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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시간들. 2026 여름 제7호
시의 시간들, 인물 탐방
우주 영성시를 쓰는 시인. 김세영
대담. 최세라
시- 시간 인물 탐방
김세영 의사 시인
의학도가 되기 전부터 시를 쓰셨다고 하셨는데, 의사가 되기로 하신 데에는 남다른 심적 갈등이 있었을 테고요. 청년기 김세영은 어떤 사람이었는지요?
태생적으로 인문학적 성향을 가진 탓인 듯 초등학교 시절에는 미술반 활동도 하였습니다. 중학생 때는 공부만 열심히 하는 소위 범생이어서, 중3 때는 일 년간 수업 전 아침 자습 시간에 칠판에 문제를 출제하고 풀이하는 일을 맡게 되면서, 좋은 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기도 하였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문학 특히 시에 매혹을 느끼면서 시인의 꿈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일찍 문학적 재능을 보인 고종사촌과 자주 어울리게 되면서 나도 글쓰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는 청각장애가 있어 정규학교에는 가지 못하고 집에서 통신강의를 받고 있었습니다. 일요일에는 그와 함께 시립도서관에 가서 하루 종일 책을 보기도 하고, 바닷가나 낙동강 가를 쏘다니기도 하며 시작 수련의 초년기를 보냈습니다. 김영랑 시인의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라는 시구에 감흥을 받고 시의 매혹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학원이라는 학생잡지에 시를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
신체적으로 허약한 편이라 고교시 폐결핵을 앓게 되었습니다. 내과에 자주 게 되면서는 의사 선생님이 우러러 보여서 한편으로는 의사가 되고 싶은 마음도 생겼습니다. 부모님의 권유도 있고, 의사 문인의 선례도 많이 있다는 인척 형님의 설득과 함께 진로의 갈등을 느끼다가, 결국에는 3학년 2학기에 문과반에서 이과반으로 옮겨서 의대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의예과 시절에는 교양학부여서 시간적 여유도 있어서, 도서관에서 인문학이나 문학 서적을 많이 읽었습니다. 본과에 진학해서는 시나 미술에 소질이 있는 사람들이 모인 서클에 들어가서 시화 작품 활동을 하였습니다. 학보신문이나 교지 등에 시나 수필 등을 발표하곤 하였습니다.
2.시가 의사라는 직업에 끼친 영향과 의사라는 직업이 시에 끼친 영향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시를 쓰면서 제일 먼저 달라진 것이 서재입니다. 그전에는 책장의 대부분의 자리를 의학 관련 서적들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시인이 된 후에는 대부분 문학 특히 시 관련 책들이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그전에는 모임이나 만나는 사람이 의학 관련 세미나이거나 의사 또는 의대 동창생들이었는데. 이제는 문학행사나 시인들이 많아졌습니다. 성별에 있어서도 전에는 남자들을 많이 만났는데 이제는 여자들을 더 많이 만나고 있습니다. 덕분에 퇴근 후의 생활이 정서적으로 더 부드러워지고 활기 있고 재미있어졌습니다.
젊은 의사시절, 해리슨 내과학 교과서의 서문에 적혀있는 'medicine is art of science' 라는 글을 보고 크게 감명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생명 없는 물체를 다루는 다른 과학 분야와는 달리 의학은 생명과 정신을 소유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단순한 과학이 아니라 예술적 과학이라는 것을 뜻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의사와 시인은 이질적 결합이 아니라 궁합이 잘 맞는 융합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사시인으로서 인간의 내면탐구에 해부생리학적, 심리학적 지식을 함께 활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3. 한국의사시인회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본회는 2012년 9월에, 회원 간의 상호교류와 친교와 함께, 시적 소양의 증진으로 시문학계의 발전에 기여하고, 의학의 인문학적 소양의 증진으로 의학계의 발전에도 기여하고자 창립하였습니다. 한국시단의 원로시인으로서 명망을 얻고 계시고, 본회의 고문으로 모시고 있는 허만하 선생님, 마종기 선생님, 이원로 선생님, 김춘추 선생님을 위시하여 40여명의 의사시인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본회는 매년 사화집을 발간하고, 유명 강사진을 초빙하여 인문학 특강을 하고 있으며, 젊은 의사시인의 발굴과 양성에 계속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향후 한국의사시인회가 전문적 특성이 있는 개성적이고 창의적인 시의 한 분야를 개척하여, 한국시문학의 다양성과 시적 영역 확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4. 내과, 그중에서도 심장을 다루게 되신 건 상징적 의미가 큽니다. 심장병 환자의 건강을 돌봐주시면서 느꼈거나 깨달은 점 또는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으십니까?
