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라 하는 배우인 모건 프리먼과 잭 니콜슨이 나오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이미 극장개봉은 끝났고, 어둠의 경로를 통해 입수하야 보았습니다.
죽음을 얼마 앞두지 않은 할배 둘이
수카이다이빙하고, 에베레스트 오르고, 눈물나도록웃고, 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소녀와키스하는 등,
낼모레 죽을 영감들에게는 벅찬 '(이것만할수있다면) 죽어도좋아~'의 미국판이라고 할까요.
결국 막판에는 '인간人間' 에 대한 고찰로 끝나긴 합니다만.
졸업한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저는 아직도 고등학교 동창들의 번호를 다는 아니지만 적지않게 외우고 있습니다.
번호를 부르면 이름과 얼굴이 매치되었었죠.
스물 다섯, 여름이던가. 군 제대 후에 제대로 모인 첫날이라 왁자지껄,
옛이야기들을 떠들어댔었습니다. 그 중에 안 보이는 얼굴의 이름이 호명되면서, 머릿속에
번호가 떠오르더군요. 2번, 권OO. 계집애처럼 순하게 생긴 놈이었는데,
(별로 친하지도 않았는데, 아직도 떠오르네요. 고등학교 때의 순한 얼굴로, 죽은 녀석은 늙지도 않아.)
친구아버님의 상을 치르고, 하관을 하면서도 죽음은 나와는 별개의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여겼었는데,
그 젊은 놈이 죽었다더군요.
이 글을 쓰고, 그래 괜한 소리한다고 할 지 모르지만,
다시는 댓글을 확인하지 못할 수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갈 수도 있는 것이라.
(어찌보면 지난 이십대 후반의 주테마중에 하나가 죽음이었던 지라 이런 지도 모르죠.)
죽음이 엽기는 아닐 것이고, 비일상적인 테마는 결코 아님에도,
미친 척, 모른 척, 아닌 척, 살아가는 것일 텐데.
거 있잖아요. 사람들에게 영생을 보장한다면, 영원히 죽지 않는다고 한다면,
돌덩이를 씹어먹고 살든, 아무것도 먹지않든 영생을 보장한다면,
지금처럼 박터지게 살까요...
(이런 얘기하면 꼭 심각한 표정 지으며 못할 얘기하는 것처럼 굴며, 주위를 환기하는 사람들이 있더이다.
난 그네들이 심각해하는 삶의 이야기가 오히려 무에 그리 심각한가 하는 입장이어서 서로 가슴으로 친해지지 못하더란 말이죠.)
예전에 김현이라는 평론가는 요절한 기형도의 시집에
'죽음은 나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떠난 후에야 온전히 이루어진다'는 요지의
글을 썼던 것이 생각납니다.
젊어 죽은 친구놈이 내가 육십팔십먹어도 열여덟 꽃같은 나이로 기억나듯이,
나의 부재가 나를 기억하는 이들의 부재로 이어질 때 나는 온전히 이곳으로부터 떠나는 것이어서,
이곳에 이름을 남긴다는 것, 육신의 죽음 이후에도 말이죠.
끊임없이 불려나와야 한다는 것이 결코 즐겁지만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란 거죠.
어차피 산 자들 살자고 해대는 한 판 쑈우~! 라고 생각하지만 말임시.
각설하고,
버킷리스트 -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여러분은 무엇이 있나요?
'그럼 그걸 지금 하세요.' 따위의 이야기는 하지 않을 터이니,
함 쌔워들 보시오. 좋은 의견은 참고하야 나의 리스트에 쟁여놓겠습니다.
나, 나 말이오.... ㅋ
당장 죽을 놈이 실행하기에는 좀 긴 플랜들이어서리...ㅎㅎ
1. 기타,피아노,드럼 배우기 => 기력 떨어지기 전에 밴드 만들기
2. 춤배우기(팝핀(혹시 쿠쫑을 아시는가?) or 탭댄스)
3. 영어 프리토킹
4. 운명적인 그녀(아직도냐?)를 만나 한 50년 동안 닳고닳아 너덜너덜 배시시해질 때까지 살아보기
5. 죽기 전에 책쓰기 ; 자서전 NO! 전문서적으로!
6. 가는 그날까지 최대한 건강하게 지내다가, 숟가락 들 힘이 없으면 미련없이 받숟갈 놓고 가기
일단 이 정도만~
단,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 억지로 해야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스스로 즐겁지 않으면 패스! 무모한 소모전은 지양!
고로 4번이 가장 어려울 듯 하나 가장 큰 즐거움을 줄 듯도 하여...
평생 친구 하나 만들기가 쉬울 리가 있겠는가. 일단은 리스트에만...
첫댓글 막상 쓰려니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군요.. 고민좀 해 보겠습니다. 진짜 제가 해 보고 싶은게 뭔지에 대해서...
무지 고민했는데.. 어린시절의 꿈이 떠오르네요. 언젠가 보았던 다큐멘터리속에 나오는 미발견, 혹은 비밀에 쌓인 유적을 탐험하고 싶어요. 아니면 저주에 걸린 보석같은 거..
미발견, 비밀이라...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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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술 한 잔 하면서 우연치 않게 드러머를 발견했습니다. 허헛.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느니라. 난중에 연락한다니까, 이 양반 하는 말. 너와 같은 대사, 여덟 번 들었다. 아 이거 참. 이걸 우쨌든 증명해 보여야겠죠. 다음에 기타라도 메고 오랍니다. 하하
애술가 형님...ㅠㅠ 너무 어려운 질문이예요,..ㅜㅜ2일 동안 생각해 봤는데... 엄마 얼굴 환하게 해드려야지 밖에 생각이... 이제 진짜 고민 한번 해보야겠네요^^
영진님~ 아 좋아요. 그냥 좋아~
아르헨티나 봄보네라경기장 가보기
오호! 거기엔 도대체 why?
죽기전에 뜨거운 사랑을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ㅋ.....ㅋ..
할 수 있을 겁니다. 마음으로 밀다보면 나타나겠죠. 나타났을 때 망설이지 말기. 재지 않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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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복수의 대상이 사라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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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을 여행, 생각날 때 떠나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준비기간이 길어지면 정작 가고 싶을 때 못가게 되기도 하는 듯 해요. 화이링~
배낭 여행을 해보고 싶어요ㅎㅎ 세계 일주도 해보고 싶고.. 뭐, 겁이 많아서 아직은 많이 두렵지만요;(여자 혼자서 여행 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한비야씨 엄청 존경)
ㅎㅎ 저도 생각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