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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계절이 시작됐다. 푸른 바다와 흰 파도는 역시나 여름의 상징이다. 바다에 뛰어들어 여름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최근 부쩍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해양 스포츠가 서핑(surfing), 쉬운 말로 바꾸면 ‘파도타기’다. 한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윈드서핑은 서핑에 비해 일찍 알려진 레저지만 서핑을 기본으로 발전한 수상스포츠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모든 수상레포츠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서핑이 최근 우리나라에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데, 최소한의 장비만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7월 11일 강원도 양양에 서핑객을 위한 전용해변인 ‘서피 비치(surfyy beach)’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장하는 시점에 맞추어, 원초적인 레저 서핑에 대해 조금 더 깊게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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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끝에 서서 바다를 달리다
30대 이상이라면 서핑이라는 단어와 동시에 머리를 스치는 영화 한 편이 있을 것이다. 남자 냄새 풀풀 풍기며 등장한 키아누 리브스와 패트릭 스웨이지의 <폭풍 속으로·원제 point break>다. 순간순간 살아 있음을 느끼기 위해 다이내믹한 삶을 택하는 주인공 보디(패트릭 스웨이지 분)은 집채만 한 파도를 향해 걸어가면서 이런 말을 남긴다. “궁극의 맛을 보기 위해선 궁극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좋아하는 걸 하다 죽는 건 비극이 아니다.”
실제로 이 말은 유명한 프로 서퍼이자 1994년 매버릭스에서 파도를 타다가 사망한 마크 푸가 생전에 즐겨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핑의 치명적인 매력을 방증하는 또 한 사람의 서퍼는 존 매카시인데, 그는 “서핑은 지구상에서 즐길 수 있는 최고로 행복한 경험이다. 천국의 맛이 있다면 그게 바로 서핑일 것이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슬슬 궁금해진다. 서핑이라는 스포츠는 대체 어떤 출구 없는 매력을 품고 있기에 죽음마저도 두렵지 않게 하고, 한술 더 떠 ‘천국의 맛’이라고 칭송되는 것일까?
서핑을 한 줄로 풀어 말하면 ‘파도 끝에 서서 바다 위를 달리는 일’이다. 상상만으로도 아찔한 이 행위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그것도 맨몸으로 달랑 널빤지 하나에 의지해야 한다면 더더욱 ‘미션임파서블’이다. 그런데 순수하게 자신의 몸 하나로 이 불가능해 보이는 행위를 성공시켰을 때 기쁨과 환희가 극에 달하는 것이다. 서퍼들이 단 10초의 서핑을 위해 바다 위에 뜬 채로 1시간 동안 좋은 파도를 기다려야 하는 일도 기껍게 받아들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액티브한 스포츠 서핑에서 ‘기다림의 미학’을 찾아내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정말 서핑은 영화 속 대사처럼 죽음을 각오해야 하고, 아무나 도전할 수 없는 영역의 스포츠일까? 다행히 대답은 ‘아니오’다.
물론 프로서퍼처럼 큰 파도를 찾아 깊은 바다까지 접근한다면 위험을 각오해야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바다에서 즐기는 초보자들의 서핑은 수영을 못하더라도 도전할 수 있는 안전한 레저다. 우선 서핑을 할 때 입는 옷인 웨트슈트 자체가 부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몸에 힘을 뺀다면 슈트의 힘으로 자연스레 물에 뜬다. 그리고 서핑용 보드인 서프보드와 발목을 이어주는 리시코드가 있기 때문에 바다에 빠져도 쉽게 서프보드를 붙들고 해안가로 나올 수 있다. 다만 서핑 실력이 향상되어 깊은 바다로 가거나 큰 파도를 타게 된다면 수영은 필수다. 제대로 서핑을 즐기고 싶다면 서핑과 함께 수영 실력도 같이 늘려가는 것이 좋겠다.
파도를 기다리고, 파도를 선택하며, 파도를 탄다
서프보드(surf board) 위에서의 동작은 크게 4가지로 이루어진다. 보드에 엎드려서 파도를 탈 지점까지 팔로 노를 저어가는 ‘패들링’, 지점에 다다랐을 때 대기하다가 파도가 밀어주는 힘을 느끼면서 팔을 쭉 펴서 몸을 일으키는 ‘푸시업’, 무릎을 세우고 재빨리 일어서는 ‘테이크오프’, 균형을 잡으며 파도를 타는 ‘라이딩’이 그것이다.
기본적인 동작을 익혔다면 서프보드를 옆구리에 끼고 바다로 들어가 보자. 서프보드를 들고 이동할 때에는 리시코드가 끌리지 않도록 잡은 후 보드를 한 팔로 감싸 잡는다. 이때 데크 부분이 바깥쪽을 향하게 해 몸이나 옷에 왁스가 묻지 않도록 함과 동시에 핀이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것을 방지한다.
서프보드를 물에 띄우고 앞으로 나아갈 때에는 두 손으로 보드 뒤쪽을 받쳐주면서 파도가 올 때마다 지그시 눌러 앞쪽이 들리게 한다. 서핑은 서프보드 위에 타서 양손으로 균형을 잡으며 파도를 타는 것이 일반적이다. 파도가 일어나는 바다로 200∼400m 나간 다음, 파도가 밀려오면 보드 위에 올라타고 몸에 균형을 잘 유지하면서 파도와 파도 사이를 뚫고 나오는 정확한 타이밍이 중요하다.
서프보드에 몸을 올릴 때에는 파도가 밀려올 때 파도의 진행방향으로 보드를 밀면서 보드의 무게 중심과 자신의 무게 중심을 일치시켜서 엎드려야 안정적으로 라이딩을 할 수 있는데 배꼽 아래 부분을 보드의 무게 중심과 맞추면 된다. 보드 위에서는 항상 상체를 들어줘야 안정적이다. 파도의 아래 부분에서 보드를 파도의 진행방향으로 돌려서 파도의 꼭대기로 올라갔다가 테이크오프를 한 후 무너지는 파도를 타고 내려오는 것이 기본 기술이다. 말은 쉽지만 수많은 반복과 파도가 보드를 밀어주는 타이밍을 제대로 포착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특히 몸을 보드 위로 완전히 세우는 테이크오프 시에는 신속하게 다리를 끌어올려 보드의 중심에 세우고 기마 자세로 천천히 일어서야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파도를 잘 판단하는 것이다. 실제 파도를 타면 서핑은 크게 3단계로 이루어진다. ‘파도를 기다린다, 파도를 선택한다, 파도를 탄다.’
이 가운데 파도를 잘 선택하고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서핑을 배울 때는 시시각각 변하는 현지 바다의 사정에 밝고 서핑 경험이 풍부한 강사를 선택해야 한다. 강사는 서핑 실력을 키워주는 스승이자 바다로 나가는 안내자를 겸한다.
홍혜선 happymuz@porek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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