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고 미녀'라 불리며 한류붐을 일게 했던 장본인인 김희선이 영화 <The Myth>의 프로모션을 위해 칸의 레드 카펫을 밟았다.
'아시아의 스타' 김희선의 게계 무대 데뷔이자, 10여 년을 줄곧 미모로만 화두가 되었던 한 여배우의 새로운 출발이기도 했다.
장 폴 구드(jean Paul Goude)가 전 호텔을 세트장으로 쓰며 "에고이스트"를 외치는 여인들을 등장시켰던 칼튼(Carlton), 자연스럽게 스타들을 마주칠 수 있는 마티네즈(Martinez), 또 스타들의 모습을 한번 보기 위해 이 호텔들 입구에 진을 치고 기다리며 그들이 등장할때마다 포토 콜을 외치는 파파라치와 군중들... 이러것들이 바로 세계 최대의 영화제가 열리는 기간의 칸의 풍경일 것이다. 그레이스 켈리의 신데렐라 스토리를 만들어준 것도 칸 영화제였고, 불륜이었던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처드 버튼이 당당히 연인 사이임을 천명한곳도, 15년을 줄곧 할리우드의 무명 배우로 지냈던 샤론 스톤이 세계적인 스타로 등극한 곳도, 숙명적인 라이벌 이자벨 아자니와 카트린 드뇌부가 매년 신경전을 펼치는 곳도 바로 이곳 칸이다.
칸을 예술적인 국제 영화제와 동의어로 느끼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누가 어떤 상을 받는지에 촉각을 공두세우고 있는데 비해, 현실의 칸은 새 영화들의 실질적인 마케팅의 현장으로서 좀더 중요한 지위를 차지한다. 칼튼 호텔 전체와 레드 카펫에 제다이 기사단과 로봇을 도열해 우주 전쟁 시대를 구현한 <스타워즈> 완결판의 홍보 전략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개봉을 앞둔 영화들이 입장에서는 세계 각국의 배급사를 찾는데 칸 영화제만한 호기도 드문것이다. 다국적 스태프와 자본이 투자된 영화<The Myth>의 프로모션 차 칸을 찾은 김희선의 입장 역시 다르지 않았다. 2박3일의 빡빡한 일정 중엔 성룡, 양가휘 등과 함께하는 공식 기자 회견과 예고편 시사회, 마제스틱 호텔의 선착장에서 열리는 대륙별 기자단 인터뷰, <The Myth>의 공식파티, 그리고 영화<신시티>의 제작자가 초청한 레드 카펫 행사를 포함하고 있었다.
김희선의 도착을 기다리는 니스의 코트다쥐르(cote d'azur) 공항에서 이번 화보를 촬영한 포토그래퍼 KT.는 그녀를 처음 보았던 순간을 기억했다. 1990년대, 우연히 마주친 그녀의 얼굴은 천편일률적인 미의 기준을 초월한, 마치 세상의 모든 미인대회 우승자의 장점들만 융합한 인형 같은 것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불과 한달전에 히트한 노래조차 촌스럽게 느껴지는 한국 연예계의 초고속 사이클 속에서 10년이 넘도록 '최고의 미인'이라는 찬사를 들어온 그녀다. 한류 열풍 이후 그 추종의 대열에 중국의 12억 인구까지 동참했으니, 이제 '미녀'라는 수식어는 그녀에게도, 우리에게도 90년대처럼 진부해졌다. 게다가 그간 그녀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들-연기력이 부족하다거나, 변신에 인색한 배우라든가, 청순가련형 여배우였다면 치명적이었을 화려한 러브스토리 같은 것들 - 앞에서조차 그녀의 미모는 천부의 면죄부처럼 작용했다. 그녀는 자신을 향한 수많은 비난과 소문들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또 굳이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당대 최고의 여배우가 겪어야 할 통과의례를 담담하게 치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김희선은 달라져 있었다. 흥행 성적은 저조했지만 '배우' 김희선을 재발견하게 된 영화<와니와 준하>에서는 금지된 사랑을 갈망하는 시선, 숨결마저도 애틋한 연기를 꺼내 보였다. 드라마 컴백작이었던 <슬픈연가>에서는 쉴새없이 눈물을 흘리는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김희선 자신이 90년대에 구축했던 그 스타일은 여전했지만, 철저하게 90년대풍 멜로 드라마였던 이 작품의 스토리 라인을 생각해보면, 영화 이상의 밀도를 가진 화면에서 그녀가 뿜어내던 흡인력은 대단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김희선 스타일이라 불렸던, 톡톡 튀는 말투와 감정의 기복에 따라 두세 옥타브쯤은 넘나들었던 음성은 차분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서른이라는 나이는 김희선에게도 변화의 시기인 걸까? 그녀에게도 세상의 모든 29세의 여자들처럼 인생의 깊이를 엿본 듯한 고혹적인 표정이 떠오르게 된걸까? 아니면 누구가 선망할 만한 왕자님의 마차에 동승했다가 인생의 굴곡과 비극적인 이혼을 거쳐 브라운관으로 돌아오곤하던 과거 수많은 여배우들처럼, 그녀도 스스로의 광채를 숨기고 스타니슬라브스키의 연기 교본을 정독하는 진지한 배우로서 진로를 수정해야 할 때가 온것일까?
