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배구팀 못지 않은 축구부의 위상을 드 높이려는 인창고 축구부 2~3학년들의 모습, 올 시즌은 최고의 팀으로 거듭나기 위해 경남 합천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 K스포츠티비
2010년 창단해 고교축구의 다크호스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창고(서울). 2015년 '을미년(乙未年)'을 창단 최고의 해로 만들기 위한 인창고 선수들의 굵은 땀방울에 매서운 한파도 거짓말처럼 녹아들고 있다. 그라운드에서 실력으로 보여줄 일만 남은 셈이다.
전남 순천과 경남 합천 등에서 동계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인창고는 동계훈련 기간 조직력과 전술의 완성도를 끌어올려서 시즌 첫 전국대회인 춘계연맹전에서 상위 입상을 꿈꾸고 있다. 기후가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 연습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도 도모하는 등 상위 입상을 위한 '마스터 플랜'을 착실히 수립하고 있다. 남은 기간 선수들의 부상 방지에 좀 더 포커스를 삼을 계획이다.
인창고는 지난해 토너먼트 대회와 리그전에서 '극과 극'의 행보를 보였다. 고등부 서울 동부 리그에서는 재현고, 경희고, 대신고 등 기존 강팀들의 틈 바구니를 뚫고 왕중왕전 진출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토너먼트 대회에서는 협회장배와 금강대기 모두 예선탈락의 쓴맛을 보며 아쉬움을 삼켰다. 왕중왕전에서도 강릉문성고(강원)에 져 1회전 탈락하는 등 토너먼트와는 좀처럼 인연이 없었다.
올 시즌에는 '토너먼트 징크스'를 떨쳐내기 위해 동계훈련 때부터 분주한 움직임을 띄고 있다. 지난 시즌 취약점을 노출했던 수비 조직력을 극대화하며 빠른 역습으로 득점을 노리는 패턴을 정교하게 가다듬고 있다. 창과 방패를 더욱 묵직하게 다듬어서 강팀들과의 대결에 대비한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주축 선수들이 다수 포진해있어 전력의 누수가 크지 않다는 것이 인창고의 큰 호재다.
"동계훈련 때는 승패보다 선수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해서 조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플레이를 만들고 있다. 수비 조직력에 중점을 둔 뒤 빠른 역습으로 득점을 노리는 전술을 다듬고 있다. 다른 팀들과 연습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도 높이면서 전술의 완성도도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선수 구성의 큰 차이는 없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학교가 하나로 뭉쳐서 춘계연맹전 때 8강 이상의 성적을 이뤄보고 싶다."
"지금 부상 선수들이 일부 속출한 상황이다. 춘계연맹전까지 약 3주 동안 부상 선수들의 회복이 중요할 것 같다. 수비에서도 커버플레이와 간격 유지 등을 더 보완해야 된다. 또, 강팀들과의 연습경기에서 상대보다 파워가 부족해 몸을 사리는 경우가 있다. 선수들의 정신력을 더 무장시켜 권역 리그에서 영등포공고, 경신고와 멋진 승부를 펼쳐보고 싶다. 열심히 하다보면 왕중왕전 진출도 따라올 것으로 생각된다"
인창고가 올 시즌 상위 입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스트라이커 윤민기(3학년)의 활약이 필수적이다. 지난 시즌부터 팀의 해결사로 맹활약한 윤민기는 뛰어난 골 감각을 앞세워 올 시즌 변함없는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스피드와 공간 침투도 좋아 여러모로 팀 플레이의 큰 활력소다. 1학년때부터 꾸준히 주축으로 활약하며 경기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도 윤민기의 큰 강점이다.
▲인창고 축구부를 이끌고 있는 서종민 감독의 모습 ⓒ K스포츠티비
"올 시즌은 저학년 선수들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 중 스트라이커 (윤)민기가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이다. 유연성을 갖췄고 스피드가 뛰어나다. 헤딩력이 좋아 공간 활용에도 일가견이 있다. 지난 시즌 권역 리그에서 9골을 뽑아낼 만큼 득점력도 겸비했다. 중요한 순간 얼마든지 한 방을 터뜨려줄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아직 인창고는 축구부보다 배구부의 인지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인창고 배구부는 각 종 대회에서 수많은 우승과 함께 '아시아의 거포' 장윤창(경기대 교수), '삼손' 이상열(경기대 감독), 유광우(삼성화재 블루팡스) 등 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을 배출하며 한국 배구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과거 배구부의 화려한 명성을 축구부가 바톤터치를 할 차례다. 잠재력이 높은 선수들이 많아 충분히 배구부보다 더 높은 브랜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리 학교 교장선생님의 임기가 5년 남았는데 3가지 목표가 배구부와 축구부의 전성기를 이끌고 일반 학생들의 좋은 대학 진학률을 자랑하는 것이다. 일단 첫 번째로 배구부의 전성기를 이끄는 것은 달성하셨다. 그 다음 축구부를 최정상급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내고 계신다. 올 시즌도 중요하지만, 내가 직접 공들여 스카웃한 저학년 선수들이 고학년이 되는 내년과 내후년이 더 기대된다."
