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국계 외화채권 시장의 특징 및 2024년 전망
담당부서국제국 외환건전성조사팀 고지성 과장, 유기한 과장, 차준영 조사역등록일2024.01.19 조회수5179
첨부파일
한국계 외화채권(Korean Paper, 이하 ‘KP’)은 거주자가 외화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해외에서 미달러화, 유로화 등 외화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대체로 5년 내외의 만기로 발행된다[1]. KP 발행은 거주자의 주요 중장기 외화자금 조달 수단 중 하나로 부채의 만기 구조를 개선하고 국내 외화유동성을 늘리는 데 기여한다. 다만, KP 발행은 외채를 증가시키는 한편 글로벌 금융여건이 악화되거나 금리가 빠르게 상승할 경우 발행주체의 상환 부담을 크게 가중시켜 국내 외환부문의 잠재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본 블로그에서는 작년 KP 시장의 특징을 살펴보고, 금년 만기상환 여건 및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였다.
2023년 중 KP 순발행 규모는 167억달러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한 한편
글로벌 금리상승의 영향으로 KP 발행금리는 큰 폭 상승
2023년 중 KP 발행(564억달러) 및 상환(397억달러) 규모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였으며, 순발행 규모도 167억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기존 2021년 129억달러)를 경신하였다. 2023년 상반기 SVB, Credit Suisse 사태와 하반기 미 국채금리 급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확대되기도 하였으나 대체로 투자심리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순발행 기조가 지속되었다[2]. 이에 따라 발행잔액도 2023년말 현재 2,098억달러까지 증가하였다.
그림 1. KP 순발행 및 잔액1)
주: 1) 국내 거주자 기준(외평채, CD 제외), 잔액은 기말 기준
자료: 블룸버그, 한국은행 자체 추산
그림 2. 연도별 발행 및 상환1)
주: 1) 국내 거주자 기준(외평채, CD 제외), 잔액은 기말 기준
자료: 블룸버그, 한국은행 자체 추산
한편 KP 발행금리는 2023년 글로벌 금리 상승[3]의 영향으로 큰 폭 상승하였으며, 이에 따라 발행기관들의 이자 비용도 크게 증가하였다. 부문별로 보면 공기업의 신규발행 금리가 만기도래 금리 대비 250bp 높아졌으며, 은행 및 민간기업도 100~140bp 상승한 것으로 추산된다[4].
표 1. ‘23년중 만기도래 및 신규발행 KP 금리1)
(%, %p)
국책은행 시중은행 공기업 민간기업 비은행금융만기도래(A)신규발행(B)B-A
3.6 | 3.6 | 2.3 | 3.5 | 3.8 |
4.8 | 5.0 | 4.8 | 4.5 | 5.1 |
1.2 | 1.4 | 2.5 | 1.0 | 1.3 |
주: 1) 금액가중평균 기준
자료: 블룸버그
대규모 KP 발행은 KP에 대한 높은 수요가 지속된 데 주로 기인
2023년 중 KP는 발행(공급)의 큰 폭 증가에도 불구하고 주요 발행기관의 응찰배수가 2022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높은 수요가 지속되었다. 반면, 아시아 채권시장에서 KP와 경쟁관계에 있는 중국 외화채권(이하 ‘중국물’)은 순상환[5]되며 KP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중국물은 부동산 기업 유동성 위기 등으로 투자 수요가 줄어들었는데, 이들의 대체수요 중 일부가 KP로 유입된 것이 KP 발행 호조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표 2. ‘23년중 주요 발행기관 응찰배수
그림 3. 중국물 순발행 및 금리1)
주: 1) 홍콩달러화 표시 채권 포함, 금액가중평균 금리 기준
자료: 블룸버그, 연합인포맥스
기업이 순발행을 주도한 반면 은행의 순발행은 축소
KP 발행 주체별로 보면 2023년 중 소수 대기업(83억달러)과 공기업(68억달러)이 전체 KP 순발행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발행을 주도하였다. 이는 해외투자·운영자금 수요 증가(민간기업)와 KP발행을 통한 원화자금 조달의 금리 이점 증대(공기업) 등에 기인한다. 특히 공기업은 국내 채권시장 공급부담 완화를 위해 원화 채권 대신 KP를 발행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은행의 경우 순발행 규모(29억달러)가 2022년(91억달러)에 비해 1/3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은행들의 풍부한 외화유동성이 지속[6]된 데다 외화대출 감소 등 자금 수요는 크지 않았던 데 주로 기인한다. 일부 시중은행은 2024년 금리하락을 예상하여 2023년 하반기에는 기보유 유동성을 최대한 활용하고 2024년도에 KP를 발행하고자 하였다.
