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북대서양 종단은 급박하게 전개되었다. 회사가 미국에서 매입한 중고선을 수리해서 가져오는데 9명의 선원이 필요했기 때문에 금요일에 채용이 결정되고 일요일 새벽에 출발했다. 새벽 5시 비행기고 두시간전에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고 해서 새벽 1시에 기상해서 짐을 마무리 했다. 우선 센죤 공항에서 출발하여 몬트리얼 공항에 도착하고 미국 입국을 위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덕분에 기내에서 한국영화 남산의부장들을 감상할 수있었다.
한줄건너 승객을 받은 캐나다 항공기와는 달리 미국 항공기는 전석을 채워 부담감이 더 컷고 음료나 영화서비스는 커녕 기내 전원도 보급되지 않아 불편했다. 그리고 입국시 신체검사도 모든 성인이 신발을 벗어야 해서 그리 기분좋지는 않았다. 워싱톤 DC에서 환승하여 초행인 루이 암스트롱 뉴올리언즈 공항에 도착하니 회사에서 보낸 차량이 대기하고 있었다. 승용차편으로 약 45분거리인 위성도시 하우마에 도착하여 21시경에 승선했다. 새벽 01시부터 시차 2.5시간을 고려하면 거의 24시간만에 샤워와 취침을 할 수있었다.
다음 날은 새로 승선한 선박의 오리엔테이션과 입사서류작성부터 시작하여 브릿지 페인트를 했다. 2006년에 건조되어 나용선되어서인지 15년된 배치고는 유지보수가 좋지 않은 편이다. 선내수리를 며칠간 하고 미국 연안경비대의 선체검사를 마친후 토요일 07시에 도선사를 승선시켜 미시시피강을 따라 내려가는 34마일의 내륙여행을 개시했다. 약 4시간후에 멕시코만에 도착하여 도선사는 하선하고 대양향해를 시작했다.
원래 목적지는 뉴펀들랜드 센죤의 위성도시인 베이 불스였는데 향해중에 센죤으로 목적지가 변경되어 향해시간도 2주에서 약간 추가된다. 물론 향해시간은 선박속도와 여기에 영향을 주는 조류 및 바람에 의해 변경되지만 가장 큰 것은 선박자체의 속도다. 약 8노트의 속도에 한국출발 미국도착 항공기가 자주 활용하는 제트스트림과 같이 북대서양 북진에 자주 이용되는 멕시코난류를 타면 2-3노트 정도 빨리 갈 수도 있다.
멕시코만에서 첫 교행은 약 1.6마일을 두고 이루워졌다. 원래 대양에서의 최소 이격거리는 2마일인데 15마일전에 레이더로 발견하고 무선교신을 통해 상호 우향하여 교행하기로 합의한 까닭에 약간 적은 거리로 교차하게 되었다. 5마일인근에 도달하여 충돌위험이 사라지면서 다시 원래의 항로로 복귀하였다. 기항지에서는 6시부너 18시까지 12시간을 근무했는데 향해중에는 4시부터 8시까지 3교대로 근무하여 8시간으로 줄어 개인시간이 다소 늘어나서 밀어둔 빨래를 시작했다.
그런데 브라질에 용선을 했던 까닭에 사용설명이 폴투갈어로 되어 처음 사용하면서 시행착오로 고생하기도 했다. 더우기 빨래에 2시간, 건조에 3시간이 걸려 거의 반나절을 사용해야 했다. 지구의 둘레는 360도이고 자전에 24시간이 걸려서 경도 15도 차이는 1시간의 시차를 가져온다. 그래서 뉴욕에서 로마로 대서양횡단시에는 매일 약 15도를 향해하는 경우 한시간씩 땡겨 시차를 조정했는데 이 배의 선장은 플로리다 해협에 도착하여 1시간의 조정이 아닌 2.5시간을 바로 조정했다.
자정에 조정한 덕분에 나의 휴식시간인 20시부터 04시가 2.5시간 줄어들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경우는 하루 최소 12시간 휴식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3교대의 경우 2.5시간의 1/3인 50분씩 근무나 휴식시간을 조정하는데 선장은 여기에서도 특수성을 발휘해서 전혀 고려하지 않아 나의 경우와 같은 근무시간을 가진 선원은 2.5시간을 혼자 부담하게 된 셈이다. 이러한 경우 결국은 12시간이 아닌 9.5시간만 휴식하게 되어 문제될 소지도 있다.
