대호 XAOSMOS
국대호(b.1967) 작가는 유화 물감과 아크릴 물감이 지닌 성질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효과와 회화성을 드러낸다. 각 붓질이 남긴 색과 질감에 작가의 개인적 경험과 기억을 부여하여 캔버스에 한 편의 압축된 이야기로 재구성한다. 특히 갤러리 엠나인에서 이번에 개최되는 국대호 작가의 개인전에서는 지난 전시에서 조명받은 경험에 대한 이야기보다 국대호 작가가 화면에 주도면밀히 구성하는 시각요소의 기계적 혼돈과 인간적 질서가 지닌 음악성에 집중한다.
사진: S202310014, 168x112cm, acrylic & oil on canvas, 2023
국대호는 여러 색들을 수평으로, 또 수직으로 색띠(Stripe)로 쌓아낸다. 2015년 이후 진행된 이 연작은 순수한 색상의 띠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순수한 색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색에는 작가의 기억과 감각들, 이야기와 사건을 포함하고 있다.
사진: S2024501203, 50x120cm, acrylic & oil on canvas, 2023
그 색에는 실제 장소가 있고 심리적이며 주관적인 감성이 존재한다. 또한 모든 실체들은 과거의 기억이 반영된다. 작가는 과거, 세계의 여러 도시의 풍경을 흐릿한 시점으로 보았다. 실제 리얼리티를 뿌옇게 처리하여, 그가 그린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하면서도 동시에 실제의 구체성을 사라지게 하여 점차 시각적인 빛들이 떠오르게 한다. 이는 구체성에서 떠나 추상화되는 아름다움이며, 현실에서 분리되는 추상(Abstract, ab-stract)의 의미를 이해하게 한다.
사진: S202397978, 97x97cm, acrylic & oil on canvas, 2023
@ 국대호 코드: XAOSMOS 카오스모스
사람의 기억이나 일생의 사건들을 나열하여 한편의 영화처럼 재구성한다면 어떤 형태를 지니고 있을지 예상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는 표현처럼 장면으로 빼곡히 채워진 필름의 모습이 떠오른다.
국대호는 자신의 기억과 해석을 색과 붓질에 투영하여 실록 사관처럼 캔버스에 기록하며 재구성한다. 작가의 개인적인 사유로 그려진 작품이지만 사람의 이야기라는 단순한 열쇠를 통해 감상자는 어렵지 않게 자신의 경험과 일치할 수 있는 요소를 화면에서 찾으려 몰두할 수 있다. 작품에 보이는 높은 채도의 물감은 동시대 전자음악 공연장의 조명이 뿜어내는 현란한 색상의 광선을 연상케 한다.
색상의 조화에 무심한듯 배치된 선들은 작가가 부여한 긴장감 있는 균형을 지니고 있다. 눈부신 조명은 사람에게 일종의 불쾌한 장치이지만 현장의 분위기를 장르에 적합하게 조성하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며 감상자가 느끼게 될 쾌감을 극적으로 강화한다. 화면을 구성하고 있는 색은 사람이 지닌 유선형 신체를 차갑게 제어하는 수직 수평적인 방향으로 칠해져 있다.
사진: S202310015, 168x112cm, acrylic & oil on canvas, 2023
캔버스를 뒤덮은 다채로운 마티에르로 인해 감각에 몰두하여 그려진 작품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감각이 자아내는 우연적 효과 따위에 기대는 그림이 아니다. 작가가 치밀하게 계획한 붓질의 속도와 물감의 농도, 색의 조합과 덧칠 등 냉철한 지성으로 그려졌다. 아크릴과 유화는 성분차이로 인해 하나의 화면에 동시에 자주 사용되는 재료는 아니지만 작가는 두 종류의 물감이 캔버스 표면에서 자리잡는 위치를 정교하게 구분하여 미묘한 질감의 차이를 만들어내며 앞서 이야기한 요소들과 더불어 화면에 생경한 운율감을 조성한다. 짙은 농도로 새겨진 붓질로 맞붙은 색의 충돌에서 비롯된 파편의 조화는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를 만들며 시야를 채운다.
여러 겹 중첩된 후 붓으로 당겨진 물감의 표면은 건조된 정도의 차이에 따라 이전에 칠해진 다른색의 물감과 섞이거나 찢어지며 엉겨 붙었다. 캔버스 모서리에 맺혀 있는 마티에르의 끈적한 요철은 박제된 작가의 행위이기도 하다.
그림 표면에 드러난 풍부한 질감과 흔적들은 캔버스를 가르며 물감을 짓누른 힘의 강도와 근육의 속도를 유추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물감으로 제작된 작품이기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회화적 효과들은 동시대 음악의 소리를 왜곡시키거나 증폭하는 디지털 장치처럼 기계적인 혼돈을 만들어내지만 작가가 허용한 범위안에서 정교히 조절된 강도로 반복되며 화면 전체를 인간적인 질서로 매듭짓는다.
화면을 분할하는 동시에 조합하는 색은 무작위적으로 보이지만 작곡 프로그램 화면을 가득 채운 가상악기의 파장처럼 필요한 만큼의 채도와 농도가 계산적으로 적재적소에 분배되어 있다.
국대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음악성이란 단순히 다양한 색상과 질감으로 인해 느껴지는 시각요소의 풍부함 따위가 아닌 다른 장르의 예술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포함되는 도구의 구조와 정교한 체계, 이를 다루는 작가의 주도면밀한 의도이며 붓질로 날카롭게 조련한 회화의 규칙이다. - 갤러리 엠나인 큐레이터 김치현
국대호 작가
한편 국대호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프랑스 국립미술학교 회화과와 파리 8대학 대학원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L'Art et la Pomme 공모전 우수상과 1996년 파리 갤러리협회 주관, 파리 국립미술학교 후원 ‘올해의 신인작가’로 선정됐다. 97년 프랑스 살롱 드 비트리 대상(무제)과 98년 프랑스 청년작가협회 주관 올해의 작가에 선정되었고, 덕성여자대학교 강사를 지냈다.
국대호 작가의 작품들은 현재 국립현대 미술관, 서울 시립 미술관, 외교통상부와 서울대학교, 서울 동부 지방 법원, JTBC사옥, 파라다이스 시티,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 프랑스 비트리 시립 미술관 등에 소장 되어있다.
회화와 평면조형의 작품들이 전시되는 국대호 작가의 개인전 <XAOSMOS>전시는 3월 30일까지 갤러리 엠나인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 운영시간은 화요일 부터 금요일 까지 오전 10시-6시다. 토요일은 11시-5시, 일요일과 월요일, 공휴일은 휴관한다.
관련기사
태그#국대호작가#서양화가#전시#국대호XAOSMOS카오스모스展#XAOSMOS카오스모스#갤러리엠나인#김치현큐레이터#미술여행#회화#평면조형#엄보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