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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언론 점령한 건설사… 기자들에겐 '보도의 성역'주요 지역신문·방송 소유구조 살펴보니… 대부분 건설사 지분 포함
최승영, 박지은 기자 sychoi@journalist.or.kr | 입력 2019.07.03 15:33:58
건설사가 잇따라 언론사 지분 매입에 나서고 있다. 최근 중흥건설은 헤럴드 최대주주로, 호반건설은 서울신문 3대 주주로 자리했다. 이미 지역 언론 대다수에선 지역건설사 등이 대주주로 자리한 지 오래다. 그 결과는 대주주를 다루거나 다루지 않는 방식 모두를 통한 보위 행태로 드러난다. 사양화되는 미디어환경에서 가장 큰 위기를 겪어온 지역신문·방송에서부터 건설 등 기업자본의 잠식이 현실화된 모양새다.
2일 기자협회보가 주요 지역 언론사의 소유구조를 살펴본 결과 지역신문사 17곳 중 7곳, 지역방송 11곳 중 5곳의 대주주가 건설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일보와 국제신문, 매일신문, 경남신문, 대전일보를 제외하면 조사대상 매체는 모두 토착기업 등 민간자본이 최대주주였다.
특히 최근 건설사의 언론사 인수가 도드라졌다. 중흥건설은 최근 헤럴드 인수에 앞서 지난 2017년 기업 기반이라 할 광주전남 지역지 남도일보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중견건설사의 중앙 언론 인수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같은 지역 기반 호반건설은 지난 2011년 광주방송(KBC)의 최대주주가 되며 언론사업에 진출한 뒤 최근 서울신문 3대주주가 됐다. 부영그룹이 지난 2017년 한라일보와 인천일보를 각각 인수해 대주주가 됐고, 삼라마이더스그룹이 올해 3월 울산방송(UBC) 1대주주가 됐다. 지난해 5월엔 골드클래스가 전남매일 모회사가 되기도 했다.
이 같은 소유구조는 실제 보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컨대 남도일보 사이트에서 지난 2017년 5월23일 인수 후 현재까지 ‘중흥건설’이 언급된 기사는 총 340개였다. 반면 1999년부터 인수 직전까지 모회사명이 언급된 기사는 303건에 불과했다. 전남매일에서도 2013년부터 현재까지 대주주인 ‘골드클래스’가 언급된 기사 총 95건 중 45건이 인수시점 이후에 몰렸다. 모회사 참여 개발 홍보, 대주주 관련 동정 기사가 부쩍 는 결과다.
홍보하는 방식 외 대주주 관련 사건사고를 아예 다루지 않거나 옹호하는 방식도 일반적이다. 영남일보는 지난 2015년 8월 대주주 운강건설을 소유한 A 전 동양종합건설 대표가 MB시절 포스코로부터 각종 특혜를 받은 혐의로 조사받자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기사와 사설을 냈다. 영남일보 관계자는 "수사에서 특혜 혐의가 나오지 않아 기소를 못하게 되자 검찰이 별건 수사를 진행했고 이에 기사가 나갔던 것"이라고 했다. 중도일보는 지난 1월 최대주주 모회사 부원그룹의 증축 공사 중 화재 사건을 아예 보도하지 않기도 했다.
지역을 막론하고 기업이 사주인 매체에서 이는 일상이 됐다. 기자들에겐 대주주가 보도의 성역으로 내면화되는 상황이다. 강원지역 일간지 한 기자는 “사회부 근무 당시 시공된 아파트에 문제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를 간 적이 있다. 현장에서 시공사가 어디인지 살펴보니 소속 언론사 대주주의 대주주인 게 확인됐다. 비슷한 건으로 ‘너가 지금 몇 년 찬데 눈치 없이 이런 걸 가져오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그냥 덮었다”고 말했다. 광주전남지역 한 기자는 “실제 월급이 50%는 올라갔고 휴가도 쓸 수 있게 돼 처우는 나아졌다”면서도 “워낙 힘든 시절을 경험해서 간부들이 알아서 긴다. 대주주가 별 말을 안 해도 아파트 관련 비판기사 등은 잘리기 십상”이라고 했다.
언론사 경영위기가 본분인 공적역할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미디어 산업의 사양화 흐름에서 이 문제는 언제고 중앙 언론에서도 재현될 수 있어서다. 전국에서 언론사 경영난이 가장 심각한 지역 중 하나인 광주전남에서 기업의 언론사 인수합병은 가장 활발했다. 최근 2년 새 사주가 바뀐 언론사만 4곳에 달한다. 이미 위기 중인 중앙 언론까지 극심한 경영난이 확대되면 중견건설사의 중앙 언론 진출 같은 현상은 더 가속화될 수 있다.
최근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추진 중인 호반건설과 중흥건설만 해도 비용지불 능력은 충분히 된다. 최근 지역언론 매입이나 경영권 확보에 건설사가 지불한 금액은 500억원 안쪽이었다. 중앙 언론인 헤럴드 경영권 확보에 684억원이 들었다. 비용만으론 서울신문사 대주주 지위 확보에 총 800~10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호반건설과 중흥건설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각각 8794억원, 9983억원이었다.
