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은영 성남 | g1
작성자 : 김영순 (gamsun2)
제1신 5. 20 98
To; 이 성남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그야말로 꽃다운 나이였드랬는데 이십 수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넌 그때보다 더 꽃다우니 이 는 하늘이 준 축복이 아닐련지....
그 무엇하고도 바꿀 수 없는 너의 보금자리이기에 언제나 명랑한 네 웃음소리 흘러나오고
자상한 남편의 사랑 안에서 의젓해진 두 아들의 존경 속에서
잠실정(너의 집을 두고 한말임) 앞마당에 피어나는 철쭉꽃만큼이나 화사해 보이는 넌 무지무지 행복해 보이더라.
한가지 아쉽다면 너 닮은 맑고 상냥한 딸이 없다는 게 상범 아빠껜 약간 서운하지 않을까 하고
딸부자집 엄마가 억지시샘을 한번 해본다.
성남, 은영, 그리고 나__ 우리들의 긴 세월의 인연을 소중하게 아끼며
아름다울 중년우정을 꽃피워 보자고..... 끝으로 넘치는 사랑으로 나를 환대해줌을 고맙게 생각하며
친구여 안녕을. Denver에서 영순.
제1신 5. 20. 98 To 은영
모든 이들에게 듬뿍 사랑을 품어낼 수 있는 한없이 넓은 가슴을 지니고 있는 친구여!
열심히 살아가는 네 모습보고 오니 마음이 뿌듯하구나.
한때 인생의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방황하며 어쩔 줄 몰라한 것 같더니만
너를 사랑하시는 주님을 만나고 또 네가 갈아가야 할 방향의 Key를 완전히 잡은 것 같더구나.
네 방에서__ 촛불을 켜고 기도할 네 모습을 그리면서
그 기도 속엔 나를 위한 마음도 있었 으려니 하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저려온다.
때론 아이처럼, 때론 속 깊은 어른처럼 모든 면을 다 가지고 있는 너가 부럽기 도하고 대견스럽더구나.
항상 너의 깊은 정에 고마움을 느끼면서 기쁨 넘치는 너의 삶이 되길 바란다.
우리의 인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일생을 두고두고 이어질 우정인데
살아가면서 너처럼 좋은 친구를 옆에 두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른다.
그 행운을 갖게 한 네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하며 이만 안녕.
***한수씨 그리고 네 아들에게 안부 전하노라***
7-13 -99 dear은영
편지한다 한다 해놓고 미루기만 하는 너와나
차라리 남이처럼 '난 편지 못써' 하면 될걸 지키지도 못할 약속만 해놓고 왜 기다리게 하느냐?
맘씨 좋은 이 몸이 큰 아량으로 먼저 pen을 들어본다
니 아들이 군대에 간다고?
하긴 나는 시집을 보냈으니 우리들의 人生이 저물어 감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구나
은영이 넌 사람들과 사귐에 있어서 진실함을 가지고 대하기에 네 주위엔 아주 오래된 인연들이 그리 많으리라
그중 나는 네게 보탬을 주기보다는 항상 너의 보살핌을 받고 살아왔기에
언제쯤 그 공을 갚게 될려나 마음이 조급해 진단다
은영아~ 아프기 잘하는 네가 건강을 염려하고 지켜줘야 할 한수씨 모시고
알뜰살뜰 살림 잘 일궈나가는걸 보면 어디에 저런 다부짐이 들어있나 싶더라
지난번 너의 집에 갔을 때 아침에 한수씨 출근시키던 광경이 떠오른다
날씨도 우중충하니 밝은 색깔 쪽으로 잠바의 안 밖을 좀 바꿔 입으라 고 조르는 네 말이 귀찮은 듯
아에 다른 잠바를 입어버리시던 네 남편 생각에 웃음이 나누나
깡마른 키다리 아저씨가 한없이 선해 보이기만 하더니 고집스럽도록 아내 말을 안 들으려는 그 의도는
그 동안 너의 애정 넘친 잔소리가 얼마나 심했을지 짐작이 간다
우리 선영아빠도 마찬가지란다
청바지를 입혀놓으면 어느새 구두를 신고 나와서 애들과 나는 아연실색을 하고
때론 양복바지에 운동화를 신으려 해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고 그런단다
난 딸들과 합세하여 기어코 이겨 먹는다만 무뚝뚝한 네아들이 네 편 되어줄 리 없고
혼자서 실랑이하느라고 애쓰는 네게 행복한 비명 그만 지르라고 말하고 싶구나
복잡한 서울거리에서 애교 넘친 미소에 손을 번쩍번쩍 들어가며 운전하는 네가 얼마나 대견스러운지...
끝으로 한수씨 은영씨 많이많이 행복하고 건강하세용 안녕 덴버에서 영순
7-13-99 dear성남
잠실亭에 해마다 피고 지는 꽃들을 바라보며 그리고 주렁주렁 열매맺은 그 과실들을 자랑하고 싶어서라도
내게 한 번쯤 편지하리라 생각했었다 pen을 잡아 본다는 게 어려운 줄 안다만
시작이 힘들지 그 다음부터는 수다 떠는 것처럼 잘 풀릴텐데...
상범엄마야~~ 어디 자랑하고 싶은 게 꽃과 열매뿐이겠느냐
그 결실 못지 않게 두 아들(세 아들?) 건강하고 반듯하게 잘 자라주니
고대광실 넓은 집에 여왕마마로 군림하는 너는_
갈수록 생기 발랄한 소녀처럼 깔깔거리는 네 웃음소리는_ 행복이 피어남을 느끼게 하더구나
항상 예쁘게 단장되어 있는 잠실亭을 보면 안주인이 칭찬을 받아야 마땅하다만
실은 상범아빠의 외조가 무지 크다는 걸 안다
큰 맷돌인지 돌 방아인지 명칭은 잘 모르겠는데 너희 집 정원한켠에 자리잡은 그 육중한 물체는
마치 너네집 재산을 불려주는 저 '마술의 맷돌' 이지 않나 싶더구나
너 나 할 것 없이 어려운 경제 위기에 일찌기 자리 잡아 놨으니 그 어떤 바람에도 흔들림 없이
가계 잘 꾸려 나감은 신께 감사해야 할 것이로다
친구중에 말이다 너처럼 부자친구가 떡 버티고 있는 것도 참 자랑스러울 일이다
그리고 진정 네가 부러웠던 때가 있었지 낙산 해수욕장에서
그 푸른 동해바다에서 경계선 하얀 공까지 수영하여 왔다 갔다 하는 너가 얼마나 멋져 보였는지 아니?
기집애~~!! 넌 그때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함이 없으니 세월 흐름은 어디메뇨
그냥 인어처럼 검푸른 바다 위를 제맘대로 누비고 다닌 모습만 떠오르누나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