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의 새까맣고 더러운, 거지일뿐인 나는 오늘 하루 잠자리할곳을 찾고있었다.
빵집 창문밖으로 새어나오는 향기로운 냄새에 취해 때묻은 얼굴을 빼꼼빼꼼 내밀고 있었던것을 빵가게 성질 더러운 아저씨한떼 띄인지는 이미 한시간이 지난듯했다.
고작 냄새만 맡는거 뿐인데...
쳇, 성깔 드러나기는. 쪼잔한 아저씨.
나는 아까 아저씨가 잡아당겨 아직도 붉은 빛이 감도는 귓볼을 죽죽 만져댔다.
손에는 검은숯이 묻어있었던 관계로, 귀까지 더렵혔을것이다......
누렇게 변한 옷-걸레쪼가리라고 부르는게 나을지도 몰랐다- 에다가 악마의 꼬리만큼 까만 손을 쓱쓱 비빈후, 나는 회색의 우울한 하늘로 눈빛을 보냈다.
진한 자주색빛의 샘이 회색과 부딫이는 순간, 까맣게 변하였다.
전부터, 마을에 나랑 같이 구걸하던 애들은 말했었다.
네 눈은 이상하다고. 사람 눈 같지가 않다고.
뭐, 지네가 어쩐다. 내눈인데 뽑아갈랴?
어쨌든, 아까 내가 혼자 빵집쪽으로 뛰어가는 바람에, 친구들은 모두 놓쳐버리고 말았고, 찾아낼 궁리를 하는중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인원이 많아야지 잠자리 몰색을 쉬울테니까. 안그래?
난 온통 헤어진 신발을 다른 발가락으로 문지르면서 그저 근처만 두리번거렸다. 분명히 애들은 나타날것이다. 왜냐고?
으하하하. 나는야 대장...은 아니지만 그냥 대충 짐작하는거니까!
친구들이 들었으면 매서운 눈길을 보냈을거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빙긋이 웃었다. 바람에 온통 엉켜버린 보라빛 머리칼이 미약하게나마 나부꼈다.
그리고, 어어. 저기 한명 오네?
"미샤!"
"제로이!"
멀리서 총총걸음으로 뛰어오는 나의 작은 친구를 보며 난 미소를 지었다.
미샤는 10살, 나와 나이가 같았지만, 체구나 성격등등으로 보아 7살정도까지 보일정도였다. 매우 짖궂기도 한 여자애였지만, 숨은 음식 찾기나, 구멍으로 들어가서 음식 뺏어오기 같은건 정말 잘해서, 같이 붙어다니면 여러모로 유용했다.
그런반면, 나는 매우 잽쌌고, 거짓말솜씨나 능글맞고 그런것에 소질이 뛰어났기 때문에 마을의 모든 거지 패거리들은 우리를 최고의 콤비라고 불렀다.
아, 역시 내가 있어야지 콤비라는건 선다니까.
"아까 그 비틀어진 걸레짝같은 쿠퍼 아저씨한테 쫓겨났구나? 그 아저씨는 정말 못됀 인간이라니까. 아아- 이 가련하고 불쌍한 집없는 꼬마들에게 빵하나는 주지 못할망정 쫓겨내기라니. 세상이 망해갈 징조야-"
미샤도 나에게 어느정도 말솜씨는 옮은건지는 모르겠지만, 귀여운 얼굴과는 대조적으로 가끔은 신랄하게 또는 황당하게 말을 지어내기도 했다.
나 역시도 생긋 웃으면서 동의했다.
"우리가 대체 어딜봐서 쫓아내고 싶은거지? 이 깜찍한 얼굴을 봐봐. 이 초롱초롱하게 반짝이는 포도송이눈! 그에 걸맞는 우아한 머리칼! 어딜봐서 말이지!"
아까 한껏 말을 하던것과는 달리 미샤는 아주 질렸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마치 소가 닭보듯 아주 검은 눈까지 깔면서 하는 말이란.
"로이, 왠만하면 닥치지 그래."
그래그래, 알았다고. 그렇지만 닭이 있어야지.
난 그말을 현명하게도 입밖에 꺼내진 않았지만, 마음속에서 몇번이나 반복해서 소리쳤고, 미샤를 빤히 쳐다보았다.
흙이 묻어 엉망이 된 갈색 머리칼속엔 날카롭게 날 쳐다보는 눈 한쌍이 있었다.
"뭘 쳐다봐. 개털이나 폴폴 날리고 다니는 놈아."
"아무래도 배가 고프지 않아? 잠자리도 찾아야돼."
듣기 싫은말을 꾹 씹어버리고 생글생글 웃으면서 그녀의 위크 포인트를 찔렀다.
미샤 역시 안색이 약간 변하며 자신의 배를 살짝 쓰다듬었다.
