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급식소를 운영하면 할수록 내가 하는 게 아님을 깨닫습니다.
“꿔다놓은 보릿자루보다 못한 나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라며 깜짝 놀라곤 합니다. 세계 7대 불가사의보다도 미스터리한 일입니다. 이해 하려해도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
저를 늘 봐왔던 고향에선 더 그렇습니다.(여기서 “고향”이라 함은 제가 35년 이상 살았던 곳을 말합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쭉 한 곳에서 자랐습니다.
저는 항상 천하고 무시당하며 살아왔습니다.
그게 일상이었습니다. 그래도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그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예를 들면, 어렸을 때 동네 친구들과 소꿉장난을 하고 있으면 친구 할머니가 친구를 데려갑니다. 그리고 하시는 말이 “저런 애랑 놀면 안 돼”라며 친구 손을 낚아챕니다.(더 심한 말은 생략하죠) 벌써 30년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느꼈죠. “나는 그런 사람이구나”라고...
학창시절 항상 기가 죽어 살았고, 자신감도 없었습니다. 뭐 하나 잘하는 것 없이 그렇게 살았습니다. 집에 돈이 없어 가난했으며, 공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요.
이랬던 저에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뒤늦게 찾아온 것입니다.
저의 모교회에서 장학금을 주신 게 아닙니까?
그 때부터 미친 듯이 공부만 했습니다. 기초가 없으니 남들에 비해 느렸지만 그래도 꾸준히 했습니다. 결국 대학교를 다섯 군데나 졸업하게 됐고, 제 모교에서 정교수가 아닌 “겸임교수”까지 하게 됐습니다.(“시간강사”보다 높은 직위입니다.)
자랑이 아닌 저의 삶을 말하려는 겁니다.
어렸을 때, 없이 살아봐서 빈민의 삶을 너무나 잘 압니다.
없이 살아봤기 때문에 욕심이 안 생깁니다.
그래서 봉사자에게 늘 당부하는 게, 후원자가 정성들여 보내온 물건은 무료급식소를 이용하는 분들의 것이라고, “절대 욕심 내지 말고, 손 댈 생각 말라” 주입합니다.
어쩌면 노이로제 성향처럼 다루고 있을 정도입니다.
후원금이나 후원물품 잘못 사용했다가 쇠고랑 차기 싫거든요.
작년 겨울, 송파맘카페에서 들어온 모든 후원물품도 차근차근 대접하고 있는 중입니다.
화성시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외국인노동자 비율만 봐도 알 수 있듯 전국에서 안산시 다음으로 외국인노동자가 많습니다. 즉 기업의 수가 많다는 것이죠.
얼마 전, 갑자기 어떤 중견기업에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안녕하세요. 무료급식소인가요? 전화 받으시는 분이 김성민 목사님이신가요?”
“네, 맞습니다.”
“우리는 화성시 관내에 위치한 기업인데요. 목사님이 올린 블로그 읽고 전화하는 겁니다. 너무 감동이 돼서 우리 기업에서 후원을 하고 싶어서 전화했습니다.”
“그러세요. 고맙습니다.”
이렇게 해서 미팅을 가졌습니다.
“창립 30주년을 맞아 받은 사랑을 지역에 베풀어야겠다”는 회장님과 사장님의 굳은 의지가 있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조건이 있었습니다. 단호하게 말씀하는 게 “절대 회사이름이 나가길 원치 않는다”는 조건이었습니다. 이것만 봐도 인성이 아주 훌륭한 분 같아보였습니다.
“인터넷에 ‘익명의 기업’이라고만 올려주면 됩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후원의 규모가 달랐습니다.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며 이렇게 큰 액수는 처음 받아봤을 정도입니다. 듣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비록 정해진 기간 동안, 정해진 액수만 할 수 있어 오히려 ‘우리가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는 분에게 제가 뭐라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그날 저녁, 아내와 깊이 상의했습니다.
“후원 받은 것을 아주 지혜롭게 사용합시다. 후원기간이 정해져 있으니 그 기간 동안 우리 급식소에 시급하고 숙원사업이었던 것을 구입합시다.”
여름에 식품을 후원받아오려면 차가 없어 고생이었습니다.
스타렉스에 의자를 한 쪽으로 밀고 짐을 싫고 몇 번을 오고가야 했습니다.
또 소외계층을 위한 생필품전달 사업인 “사랑의상자배달”을 할 때도 짐을 다 싫으면 사람 탈 자리가 없어 할 수 없이 저 혼자 배달했어야 됐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꼭 필요했던 “냉동탑차”를 구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 설명절 때 나눠드릴 선물세트를 대량구입 했습니다. 우리 급식소에 오는 어르신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며 하나씩 나눠드릴 생각입니다.
그 땐 식사 메뉴도 조금 더 신경 쓰도록 하겠습니다.
이 기업에서 후원한 것은 모두 투명하고 정직하게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느 한 개인에게 해택이 돌아가지 않도록,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투명하게 사용하겠습니다.
저희를 믿고 연락해준 “익명의 기업” 임직원 일동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