그림 4. 부문별 KP 순발행
자료: 블룸버그
그림 5. 美 기준금리 기대 변화1)
주: 1) 각 시점별 Fed Fund Rate 선물금리 기준
자료: 블룸버그
KP의 발행 통화와 유형이 다양화 됨
작년에는 KP 발행 통화 및 유형이 다양해졌다. 2023년 유로화 KP 발행액은 62억달러로 2022년(37억달러) 대비 2배 정도 늘어났으며, 스위스프랑화 KP 발행액도 2022년 8억달러에서 2023년 16억달러로 증가하였다. 유로본드는 향후 외화채권 시장에 주간사로 참가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증권사를 중심으로 발행액이 늘어났으며[7], 일부 민간기업은 발행금리를 낮추기 위해 과거에 발행이 많지 않았던 교환(또는 전환)사채 형식으로도 KP를 발행하였다.
그림 6. 비달러화 KP 발행액
자료: 블룸버그, 연합인포맥스
그림 7. 외화 교환·전환 사채 발행액
2024년 KP 만기도래 규모는 405억달러로 작년 수준을 상회하나, 주요 발행기관의 높은 신용도, 완화적 글로벌 금융여건 등을 감안할 때 상환에 어려움은 없을 전망
올해에는 작년 수준을 상회하는 405억달러의 만기도래가 예정되어 있다. 이와 같은 대규모 만기도래에도 불구하고 만기도래 KP의 주요 발행 주체가 신용도가 높거나 외화유동성에 여유가 있는 국책은행(올해 만기도래 187억달러), 공기업(50억달러), 시중은행(93억달러)인 점을 고려할 때 상환(차환발행)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은행 부문은 기 보유한 외화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며, 일부 은행은 현재 확보된 자금을 이용하여 순상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한 2023년 12월 FOMC 이후 미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 증대 등으로 금융여건이 완화되면서 만기도래 KP의 차환발행에 따른 금리상승도 당초 예상보다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월별로는 금년 1월 중 만기도래 규모가 61억달러로 가장 크지만 국책은행 발행 외화채권 등을 중심으로 작년에 이어 해외투자자들의 견조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1월 15일까지 12.3억달러가 만기도래한 가운데 22.5억달러가 발행되어 10.2억달러가 순발행되는 등 상환(차환발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림 8. 2024년 부문별 KP 만기도래 규모1)
주: 1)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의 경우 콜옵션 행사일을 기준으로 만기를 산출
자료: 블룸버그, 한국은행 자체 추산
그림 9. 2024년 월별 KP 만기도래 규모1)
주: 1)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의 경우 콜옵션 행사일을 기준으로 만기를 산출
자료: 블룸버그, 한국은행 자체 추산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 등으로 KP 발행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에 대비하여 거주자의 KP 발행여건과 자금조달 상황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
최근 양호한 글로벌 금융여건에도 불구하고 작년 SVB, Credit Suisse 사태와 같이 글로벌 금융여건과 KP 수급상황이 갑자기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KP 발행 여건과 기업들의 자금조달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유동성이 풍부한 은행과 달리 일부 기업들은 발행여건 악화시 조달비용이 크게 상승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원화채권 발행, 스왑수요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있어 국내 채권시장, 외화자금시장 등에 수급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울러 중국물 외화채권 수요 회복, 국내 부동산 PF 부실 확대에 따른 국내기업들의 신용리스크 증대 등도 KP 시장 여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 유의해야겠다.
[1] 2023년 중 KP의 금액가중평균 발행 만기는 4.6년이다.
[2] SVB・CS사태 직후인 2023년 3월에는 KP가 순상환되었으나(-40억달러), 미 장기 국채금리가 크게 상승한 10월의 경우에는 KP가 대규모 순발행되었다(+18억달러).
[3] 미국채(10년) 금리는 2022년말 3.87%에서 2023년 10월 25일에는 연중 최고치인 4.95%까지 상승하였다.
[4] 발행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KP 스프레드는 2023년중 80~100bp 내외의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였다.
[5] 2023년 기준 중국 외화채권은 공기업(+23억달러)에서 순발행된 반면 민간기업(-124억달러) 및 민간금융기관(-94억달러)에서 대규모 순상환되었다.
[6] 은행들은 늘어난 외화유동성으로 외화콜론 운용을 늘리는 한편 금리가 높아진 미국채 등 고유동성 자산을 매입하였으며, 이는 LCR 상승으로 이어졌다(2023년 12월 일반은행 LCR 156.2%p).
[7] 증권사는 외화자금 조달시 원화 조달 후 달러로 스왑(B&S)하는 단기 조달방식을 선호하여 KP발행에 소극적이었으나, 향후 외화채권 시장에 주간사로 참가하는 것을 희망하는 증권사를 중심으로 외화채권 발행을 늘려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