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서문에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 '당신의
삶에 한줄기 위안과 잠시나마의 평안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라고
한다.
이
책은 그런 저자의 이야기처럼 클래식의 길을 안내하고 그 속에서 위안과 평안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작은 길라잡이다.
팟캐스트가
흥하고 언제나 라디오를 틀면 나오는 클래식이지만 천천히 책으로 보며 따라가는 클래식의 이야기도 좋다.
책의
마지막 단락쯤에 구 소련의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생과 음악 이야기를 읽었을 때,
아주
오래전 어둑한 구석에서 누군지도 기억나지 않는 연인과 보았던 '번지점프를
하다'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처음
사랑을 시작하는 너무나도 풋내나는 젊은 청춘들은 서로에게 조금씩 감정을 느끼고 아주 우연인듯 바닷가 솔밭에서 서툰 왈츠를
춘다.
해는
조금씩 저물어가고 빠알간 석양은 이제 시작하는 서툰 연애의 강렬함과 역광의 아련한 왈츠의 동작은 경험해보지 못한 첫사랑의 두려움을
보여준다.
처연할
만큼 찬란하고 어쩌면 평생 안고 갈지도 모르는 슬픔이 시작되는 청춘의 한 순간.
그때
흘러나오던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모음곡 왈츠 2번은
왈츠인듯 아닌듯,
이
서툰 연인들의 어쩌면 설레임과 결국은 비극으로 치닫는 미래의 암울함을 한 순간에 느끼게 해준다.
영화
내용도 집중되지 않고 내 옆의 누군가에게만 온통 신경이 집중하던 그 시간에도 이 한 소절 음악은 왈츠의 흥겨움이 아닌 가슴 시리게 서글프게
들렸고 오랜 시간이 지나고 조금 더 나이가 들어 그 음악을 들었을 때 가슴 시린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왜
쇼스타코비치는 스트라우스처럼 경쾌한 왈츠가 아닌 밑바닥 감정을 긁는듯한 서늘한 왈츠를 작곡했는지 알 듯 하다.
누누히
이 책은 음악을 듣기 위한 책이다.
한
단락이 끝날때마다 작가가 오래 듣고 느낀 경험으로 좋은 음악과 좋은 음반을 소개한다.
천천히
읽으면서 한곡한곡 찾아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말러가
이야기하던 작은 꼬마의 모습이 느껴지고 잠들지 못하는 긴 밤에 듣는 드뷔시의 달빛은 정말 창문밖의 은은한 달빛과 아지랭이처럼 피어오르는 먼 산의
풍경속에 여기있는 내가 나인지 하는 꿈결속에 흐느적 거리는 것 같은 몽환적인 느낌이 온몸으로 나른하게 흘러들어온다.
이
책은 그냥그냥 찾아듣기 힘든 클래식에 대해서 어떻게 감상하고 음악의 음표속에 풍경과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준다.
클래식
이야기 세번째는 우리가 흔히 알지 못하는 현대로 넘어온 클래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티와
시벨리우스 그리고 스트라빈스키,
라흐마니노프와
파야,
그리고
거쉰과 쇼스타코비치까지.
그들의
음악이 형성된 원형과 그들의 삶과 음악의 흐름까지.
세밀하지만
난삽하지 않게 그리고 한곡한곡 천천히 찾아듣게 하면서 음악이 들리는 작은 카페에서 조용조용 작은 목소리로 설명하듯
풀어나간다.
스트라빈스키와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속에 묻어나오는 러시아적 감수성과 피카소가 극찬한 스페인의 파야가 계승한 스페인의 플라맹고,
그리고
억압적인 구 소련의 경직된 광기속에서 괴로워하던 자유로운 영혼 쇼타타코치까지.
'음악으로
사람들을 생각하게 할 필요는 없다.
그저
귀를 열고 듣게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라는
말을 충분히 이해하게 해준다라는 드뷔시의 말처럼 이 책은 읽고 이해하고 공부할꺼리가 아닌 낯선곳의 지도처럼 클래식을 안내해주고 귀를 열고 음악을
듣게 해준다
첫댓글 특히 음악에 대해서 문외한인 저로서는 한 번 쯤 읽어볼만한 길라잡이로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