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리석은 기도와 응답
제가 1984년 신학생 때에 인근의 개척교회를 섬기며 매일 새벽기도에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의자에 앉는 것보다 무릎 꿇고 해야겠다 싶어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늘 낮아지고 겸손하게 하옵소서”를 외치며 “하나님께서 300명이 모이는 안정된 교회에 부임하겠는지 아니면 시골에 비닐하우스를 치고 바닥에는 가마니를 깔고, 강대상은 사과 궤짝에 군용담요를 덮은 교회를 개척하겠냐고 하시면 저는 후자를 택하겠습니다.”라는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 당시에 저는 제 정신이 아닌 참 어리석은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런 제 기도를 40년이 지난 지금 결산해 보니 놀랍게도 그대로 성취되었습니다. 아무것도 내세울 것이 없고 자랑할 것이 없어도 너무 없게 되어 버린 것입니다.
제게는 먼 사돈뻘 되는 분이 1.4 후퇴 때 아들 하나 데리고 피란 오신 분이 계십니다. 남편은 같이 내려오다 폭격 맞아 먼저 세상을 떠나고 이분은 어떻게 하든 살아남아야 하겠다는 일념으로 삯바느질부터 시작해서 떡 장사 남의 집 허드렛일은 물론 안 해본 일들이 없을 정도로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러면서 돈을 벌리면 그 돈으로 땅을 사고 집을 사곤 했습니다. 어는 정도 재산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대학을 보낸 아들이 갑자기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더니 허망하게 죽고 말았습니다. 그때의 허전함을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어 이분은 재산을 증식시키는 재미로 살았습니다.
친척들이 너무 옷을 남루하게 입어서 내복을 사다 드려도 언제나 기운 옷을 입으셨습니다. 그분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자식도 없고 해서 먼 친척들이 장사라도 지내 드리려고 갔더니 누더기에 손에 무엇을 꼭 쥐고 누워 있더라는 것입니다. 무엇인가 했더니 땅문서와 집문서를 꼭 쥐고 있는 것입니다. 장롱을 열어보니 좋은 옷들은 입지를 않고 새 옷 그대로 걸려 있는데 정작 자신은 내의도 기운 것, 겉옷도 기워 입은 것을 입고 세상을 떠나신 것입니다. 얼마나 재산에 대한 애착을 뒀는지 손을 펴게 하려고 해도 펴지지 않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오늘 아침 제 기도에 응답하신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면서 재산에 집착한 분이 떠올려졌습니다. 그런데 저는 가진 것이 없고, 자랑할 것이 없으니 붙잡고 늘어질 것도 없었습니다. 얽매이는 것이 없으니 참 자유롭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늘이라도 주님이 찾으시면 아무런 미련 없이 영혼을 주님께 맡기고 떠날 것 같습니다.
40년전의 어리석은 기도처럼 여겼던 제 기도는 성령님의 간섭으로 이뤄진 것이라 여겨졌습니다. 그 열매를 받아들었을 때 비록 세상의 기준으로는 초라하고 별 볼 일 없어 보이지만 감사와 찬송으로 주께 나가야 하리라 결단하게 되었습니다.
히 12:1 “이러므로 우리에게 구름 같이 둘러싼 허다한 증인들이 있으니 모든 무거운 것과 얽매이기 쉬운 죄를 벗어 버리고 인내로써 우리 앞에 당한 경주를 하며 믿음의 주요 또 온전하게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자 그는 그 앞에 있는 기쁨을 위하여 십자가를 참으사 부끄러움을 개의치 아니하시더니 하나님 보좌 우편에 앉으셨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