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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한 철학자가 몸과 마음에 대해서 강연을 하고 있다. 이런저런 자신의 학설 및 생각을 말하고 관객들은 그 사람의 말을 하나라도 놓일세라 작은 수첩에 적어 나간다. 난 원래 그런 것에 관심히 없어서 그냥 꺼버린다. 하지만 순간 작은 질문이 머리에 떠오른다.
“몸이란 무엇인가?”
이 생각을 하니 멍했다. 살아오며 몇 번 정도 흘려 생각한 적이 있었던 질문이다. 뭔가 정리가 되지 않는 머리를 가만히 뒤로 젖히고 천장을 바라봤다. 내가 생각하던 몸이란 것에 대한 지식을 짜내려 했지만 남들이 말하고 내가 들었던 것 밖에는 생각나지 않았다. 문득, 거울이 보였다. 그 앞에 가만히 서서 난 몇 가지를 해봤다. 거울을 주시 했다. 내 얼굴이 보인다. 손을 움직여 보았다. 움직인다. 다리를 들어 보았다. 움직인다. 볼을 꼬집어 본다. “아얏..”아프다. 옆에 있던 오디오를 켰다. “쿵쿵짝~!” 음악이 들린다. 살짝 벽을 더듬어 본다. 거칠다. 옆에 놓여 있는 과자를 먹는다. 달다. 향수를 살짝 뿌려 본다. 향긋하다.
내가 해본 것은 단순히 내가 살아오며 기본적으로 행한 것들이다. 이중에는 나의 의지대로 한 것도 있고 의지와 상관없이 느낀 것도 있다. 나의 의지대로 한 것들은 나의 생각, 즉 나의 마음이 지시하여 몸이 따른 것이다. 그리고 의지와 상관없이 느낀 것은 나의 행동, 즉 몸이 마음대로 한 것을 마음이 느낀 것이다. 이것들을 보면 둘은 한쪽이 한 것에 관한 반응을 보인다. 움직이거나 느끼거나. 이것은 나라는 사람이 살아오며 했던 것들은 모두 몸과 마음, 둘 모두에게 영향을 받거나 주었다. 단순히 마음만으로 한다는 사고작용 또한 약간의 과학지식을 보태어 보면 생각을 할 때 뇌 속의 여러 전자 자극 등의 화학작용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둘 중 하나 만으로 행하여지는 것은 없다. 다른 말로 한다면 나는 몸과 마음, 이 둘을 다르게 나눈다는게 아이러니하다. 한쪽이 없다면 다른 한쪽의 영향으로 생겨날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러한 나의 생각을 토대로 간략한 정의를 내린다면 몸이 마음이고 마음이 몸이다. 즉, 인간은 몸과 마음이다는 말이다. 인간에서 몸이란 것을 배제한다면 그 인간의 ‘존재’는 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의 의지를 실행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사라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현자의 마음이 육체만 없이 세상을 떠돌아 다닌다고 하자. 이때 과연 이 마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현명한 지식들을 효용할 수 있으며 자신이 인간이라 인지할까? 볼 수 있는 눈이 없고 들을 수 있는 귀가 없으며 행할 수 있는 몸이 없는 이 마음이 자신이 인간임을 인지할까? 불가능 할 것이다. 반대로 마음이란 것을 배제한다면 그 사람은 의지를 만들 수가 없다. 사람이 산다는 것 그 자체의 이유가 없이 단지 하나의 단백질 덩어리로 ‘존재’ 할 뿐이다. 예를 들어 건장한 신체를 가진 물체가 존재한다. 이때 과연 이 몸은 자신이 이간이라 인지할까? 자신의 눈으로 볼 수 있음을 느끼고 들을 수 있음을 느끼고 행할 생각이 없다면 그 몸이 자신이 인간임을 인지할까? 역시 불가능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말은 겉에 몸을 걸치고 속에 마음을 넣어다닌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순간 휴대폰에서 울리는 문자 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가만히 거울만 보고 있던 날 피식하며 웃어 넘긴다. 문자에는 나오라는 친구의 말과 중요한 일이니깐 깔끔히 해서 나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거울 앞에서 약간은 오랫동안 굳어있던 관절들을 풀 겸 깔끔히 할 겸 해서 욕실에 가서 따뜻한 물을 틀었다. 타올에 비누칠을 해서 몸 이리 저리를 씻었다. 물에 씻겨져 나가는 비누 거품과 거기 섞인 더러운 것들.. 더러운 것? 그 더러운 것들은 내 몸에 붙어있던 생을 끝낸 때라 불리는 죽은 세포들과 이리 저리 붙어있던 세균들을 말하는 거다. 근데 과연 이런 것을 난 왜 더럽다고 생각하는 걸까? 몸을 악이라 보는 것은 이처럼 어느 부분이 불필요하고 피해를 입혀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과연 그것들이 ‘악’ 할까? 몸에 일부분을 이루며 우리의 삶을 영위시켜주다가 생을 다해 죽은 세포들(때), 자신의 생명을 영위하기 위해 우리 몸에 기생하던 여러 세균들. 이들이 더럽다고 생각하는 건 인간적인 생각이다. 인간에게 필요 없으므로 더럽고 악한 것이라며 버리는 것이다.