투명한 운동부 운영을 위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나서고 있는 서종민 감독은 인창고 축구부의 체질개선을 이뤄낸 주역이다. 인창고는 전임 감독 시절 학부모와의 관계와 금전 문제 등 여러 가지 좋지 않은 모습들이 이어져오며 분위기가 엉망이었다. 운동 환경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떠돌이 생활'을 면치 못했다. 분위기가 엉망인 와중에 '떠돌이 생활'이 계속되며 선수들의 사기도 저하됐다. 그러나 서 감독 부임 이후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2013년부터 인창고를 지휘한 서 감독은 선수들의 마인드 변화는 물론, 학부모들의 불신, 선-후배 간의 잔존악습 등의 싹을 잘라냈다. 서 감독의 열정적인 노력 아래 인창고 선수들도 이전보다 한층 성숙된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전면 백지화 상태에서 이뤄낸 서 감독의 노력이 단계별로 하나하나 결실을 이뤘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오기 전까지는 팀 구조도 그렇고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선수들 체계와 학교 생활, 인성 문제, 학부모님들의 마인드 등을 개선하는데 누구보다 앞장섰다. 학교 측에서도 축구부 운영에 대한 모든 권한을 위임해줬다. 학교 운동장 시설이 완공되지 않아 공사가 완료되는 3월 중 학교로 돌아간다. 백지상태에서 리모델링을 이룬 격인데 하나씩 갖춰지는 것 같다."
과거와 달리 요즘 선수들은 정신적으로 나약해졌다는 평가가 자자하다. 온갖 유혹들에 쉽게 노출되다보니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잡초' 정신이 부족하다. 널뛰기 식의 성장곡선을 보이는 연령대에서 한 번 반짝하면 그것에 흠뻑 도취되는 선수들도 많다. 서 감독이 인창고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덕목이 바로 정신력이다.
▲인창고 축구부 내일의 주인공들인 올해 2015년 신입생들의 모습 ⓒ K스포츠티비
"아직 배우는 학생들이라 감정 변화가 크다. 부상도 경기 도중 집중력이 떨어지며 발생하는 것이다. 나는 정신력과 체력, 팀워크, 창의성을 많이 강조하고 주입시킨다. 특히 강한 정신력이 갖춰져야 한다. 정신력에서 모든 승부가 판가름날 정도다. 순간 정신줄을 놓았을 때 선수들에게 따끔한 질책을 하기도 한다. 강한 정신력이 나의 축구 철학이나 다름없다."
최근 학원 스포츠가 운동선수들에 학업을 장려하고 있지만, 여전히 운동부 선수들과 일반 학생들과의 교류는 적은 편이다. 아침부터 훈련과 학업 등으로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는 운동부 선수들의 경우 수업 도중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졸음을 쏟아내기 일쑤다. 일반 학생들과의 친밀도는 당연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나는 선수들에게 축구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선수들이 학교 수업을 빼먹는 일은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 교실에 들어가서 일반 학생들과 대인관계를 폭넓게 쌓으라고 주문한다. 모두 축구선수로 성장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 학생들과 친밀도를 높이면 분명 사회 생활을 해서도 큰 도움이 된다고 얘기해주곤 한다."
모교인 중대부고(서울)에서 오랜 기간 코치 생활을 했던 서 감독은 중대부고 시절 제자인 배재우(제주 유나이티드)를 보면 입가에 미소가 절로 흐른다. 수도전기공고(서울) 재학 도중 팀 해체로 전학오는 아픔을 겪은 배재우는 지난해 용인대의 전국 1.2학년 대회 우승을 이끄는 등 피 나는 노력으로 프로 진출의 꿈을 이뤘다. 축구에 대한 배고픔이 남달랐던 배재우는 다른 강팀 선수들보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인창고 선수들에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배)재우는 수도전기공고가 해체되며 중대부고로 전학왔다. 워낙 적극적이고 인성이 잘 갖춰져 내가 애지중지했던 제자 중 한 명이다. 대학 가서도 열심히 노력해줘서 프로 진출까지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도 재우의 성장 과정을 선수들에게 많이 얘기해준다. 선수들도 재우를 보면서 동기부여를 많이 얻는 것 같다."
고가의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인창고지만, 서 감독은 선수들에게 근성을 일깨워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이라는 말처럼 정신력만 갖춰지면 못 할 것이 없다는 것이 서 감독의 지도 철학이다. 어떤 일을 하든 제자들이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력으로 험난한 세상을 잘 헤쳐나가길 바라고 있었다.
"내가 열정과 욕심이 있는 편이라 선수들에게 지적도 많이 한다. 축구선수로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매진했으면 한다. 요즘 정신력이 많이 약해져 고교때부터 갖추겠끔 노력하고 있다. 인창고하면 이 팀 정말 피곤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누가 만나도 상대 팀들이 부담을 느끼는 팀을 만들 것이다. 남들이 인정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은 것이 나의 소망이다." -이상 인창고 서종민 감독
[K스포츠티비ㅣ황 삼 진 기자] sj12102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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