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장편 동화
모여 앉은 아이들의 눈빛이 어둠 속에서도 반짝반짝 빛났습니다.얼굴에는 바짝 긴장감이 돌았습니다.꼭 싸움터에 나가는 전사들 같았습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산아저씨의 외뿔 황구렁이 사냥을 구경가는 때가 온 것입니다.
마침,어젯밤까지 내리던 비가 아침에 그치고 오히려 하늘은 더없이 맑고 깨끗하였습니다.틀림없이 오늘밤엔 보름달이 뜰 것이라는 기대로 아이들은 오늘 하루가 얼마나 지루하게 지나갔는지 모릅니다.
"난 민희 누나 몰래 빠져 나오느라 얼마나 혼났는지 몰라."
"나는 아빠한테 허락 받느라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진이 다 빠졌다니까."
아이들의 호들갑에 이어서 혁이가 긴장한 얼굴을 들어 말했습니다.
"다들 각오는 돼 있겠지? 출발 전에 주의사항을 말하겠다.첫째,산아저씨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조심한다.둘째,다치지 않도록 조심한다.이상이다.알겠나?"
"예! 대장!"
혁이가 군인처럼 씩씩하게 주의 사항을 말하자,아이들도 씩씩하게 대답했습니다.
"출발!"
혁이가 출발을 선언합니다.모두들 혁이의 뒤를 따랐습니다.
어느 새 주위가 짙은 어둠으로 덮여갔습니다.소나무 숲길로 들어서자 칭흑같이 어두워서 전진하기가 어려웠습니다.앞장 선 혁이와 끝에 선 민수가 손전등을 밝혔습니다.
한동안 말없이 걷던 아이들은,이윽고 야산이 끝나고 절암산 자락이 이어진는 거송밭으로 들어섰습니다.
"민수야,너 떨리지 않니?으흐! 난 무서워서 달달달 떨린다."
"떨리긴 왜 떨.오늘밤 일어날 외뿔 황구렁이 사냥을 얼마나 기다려 왔다고.생각만 해도가슴이 두근대는데,초랑이 너 떨리니?"
"떨리긴,내가 새가슴이니?그냥 한번 해 본 말이야."
초랑이가 엄살을 부리자 민수도 한마디 하면서 긴장을 풀어봅니다.
사실 아이들은 모두 긴장이 되고 무서웠습니다.이렇게 캄캄한 밤에 절암산자락 울창한 소나무 숲 속까지 들어오니,용감한 혁이조차도 가슴이 두근두근 댔습니다.
아까부터 민수는 손전등 불을 자꾸만 사방으로 비춰봅니다.무서움을 달래려는 마음인가 봅니다.사방은 칠흑같이 캄캄한데 "우엉! 우엉!"부엉이 울음 소리가 공포스럽게 들려왔습니다.
아이들은 어렵게 소나무 숲 속을 빠져나가 계곡을 타고 전진했습니다.밤에 보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들은 더욱더 웅장하게 가까이 다가와 있는 듯 했습니다.
한동안 무서움에 가슴 졸이던 아이들이 이제는 어느 정도 산 속 분위기에 익숙해졌는지 마음이 안정되어갔습니다.
계곡을 타고 조심조심 오르던 아이들이 갑자기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야,달이다!"
동쪽 하늘에 보름달이 두둥실 떠오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비온 뒤의 날씨 때문인지 하늘이 맑고 깨끗해서,노오란 보름달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선명했습니다.달빛 때문에 사방이 환해서 전진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산아저씨가 오기 전에 빨리 가야 한다고 혁이가 재촉했습니다.
아이들은 이제 무서움을 다 잊은 듯 했습니다.모두들 부지런히 걸었습니다.가시넝쿨에 긁히고 발을 헛디뎌 넘어지기도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서둘러서 마침내 용굴이 보이는 등성이까지 나아갔습니다.
혁이와 민수가 손전등을 껐습니다.민수가 가방에서 쌍안경을 꺼내 들더니 용굴 주위를 살폈습니다.쌍안경은 야광이라서 밤에도 잘 보입니다.
