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친 글] 나무골천교 사람들 / 정희연
나무골천교에는 여러 사람이 산다. 전국 각지에서 작년 가을에 이사를 왔다. 공사를 발주한 지방 자치단체, 발주자와 계약한 시공자, 설계자, 자재상, 근로자, 안전 관리자, 건설 사업 관리자가 있다.
시공사 직원은 포항, 강릉, 양주, 안동. 건설 사업 관리단은 평택, 광주, 순천, 대전 등 다양하다. 최종 목적은 다리를 만드는 일이나 참여하는 처지에 따라 생각이 다르다. 안전 관리자는 재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위험으로부터 사람과 장비 그리고 시설물의 안전을 생각하고 위험이 노출되면 곧바로 시정을 요구한다. 건설 사업 관리자는 건설 공사 기획, 타당성 조사, 분석, 설계, 조달, 계약, 시공, 감리, 평가, 사후 관리 등의 관리 업무를 총괄한다. 근로자는 시공사의 지시를 받아 철근을 조립하고, 거푸집을 설치하며,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등의 일을 한다. 시공사는 발주처와 계약을 이행해 목적물을 완수하고 계약금을 받는다. 자재상은 규정에 맞는 자재를 적기에 납품한다.
나무골천은 대전 유성구 성북동 약사봉(294.9m)에서 시작해 유성구 방동 두계천으로 연결되는 길이 2km 폭은 사람 한 팔 넓이로 시작하여 끝에 다다르면 5m 가량 되는 작은 소하천이다. 서대전 인터체인지에서 평촌 일반 산업단지로 이어지는 도로를 만들고 있다. 도로와 작은 하천이 교차하는 곳에 다리를 놓는다. 그 이름은 ‘나무골천교’다. 폭 10.9m 길이 22m로 아주 작다. 그런데 이곳에 여러 가지 기술이 들어갔다. 그중 하나는 에스피씨(SPC)합성형 특허공법 이다. 다리 밑의 공간이 모자라 잡업이 어렵고 지간이 길어서 시공이 곤란할 때 적용된다. 에이치 형강에 내력이 생기도록 강재를 미리 당겨서 콘크리트를 타설하므로 콘리리트가 완전히 굳어지면 굽은 모양이 된다. 대형 차량 등으로 하중을 가해지면 굽었던 모양이 펴지면서 다리 자체에서 힘을 분산시킨다. 곡선이면서 아이(I)자 형태를 취하고 있어 작업이 매우 까다로워 제작 기간도 많이 걸리며, 현장으로 이송 해서도 후속 작업이 만만치 않다. 그러다 보니 이윤은 적고 시공비가 많이 들어갔다. 마땅히 해야 할 일에도 시공사에서는 “그냥 넘어가면 안돼냐”며 말이 퉁명스럽다.
제조업은 공장에서 컨베이어벨트의 이동에 따라 부품을 조립하고 이동을 반복하며 제품을 만들어 내지만, 토목공사는 제작장 따로 없고 현장에서 이루어지면서 사람 업체 장비가 현장마다 바뀌다 보니 설계서를 새로 익혀야 한다. 나무골천교 사람들은 모두가 처음 보는 사람들이다. 위치, 장소, 주변 환경도 똑같은 것이 없다. 설계도면·공사시방서·물량내역서·원가계산서·산출내역서·단가산출서·수량산출서·품셈·일위대가표 등을 꼼꼼히 잘 살펴서 참여자가 각자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알려야 한다. 작업전 또는 작업 중에 교육과 회의로 오류와 누락을 적게 해야 한다. 서로의 말를 듣지 않고, 양보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신뢰가 무너져 일이 재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작업 속도를 보면서 콘크리트 타설 일정을 미리 정하여 레미콘 회사에 물량을 예약한다. 일이 서툴거나 약속이 맞지 않으면 일정도 틀어지게 된다. 한두 번이야 그렇다 하지만 반복되면 우리 일정에 맞춰 주지 않는다.
여기저기서 큰 사건 사고들이 일어난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이고, 싱크홀에 빠지고, 타워크레인이 넘어가고, 아파트가 붕괴되는 등 피해가 많다. 정부에서는 규제를 계속 늘리며 그 강도가 더욱 커서 일선에서는 일거리가 많이 늘었다. 토목공사는 3디(D) 산업의 하나로, 더럽고(dirty) 어렵고(difficult) 위험(dangerous) 하다고 꺼려 하고 있다. 실업자가 늘어나는데도 일자리가 부족해 인력난이 심각하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다 보니 인금이 올라가 생산성이 떨어져 여기저기에서 일을 해도 남지 않는다며 아우성이다. 원가 안전 품질 모두 중요하다. 이 세 가지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한쪽으로 기울면 사고는 발생한다.
나무골천교 사람들은 회사를 대표해서 모이기도 했지만, 한 가정의 가장으로 가정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다리가 완성이 되면 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것이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이 지나고 입동이 찾아왔다. 겨울이 온 것이다. 물이 얼고 땅이 어는 계절이 왔다. 겨울이 깊어지기 전에 서둘러 마무리 지어야 한다. 우리가 만든 다리는 나무골천의 일주문이 되어 하천을 대표하게 되는 것처럼 모두가 자기의 역할을 다하는 사람으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루해도 계룡산 자락에서 밤을 준비하고 있다. 또다시 이사를 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어디로 갈지 긴장도 되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기대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