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상(好喪)
금동원
호상이요! 호상이요!
이틀 밤 삼일 낮 동안
노래만 안 불렀다 뿐
호상을 축하해~ 호상을 축하해~
아흔 다섯에 세상을 뜨신 어느 선배의 시아버지 장례식장은
어느 가수의 콘서트 장처럼 소란스럽다
백세 시대에 접어든 21세기는
백 이십 세 보험이 등장했지만
백세를 채우고 이승을 떠나기는 아직은
하늘의 별따기,
우리는 구십을 넘기고 죽은 목숨들에게
호상이라 부른다
백세의 욕망은 하늘을 찌르지만
백세가 다가올수록 축복은 반전 아이러니
죽음과 삶의 끝자락을 양손에 붙들고
팽팽한 힘겨루기의 마지막 한판
저승 가는 날 날짜나 까먹지 말기를
어떻게 죽으면 호상인가
수술이다 병원비다 제집처럼 병원놀이 안하고
요양원이다, 요양 급수다 치매다 하며 자식들 식겁 안 먹이고
언제 가는지도 모르게 잠자듯 이 세상 뜨면,
자식 얼굴엔 아쉬움과 그리움의 홀가분한 슬픔이 드리워질까
어느 날, 나도 호상으로 죽을 수 있을까
결혼식 피로연처럼 시끌벅적하게
영정사진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아무도 몰라
세상은 백세를 타고 이백세도 살 양으로 의기양양 하고
백세 넘어 죽을 목숨들
호상이요~에서 재앙이요~소리만 안 들어도 다행일 텐데.
오늘도 호상이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