"혁이 형,아직 산아저씨가 오지 않은 것 같으니 우리들은 저쪽 바위 위로 올라가서 숨어 있는게 어때?"
민수의 말에 혁이가 머리를 끄덕이더니 민수에게서 쌍안경을 건네받아 살펴보았습니다.
아이들은 손전등도 켜지 않은채 용굴 맞은편의 높은 바위위로 올라갔습니다.용굴 앞 주변이 한눈에 다 내려다보였습니다.그 새 달은 저만큼 따라와 있었습니다.하늘 가운데에 뜨려면 조금 더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는 조심해야 한다.암놈 뱀은 동굴에서 나오겠지만,수놈 뱀은 어디에서 나타날지 모르니까.잘못하여 뱀들이 우리들을 먼저 발견한다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거야."
혁이가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었습니다.
"혁이 형,뱀들이 만난다면 저기 동굴 앞 넓적바위에서 만나겠지?"
"그럴거야.산아저씨가 그렇게 말했거든.어쨌든 우리는 여기서 소리내지 말고 가만히 있으면 돼."
민수는 혁이와 소근소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이제부터 벌어질 일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마구마구 뛰었습니다.
한밤중에 이렇게 깊은 산 속에 와 있는 것도 대단했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생각하니 양 손에 땀이 나고 온 몸이 긴장감으로 굳어지는 듯 하였습니다.
보름달이 점점 하늘 위로 올라오자 사방에서 나무들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 하였습니다.돌들의 얘깃소리도 들리는 듯 하였습니다.적막했던 깊은 계곡에 갑자기 생기가 돌았습니다.은은한 달빛이 아늑하고,포근하다고 민수는 생각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용굴이 내려다 보이는 높은 바위 위에서 어서 보름달이 머리 위로 떠오르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그러면 커다란 외뿔 황구렁이 두 마리가 용굴 넓적바위 위에서 만날테고 그 때에 산아저씨가 두 마리 외뿔 황구렁이를 잡을 것입니다.
이윽고 보름달이 머리 위로 떠올랐습니다.
아이들은 바짝 긴장했습니다.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산아저씨도,외뿔 황구렁이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아마도 산아저씨는 지금쯤 어딘가에 숨어서 뱀들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것입니다.
아이들은 쌍안경을 돌려가면서 용굴 앞 넓적바위 주변을 쉴 새 없이 살폈습니다.
"에이,이게 뭐야.벰이 나타나지도 않잖아.난 무서워 죽겠어.그만 집에 돌아가자."
오랫동안 기다려도 뱀들이 나타나지 않자 초랑이가 지친 목소리로 불평을 하였습니다.
아까 자갈밭에서 넘어져 다친 팔꿈치가 아픈 듯 자꾸만 어루만집니다.다른 아이들도 얼굴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쉐에엥-! 쉐에엥-!"
어디선가 괴상한 소리가 계곡을 울렸습니다.휘파람소리 같기도 한 그 소리는 소름이 끼치도록 섬뜩하였습니다.아이들은 등이 오싹하도록 무서움을 느끼며 사방을 두리번거렸습니다.
"쉐에엥-!"
다시 한 번 괴상한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날카롭고도 우렁찬 소리가 고막을 쑤시는 듯 하였습니다.
"저기다!"
쌍안경으로 넓적바위를 보고 있던 민수가 소리 죽여 낮게 외쳤습니다.언제나타났는지 참으로 거대한 뱀 한마리가 넓적바위 가운데에 또아리를 틀고 앉아서 울어대고 있었습니다.
머리를 하늘 높이 치켜 올리고 입을 좍좍 벌려대고 있습니다.
"세상에 저런 뱀이 있다니......,"
쌍안경을 돌려 보며 아이들은 정말 믿을 수 없다는 듯히 벌린 입을 다물 줄 몰랐습니다.누런 빛깔의 몸뚱아리가 달빛을 받아 번들번들 얼음처럼 빛났습니다.믿기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몸뚱아리를 스릉스릉 움직이며 또아리를 틀었다,풀었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그 때였습니다.