다음날 마제스틱 호텔에서 있었던 <The Myth>의 기자 회견에서도 어김없이 그녀의 미모가 화두에 올랐다. 그러나 그 맥락은 좀 달랐다. 이야기를 꺼낸 사람은 성룡이었다. '나도 처음엔 김희선을 그저 '얼굴만 예쁜 여배우'라 생각했습니다. 스펙터클한 풍광을 담을 욕심에 중국의 오지 촬영이 잦았던 터라, 그녀가 잘 견뎌줄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됐죠. 특히 사실감을 위해 대역없이 배우가 직접 해내야 하는 위험한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김희선은 모든 것을 아주 훌륭하게 소화해내더군요. 그러나 그녀가 나를 가장 감동시킨 순간은 두 사람이 처음으로 사랑을 느끼게 되는 얼음 동굴 장면이었습니다. 영하 20c의 추위에 홑겹의 옷만 걸치고 촬영을 강행해야 하는 사황이었어요. 몇번이나 괜찮냐고 물어도 자신있는 표정을 지어 보이던 그녀가, ok사인이 떨어지자마자 실신하는 게 아니겠어요? 그땐 정말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을 할수밖에 없었습니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성공한 동양 배우인 성룡의 영화에 김희선이 출연한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일일지도 모른다. 김희선에 대한 호감을 공공연하게 피력하는 장예모 감독이나, 영화<투게더>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로 그녀의 사진을 카메오 출연시켰던 첸 카이거 감독, 그리고 한류 열풍을 일으키게 했던 중화권에서의 그녀의 위상을 생각하면 말이다.
지금껏 '성룡영화'에 출연했던 예쁘장한 여배우들이 스크린을 종횡부진 휘젓는 성룡의 캐릭터를 보조하기 위한 장식 정도로 묻혀버렸던 것을 떠올려보면, 여배우로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그의 영화에 출연하는 김희선의 행보에 좀더 묵직한 기대를 품고 싶어진다. "성룡아저씨(그녀는 성룡을 형님이라는 의미의 '따꺼'라 부른다)는 배우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 존경할수 있는 분이에요. 촬영 기간 내내 주변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마음 씀씀이를 보고 얼마나 감동했는지 몰라요. 언어가 달라서 겪게되는 문화의 차이조차 잊게 해준 그의 진심에 감사드립니다." 모든 스태프들은 의사 소통을 위해 통역을 거쳐 말해야 하는 김희선을 세심하게 배려했다. 의사 소통을 하는데는 문제가 없으면서도 그녀는 그것을 부끄러워했다. 수많은 중국인들에게 사랑받으면서 그 나라 말로 감정 표현을 할수 없는 것이 답답하다고 했다.
계속되는 기자 회견과 인터뷰에서 그녀은 거듭 어학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삶에서 후회할 만한 일을 한 적은 없다고 자신했지만 외국어를 익히지 못한 것만은 후회스럽다고.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만은 언제나 옹골차던 그녀에게 '후회'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다니.