양사로선 기업 기반 지역엔 이미 매체를 확보하고 있다. 최근 주요 사업은 수도권과 서울 강남권을 대상으로 한다. 중앙 진출의 교두보로써, 영향력 확대와 인허가를 위한 도구로써 언론사는 유용할 수 있다. 수익률이나 비전을 따지자면 기업가가 언론사를 인수할 이유는 많지 않다. 실제 양 건설사는 언론사 인수합병설이 돌 때마다 단골로 거론돼 왔다. 단, 중앙 언론 상당수의 지배구조는 사주체제, 우리사주조합, 강력한 재단·기업 지배구조 아래 매우 공고한 쪽이다. 지역 기반 기업이자 중견건설사로서 선택폭은 제한적이었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다.
아무리 언론 역할에 충실하려 해도 소유구조에서 비롯된 한계는 분명하다. 사익추구라는 본질과 공적본분의 추구는 현재 다수 지역언론 지배구조 아래 이미 충돌하고 있다. 언론사와 기자는 생존과 저널리즘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한 지역 매체 노조위원장은 “언론사 대주주 지분을 가진 누구든 언론사를 이용하려는 목적은 분명하다. 지역언론은 건설사나 지역토호가 다 자리했고 그게 현실”이라면서 “우리도 사설 논조 때문에 논란을 겪었지만 그들도 바보가 아니라서 노골적으로 개입하진 못한다. 기자들이 할 수 있는 건 사리사욕을 위한 일들의 징조가 보일 때마다 대응하는 것밖에 없다고 본다”고 했다.
입력 2021-09-05 21:08 | 수정 2021-09-0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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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일후
언론사가 유력 인사들을 서로 연결시켜주는 걸로 아예 사업모델을 만들었군요.
신문만 해도 영향력이 클텐데 네트워크까지.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식으로든 이 신문사와 연을 맺어 보려고 안달이겠네요.
이지수
그러다보니까 한발 나아가 아예 지역 언론사를 인수해버리는 건설사들도 상당수입니다.
복잡한 과정 거칠 필요 없이 언론사 사주로서 유력인사들과 교류도 하고, 사업도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받는 거죠.
허일후
언론 보도가 미치는 영향력, 그리고 언론사 사주의 위상...
이걸 본업인 건설사업 성장의 지렛대로 삼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이지수
네. 실제로 건설사가 지역 언론을 소유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월 CJB청주방송의 8시 뉴스
[청주방송 CJB 8시 뉴스 <2020년 1월 3일>]
"청주상공회의소가 마련한 신년인사회는.."
화면 중앙에 잡힌 인물은 이두영 청주상공회의소 회장입니다.
[이두영 청주상공회의소 회장 ]
"우리 기업들도 새로운 도전과 과감한 투자로"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추진할 때에도,
[이두영 충북경제단체협의회장 ]
"청주공항 등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갖추고.."
상공회의소 사옥을 옮기는 문제에도 등장합니다.
[이두영 청주상공회의소 회장 ]
"의원총회를 통해서 여러분의 고견을 듣고.."
심지어 CJB 골프대회에서 시타하는 모습도 보도가 됐습니다.
이 회장은 바로 청주방송의 최대주주, 두진건설의 오너였습니다.
가족도 뉴스에 나옵니다.
적십자와 두진건설 등 지역 기업이 매년 진행하고 있는 김장 봉사.
[청주방송 CJB 저녁뉴스 <2019년 5월 10일> ]
두진, 삼보종합, 원건설의 후원으로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마련한..
<인터뷰: 작년 가을 김장에 이어 올 봄 김장도 적십자 회원님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고요.>
행사 취지를 설명하는 중년 여성은 이두영 회장의 부인이었습니다.
CJB는 현재 기사검색이 가능한 최근 2년 간 사주 일가와 모회사에 대해 보도한 기사가 21건 이었습니다.
다른 지역 언론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집니다.
강원방송 G1입니다.
[강원방송 G1 뉴스<2021년 6월 1일>]
"조창진 강원도상공회의소 협의회장의 3년 연임이 결정됐고.."
[강원방송 G1 뉴스<2021년 1월 8일>]
"조창진 강원도상공회의소 협의회장은 오늘 최문순 도지사와.."
[강원방송 G1 뉴스<2021년 3월 4일>]
"제21대 원주상공회의소 회장에 조창진 현 회장이 만장일치로.. "
뉴스에 나온 조창진 강원상공회의소 협의회장은 강원방송 최대주주인 SG건설 회장입니다.
강원도 소상공인 선결제 캠페인과 함께 올해 1월에만 4번 뉴스에 등장했고 지난 5년으로 기간을 확장하면 조 회장 일가와 회사의 등장 횟수는 무려 97번이나 됩니다.
아예 SG건설 분양사업을 홍보하는 기사가 나가기도 합니다.