심장은 신체 장기이지만 마음(감성 정신체)과 긴밀한 연계 작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설램이나 놀램을 느낄 때 심장의 박동수 증가나 심장 통증 등의 신체적 반을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염통을 마음 心 자를 써서 심장이라고 표기한 것도 이런 연유입니다. 또한 심장은 생명 유지에 핵심 장기이므로 심장내과는 직무 긴장도가 높은 세부 전공 분야입니다. 심장전문의이신 주임과장님의 권유로 전문과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심장전문 병원인 부천 세종병원에서 순환기내과 과장으로 재직 시, 50대 중반의 아주머니가 나에게서 심장판막증으로 진단받고 흉부외과에서 판막 수술 후 약물치료를 받던 중에. 저가 서울시 강남구에서 개원하게 되었습니다. 세종병원에서 입원하고 있을 때 저에 대한 믿음과 정이 들은 탓인지 병원 직원에게 수소문해서 개업한 나의 클리닉까지 찾아왔습니다. 집이 강서구라 먼 거리인데도 불구하고 나에게 계속 치료를 받겠다고 간곡하게 원해서 한 5년간 제가 진료를 해드렸습니다. 나중에는 심근장애로 인하여 심부전증 증세가 악화되어, 세종병원으로 다시 전원을 시켜 드렸습니다. 그 후 일 년쯤 후에 아들이 찾아와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소식응 전해주었습니다. 두 달에 한 번씩 오실 때는 언제나 과일이나 케이크를 사들고 왔습니다. 다소곳한 모습에 정이 많으신 분으로 지금도 그분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5. 친한 문인 지인들도 많이 내원하셨지요? 진료하신 분중 유명하신 시인님이나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으십니까?
네, 친분 있는 지인 문인들이 단골로 많이 찾아오셨습니다. 지인 할인도 있었지만 저의 진료에 대한 믿음으로 찾아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아있는 분은 원로 시인이신 김규동 선생님이십니다. 시인이라면 모두 알고 계시는 큰 어른 시인이십니다. 1950년대 김기림 선생님으로부터 문학적 영향을 많이 받으신, 문학의 사상과 예술성을 함께 추구하는 한국 현대시의 선도적 모더니스트 시인이십니다. 강남구 대치동의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셨고, 지인 문인의 소개로 찾아오셔서 2011년 9월에 돌아가시기 전까지 10년 가까이 저의 의원에서 진료를 받으셨습니다. 작은 체구에 많이 마른 체형으로 건강이 상당히 안 좋으셨습니다.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 오랫동안 호흡곤란으로 고생하셨습니다. 기관지 확장과 염증을 치료하는 호흡흡입제와 약물을 사용하셨습니다. 사모님께서도 고혈압이 있으셔서 저의 진료실에 다니시었습니다. 무척 정이 많으신 분이어서 시골집 텃밭에서 가꾸신 상추와 풋고추 등을 몸이 불편하신데도 자주 가져다주셨습니다. 오래전 고인이 되신 두 분이시지만 상추나 풋고추를 먹을 때는 항상 선하고 고우신 두 분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6. 심장과 혈류로 이뤄진 인체가 소우주이라면, 심장과 우주는 선생님의 문학에서 얼마만큼의 비중을 가지고 있는지요?