비슷하게도 마음을 중심으로 보면 몸이 악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신이 살아오며 생각했던 것에 반하는 음란함을 가진 신체라 하여 음란함을 행하면 몸의 죄라 하여 천히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것은 몸의 죄가 아닌 것이다. 몸이란 마음과 같다. 나의 전제이다. 몸과 마음은 서로 영향을 주듯이 몸이 행한 죄는 몸만의 것이 아니다. 아니 마음이 시켜서 한 죄(음란함이나 이런 범인들이 보기에 좋지 않은 것)라 할 수 있다. 음란함을 느끼는 것은 몸이 보내준 신호를 느낌이란 것으로 변화 시킨 마음이다. 몸이란 그런 것에 무감각하다는 말이다. 마음이 원하므로 몸이 그에 따라 행동하고 응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악의 주체는 오히려 마음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악이라는 것이 도대체 뭘까? 왜 그것들을 악이라 부르며 꺼려하는가? 그것의 사람이란대서 찾을 수 있을 듯싶다. 사람들이 생각하고 경험하고 살아오면서 자신이 동물과는 다른 인간이라고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악이 생겼다. “난 동물이 아니고 사람이다.” 이런 생각에 사람이 동물과 비슷해지는 성교 등의 행위나 자신의 안위를 위해 죽고 죽이는 동물들과 같이 사람을 죽이는 살인 등을 악이라 말하며 배척하고 멀리 해 온 것이다. 반대로 “난 동물이 아니고 사람이다.”는 생각에 동물과는 다른 남에게 베풀고 자신을 희생하며 자신의 영위릿?남의 영위를 먼저 위하는 것을 선이라 하여 추앙해 온 것이다. 그렇다. 동물과는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악이란 것을 규정해 멀리하고 선이란 것을 만들어 추앙받게 한 것이다. 한 종교에서 말했듯이 신의 피조물로서 동물과는 다른 삶을 살기 위해 그러한 악과 선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난 왠지 이런 것에 회의를 느낀다. 분명 동물같이 살면 안 된다. 나 자신도 성행위를 음란하다 생각하며 멀리하고 살인은 말도 안 되는 나쁜 짓이라 생각도 한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어 하며 삶의 일부분을 형성할 수 있는 일인데도 악이라 하며 행하지 못하고 자신이 하기 싫고 자신이 사는데 약간의 해를 줄 수 있는 일을 선이라 하며 죽어라 매달린다면 그것은 자신을 파괴하는 것일 것이다.(여기서 극단적인 살인이나 자신이 필요한 것 이상을 가져서 남들에게 베푸는 것은 배제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성행위나 자신의 가족이나 자신의 몸을 희생해가며 남들에게 베푸는 일들이다.)
“쏴아아~”
음... 춥다. “에~취!” 샤워중인걸 깜빡했다. 엄마한테 또 물 많이 썼다고 혼나겠다. 후딱 마무리 하고 나왔다. 하지만 시간은 무정히 흘러 있었다. 약속시간은 이미 지나 버린 것이다. 옆에 폰은 막 울려 되고 머리는 잘 마르지 않았다. 부랴부랴 준비를 해서 약속 장소에 나갔지만 이미 시간은 많이 지나 버린 후다. 약속을 잡았던 친구는 날 약간의 구타와 함께 갈궜(?)다. 그렇게 사과를 하곤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 가게의 대형 TV에 한 여가수가 나왔다. 요즘 유행하듯 누드를 내곤 가수로 데뷔한 연예인이었다. 친구는 저 사람이 돈 떨어지고 인기 떨어지니깐 누드를 찍고 판을 내고 한다며 말을 해댔다. 흔히들 저들은 돈을 벌려고 누드를 찍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위해 벗는다고 홍보를 하였다. 하지만 밖에서 보는 사람들은 ‘돈 때문에 벗었다. 한번 떠 보려고 벗었다’며 내리 눌렀다.
