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섭지코지로25번길
성상일출봉, 광치기해변과 섭지코지, 한화아쿠아플라넷 제주를 오갈 때 지나는 1km도 안되는 짧은 섭지코지로 25번길은
이맘때면 도로 양옆에 끝없이 펼쳐지는 유채꽃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제주투어패스로 석예원 본초족욕 성산을 방문했다가 유채꽃에 이끌려 길 건너편 호텔MCC 옆 유채꽃밭에 들렀다.
역시 제주투어패스로 근처 드르쿰다 in 성산에 갈 것이기 때문에
차량은 그냥 석예원 본초족욕 성산에 주차해 두고 걸어서 횡단보도를 건넜다.
석예원 본초족욕 성산, 드르쿰다 in 성산 모두 섭지코지로25번길에서 만나볼 수 있다.
뒤로 가까이 소수산봉이 보이고 그 뒤로 멀리 대수산봉이 보인다.
대수산봉이 소수산봉의 3배 높이 쯤 되어서 대(大)자가 붙었지만
대수산봉의 높이도 다랑쉬오름의 3분의 1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오름이다.
정상까지 갔다가 내려와도 20분이면 충분하다.
대수산봉 바로 옆에 몰입형 예술 전시를 하는 "제주, 빛의 벙커"가 있어서 함께 방문해도 좋을 듯 하다.
요즘 유채꽃, 산동채꽃, 배추꽃, 갓꽃 참 말들이 많다. 식물계통분류에서 모두 배추속에 속하는 지라 꽃들이 다 비슷비슷하다.
인터넷에서 구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들도 있던데... 전문가들이야 알면 좋겠지만... 난 봐도 모르겠다.
같은 엄마 배속에서 낳아서 그런지... 그놈이 그놈같고 요놈도 그놈같고... 그냥 다 예쁘다.
모른다고 조롱받을 일도 아니고 안다고 상받을 일도 아니다.
제법 어른 키만큼 자라 있어서 사진찍기에 좋다.
봉고차 한대가 지나가다가 길가에 멈추더니 한 무리의 아줌마들이 단체로 내린다. 다들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그런데 유채꽃밭이 워낙 넓어서 사진을 찍어도 서로 겹치지가 않는다.
사실 이곳에서 가까운 섭지코지로25번길 중간 드르쿰다 in 성산 직전에
소금막 유채꽃이라고 인당 1,000원씩 지불하고 사진찍는 곳이 있다.
표선에 있는 소금막해변은 아니고... 그냥 명칭만 소금막이다.
소금막 유채꽃은 포토존으로 두 개의 하트모양 철제구조물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이곳은 무료인 대신에 포토존 철제구조물들은 없다.
혹시 포토존 없이 자연스러운 유채꽃 사진을 원하는 관광객들에게는 이곳이 더 좋을 지도 모르겠다.
사실 요즘 물가에 천원이면 유채꽃밭을 지키는 인건비도 안되는 저렴한 비용이기는 한데...
나는 오히려 유채꽃밭에 철제구조물 있는 것이 싫어서 안간다.
사실 2008년에는 산방산에서 인당 1,000원씩 주고 유채꽃 사진을 찍은 적이 있긴 하다.
그러고보면 유채꽃밭 입장료 1,000원은 거의 20여년째 한푼의 인상없이 동결을 해 왔던 것이다.
물가상승을 억제한 정말 착한가격이다. 놀랍다.
예전에는 제주도를 방문할 때마다
봄에는 유채꽃과 벚꽃 명소들을, 가을에는 핑크뮬리와 억새풀 명소들을 찾아다니고 그랬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제주도 전체 어디서나 계절별로 유채꽃, 벚꽃, 핑크뮬리, 억새풀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고난 부터는 마음이 편하다.
비싼 비행기타고 제주도에 왔으면 어디어디는 보고가야지... 이런 의무감에 빽빽하게 일정을 짜고 서둘러 움직이고 그랬었다.
요즘엔 여유롭게 일정짜서 맘편히 움직이면서 중간중간 진정한 제주를 보고 느끼고 마음에 담아간다.