"아, 뱃속에서 로이같이 목소리나 무지 큰 어떤것들이 비명을 질러대는구나."
난 살며시 고개를 끄덕여주었고, 그녀가 뛰어온 방향쪽으로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쭈욱 펴보였다.
"저쪽으로 가보자."
"저쪽?"
그녀는 의아한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그쪽은 원래 우리같이 어린 거지 꼬마들은 별로 안가는곳이였다. 구걸할 상대들도 별로 없었을뿐더러, 잠자리 찾기도 쉽지가 않았다.
"다른곳들은 다 모두 차지해버리거나, 없더군."
오늘은 특히, 내일 옆동네 부잣집 아가씨가 결혼 하는 날이라서 사람들이 잔치에 가져갈 음식을 많이 만들었다. 게다가 보호까지 철저히 해놓아서 그리 시원치 않았고, 집간수도 매우 많이 해놓았다고 들었다. 좋은 장소들은 다 나이가 좀더 큰 형들이나 누나들이 다 차지했고...
"으음... 제로이. 정 없다면 내게 생각이 하나 있는데."
약간 망설이는듯한 잿빛눈은 결국 단단히 굳어졌다.
"우리, 그 라일라노레한테 가볼까?"
"뭐?"
라일라노레란 '미치광이'라는 뜻이었다. 어느 나라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추측으로는 아마 몇년전에 죽은 대마법사, 또는 라일라노레라고 불리는 리나 인버스가 처음으로 가본 바깥세계중 하나의 말인듯- 요즘 잘사는집 사람들은 모두들 그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했고 그냥 길거리에서도 많이 쓰였다.
그런데 말야...
나일라노레라면, 그 사람 한명밖에 없지 않는가!
윗동네, 아랫동네, 옆동네, 우리동네, 모든곳에서 미치광이라고 손가락질 받는건...
자그마한 집에서 혼자 항아리를 만지고 사는 금발의 라일라노레!
"시, 싫다! 우리가 왜 거길 가야해!"
"어라, 로이, 설마 겁이 난건 아니겠지? 아이들을 집에 묶어놓고 걔네들한테 자기의 미친소리를 들려주고 애들까지 실성하게 만든다는, 라일라노레를?"
뭐, 뭐라고? 그 이야기는 안들어봤는데...
"아니다 뭐! 흥, 너가 겁난거 아니야? 오들오들 떨고 있네 뭐, 짜샤! 난 단지 우리가 많고 많은 집들중에서 거기에 밥얻으러 가야하는지를 모르겠단 말야!"
미샤는 까맣게 빛나는 눈동자를 매우 짜증난다는듯 굴리며, 나의 가슴팍을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기 시작했다.
"네가 그랬잖아! 다른곳은 없대매! 그 미치광이는 무슨일이 있어도 집에 있을거 아냐? 우리가 뭐, 앞마당에서 자도 그리 상관하진 않을것 같고! 너 그리고 안배고파? 오늘 하루종일 굶고싶어?"
이런, 젠장같은! 내가 내 논리에 걸려들고 말은것이다!
으...으...
"...쳇... 알았다, 알았어."
내가 못이기는척하며 보랏빛눈을 살짝 홀겨주자 그녀는 아주 발랄하게 웃으며 손뼉을 쳤다.
"좋아, 제로이. 가서 한번 음식좀 먹자고! 뱃속 세포가 하나씩 하나씩, 몸을 비틀고 난리가 났다고!"
나는 먼저 뛰어가는 미샤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라일라노레의 집에 가는게 그렇게나 좋을까.
난 전혀 마음이 없다고.
안녕하세요!
읽고나니까, 도무지 슬레단편같지가 않으시죠?
다음편은 그래도 슬레단편 같...길 바래야죠.
원래는 하나의 단편으로 묶으려고 했는데; 너무 길어져서;;;
[전에는 길어도 묶어냈으면서-_-]
그래, 사실은 귀찮아서 더이상 안적었다-_-
으음, 제로이가 누구인줄 아는 사람은 발요♡
라일라노레가 누구인줄 아는 사람도♡
[실성했다=ㅅ=]
아, 참고로 라일라노레는 아무나라 말도 아니고 단지 제가 취미가 판타지틱한 이름 정하기라서 단어갖고 놀다가 만들어낸 이름입니다=ㅅ=;;;
그냥 어감이 괜찮은듯해서 여기다가 억지로 갔다붙였습니다.
...
사실 제목을 뭘로 할지 생각이 안나서 그냥 억지로 넣었습니다. [푹]
그럼 즐겁게 읽어주시길 바라며 [그럴리가 없잖아-_- 안약을 옆에 놔야할정돈데;]
감상이나 비평은 언제나 원츄 백만표인것입니다!
첫댓글 이거 다음편도 있는 거지요? 아..라일라노레(피리아라 추정됨)의 속사정이 궁금해지는데요.. 언제나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