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의 사계절
성환희 글 / 이채원 그림 | 청개구리(청동거울) | 2023년 10월 29일
출판사에서 아직 책정보를 안올렸네요.
나중에 작가 소개, 출판사 서평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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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는 강아지한테 말 걸면 생기는 일
성환희
골목길에서
잘 모르는 너랑 딱 눈이 마주쳤다
"안녕? 반가워. 집이 어디니?"
나도 모르게 말문이 열렸다
너는 분명 웃고 있었다.
네가 나를 향해 걷기 시작했을 때
덜컥 겁이 났다
"우리 집은 무지 좁아.
우리 엄마 털 알러지 있어."
아무리 아무리 진실을 털어놓아도
너는 못 들은 척했다
'또 내가 실수한 거다. 맘속으로만 인사할걸!'
비굴하게 나는 도망쳤는데
너는 아직도 내 뒤를 졸졸 따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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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성환희
심심한 덩굴식물이
뜨개질을 합니다
심심한
교문 앞 울타리를 위해
초록 풀옷 한 벌
뚝딱
지었습니다
그러고도 아직 시간이 남아
나팔꽃 단추 몇 개 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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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엄마처럼 살 거다
성환희
"엄마처럼 안 살 거야!"
수시로 혼잣말하는 우리 엄마
슬픔을 참는 거다
귀하고 좋은 건 모두 아까워
먹지도 입지도 못하고
하늘나라 가 버린 외할머니 생각에
열심히 명랑소녀가 된다
"얘, 나도 아이스크림 좋아."
"얘, 나도 치킨 좋아."
내 옆에 앉아 쩍쩍 입을 벌리는
너무 귀여운 우리 엄마
난, 엄마처럼 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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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사랑하면
성환희
웬 기부스?
발목 인대가 늘어났대요
힘들겠다, 이렇게 더운 날
왼쪽 발목을 다쳤는데
왜
오른쪽 다리가 더 아플까요?
사랑해서 그래
더 많이 사랑하면 더 많이 아픈 거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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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말 친근해서 공감이 가는 동시들 입니다.
나도 울 엄마처럼은 안살고 싶은데
사는 게 비슷한 것 같습니다. 하하하
안 아플려면 사랑을 멈춰야 할까요?
노노 그건 아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