어쩌면 올해의 칸 영화제는 '배우' 김희선에게 새로운 인생을 현현케하는 서곡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불 특유의 간지러운 햇살이 일년 내내 계속되는 건조한 도시. 이곳은 영화제 기간이 되면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이자 음흉한 도시로 변모한다. 영화 제작자나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해서라면 비키니 수영복을 벗어버리는 것쯤은 기꺼운 신인 여배우들도 즐비하다. 감독들은 좋은 제작자나 투자자를 만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고, 기자들은 스타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특급 호텔인 마티네즈와 칼튼, 마제스틱에는 스타들에게 자신의 드레스를 입히려는 디자이너들과 각 하우스의 홍보 담당자들의 전화가 빗발친다. 어디를 둘러봐도 평화로운 여생을 꿈꾸는 노인들이 산다는 남불도시의 여유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이곳을 장악한 것은 영화라는 거대 논리다. 그러므로 그녀가 출연한 영화가 경쟁 부문에 출품되지 않았다거나, 우리나라 영화가 아니었다거나 하는 사실들은 조금도 중요하진 않았다. 김희선은 이제 이 영화의 제국, 그 욕망의 중심에 입성할 것이기 때문이다.
역시 김희선이었다. 그녀은 변함없이 찬란하게 빛났다. 전세계 개봉을 앞둔 <스타워즈>의 블록버스터급프로모션을 위해 방문한 나탈리 포트만을 끝으로 공식 일정을 마칠 예정이었던 샤넬의 홍보팀을 칸에 잡아둔 것은 , 다름 아닌 김희선이었다. 레드 카펫일정에 앞서 그저 형식적으로 드레스 한벌을 빌려줄 생각이었던 도도한 파리지엔들은 샤넬의 레이스 원피스가 몸에 맞춘 듯 잘 어울리는 이 동양 여배우에게 마음을 뺏기고 말았다. 결국 그들은 시내의 매장까지 뒤져, 그 가격을 묻기조차 겁나는 하이 주얼리와 액세서리를 공수해왔다.
뿐만 아니라 속살이 비치는 것을 꺼려하는 그녀를 위해 레이스 안감을 붙여 오는가 하면, 이영희의 한복 드레스를 입어야 할때도 다른 브랜드의 옷과 섞지 않은다는 샤넬의 전통을 깨고 기꺼이 주얼리를 빌려주었다.
김희선을 위해 이영희가 특별히 디자인한 한복 드레스로 성장한 그녀가 <The Myth>의 파티장에 나타나자, 그녀를 좀더 가까이에서 보려는 취재진과 안전요원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너무나 많은 취재진이 몰려드는 통에 성룡과 양가휘 사이로 잠시 몸을 피해야 할정도였다. 사방에서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와 "이 드레스는 어느 디자이너의 것인가?" "가격은 얼마인가?" 따위의 시시콜콜한 질문 공세 속에서도 김희선은 시종일관 미소를잃지 않았다.
열아홉살짜리 신인 여배우 Quin Hong이 그녀를 가리키며 "아, 진시쉔(김희선의 중국식 발음)이다!"라고 감격했을때도 선배 여배우로서 우아하게 응대했다(Quin Hong은 올해 경쟁 부문에 출품된 Wang Xiaoshuai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다). "중국에 가면 사무실에 어김없이 김희선 씨의 사진이 붙어 있어요. 그때 비즈니스에 대한 긴장과 중국어에 대한 스트레스를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단 '진시쉔'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하는 거죠." 사업차 중국을 자주 오가는 한 선배의 코멘트가 새삼스럽게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확실히 김희선은 달라져있었다. 세계적으로 동양 남자에 대한 판타지를 불러일으켰던 영와<연인(The Lover>, 내가 '토리 륭'이라는 이름으로 기억하고 있는 배우 양가휘가 중년 남자로 늙어버린 것에 대한 실망를 토해내자 그녀가 말했다. "그래도 나는 지금의 저 분이 더 멋있다고 생각해요. 촬영때문에 떨어져 있는 가족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쓰는 것을 보면 정말 훌륭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수가 없어요. 자신의 삶의 자취를 그대로 드러내는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배우의 얼굴이자 한 남자의 모습이 아닌가요?" 마제스틱 호텔의 요트 선착장에서 중국 기자단과의 인터뷰가 끝난 직후였다. 스물한 살 이래 늘 '현모양처'가 꿈이었다는 그녀의 이상형은 바로 저런 남자일까? 파티의 분위기가 무르익을수록 마치 여왕을 알현하듯 그녀를 찾아온 사람들은 인사를 건네고 사진 촬영을 부탁했다.