하나의 독립된 소우주라고 여길 수 있는 인간 생명체의 엔진에 해당하는 심장의 존재성과 정체성을 우주에 비유해서 표현해 본다면, 생명의 씨앗인 빛을 발산하는 태양계 속의 해, 그리고 우리은하 속의 태양계로 비유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우주시의 핵심 주제인 심장과 태양의 존재의 의미를 「우주의 여자」 라는 시에서 비유적으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우주의 여자
은하의 고독한 불씨로 던져져 /팽창하는 자유의 횃불/
암흑에너지를 품고 사는 /중년의 독신녀/불꽃의 절반을 태우며 /갱년기에 접어든 여왕/
적색 거성, 거대한 적혈구의 용광로 /심장이 불꽃을 뿜는다/
그녀를 연모하는 뭇 행성들 /홍염紅焰 의 치맛자락에 휩싸인다//
별똥별들,/한여름 밤의 불나방처럼 / 열락의 분신을 한다/ 늪처럼 깊은 자궁의 내막 속/
오랜 욕망에 지친 흰 뼈를 묻으려는 /백색 왜성들의 수억 마리의 꿈들,/
모천처럼 찾아가는 블랙홀이 /그녀의 단전 속에 있음이다//
...중략...
훗날, 마지막 몸 보시 다비 /초신성超新星의 광채로 /우주의 등대가 되려는 그녀!/
떠도는 혼의 유성들을 초혼가로 부른다 /우주의 어머니, 용광로 가슴으로//
7. 10여 년 전부터 우주시를 쓰기 시작하셨다고 하셨는데, 어떤 계기가 있어 그와 같이 거대한 세계관과 시적 배경을 갖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오늘날은 글로벌 시대를 넘어서, 달 표면에 인간의 족적이 찍히고, 우주여행의 베이스캠프인 우주선에서 장기간 기거하며, 화성에 우주선이 착륙하고, 태양계 밖에 까지 우주선이 성간 비행하는 우주시대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우주와 은하가 인간의 자연환경과 생활환경이 된 시대라고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문학 이슈로서 부각되고 있는 장르가 우주문학, 우주시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우주시가 시 장르에서의 새로운 미래 개척지이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에 지적 존재로 태어나서 세계와 우주에 대한 철학적 종교적 믿음을 가지고 사는 것이, 특히 시인에게는 필요하디고 생각합니다.
저가 최근 십여 년간 주제로 쓰고 있는 우주시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우주에 대한 현대 천체물리학적 사실 인지와 이것을 바탕으로 한 세계 현실의 인식과 감성으로 쓰여 진 시입니다. 자연을 대상 소재로 하여 이에 대한 인식과 감성의 바탕으로 쓴 시를 기존의 자연서정시이라고 한다면, 그 자연의 바탕을 우주적 시공간으로 확장 시킨 시가 우주시라고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칼 세이건에 의해서 처음으로 보여졌던 한낱 ‘창백한 푸른 점’에 지나지 않는 지구라는 행성에서의 우주서정시는 시적 바탕인 세계 인식의 차원에서 엄청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8. 우주시를 쓰시는 데 있어 천문학적 지식은 얼마만큼의 비중을 갖는지요?
황당무계한 상상만으로 쓴 우주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이론적 바탕이 되는 현대 천체물리학적 우주이론, 양자역학적 이론 그리고 동양의 기철학적 우주론에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위에 열거한 여러 이론들의 근본적 개념이 궁극적으로는 서로 일치한다는 점에 새삼 놀라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우주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공간과 시간의 총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주에는 약 1000억 개의 은하가 존재하며, 태양계가 있는‘우리은하’는 그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우리은하’에는 약 2000억 개의 항성이 있고, 그중에서도 태양과 같은 별은 약 1000억 개가 된다고 합니다.
우주 생성의 기장 유력한 이론인 빅뱅 우주이론에 의하면, 약 138억 년 전 초고온, 초고밀도의 한 점에서 빅뱅이 일어나 우주가 탄생하였으며, 지금까지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주 생성의 시작점은 밀도가 무한대이고 부피가 0인 영역이며, 특이점(singularity)이라고 합니다. 이 시간도 공간도 없는 상태에서 반지름이 10-33cm인 초극미 우주(우주알)가 탄생하였다고 합니다.
