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데살과 아저씨
복음 :마르 12, 28ㄱㄷ – 34
몇 년 전 필리핀에 머물고 있을 때였다.
어느 날 성당 앞 광장을 지나려는데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매일 아침 일찍부터 성당 앞에 쪼그리고 앉아
판데살 (pan de sal: 필리핀에서 아침에 주로 먹는 빵) 을 파는 아저씨였다.
그가 환한 웃음으로 나를 불러 세웠다.
그분은 팔다 남은 판데살 몇 개를 주며 “가져가서 드세요.” 했다.
나는 그 아저씨가 빵을 팔다 지쳐 마지막 남은 것을 사 달라는 줄 알고 돈을 주었더니
그분은 웃으며 “그냥 드세요.” 했다.
의아해하며 쳐다보는 나한테 “오늘 갖고 나온 판데살을 벌써 다 팔았습니다.
그래서 남은 몇 개는 수사님과 저쪽에서 구걸하는 아이들한테 주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이 돈이면 판데살 만들 재료와 우리 가족의 오늘 양식을 살 만큼 충분하니까요.
이제 성당에 들어가 이렇게 장사가 잘 되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집에 돌아갈 생각입니다.” 라고 했다.
수도원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 손에 들려 있는 판데살을 보며 잠시 생각했다.
판데살 한 개 가격은 우리나라 돈으로 25 – 30원쯤 한다.
이른 아침부터 하루 종일 팔아봐야 얼마 벌지도 못한다.
그분은 오늘 복음 말씀처럼 마음을 다하고 힘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참된 그리스도인이었다.
혹시 우리는 예수님이 주신 사랑의 계명을 너무 어렵고 거창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
어쩌면 이 사랑의 계명은 우리 각자의 위치와 상황에서 아주 작은 것을 실천해 나갈 때 이루어지는 것 같다.
김상태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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