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타임
조 시 현
보고 싶어, 엘리노어 이렇게 조용한 지구를 상상해본 적 있어? 인쇄된 글자처럼 쓸쓸해 내가 죽었다는 사실이 내게 너무 늦게 전해지는 건지도 몰라 손바닥만 따뜻해지는 불 앞에 모여 앉아서 가늠되지 않는 오후 속에서 후, 후 숨 쉬는 연습을 하고 있어 재를 터는 것처럼 뜨거운 것을 부는 것처럼 열기가 불행을 미뤄주는 것처럼 우리가 잠깐 잡았던 손처럼 끝난 것의 끝을 기다리면서 오래 헤어지는 연애를 하는 것 같다 …(중략) 엘리노어, 너는 미래의 시간에 살고 나는 과거의 빛을 보지 여기 있어 여기 있어 어떤 말들은 이제 알 것 같다 오늘도 전철이 지나가 같은 시간에 너의 아이는 어떤 표정을 짓는 어른이 될까 엘리노어, 아직 보고 있어?
-『국민일보/시가 있는 휴일』2023.02.24. -
이 시의 SF적 분위기는 각주를 보면 이해가 된다. “2888년 지구에서 발견된 일기장으로 2500년대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2500년대에 이 글을 쓴 이는 원시인처럼 모닥불을 피워놓고 우주로 떠난 친구에게 말을 건다. 그는 지구에 남은 거의 마지막 인간처럼 보인다.
아이들 타임 - YES24
“달도 가짜라는 소문 들었어그래도 네가 편안한 밤 보내면 좋겠다”지금, 여기로부터 멀어짐으로써 가닿는신예 조시현의 빛나는 상상력* 한국 시의 SF적 상상력! 조시현 첫 시집 출간 왜 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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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시현 시집 〈아이들 타임〉 문학과지성사 | 2023
[시가 있는 휴일] 아이들 타임
보고 싶어, 엘리노어이렇게 조용한 지구를 상상해본 적 있어?인쇄된 글자처럼 쓸쓸해내가 죽었다는 사실이내게 너무 늦게 전해지는 건지도 몰라손바닥만 따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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