이 시작에서부터 초팽창(인플레이션)이 일어났습니다. 이어서 대폭발(big bang)이 일어난 후 현재까지 우주가 계속 팽창 중에 있다고 봅니다. 우주가 팽창하여 온도가 낮아지면서 점차 무거운 입자가 생성되었다고 합니다. 우주 초기에 수소와 헬륨이 생성되고 이들 원소를 재료로 해서 수억 년(4억~7억 년) 후 은하와 별이 탄생하였습니다.
기철학에서는, 우주가 생성되기 전, 기가 무한히 흩어져있는 상태를 태허太虛라고 말합니다. 서양철학에서 케이오스(chaos)라고 부르는 상태입니다. 우주의 기저바탕 (back ground)이리고 할 수 있습니다. 기가 서서히 모여들어서 기가 응결된 상태, 아직 양과 음이 분화되지 않은 상태를 태극太極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주생성의 본체(core)입니다. 이 극한으로 응축된 상태인. 우주알(cosmic egg)이 대폭발한 빅뱅 이론과 일치하는 개념입니다. 이처럼 태허와 태극의 순환이 바로 우주의 순환입니다.
9. 선생님의 시에 나타난 우주는 모성적이고 파동이고 영혼이며 죽음인 동시에 삶입니다. 그 실체가 무엇입니까? 어떤 공간이고 어떤 시간입니까?
인간은 물질세계에 속하는 몸과 영성세계에 속하는 영혼의 일시적 결합체입니다. 몸은 인간존재의 기본 단위의 처소라고 봅니다. 정신은 몸의 사령탑 격인 뇌신경의 작용현상이며 영혼의 수용체 즉 연결고리라고 생각합니다. 영혼은 영적존재로서의 기본단위로서 의식의 수용체에 결합되어, 각 개체에 할당된 우주의 섭리, 신성 또는 성령으로서, 그 본원인 영성세계와 연계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주의 섭리라고 흔히 표현하는 우주의 현상에 내재하는 창의적인 원리를, 우주의 정신, 우주의 혼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우주의 혼을 신의 속성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체험하는 모든 창의적 행위에서 그 속에 내재하고 있는 신과 조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우주의 리, 영혼을 인식하고, 우주의 내밀한 순리의 이야기를 표현한 시가 바로 우주 영성시입니다.
초정신체 영혼은, 영성기억(모나드)이나 영성 기파의 양자역학적 양태로서 존재하며, 소멸되지 않으며, 우주의 시공간 어딘가에 천체망원경에는 보이지 않지만 영성세계를 이루고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주의 시공간에서 가장 낮은 에너지가 잠재된 상태를 양자역학적 개념으로 양자진공이라고 합니다. 우주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양자 진공” 속에 “제로 포인트 필드”라는 장이 있다는 가설이 헨드릭 카시미르(Hendrik B,G. Casimir) 등 여러 학자들에 의해서 1960년대 이후 제시되었습니다. 이 장에는, '우주에서의 모든 사건의 정보'가 '파동 정보'로서 '홀로그램 원리에 의해 '기록'된다는 가설입니다. 홀로그램 원리는 파동의 '간섭'을 이용해 파동 정보를 중첩 기록하는 원리를 말하며, 무한에 가까운 방대한 정보를 고밀도로 기록할 수 있다고 합니다. 눈에 보이는 물질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의식이라는 것도 그 본질은 모두 '에너지'이며 '파동'입니다.
10. 2016년부터 만들고 계신 문예지 《포에트리 슬램》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포에트리 슬램’이라는 용어가 낭독 중심의 시적 활동과 관련이 깊은데, 독자와의 호흡을 특별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요?
