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자 여사
-윤동재
문경 샘골 마을 박열 의사 부인 박문자 여사
일본 이름 가네코 후미코 여사를 찾아뵈었지요
메일을 보내 미리 약속하고 갔더니 박문자 여사
박열 의사 초가집 생가 앞마당에서
제법 큰 개를 힘겨워하면서도 안고 기다리고 있었지요
서울에서 내려가다가 주흘산을 지날 때
주흘산이 내게 말하기를
박문자 여사는 누구든 사람다운 기개가 보이지 않으면
상대해 주지 않는다고 했지요
박열 의사가 쓴 <개새끼>라는 시에 나타난
박열 의사의 사람다운 기개에 반해
박열 의사 보고 단박에 동거하자고 한 박문자 여사니
박문자 여사 앞에서 징징대지 말고 당당하라고 했지요
막상 박문자 여사를 뵈니 박문자 여사보다
안고 있는 개가 더 걱정이었지요
개는 계속 나를 위아래 훑어보았지요
박문자 여사는 대의大義를 으뜸으로 해
개도 대의大義라고 부른다고 했지요
개가 사람을 앞세우지 않고 민족 국가만 앞세운다든지
대의大義를 업수이 여기는 사람은 바로 알아보고
짖어대거나 물어버려 민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지요
나는 박문자 여사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싶어 찾았지만
개가 나를 보고 짖어대거나 물기라도 할까 봐
박문자 여사를 뵙고 수인사나 겨우 나누고 돌아섰지요
주흘산이 멀리서 못난 놈 하는 소리가 내 귀에 크게 들려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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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는 것이 많으면 상상이 줄어드리.
아는 것은 줄이고 상상을 늘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