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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독서클럽♥ 책으로 사는 사람들 원문보기 글쓴이: 통큰인덩
독특한 소재, 놀라운 반전, 찡한 울림까지 우리에게도 이런 추리소설이 있다! ‘그림 추리’를 활용한 미술 전문가의 지적이고 감각적인 추리 게임 『미술관의 쥐』는 유명 화가의 그림 모작을 둘러싼 살인사건을 통해 예술의 진정한 의미를 탐색한 책으로, 국내 미술 전문가가 직접 쓴 추리소설이다. 그동안 접하기 힘들었던 미술 동네의 독특한 풍경을 담고 있으며, 그림 유통을 둘러싼 부정부패, 미술품을 중심으로 얽히고설킨 인간 군상들의 그릇된 위선과 다양한 욕망까지, 그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인간의 추악한 모습들을 긴장감 넘치는 추리 기법에 녹여냈다. 미술 전문가답게 독특하고 색다른 소재를 깊이 있게 이끌어가는 힘이 느껴지는 작품으로, 빠르고 흡입력 있는 전개가 돋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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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관심과 이슈로 떠오른 ‘미술’을 소설로 읽는 재미 ‘미술관의 꽃’ 큐레이터와 화가의 숨겨진 비밀, 그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검은 음모와 인간의 추악한 욕망을 파헤치는 지적 게임이 시작된다. 한국 미술계를 둘러싼 온갖 비리들을 모아놓은 듯한 이른바 ‘신정아 사건’은 인간의 위선과 욕망, 지배계층의 추한 행태와 권력을 향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 등, 인간의 위선과 그릇된 욕망을 줄줄이 보여준 씁쓸한 사건이었다. 역설적이게도 그 씁쓸한 뉴스의 중심에서 집중 조명을 받은 미술계와 큐레이터 등 미술과 연관된 일과 사람에 대한 관심이 다양하게 증폭되었다. 또한 최근에는 미술품 경매장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MBC 드라마 <옥션하우스>가 새롭고도 참신한 소재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템페스타의 용과 누드화의 점에 숨겨진 알레고리를 찾아라! 미술관을 둘러싼 의문의 살인, 실종 사건. 그 안에 도사린 거대한 음모의 실체. 진실은 과연 어디에 숨어 있는가? 그림의 비밀은 바로 그림 속에 있다! 국내 최대의 갤러리인 정로미술관 관장 박길용은 세계적 거장인 임영숙 회고전이 열리던 날 사무실에서 목을 매 자살한다. 자살하기 전 박관장은 신인 화가 김준기에게 「미술관의 쥐」 원고와 임영숙 화집, 그리고 ‘베네치아 파 회화전’ 세미나 티켓을 건네며 조르조네의 그림 <템페스타>에 대해 알 수 없는 말을 남긴다. 중진 화가인 지만규의 교통사고, 임영숙의 남편 윤휴의 실종, 그리고 박관장의 잇따른 자살……. 자살한 박관장을 최초로 발견한 큐레이터 양누리는 자살 이면에 무엇인가 있음을 확신한다. 양누리는 동기인 김준기와 함께 박관장 자살의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첫 번째 단서는 임영숙 화집에 실린 누드화의 엉덩이 부분에 찍힌 점. 김준기는 <템페스타>에 그려진 용과 누드화에 찍힌 점 사이에 놀라운 알레고리가 숨어 있음을 발견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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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네상스 베네치아 파 미술과 조르조네의 <템페스타> 르네상스 미술의 중심지는 이탈리아이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은 크게 피렌체 파와 베네치아 파로 나눌 수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미켈란젤로는, 수학과 과학이 기반이 된 엄밀한 조형적 형태와 구성을 중요시한 피렌체 파에 속한다. 한편 동시대에 피렌체 파와 쌍벽을 이루었던 베네치아 파는 빛과 색채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이 베네치아 파 미술은, 15세기와 16세기에 걸쳐 티치아노Vecellio Tiziano(1488?∼1576), 조르조네Giorgione(1478?∼1510), 틴토레토Jacopo Tintoretto(1518∼1594), 베로네세Paolo Veronese(1528∼1588)와 같은 천재적인 화가들을 중심으로 전성기를 이루었고, 르네상스 미술 이후 전개된 바로크 미술과 근대미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조금 신기하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한 것은 우리나라에 이 베네치아 파 미술이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엄밀한 논리와 과학이 기반이 된 예술보다는 감수성에 기반을 둔 예술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이런 이유에서인지 ‘개념’으로 중무장한 현대미술 시대에도 계속 멋과 낭만으로 과대 포장된 근대미술을 동경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에 한정해서만 말한다면, 빛과 색채가 어우러져 시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감각적인 베네치아 파 미술이 흔히 하는 말로 ‘딱 우리 취향’이다.
조르조네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베네치아 파의 대표적인 화가로서 르네상스 미술뿐 아니라 서양 미술사 전체에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천재 화가이다. 조르조네는 베네치아 전성기 르네상스의 선구자들 가운데 가장 먼저 태어났지만 요절했다. 동시기 어느 작가보다 빛과 색채를 감각적으로 사용했고, ‘포에지’-풍경 가운데 인물이 있는 그림으로, 주제가 있더라도 주제가 그리 중요하지 않으며 시적인 분위기가 회화를 지배하는 특성-라는 새로운 개념의 회화를 그렸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모호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표작으로는 〈템페스타〉 외에도 〈성 리베랄레와 성 프란체스코와 함께 있는 성모자〉, 〈세 명의 철학자〉, 〈동방박사의 경배〉가 있다. 그 가운데 폭풍, 폭풍우라는 뜻의 〈템페스타〉는 그의 대표작이자 베네치아 파 미술은 물론 서양 미술사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걸작으로, 그림의 주제에 대해 오랫동안 논란이 된 작품이다. 내가 처음 〈템페스타〉를 봤을 때 받은 인상은 ‘엉성한 합성 사진’ 같다는 것이었다. 마치 요즘 잘나가는 인기 모델들처럼 바쁜 스케줄 때문에 그림 속의 모델들을 한꺼번에 불러놓고 그릴 수가 없어, 배경을 먼저 그린 후 따로따로 그려 넣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이렇게 인물들이 복수로 등장하는 그림은 실제 그런 방식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템페스타〉의 경우는 그림 속의 인물들은 물론 심지어 배경을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들까지도 너무나 따로따로인 듯해서 그런 인상이 더 강했다. 하지만 〈템페스타〉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무언가’로 정확히 통일되면서 그림이 꽉 짜이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이 아마도 포에지라는 조르조네 특유의 시적 감각 또는 아우라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이는 무언가’를 통해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지배당하게 하는 조르조네의 그림들, 특히 〈템페스타〉는 중독성이 굉장히 강하다. 보면 볼수록 매료되고 그 매력 때문에 자꾸 보게 된다. 오랫동안 이 그림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논쟁도 알고 보면 그 내용이 진짜 궁금해서라기보다는 그 매력을 즐기려고 벌어졌던 것이 아니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