포에트리 슬램은 시와 랩의 결합을 뜻하는 말입니다. 시를 랩으로 읊어 대중에게 전달하는 '포에트리 슬램'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랩은 퍼포먼스를 동반한 역동적 시낭송을 뜻한다고 하겠습니다. 포에트리 문학회에서는 시낭송 행사도 비중있게 함께 시행하고 있어서 『포에트리 슬램』이라는 잡지 타이틀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잡지에 문자언어로만 쓰여있는, 죽은 건어 상태의 시보다 낭송을 하면 언어에 날개를 달아서 보다 생동감있게 독자 청중에게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시전문지인 포에트리 슬램은 창간할 때, 우주시, 우주문학을 잡지의 메인 잇슈 주제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우주시의 이론적 바탕이 되는 시론 에세이를 여러 차례 잡지에 게재하였습니다.
11. 미래의 시는 어떤 내용과 형식으로 올까요? 시는 텍스트로 읽히는 본연의 모습에서 조금씩 탈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에 노래를 입히고 영상과 자막을 입히는 작업들이 한창인데, 시의 역동성이 어디까지 나아갈까요?
오늘날은 멀티 미디어, AI 시대입니다. 영상은 움직이는 언어 매체입니다. 그래서 요즈음 종이 잡지에만 국한되지 않고 웹 매거진을 병행하는 문예지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시낭송도 동영상으로 제작하여 유튜브에 올려 홍보하기도 합니다. 해외 시인들과 널리 신속하게 교류하기 위해서는 웹사이트나 웹진을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인 미래의 발전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가 기획자문으로 있는 시전문지 『상징학연구소』 도 작년 겨울호 20호로 5년간의 종이잡지 시대를 마감하고, 새해에는 국제적인 문학 교류를 위한 웹 매거진을 발행하려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12. 선생님께서는, 인간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스스로 빛나는 별입니까, 타인의 빛을 반사하는 위성입니까?
네, 창조하는 인간은 태양처럼 생명의 씨앗인 빛을 발산하는 항성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창조적 의지가 없는 사람은 다른 별의 빛을 반사하기만 하는 한낱 위성에 불과하겠습니다.
인간 존재의 구성은 물리적 신체. 감성 활력체 (느낌, 생명 에너지체), 감성 정신체 (마음), 정신체. 초정신체 (영혼)로 이루어져 있다고 봅니다. 컴퓨터에 비유하면. 물리적 신체는 하드웨어이고, 감성 활력체, 마음, 정신체는 소프트웨어에 해당됩니다. 초정신체의 존재 양식은 양자(quntum) 가능성의 파동입니다. 물질적 신체와 비물질적 영혼 간에는 정신체가 그들 사이의 상호작용과 상보적 기능 유지를 담당합니다. 이것은 양자기억, 양자정보라는 양자역학적 개념으로 해석이 됩니다. 초정신체 즉 영혼은 물질 뇌의 부수적 현상이 아니라, 물질 뇌 기능을 초월하는 영성 기능입니다.
불교의 연기법에 의하면, 정신과 물질은 같은 실재의 다른 측면을 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Werner Karl Heisenberg)는 정신과 물질은 다른 것이 아니라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인 실재의 두 측면, 즉 이중성이라고 하였습니다. 양자역학자들은 이를 정신과 물질의 상보성(complementarity)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론물리학자인 막스 플랑크(Max Planck)는 모든 물질은 어떤 힘에 기대어서만 발생하고 존재하며, 이런 힘의 바탕에는 의식적이고 지적인 정신이 분명 존재한다고 하였습니다. 이 힘이, 이 정신(理)이 우주의 섭리라고 흔히 표현하는, 우주의 현상에 내재하는 창의적인 원리이며, 우주의 혼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체험하는 모든 창의적 행위에서 그 속에 내재하고 있는 신과 조우할 수 있습니다.
13. 심장의 박동과 우주의 소리는 어떻게 닮아 있습니까?
소우주라고 할 수 있는, 살아있는 생명체의 심장 박동과, 우주의 소리인 중력파나 쓰나미파는 리드미컥한 역동성을 가지고 있는 전자기파라는 점에서 닮아있다고 하겠습니다.
