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경에 표시돼있는 언약의 모든 요소
창세기에는 ‘언약’이란 말이 없어도 호세아 6장 7절에는 창세기의 ‘언약’을 직접 언급한다. 하나님이 일방적으로 그리고 주권적으로 아담과 ‘언약’을 체결하셨으니까 은혜인데, 왜 ‘언약’이란 말을 사용하는가 하면, 비록 하나님이 일방적으로 주권적으로 언약을 맺으셨으나 언약의 조건이 다 들어있기 때문이다. 계약을 맺은 하나님과 인간, 그리고 그 조건, 형벌, 약속이 들어있어 언약의 성립이 이뤄진다. 창세기 2장이 이러한 언약 관계를 말하고 있는데, 비평학자들은 “창세기 1장은 엘로힘(E) 문서이며 창세기 2장은 여호와(J) 문서다.”고 말해 “각각 다른 문서를 편집자가 편집해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창세기 1장은 ‘창조의 하나님’을 말하므로 ‘Elohim’이라는 성호가 나오고 창세기 2장은 ‘언약의 하나님’을 말하니까‘ Jehovah’라는 성호가 나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야웨’는 ‘언약의 하나님’ 뜻하는 성호이며 언약의 조건은 순종, 상은 영생, 벌은 저주와 죽음의 형벌이다.
하나님과 사람 관계는 다 언약 관계이고 물리적 자연 관계가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도 그렇게 하기를 원하지 않으신다. 자발적인 순종과 교제의 관계를 원하시므로 묵시적이 자연적 관계가 아닌 도덕적이고 법적 상호 구속적 관계인 언약 관계다. 이스라엘도 하나님이 이스라엘과 언약을 맺으셨으므로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백성이 된 것이지 아브라함의 후손이기 때문에 그냥 된 것이 아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시내산에서 언약을 다시 체결하셨다. 그래서 출애굽기 21장에서 23장까지를 “언약의 책”이라 말한다. 이 언약이 어떤 형태로 돼 있는가? 소위 헷 제국의 언약 체결의 문서형을 좋아서 됐다. 이러한 언약 관계에 관한 연구를 많이 한 학자들이 있는데 M.Kleine, G.Mendelhall, D. Maclarthy 등이 있다. 한국 교회에 언약에 관한 이해가 제일 안 돼 있는데, 하나님과 사람 관계는 다 언약 관계이고 물리적인 자연적 관계가 아니다. 언약 관계로 도덕적, 법적, 상호 구속적 관계에 서는 것이다.
범죄가 어떻게 성립하는가? “아담이 선악과를 먹었으므로 죄가 됐다.”고 말하는데, 먹은 것 자체만으로 죄를 유발했다고만 볼 것인가? 결과적으로 먹은 것이 죄이지만, 먹은 것 그 자체만을 생각하는 것은 바른 이해가 못 된다. 선악과를 따먹은 것에만 아니라 하나님과 맺은 언약 관계의 파기 때문에, 아담이 언약을 파기했기 때문에 하나님 앞에 범죄자로 선다. 그냥 먹지 말라고 하셨는데 단순히 먹는다는 수준을 넘는 것이다.
창조는 하나님께서 이뤄야 할 의무가 있으신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필연적으로 창조할 의무가 있어서 창조하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기뻐하심 때문에 그 기쁘신 뜻대로 창조하셨다. 그러니 창조는 하나님 의지의 일이며 또한 하나님의 은혜다. 그리고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모든 만물의 지배자로, 창조의 왕관으로 창조하셨다. 거기에다가 하나님과 사람 관계를 자연적인 관계로 국한하신 게 아니라 언약 관계를 맺으셨으니 더욱 하나님의 은혜와 호의다. 즉, 하나님과 교제하게 하고 하나님을 섬기게 하셨다. 단순한 언약이 아니라 순종을 조건으로 영생을 주기로 하셨다. 언약 체결 목적은 영생이다. 영생이 무엇인가? 영생은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섬기고 하나님과 교제하는 것이다. 하나님을 섬기 하나님과 교제하도록 하나님이 언약을 맺으셨는데, 그렇게 함으로 인간에게 영생과 영광을 주기로 하신 것이다.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그러한 선한 뜻을 가지고 언약을 맺으셨으니, 더욱 은혜요 호의다.
그런데 이러한 하나님의 큰 호의를 저버리고 이 관계를 깨뜨렸으니 그것이 범죄이다. 그냥 두셔도 좋을 터인데 창조하셔서 자녀의 위치로 끌어 올리신 다음에 영생을 주시고자 하셨으니 이 모든 것이 큰 은혜이다. 이처럼 큰 하나님의 선한 의지와 뜻을 배척한 것이다. 그러니 죄가 참으로 큰 것이다. 하나님의 큰 은혜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배척했기 때문에 그냥 피조물 수준에서 범죄를 저지른 것보다, 자연적 관계에서 저지른 범죄보다 더 큰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2. 아담의 죄가 전가된 까닭
언약은 대표자와 체결해 맺으셨다. 아담은 그 대표자로 인류의 머리였고 당시에는 홀로 인류였다. 하나님은 아담 안에서 인류와 언약을 맺으셨기 때문에 아담의 타락은 인류의 타락이다. 그러므로 아담의 죄가 전가된 까닭을 언약의 조건에 의해서 찾으며, 아담 안에서 누구에게나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아담을 대표로 하고 언약을 체결하셨으니 이 대표원리에 따라 죄가 전가된다. 아담은 인류의 머리이니 그가 매이는 것에는 그의 후손도 매이게 된다.
그리스도의 의의 전가도 마찬가지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리스도가 은혜언약의 대표로서 그리스도와 은혜언약이 체결됐기 때문에,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가 획득하신 의가 그 후손에게도 전가된다.
‘서철원 {인간론} (서울: 예장 개혁 총회신학교 개혁신학연구원 서철원 교수 1987년도 1학기 {인간론} 강의 녹취록 팀, 1988)’ 22쪽~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