나의 생각도 비슷하다. 어딜 봐도 돈을 위해 벗은 사람들 같다. 만약 그 사람들이 돈이라는 부가가치가 없었다면 벗었을까?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들의 비하하면서도 그들의 알몸을 보려고 한다. 자신이 하려고 하는 것이 자신이 생각하던 것과 다르단 것을 알면서도 하려고 한다. 그들의 몸을 보며 성적인 감정을 풀며 그들의 몸을 보며 감탄한다. 그들은 왜 나쁘다 생각하면서 그런 것일까? 그리고 요즘 불고 있는 웰빙은 어떤가? 사람들은 몸의 악한 부분을 말하면서도 몸을 가꾸는 웰빙에 집착하며 또 거기에 삶을 투자한다. 왜 그런 것일까? 아마도 그런 것들 또한 자신들의 일부임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몸을 통하여 돈을 벌며 그런 몸을 보며 좋아하는 것은 그것을 좋아하는 자신에 내제된 생각 때문이다. 조금 더 오래 살며 더욱 건강한 몸을 가지고 사는 것이 좋다는 자신에 내제된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살아오면서 그런 것이 나쁘며 해선 안 되는 일이라 알아 왔기 때문에 밖으론 잘못되었다 그런 건 안 된다며 한다. 이렇게 사람들은 살아온 경험이나 배워오고 자신이 생각하였던 것들 때문에 때론 비판하기도 하며 때론 그것을 옹호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듯 사회적 관습과 사람이라는 것이 조금씩 충돌 한다. 그래서 몸담론들이 생겨나며 그것의 옮음과 그름 때문에 싸우는 것 같다.
“퍽..”
헉.. 갑자기 배가 아프다. 옆을 보니 친구 녀석이 두 눈을 부릅떠서 째려보고 있다. 같은 테이블의 다른 사람들도 이상하게 날 쳐다봤다. 음.. 아무래도 또 너무 오래 생각에 잠겼나 보다. 오늘 하루 종일 왜 이러지? 없던 생각이 왜 이리 많은지 모르겠다. 어느새 TV에는 다른 가수가 나와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훗.. 생각이란 것도 나쁘진 않네. 다시 난 분위기에 취해 술에 취해하며 내 삶을 살아간다. 그냥 21년 내내 살아 왔듯이. 몸에 관한 질문은 아무래도 내가 살아가는 날이 끝날 때까진 없어지지 않을 듯싶다.
-어느 하루동안 사색하고 느낀 것들을 약간 일기 쓰듯이 적었습니다. 글 적어 보는 것도 오랜만이네요.(글.. 이라고 불린만 할까??^^;;) 하루동안 있었던 자그마한 일을 통해서 몸과 마음이란 것에 대해 느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렇게 적었더라도 과연 몸이란, 아니 진리란 것에 어떠한 정의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드네요. 그래서 어려운 것이겠죠? 핫. 그럼 이 글 읽으실 채점자님들과 교수님께서 약간이나마 읽을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3]많이 생각하셨네요.. 2번 명제에 대한 답이 부족해 보이지만 내용이 아주 독창적이네요.. 이글은 글쓴이의 맘이 너무 잘 드러나 있어서..글을 읽으면서 아주 기분이 좋았더랍니다.. 철학과에 들어가도 괜찬을 듯 하네요.. 수고하셨습니다^^
[3]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ㅡ 처음 글을 읽었을때는 잘 모르겠더니 두세번 읽어보니 아주 깊이있고도 구체적인 주제가 들어있네요ㅡ 잘 읽었습니다ㅡ 수고하셨어요^^
[3] 내용이 정말 독창적이네요..나름대로 깊이있게 생각하신것 같아요...수고하셨습니다~~
[3] 독창적이면서 자신의 생각을잘 표현하신것 같습니다.수고하셨습니다^^
[2] 잘 읽힌다는 건 좋은 글이라는 증거이죠. 다만 풍자라든가 문제의식이라든가 하는 것들을 좀 더 자연스레 녹일 수 있었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