중력파는 질량이 가속될 때 주변 시공간이 휘어지며 생기는 시공간의 파동 물결입니다. 이러한 중력파는 우주에서 발생하는 극단적인 사건들인, 블랙홀의 병합이나 중성자별의 충돌 등에서 발생합니다. 이 파동은 매우 미세한 시공간 변형을 만들어내며, 이를 레이저 간섭계로 감지해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쓰나미파는,성간의 우주파로서 플라즈마(하전입자의 흐름)의 진동으로 생기는 기파입니다. 이 쓰나미파는 우주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파동 현상으로, 주로 초신성 폭발이나 블랙홀 형성과 같은 강력한 에너지 방출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14. 시를 쓰는 일 이외에 취미나 특기를 가지고 계시는지요?
지난 30년간 생활화된 습관이 걷기와 산책입니다. 2024년에 내과의원 개업을 마감할 때까지는 아침 6시에 기상해서 7시 30분까지 대모산 아침 등산이나 양재천 걷기를 하였습니다. 폐업 이후에는 아침이나 낮시간에 걷기운동을 하였습니다. 산책을 하면서 사계절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디카 사진과 함께 5행 시를 지어서 디카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작년 9월에 송파구에 이사 와서는 오금공원이나 성내천 그리고 올림픽 공원이나 석촌 호수 등에서 걷기를 하고 있습니다. 디카시는 사진 영상과 짧은 시로 구성된 문학작품이라서 시를 모르는 일반 대중에게도 쉽게 소통이 되는 매력적인 문학 장르라고 생각됩니다.
그 외 취미생활로는 바둑으로서, 고교 동기회의 바둑 동호회에 한달에 한번 정도 참석해서 수담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관여하는 문학회 모임에 나가서 식사나 소담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가끔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북한강이나 남한강 또는 서해나 동해 쪽 야외로 나들이 나가서 사진도 찍고 풍광을 즐기기도 합니다.
15. 모든 사람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개인 주치의라고 생각됩니다. 건강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을 비결을 소개해 주세요.
젊은 시절에는 등산과 테니스, 중년 시절에는 골프를 하였습니다. 65세 이후에는 걷기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하체 운동을 주력으로 하면서, 근력운동을 체력에 맞게 하는 것이 건강 유지에 좋을 것 같습니다.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이 행복한 삶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울함을 극복할 수 있도록 즐겁고 활력있는 일상샐활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즐거움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취미생활 특히 문학 그림 음악 같은 문화예술 활동 그리고 기쁨과 유익함을 주는 대인 관계를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습니다. 친구는 수보다 질이 더 중요하겠습니다. 진심이 통하는 몇 사람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낮에는 활력있는 일상생활과 적당한 영양섭취, 그리고 밤에는 충분한 수면이 건강유지에 필수조건이겠습니다.
16. 해외여행을 많이 하셨지요?. 그중 인상 깊이 기억에 남는 곳이 어디입니까? 소개 바랍니다.
개원 초기인 40대 때, 가까운 동남아 지역인 홍콩, 태국, 필리핀 등지에서 하는 해외학술대회 참석을 겸해서 2박3일 코스로 의사 단체에서 여행을 다녀오곤 하였습니다. 1970년대 의과 대학 재학시에는 무의촌 지역이 많이 있어서 방학 때를 이용해서 시골에 의료봉사를 다녀오곤 하였습니다.
저가 다니는 교회에서 주관하는 해외 의료 선교 행사로 피지와 미얀마에 일주일 정도 일정으로 두 차례 다녀 온 적 있습니다. 피지에는 이슬람교를 믿는 인도계 사람이 많았습니다. 한국의 조남건 선교사가 교장으로 있는 나시까와 비전 컬리지 스쿨 교실에서 진료실을 마련하고 환자 진료를 했습니다. 성인들은 대부분 비만형의 체형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가 많았습니다. 과다한 탄수화물 섭취, 낙천적이고 게으른 생활습관, 유전적인인 요인 등이 원인으로 짐작되었습니다. 또한 비위생적인 환경 때문인지 피부질환이 많았습니다. 돋보기 안경을 원하는 노인들이 많았습니다.