그러나 그녀의 아름다움이 국적을 초워한 것임을 입증한 결정적 인물은 케이트모스, 스텔라 테넌트, 헬레나 크리스텐슨, 갈라 부루니 등을 톱모델로 키워낸 모델계의 대모 마를린 고티에였다. 그녀가 김희선에게 다가와 "나는 오늘 당신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다"라고 말을 건넨 것이다. 변덕스럽고 도도하기로 유명한 파리 패션계의 대표적인 인물 마를린 고티에가 제 발로 찾아와 찬사를 늘어놓다니! 후에 그녀는 니콜 키드면, 샤론 스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을 거느린 '마를린 고티에 셀레브러티 오피스'에 김희선을 소속시키고 싶다며 파리까지 몸소 계약서를 가지고 왔다.
그러나 그녀의 아름다움이 가장 빛을 발했던 순간은 영화<신시티>의 레드 카펫 위에서 이루어졌다. <The MYth>의 출연진과 함께 초대된 그녀를 위해 샤넬의 홍보담다자 세나즈는 프랑스 여배우들에게도 빌려주지 않고 간직했던 5벌의 드레스를 가지고왔다(한 영화제 기간 동안 같은 드레스를 두번 빌려주지 않는 철칙 때문이었다).
나는 김희선이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끌수 있는 핑크색 롱드레스를 입기를 바랐으나, 그녀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가 아니지 않느냐며 눈에 띄는 차림을 자제하려 했다.
나의 설득에 마음을 돌린 그녀는 새틴에 레이스 아플리케 디테일이 있는 샤넬의 롱 드레스를 골랐다. 하늘거리는 블랙 드레스를 입은 김희선이 마티네즈 홀텔 로비로 통하는 계단을 걸어 내려오자, 놀랄 만한 상황이 벌어졌다. 호텔의 로비가 일순간 술렁이기 시작했다. 영화제에 참석한 모든 셀레브러티가 숙박을 했을뿐 아니라, 레드 카펫 행사를 앞두고 프랑스의 여배우 엘로디 부세나 마리아 칼라 같은 수퍼모델들이 도열해 있던, 그 어떤 스타가 온다 해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을 것 같았던 도도한 사람들이 "우와!"하는 탄성을 지른 것이었다. 그들은 한 동양 여배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지금껏 마티네스 호텔을 찾은 어떤 스타도 받지 못한 대접이었다.
프랑스 <보그>의 편집장이자 톰 포드의 뮤즈였던 카린 로이트펠트조차 엘리베이터를 타려던 걸음을 멈추고 김희선과 샤넬 드레스를 번강아 쳐다보는 게 아닌가. 김희선은 그토록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 미모가 그녀에게 '그저 아름답기만 한 여배우'란 레테르를 붙인다면 그것은 득보다는 독이 될 것이다. 그 아름다움이 배우로서의 김희선을 압도하고 있은 것은 아닐까. 혹은, 아름다움에 현혹된 우리의 둔한 눈이 이 배우의 카리스마를 미처 감지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다음날, 칸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파리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그녀는 말했다. "정작 레드 카펫 위에서의 기억은 너무나 많은 카메라 플래시와 환성이 동시에 터지는 통에 희미해져 버렸어요. 머릿속까지 환해지는 느낌었달까." 파리에서는 파울로 로베르시 등의 세계적인 포토그래퍼 5명이 참여나는 그녀의 사진집 <Marvelously......KimHeeseon>의 촬영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서울에 남겨진 시나리오와 드라마 대본들, 광고 촬영 일정들은 그녀가 돌아올 때까지 참을성을 발휘해야 할 터이다. 그렇게, ?裡? 않은 침욱을 깨고 돌아온 김희선은 예전의 숨가쁜 일상으로 회귀할 것이다. 칸에서의 짧은 체류가 그녀의 인생을 바꾸어놓았다는 거창한 비약을 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구름을 내려다보며 고요히 생각에 잠긴 그녀의 눈빛은 분명 조금 더 깊어져 있었다..
글 심우찬 (잡지: W korea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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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미스터큐 찍을 당시 명동에서 언니봤는데 정말 같은 사람맞나...싶게 예쁘더라. 딸을 많이 나으라규~~~
송윤아가 와서 친한 안재욱은 안왔나? 송윤아랑 안재욱이랑 잘 됐음 증말 좋것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