자주 제주도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건데... 제주도는 이름없는 어느 한적한 곳에서 진정한 속살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너무 제주도 여행을 자주하니까 누군가는 제주도에서 살림차렸냐고도 하고 제주도가 고향이냐고 묻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한참 제주도 기생화산 오룸에 빠져 있을 때는 일부러 숙소도 중산간지역에 있는 휴양림에 잡고
하루에도 몇 개의 오름을 오른 적이 있다. 이때는 자연휴양림 다자녀가정 할인이 50%였다. 예약 경쟁도 그리 심하지 않았다.
당시 5인가족 하루 숙박비로 20,000원, 22,000원, 25,000원 이었다. 지금은 할인율이 30%라고 한다. 그것도 비수기만...
숙박을 하면 자연휴양림 입장료도 면제라 휴양림에 딸려있는 오름을 무료로 오를 수 있어서 좋았다.
제주도에는 4개의 자연휴양림(서귀포자연휴양림, 교래자연휴양림, 제주절물자연휴양림, 붉은오름자연휴양림)이 있다.
2026년 녹고메오름에 제주 첫 민간 자연휴양림 조성을 한다고 한다.
한동안 그렇게 열심히 오름을 올랐는데... 올랐던 오름을 정리해보니 모두 68개였다.
제주도내 등록된 오름은 모두 368개다. 68개면 새발의 피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제주도에서 꼭 가봐야 하는 오름들은 대체로 모두 올라가 본 듯...
368개의 오름 중 절반 이상이 사유지 안에 위치하고 있어서 초지나 농지 확보를 위해 많이 훼손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제주신공항이 들어설 경우 사라질 오름들도 적지 않다.
윗세오름(웃세붉은오름), 어승생악, 사라오름, 거문오름, 산굼부리, 붉은오름, 다랑쉬오름, 아끈다랑쉬오름, 용눈이오름, 지미봉,
서우봉, 절물오름, 새별오름, 도두봉(섬머리오), 저지오름, 수월봉(녹고물오름), 송악산(절울이오름), 군산오름, 물찻오름,
영아리오름, 물영아리오름, 대병악-소병악, 섭지코지 붉은오름, 큰노꼬메오름, 족은노꼬메오름, 따라비오름, 매오름, 고근산,
당산봉(당오름), 월라봉(다래오름), 월라산(다라미), 대록산(큰사슴이오름), 남원동 민오름, 봉개동 민오름, 오라이 민오름,
왕이메오름, 아부오름, 정물오름, 문도지오름, 고이오름(편백포레스트체험목장 입장료 8,000원-제주투어패스), 무악(개오름),
표선 성읍 개오름, 시오름, 미악산(솔오름), 자매봉(망오름), 토산봉(망오름), 느지리오름, 큰지그리오름, 바농오름, 안세미오름,
거슨세미오름, 세미양오름, 북돌아진오름, 도너리오름, 달산봉, 영주산, 모구리오름, 대수산봉, 알오름, 두산봉(말미오름),
돝오름, 높은오름, 동검은이오름(거미오름), 금오름(도슨트 투어-제주투어패스), 골체오름, 백약이오름, 단산(바굼지오름)
위에 언급한 68개의 오름들은 관광객들이 오르는 오름들 중에서 인기 상위권을 차지하는 내가 오른 오름들이다.
여행 일정 중에 또는 숙박지에서 가까운 곳이면 어느 곳이든 잠시 시간을 내어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끝으로 문제를 하나 출제해 본다. 객관식이지만 생각보다 어렵다.
[문제] 다음 제주도의 오름 중에서 가장 먼저 생긴 것은?
1. 송악산
2. 영주산
3. 산방산
4. 단산
5. 고근산
산방산은 대략 87만년 전쯤 모습을 드러냈다.
제주도의 터줏대감으로 제주도의 기초를 이루는 지층인 서귀포층의 대표 선수다.
약 200만 년 전에 시작된 바닷속 화산폭발이 100만 년 동안이나 지속되면서 서귀포층을 만들어냈다.
제주도의 기초 공사에만 약 100만 년이 걸림 셈이다.
서귀포층의 가장 큰 특징은 켜켜이 쌓여서 만들어진 지층이라는 점이다.
오랜 시간 수중 화산 폭발이 지속되면서 서귀포층은 점점 두꺼워졌다.
반대로 바닷물은 점점 얕아졌고.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바닷물 위로 용암이 솟구쳐오르기 시작했다.