미얀마는 군사정권의 나라이며, 국민의 대부분이 불교신자입니다. 미얀마 양곤 인근지역에서 의료봉사를 하였으며, 선교활동은 비공식적으로 하였습니다. 봉사활동 후 불교 3대 유적지의 하나인 바간에 갔습니다. 바간 왕조의 황금기였던 11세기에 수많은 불탑들이 건설되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50세, 60세, 70세에 생일 기념으로 해외 여행을 몇차례 다녀왔습니다. 50세 기념으로는 도쿄와 규슈 지역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당시 일본은 사람들 옷차림 행색과 거리의 치안과 가옥과 건물의 모습이 대체로 깔끔하고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어 한국보다 선진국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60세 환갑 기념으로 여행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역사와 예술이 잘 조화를 이룬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열정적 국민성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역사 깊은 톨레도의 천년 고성,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의 800년의 찬란한 문화 유적지, 세비야의 웅장한 대성당, 신대륙의 꿈을 연 까보다로까 바닷가 풍경 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칠순 기념으로 다녀온 호주여행도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세계 3대 미항의 하나인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의 환상적인 야경, 시티타워, 맥콰이어 포인터의 해안 정경, 외곽지역의 블루마운틴의 자연경관, 토브룩 농장의 야생동물들, 사막체험, 돌고래 유람선도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17. 작년에 출간하신 시집 『별빛의 화법』 과 『 새로운 약속』 에 대해서 소개해 주십시요.
2025년도에 영한대역시집『별빛의 화법』(상징학연구소), 영불대역시집『새로운 약속』(한불 문화교류센터), 영어시집 『Narration of Starlight』 (Amazon)을 출간하였습니다.
영한대역시집『별빛의 화법』에는 정과리 문학평론가가 발문을 써주셨고, 마리엘라 코르데로 시인 평론가(베네주엘라)가 서평을 써 주셨습니다. 한불시집 『새로운 약속』은 한불 문화교류센터 주관으로, 프랑스 시인협회와 공동 프로젝트로 출간되었으며, 프랑스 시인협회의 장-샤를 도르즈 회장이 서문을 써 주셨습니다. 시집 작품론은 김겸 시인 평론가가 써 주셨고(시와 사상 2025 가을호), 시집서평은 이경철 시인 평론가(아토포스 2025겨울호)와 김백겸 시인 평론가(미네르바 2026 여름호)가 써 주셨습니다.
18. 위의 질문 외에 선생님께서 《시의 시간들》 독자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소리를 들려 주세요.
문화 예술 행위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는, 인간을 허무감에서 벗어나 극복할 수 있도록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일깨워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감성적으로는 세심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느끼고 공감하고, 이성적으로는 깊이 있게 생각하여, 감동적 울림이 있는 좋은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시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세영 프로필
2007년 『미네르바』 시 등단, 2023년 『포에트리슬램』 문학평론 등단
2016년 제9회 미네르바 문학상, 2017년 제14회 한국문인협회 작가상 수상
2025년 연합매일신문 인물대상 문학 시부문 수상
시집: 『강물은 속으로 흐른다』 2006, 『물구나무서다』 2012, 『하늘거미집』 2016
서정시 선집 : 『버드나무의 눈빛』 2019, 디카시집: 『눈과 심장』 2020
시론 시평 산문집: 『줌, 인 앤 아웃』 2023, 한불 대역시집: 『새로운 약속』 2025
한영 대역 시집: 『별빛의 화법』 상징학 연구소 2025
아마존 영어 시집: 『Narration of Starlight』 2025
2016년 계간 『포에트리 슬램』 편집인, 2023년 계간 『상징학연구소』 기획자문,
시산맥시회 고문(현), 한국의사시인회 제2대 회장 역임,
2024년 SIGPS (국제 시문학패 수여 위원회) 사무국 의장.
1980.3: 내과전문의 자격 취득, 1984.8: 의학박사학위 취득 (서울의과대학 대학원)
1980-1983 : 국립의료원 내과전문의(순환기 담당) 스탭
1984-1985 : 부천 세종병원 내과 과장, 1986.-2024 :김영철내과의원 개원
2001-2019:성균관의과대학 외래교수, 2025.5-7.서울숲 재활요양 병원 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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