용굴 안에서 또 한 마리의 뱀이 스릉스릉 기어나왔습니다.
"우에엥-!"
두 마리의 뱀이 몹시 반가운지 몸을 비비며 뒤엉킨 채 몸부림을 쳤습니다.그러다가 머리를 솟아 올려 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을 바라보며 울어대기 시작했습니다.소름이 끼치도록 괴이쩍은 뱀 울음 소리가 듣기 괴로운 듯 아이들은 손으로 귀를 틀어 막았습니다.
민수는 온몸이 얼어붙는 듯 굳어왔습니다.저런 신기한 장면을 민희에게 보여 주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아쉬웠습니다.또한 사진 촬영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몹시 아쉬워 했습니다.
"혁이 형,왜 산아저씨는 나타나지 않는 거지?"
"저렇게 좋은 기회를 놔 두고,산아저씨는 대체 무얼하고 있는 거야?"
아이들이 소근거렸습니다.
"그러니 말이야.틀림없이 오늘밤 온다고 했는데."
혁이도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머리 위에서 보름달이 하얗게 온 산골을 비추자,두 마리 뱀들의 괴상한 행동은 절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민수는 손에 땀이 흐르고,숨이 가빠왔습니다.저렇게 큰 뱀도 처음 보는 것이지만 뱀들의 괴상한 행동은 신기할 뿐이었습니다.꼭 보름달의 정기를 빨아들이는 의식을 치르는 것 같았습니다.
바로 그 때,아이들이 넋을 잃고 뱀들에게 정신이 팔려 있을 때였습니다.
누군가가 용굴 옆,절벽 밑에 있는 소나무 위에서 가만히 내려오더니 살금살금 뱀들이 있는 넓적바위꼐로 다가가는 것이었습니다.
쌍안경으로 주변을 살펴보던 동수가 흠칫 놀라며 말을 못하고 더듬거리기만 합니다.
"저...... 저기,산,산아저씨......,"
민수가 쌍안경을 받아서 바라봤습니다.어깨에 무엇인가 축 늘어지는 큼지막한 것을 걸치고 바짝 허리를 숙여 몸을 낮춘 채,살금살금 넓적바위께로 접근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산아저씨였습니다.
뱀들에게 가까이 간 산아저씨가 어깨에 걸치고 있던 것을 슬그머니 반쯤 내려서 두 손으로 추스려 잡고는 뱀들을 향해 던지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그 때까지도 뱀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하늘을 향해 "쉐에엥! 우에엥!" 울어대고만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숨이 가쁘고 가슴이 두근두근 ,콩닥콩닥 뛰었습니다.
산아저씨가 수그렸던 허리를 번쩍 치켜 세우며 어깨에 걸치고 있던 것을 뱀들을 향해 힘껏 내던졌습니다.
그러자 그것이 공중으로 훌쩍 날며 둥그렇게 활짝 퍼졌습니다.그것은 커다란 그물이었습니다.
"아!"
아이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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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연재를 마칩니다.감사합니다.
2013.4.21.소연/조성덕
첫댓글 잘보고갑니다,,감사합니다
ㅎㅎ.
즐거운 시간 되시어요.
감사~~~~~~
즐거운 시간이 되시기를....
의미있는 뜻 헤아리기 어렵지만 잘보고갑니다.*^^*
요즘은 순수동화가 사라졌어요.
대부분 동화를 흥미로만 대하는 경향이 짙죠.
시,동화는 본래 순수문학인데...
오, 실감나는 이야기 긴장하고 읽었습니다 아이들의 순수한 호기심 외뿔 황구렁이 저도 보고 싶습니다
함께 떠나 볼까요 ㅎㅎ
고맙습니다 건필하시길요
아이구,반가워요.
처음부터 찿으려면 힘들테니 제가쓴 글을 클리해서 보시면 편할거예요.
작년에 보림에서 출간하기로 됐다가 중단이되어서 넘 아쉽군요.
어디 방법이 없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