제주도가 세상에 첫선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처음으로 물 밖에 나온 제주도는 지금보다 훨씬 작았다.
현재 제주도의 남서쪽 일부만 물 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무렵 등장해서 지금까지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바로 산방산이다.
범섬과 문섬, 숲섬 등 서귀포 앞바다의 작은 섬들이 그 뒤를 이었다.
제주도가 작은 얼굴을 빼꼼이 내밀고 나서는 갑자기 잠잠해져 버렸다.
그렇게 조용한 시간이 10만 년쯤 흐른 후, 땅속의 마그마들이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화산 폭발은 지난번과 달랐다.
엄청난 양의 용암이 얕은 바다 위로 흘러나오면서 격렬하게 폭발하는 대신 천천히 식어간 것이다.
식어서 굳은 용암 위로 다시 용암이 빠르게 흐르면서 넓은 대지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태어난 용암대지는 대부분 현무암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니까 현무암이 제주도를 대표하는 암석이 된 것도 바로 이 무렵의 일이다.
이렇게 수십만 년 동안 용암이 흘러나오면서 지금과 거의 비슷한 제주도의 해안선이 만들어졌다.
서귀포의 용머리해안이 바로 이렇게 만들어진 곳이다.
하지만 아직 한라산과 오름은 생겨나지 않았다.
만약 여기서 화산폭발이 멈췄다면 제주도는 넙데데한 소 똥 모양의, 아주 심심한 섬이 되고 말았을 거다.
하지만 다행히, 제주도 전역의 틈이란 틈에서 모두 흘러나오던 마그마가 땅 속 한가운데로 모이기 시작했다.
무언가 거대한 폭발을 준비하면서. 지금부터 대략 30만 년쯤 전의 일이다.
쾅! 드디어 제주도의 한가운데로 모인 마그마가 폭발했다. 한라산의 시작이었다. 이 폭발은 무려 20만 년 동안이나 지속되었다.
그동안 한라산은 점점 높아져 지금과 비슷한 높이에 이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오백장군 바위와 탐라계곡, 백록담 등도 생겨났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10만 년 전쯤 한라산이 지금과 비슷한 모습을 갖춘 셈이다.
완만한 원뿔 모양의 봉우리가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모습 말이다.
그런데 한라산을 자세히 보면 남북으로는 상대적으로 경사가 급하고 동서로는 완만한 것을 알 수 있다.
멀리서 보면 꼭 타원형의 방패를 엎어놓은 모습이다. 지질학자들은 이러한 모양의 화산을 ‘순상화산’이라고 부른다.
방패 순(盾)에 모양 상(像)을 썼으니 글자 그대로 ‘방패 모양 화산’이란 뜻이다.
이건 동서와 남북으로 흐른 용암의 성질이 달랐기 때문이다.
동서로는 묽은 용암이, 남북은 끈적한 용암이 흘렀던 것.
묽은 용암은 흐르는 속도가 빨라 더 멀리까지 도달했고, 끈적한 용암은 그보다 가까운 곳에서 멈췄다.
덕분에 동서로 더 길쭉한 타원형의 방패 모양이 된 것이다.
끈적한 용암이 급한 경사를 이루니 울퉁불퉁 깊은 계곡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 덕분에 한라산의 계곡들은 입이 떡 벌어지는 풍광을 자랑한다.
신선이 찾는다는 ‘방선문 계곡’이 딱 그렇다.
한라산까지 만들어졌으니 이제 오름만 남았다. 오름이란 보통 작은 산이나 산봉우리를 가리키는 제주도 말이다.
제주도에 큰 산이라고는 한라산 하나뿐이니, 한라산을 제외한 제주도의 모든 산은 오름이 되는 셈이다.
한라산이 형성된 이후부터 약 2만 5000년 전까지 오름이 집중적으로 생겨났다고 한다.
예전에는 큰 분화구에 붙어 있다고 ‘기생화산’으로 불렀으나, 그렇지 않은 오름도 많아서 지금은 ‘단성화산’이라 부른다.
단성화산이란 단 한 번의 분화로 생겨났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한라산처럼 여러 번의 폭발로 생겨난 화산은? 복성화산!
그러니 제주도는 한라산과 수백 개의 오름, 단 하나의 복성화산과 수백 개의 단성화산으로 이루어진 화산섬이다.
[비즈한국, 구완회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