향해사자격증을 취득하고 이번이 첫 향해이고 첫 단독향해를 했다.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이 육안인데 이는 기후에 따라 가변적이므로 보조적으로 레이더와 자동인식시스템을 추가하고 해도를 기반으로 향해를 한다. 목적지가 정해지면 최단거리로 항로를 결정하는데 통행량이 많은 연안 5마일이나 조업구역 등을 피해서 선로를 잡는다. 그러면 항로변경위치가 나오는데 변경위치간에는 코스가 확정되는 셈이다.
코스가 잡히면 조류와 바람을 고려하여 선박방향을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달의 인력과 바람의 방향으로 간만의 차이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데 나의 근무시간인 새벽 04시의 경우 바다가 육지보다 따뜻하여 육풍이 불고 달이 바다쪽에 있어서 북진하는 경우 동쪽으로 조류가 잡혀서 코스가 29도인 경우 선박방향은 20도정도로 해야 조류와의 합이 29도가 되곤 했고 16시의 경우는 반대가 되어 33도정도를 해야 29도의 항로를 유지할 수있었다.
29도의 항로를 유지하다 자동인식시스템에서 60마일 거리의 선박을 확인하여 교차거리가 2마일 이내인 경우 주로 항로를 15도정도 증가시켜 44도정도로 바꿔서 교행한다. 물론 무선으로 소통하여 합의해도 되나 국제충돌방지규약에서는 소통하기 보다 우향하여 교차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무선소통하는 경우 우선 시간이 소요되고 오해의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해도는 종이뿐만 아니라 전자해도역시 많이 활용된다. 향해계획은 전자해도로 하는 것이 편하고 실지 향해위치는 종이해도에도 시간별로 표시한다. 여기에는 각종 부표나 바다의 깊이 등이 표시되있어 필수적으로 복수해도가 요구된다. 레이더는 20마일 전방에서 주로 상대 선박이나 비구름 등을 관측할 수있어 야간이나 악천후에는 필수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육안이 거의 도움되지 않기 때문이다.
향해 6일차에는 좌측 엔진이 고장나서 엔지니어가 리부팅을 해서 해결했다. 그런데 다음날 다시 우측엔진이 고장나고 자동조타장치까지 문제가 생겨 선미의 조타장치실과 브릿지간의 통신에 의한 수동조타를 해야 했다. 덕분에 8시에 끝날 예정이던 근무가 13시30분까지 4.5시간 늘어났고 아울러 16시 시작예정이던 다음 근무가 21시현재까지 시작되지 않아 여행기를 쓸 시간을 얻게되어 좋다.
결국 4시간의 추가 휴식을 취하고 원래 근무시간인 04시에 브릿지에서 근무교대를 했다. 그래도 1.5시간의 초과근무를 한 셈인데 급여에 반영해줄지는 2주후에나 확인가능하다. 인구와 물동량이 많은 뉴욕항 근처를 지나서인지 육지와의 거리가 상당한데도 두척의 배를 발견했다. 그중 가까왔던 것은 벌크케리어였는데 약 3마일정도의 거리를 유지했기 때문에 양 선박의 속도와 항로를 조정할 필요는 없었지만 혹시 항로 등을 변경할 지도 모르기 때문에 레이더에 항로와 수평인 선을 그려서 확인했다. 최근 2건의 고장으로 향해기간은 하루 증가할 전망이다.