[강원방송 G1 뉴스 <2018년 5월 31일>]
"도내 한 향토기업이 원주 봉화산택지에 500세대 규모의 아파트 분양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언론사유화라는 지적에 대해 G1과 CJB는 "내부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있어 대주주 관련 보도는 최소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CJB는 "다만 최대주주가 지역 경제인단체 회장이라는 측면을 고려해, 무조건 대주주 관련 보도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기조는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지역 민방과 지역 대표 일간지 28곳 가운데 13곳이 건설사 소유였습니다.
거의 절반입니다.
SG건설이 강원방송, 두진건설이 청주방송, 삼라마이다스가 울산방송, 호주건설이 경기방송(폐업) 최대주주입니다.
호반건설은 올 초까지 광주방송을 소유했습니다.
부영그룹은 한라일보와 인천일보, 중흥토건은 남도일보, 부원건설은 중도일보 운강건설은 영남일보의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유력한 인사들과 동등한 위치가 되거나 오히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역의 유지, 기관장급에 해당되는 그런 지위를 획득한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리한 기사를 싣거나 또는 불리한 기사를 막도록 하는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일단 논리적 가능성은 생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홍보에서 더 나아가 언론사가 사주 일가를 옹호하는 방패가 되기도 합니다.
지난해 광주지검은 이용섭 광주시장의 동생 이 모씨를 기소했습니다.
철근 유통업자였던 이씨는 형이 시장인 광주시와 건설사 사이에서 브로커 역할을 한 혐의였습니다.
형에게 부탁해 민간공원 특례사업에서 건설사의 편의를 봐주는 대신에 이씨는 그 건설사에 철근 133억원치를 납품하는 대가를 챙겼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습니다.
광주MBC뉴스데스크 <2020년 1월 8일>
[윤대영 / 광주지검 전문공보관]
"C그룹 회장에게 '광주시와의 관계에서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이용섭에게 알선해주겠다'는 명목으로.."
납품 특혜를 준 사람은 바로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이었습니다.
시장 동생에 지역최대 건설사가 얽히고 공무원들의 연루의혹까지 드러나면서 사건은 지역언론에 대서특필 됐습니다.
[KBS광주 9시뉴스 <2019년 12월 4일>]
"검찰이 호반건설에서 압수수색한 부서는 3곳입니다. 중앙공원 2지구 입찰을 담당한 부서와 회계팀, 그리고 외주팀입니다."
그렇다면 호반건설이 소유한 지역민방의 보도는 어땠을까?
광주방송 KBC에서는 검찰 수사 내용을 거의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또 수사 결과가 발표된 뒤에는 호반건설의 반박 입장을 앞세워 보도했습니다.
[광주방송KBC 뉴스<2020년 1월 9일>]
"호반건설은 '광주시와의 관계에서 편의를 받기 위해 이용섭 광주시장의 동생이 운영하는 철강업체와 철근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는 검찰의 수사 결과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같은 날 김상열 회장이 한 단체로부터 상을 탔다는 동정 기사도 나왔습니다.
[광주방송KBC 뉴스<2020년 1월 9일>]
"호반그룹 김상열 회장이 '대한민국을 빛낸 호남인상'을 수상했습니다. 호남의 명예와 위상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한 공로를 인정해 호반그룹 김상열 회장에게.. "
호반건설은 최근 급성장세로 자산 규모가 불어나자 광주방송 지분을 처분했습니다.
방송법상 자산규모 10조 이상 기업은 지상파 방송사 지분을 10% 이상 소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더 공격적으로 다른 언론사 인수에 나서고 있습니다.
전자신문과 경제매체인 EBN을 사들인데 이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사가 긴 중앙일간지인 서울신문 인수까지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신문 주요 주주는 기획재정부,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 호반건설, KBS 등입니다.
호반은 위로금 지급, 임금인상 등을 내세워 우리사주조합 지분을 사들이려 하고 있는데 협상에 성공하면 호반 건설이 서울신문의 최대주주가 됩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그만큼 우리 언론들 특히 신문사들이 경영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고요. 좋은 언론을 하기 위해서 최소한 필요한 그 경제적인 지원들 같은 것들이 지금의 구조에서 구독료라든지 광고 구조에서는 사실상 쉽지 않다는 것이고요."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은 편집권 독립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를 협상 조건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이호정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장]
"저희가 어쨌든 더 우선한 편집국장 직선제를 주장하고 있는 형편이고요. 제작 회의는 그동안 발행인이 주관을 했었는데 앞으로는 제작 회의 같은 경우를 발행인을 배제하고 편집인이 제작 회의를 주재하는 거로 저희가 이렇게 조건을 내밀고 있어요. 거기서 경영, 대표이사 사장은 빠지라는 거죠 지금."
호반건설 측은 "다시는 언론이 우려하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편집권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이번 합의 문안에 포함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허일후
돈 줄을 쥔 건설사에게 언론은 쥐락펴락하고 싶은 홍보 수단이자, 손쉬운 먹잇감에 불과할 지도 모릅니다.
또 경영난에 빠진 언론사들에게 건설사의 돈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이유도 '건설과 언론의 유착과 야합'을 정당화시켜주지는 않습니다.
스트레이트가 끝까지 감시하겠습니다.
끈질긴 추적저널리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다음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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