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레스트 검프'
202012082 이주아
깃털이 바람에 떠다니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어른이 된 포레스트가 자신이 겪었던 일을 나레이션하며 진행된다. 그의 삶을 요약하자면 우연을 계기로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실제 사건들에 주인공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래서 포레스트가 실존 인물인 것 같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영화는 이야기의 전개가 물 흐르듯 흘러가 보는 재밌기도 했지만, 인물들의 무게 있는 대사들도 정말 기억에 남는다. 특히 영화 초반의 명대사로 많이 회자되는 포레스트의 대사가 가끔 생각날 때가 있다. ‘엄마는 항상 인생은 초콜릿 박스와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어떤 초콜릿을 먹을지는 절대 알 수 없다고 말이죠.’ 언뜻 들으면 가벼운 말처럼 들리지만, 이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난 후 다시 이 대사를 되짚어보면 어린아이에게 말하듯 정말 쉬운 단어로 인생을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영화에서 포레스트를 배려해 항상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포레스트의 엄마가 한 대사라는 점에서 더 와닿았다. 제일 인상 깊은 장면은 영화 끝부분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낸 후 포레스트가 인생에 대해 회고하는 장면이다. ‘우리는 저마다의 운명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모두 바람처럼 떠다니는 건지. 내 생각엔 둘 다 동시에 일어나는 것 같아.’ 영화 초반과 끝에서 깃털이 바람에 흩날리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이 대사가 다시 생각나면서 깃털이 우리들의 운명을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영화는 주인공 포레스트를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그 주변 인물들이 주인공을 통해 변하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점도 많았다. 포레스트가 사회의 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이에 여의치 않고 항상 그의 교육을 위해 힘쓰고 또 그의 인생의 토대가 되어 주었던 포레스트의 어머니, 방황하기도 했지만 다시 새로운 삶을 위해 노력한 제니, 그리고 두 다리를 잃은 채 삶을 살게 되어 자신을 살려준 포레스트를 원망하기도 했지만 끝에서는 포레스트에게 고마움을 전한 댄 중위. 이들은 모두 주인공을 편견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았고 제니와 댄 중위는 쓴 초콜릿을 먹듯 인생의 암울한 시기엔 주인공을 떠나 방탕한 삶을 살았지만 다시 새로운 삶을 위해 노력했으며 포레스트의 곁으로 돌아오는 선택을 했다.
처음 이 영화를 봤던 중학생 때는 그저 미국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들을 한 주인공의 인생 이야기와 함께 보는 코미디 영화인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전개와 주인공의 천진난만한 행동만이 기억에 남았었다. 그런데 대학생이 되고 나서 다시 보게 되니 영화 속 여러 장치와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아직도 그 깊은 뜻을 알기 어려운 대사들이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도 여운을 크게 남겼다. 이 영화는 내용이 흐릿해질 때쯤 다시 보게 되면 새로운 장면들과 의미를 발견할 수 있어서 삶의 경험이 쌓일 때마다 다시 찾아보는 내 인생 영화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