9일차는 일요일이다. 그런데 보스턴 인근을 향해하면서 최근접교행을 하게 되었다. 원래 대양에서는 대부분 2마일을 유지한다. 그리고 2마일 이내로 근접하는 경우 마주보면 서로 우측으로 항로를 조정하고 상대방의 우현(야간에는 적등)을 보는 경우는 좌현(야간에는 녹등)을 상대방에게 보이는 배만 항로를 조정하는 것이 국제규칙이다. 오늘은 우리가 우현을 보이고 상대방은 좌현을 보여서 상대방이 5마일이내가 되기전에 항로나 속도를 수정해서 2마일의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데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그런 경우에는 원칙은 우리배가 거리유지에 필요한 항로나 속도를 변경해야 한다. 그런데 선장에게 보고를 했고 우현으로의 항로변경을 예측했지만, 1.3마일의 거리가 있어서인지 그냥 변경없이 교행하게 되었다. 다행히 2키로이상의 거리를 두었기 때문에 충돌위기는 없었지만, 레이더를 설치하고 아직 미세조정이 마무리되지않아 자동인식장치와 레이더의 표시가 다른 점을 고려하면 불필요한 고집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10일차의 포틀랜드 인근을 지나 항로는 캐나다 해역으로 진입하면서 동향으로 변경되었다. 그래서 해상 일출은 보다 눈부시다. 아침에 동쪽으로 운전할 때 발생하는 현상이 바다에서는 더 강렬하기 때문이다. 특히 맑은 날은 더욱 그러하다. 태양은 먼동이 트면서 30분이면 일출이 시작되고 5분내외면 완전히 끝난다. 하지만 그 이후 한시간 정도는 태양을 향해 동진하는 날은 운항이 어려울 정도로 강한 태양 빛을 향해 나아간다. 조금 더 태양이 상공으로 이동하면 보다 용이하게 전방관측이 가능하다.
11일차에는 고래를 촬영했다. 물론 고래가 숨쉬는 것을 관측한 것은 캐나다 해역에서는 그리 드문 것은 아닌데 고래 자체를 촬영하는 것 역시 그리 쉬운일은 아니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 지 모르고 카메라가 그렇게 빨리 준비되기도 어려운 까닭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고래가 숨쉬고 잠수한 해상에 모인 바다새들만 촬영했다. 어업을 32년이상 했던 동료의 말에 의하면 고래가 밷어낸 물에 있는 양식을 먹기위해 바다새들이 모여든다고 한다. 그래도 고래를 공격하는 갈매기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갈매기는 고래가 숨쉬러 부상할 때를 기다려 고래 등을 집단적으로 쪼아대며 특히 숨주기가 짧고 피부가 상대적으로 약한 어린 고래를 집중적으로 공격하여 어린 고래의 1/3이 갈매기의 공격으로 폐사하기도 한다니 아무리 자연의 섭리라고는 해도 좀 잔인한 면이 있다. 이제 항로는 지금 속도인 10노트로는 1.6일이 남아 거의 마무리 단계다. 앞으로 이틀동안은 엔진이나 조타장치의 고장이 없으면 좋겠다.
12일차에는 뉴펀들랜드로 접근하면서 짙은 안개속에서 운항했다. 보통 수십해리의 육안관측이 가능하지만 오늘과 같이 짙은 안개에서는 1/10마일도 제대로 보기 힘들어 5마일이내가 되기전에 충돌을 피하는 항로변경 등은 레이더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 참고로 뉴펀들랜드는 라브라도어 한류와 멕시코 만류가 만나는 지점으로 안개가 심하다는 단점도 있지만 두개의 성질이 다른 조류가 만나는 덕분에 풍부한 어장을 자랑하기도 한다.
드디어 2주만에 육지로 귀항한다. 섬의 동부해안을 따라 북향하여 센존스항에 이르고 레인지에 맞춘각도로 항만에 진입하며 4곳의 위치에서 예정도착시간을 무선보고하여 사전에 예약한 12번부두에 정박하였다. 로프는 선수와 선미에 각각 3개씩인데 나는 선수쪽의 로프를 다른 선원과 둘이 담당했고 스프링로프로 위치를 정하고 포워드로프 2개로 강화한 후에 다시 스프링로프를 감아서 정박작업을 완료하고 갱웨이를 설치함으로서 도착수순을 마무리했다.
나를 포함한 3명의 선원은 코비드 접종을 1차만 했기 때문에 따로 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해야 하며, 2차접종까지 완료한 선원들은 세관절차가 끝나고 귀가길에 올랐다. 나는 여건이 되면 향해시간을 180일이상 해야 향해사자격증이 5년씩 갱신이 되기때문에 더 향해를 계속할 계획인데 우선 코비드검사결과를 가지고 확정할 수있다. 오늘 하선한 선원을 대체하기 위해 선원3명이 승선했다. 우리도 하루를 기다려 음성결과를 받아 3주만에 귀가할 수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