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마라톤 풀코스 100회/ 4,219.5키로 그 멀고도 길었던 여정
옛날 서울대학교나 예비고사 수석합격자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하나같이 같은 소리를 한다.
과외공부는 하지 않고 학교수업만 충실히 했다.
참고서보다는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
잠은 하루 8시간씩 충분히 잤다.
이러한 기사가 일반 학생들에게 용기를 복 돋워 주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 주었다는데는
긍정적일 수는 있으나 귀신이 아닌 이상 남과 똑같이 하고서 남보다 뛰어 날 수는 없다.
심지어는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는 책이 나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기까지 했는데
물론 출판업자의 상업주의가 절묘하게 학부모나 학생들의 관심을 들쑤신 결과이리라.
2008년 3월 2일 제11회 서울마라톤 대회에서 난 마라톤 풀코스 100회를 완주하였다.
난 마라톤에 관한 한 학교공부도 과외공부도 받아본 적이 없고
세상에서 마라톤이 제일 쉽다고 생각한 적은 꿈에도 없다.
반대로 난 82키로 과부하에 팔자걸음, 배뿔뚝이, 운동치에다가 먹는 것 즐기고 술은 남에게 뒤지지않는다.
지금도 스타트 라인에 서면 내가 다시 이곳에 올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변함이 없다.
남들은 不可思議라고 할지 모르나 난 8년 동안 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온 몸을 바치고 휴일을 반납한 도전의 결과이다.
마라톤 풀코스 100회 완주를 맞이하여 그동안의 내용을 정리하려고 함은 결코 龍飛御天歌的 부풀리기는 아니며
나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의 새로운 지표를 위한 시금석으로 삼으려고 한다.
10키로 코스에서 혜성같이 마라톤 계에 데뷔를 하고 10키로 대회를 세 번 더 참가하고 다음해 하프코스를 뛰었다.
2001년 3월 1일
잠실에서 열린 SAKA대회.
이후 2001년 나는 총 24번의 하프경기에 출전하였다.
기록은 대개 2시간 언저리
우리 학교에서도 뛰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운동치인 내가 뛰는것이 소문이 나자 너도나도 모였다.
물반 고기반
그러나 그들은 의욕만 있었지 체계적인 훈련이 부족했고 욕심만 앞섰다.
지금 그들 대부분은 중도 포기했고 지금까지 뛰는 사람은 몇 명정도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2001년 10월 21일
나는 드디어 대망의 풀코스에 도전하게 된다.
주위에서는 무식하다고 했다.
무모하다고 했다.
춘천에서 열린 조선일보 마라톤대회
마라톤 매니어들이 1년을 마감하는 대회
난 대회에 나가기 전 선배들이 올려준 자료를 외우다시피 지형을 숙지하고 도상연습을 하였다.
그리고 두려움과 설레임을 가지고 출발해서
4시간 47분 14초로 완주.
백오리길을 달려 들아 온 마지막 골인지점에서의 고통과 희열은 무어라 형언할 수 없었다.
내가 그 길을 뛰다니
그 멀고도 길었던 길을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고통과 다리 근육의 통증, 속은 메시꺼워 토할 것같았고 온 몸과 얼굴은 땀으로 뒤범벅이 되었어도
난 짜릿한 희열을 느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로부터 난
2002년 6번
2003년 10회
2004년 12회 풀코스를 뛰었다.
그리고 2005년 1월 9일
일본 이브스키 마라톤에 참가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와는 약간 다른 일본 마라톤의 세계를 접하게 된다.
그들은 마라톤을 도전의 대상이 아니라 일종의 유희로 생각하고 있었다.
각양각색의 이벤트를 곁들인 축제마당에 사람들은 전부 나와 선수들을 격려하고 맞아 주었다.
그때 난 어느 노인이 칠백몇번째 완주라는 쪽지를 등에 달고 뛰는 것을 보았다.
속도는 느릿하지만 정말 마라톤 그 자체를 즐기고 생활의 일부로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난 거기서 100회 풀코스 완주를 꿈꾸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 맞은 계획을 세운다.
완주가 우선이다.
기록에 신경 쓰지 않는다.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자
마라톤에 관한한 굵고 짧게 사는 것 보다 가늘고 길게 살자
의지가 있으면 길은 열어주지만 가지 않으면 길은 멈춰버린다.
한 걸음 한 걸음 떼어서 걸어가야 할 자리를 채우지 않는 한 그 어떤 기적도 일어날 수 없다.
자기와의 싸움이고 자기 호흡에 맞춰 자기 페이스를 찾아야 갈 수 있는 길이다.
뒤 돌아서 갈 수도 없고 앞으로만 나갈 수밖에 없다.
이기려 하지 말고 한걸음 한 걸음 가는 것을 즐겨야 하며 늦게 가도 최선을 다해 걸어가야 가는 것이 순리이다.
그것은 순전하게 내 자신과 의지에 달려있다.
일단은 풀코스를 5시간 언저리에서 뛰는 것으로 하였다.
나에게는 별로 큰 힘들이지 않고 즐겁게 완주할 수있는 스피드이다.
지금까지 100회를 완주한 기록을 보면
4시간대 46번
5시간대 38회
6시간대 6회
기록면에서 본다면 참 한심한 기록이고 연구대상감이다.
100회를 완주하고 앞으로도 마라톤을 계속 하겠지만 목표 기록을 두고 뛴다던지
몇 번의 완주기록을 정하고 그 숫자에 맞추기 위해 매진하는 미련함은 시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까지도 그렇게 했듯이
"느림의 美學"
시간에 몸을 맞추지 말고 몸에 시간을 맞추기로 했다
100번의 풀코스 완주에서 아직 5시간, 6시간을 헤메는 경계인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난 마라톤에 대해선 天才가 아닌 淺才임에는 확실하다.
조급하지 말고 게으르지도 말고 만용을 부리지 말자.
그저 이 한 몸 뛸 수 있음에 감사하자.
나의 건강한 두 다리로 우리나라 섬섬옥수 금수강산을 내 발로 다녀 보리라.
우리 강산은 항상 그 자리에 그렇게 있을 것이며 또한 우리가슴에도 깊이 남아 있을 것이다.
이제 마라톤은 나에게 도전과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보람있는 스포츠가 되었다.
풀코스 100회를 완주하므로서 한을 풀었고 원을 이루었다.
햇수로 8년이 걸린 대장정이었다.
2008년 3월 2일
나의 인생노트에 하나의 마침표가 추가된다.
그리고 2008년 3월 3일
나의 또 다른 도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풀코스
200회?
첫댓글 친구들이나 이리저리 알고 지내는 사람들과 술자리에서 마라톤예기 나오면 플코스 공인대회 25회 기록이라하면 대부분이 놀랜다
어떻게 그럴수 있냐고... 한결같이 모두들 대단하다고.... 푸흣
박교수님 예기 들으면 외계인 쳐다보듯 하겠지요?
아무튼 대단하십니다. 존경스럽습니다. 여러모로 팔방미인이신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