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만나고 온 아버지[공간의 재발견/정성갑]
출처 동아일보 :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30202/117716556/1
설 연휴를 앞두고 경기도 봉안당에 모신 아버지를 보고 왔다. 추석과 설, 1년에 겨우 두 번 가는 길인데 ‘어, 그때가 또 왔나?’ 생각하는 걸 보면 불효자임이 분명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엄마와 형, 누나가 단체로 함께했다. 그러다 몇 년이 지나면서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큰형, 엄마 그리고 나, 이렇게 셋만 찾아가게 됐다. 이번에도 그렇게 일정을 맞추었는데 큰형 내외가 제주도로 여행을 가고 마침 일산 쪽에 일이 있어 혼자만 가게 됐다.
혼자 가서 마주한 사진 속 아버지는 우물 같았다. 나를 비추고 그와 나 사이의 시간을 투영하는. 환한 얼굴로 제주도에서 말을 타고 계신 모습, 한복을 입고 엄마와 안방 자개장 앞에 앉은 모습, 유독 귀여워하셨던 둘째 손자 원준이와 카메라를 향해 웃고 계신 모습…. 친근하기도, 낯설기도 했다. 아버지가 하신 말 중 아픈 기억으로 남은 것이 하나 있다. ‘막둥이는 지 엄마만 좋아하지.’ 어느 날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었다고.
아버지는 그 옛날 남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지극히 가부장적이었다. 여름이면 상하의 모두 모시로 지은 옷을 맞춤복처럼 입고 다니셨는데 제때 풀칠과 다림질이 안 돼 있으면 엄마에게 불같이 화를 내곤 했다. 그때는 그런 모습만 크게 보였다. 자식 사랑도, 가족에 대한 책임감도 끔찍했던 아버지는 지금의 봉안당도 본인이 직접 결정해 알려주셨다. 선산이 있는 곳에 본인을 묻으면 자식들 찾아오기 힘들고 오가는 길에 싸움만 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장례식 때 필요하다며 영정 사진으로 쓸 초상화까지 미리 준비하신 분이다.
자식 뒷바라지에 열심이었던 순간순간, 한 번씩 큰소리를 내고 화를 냈다고 내가 어떤 자격으로 그를 비난할 수 있을까. 아버지가 살아온 세월과 그 뒤에 가려진 수많은 진심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책임한 다정함과 무뚝뚝한 책임감 중에 어느 쪽이 더 묵직한 것인지를 이제 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엄마에게 아버지에 관해 묻는다. 엄마에게 아버지는 당찬 사람. ‘나 죽어도 엄마 집은 건들지 말아라.’ 자식들 단속해 놓은 아버지가 지금껏 고맙다고.
형, 엄마와 함께 갔을 때 아버지 앞에서 머무는 시간은 10분을 넘기지 않았다. 해가 거듭될수록 더 짧아졌다. 어쩌면 형식에 그친 순간들. 혼자 가서 물끄러미 아버지 얼굴을 보고 있자니 그저 오래 머무르게 됐다. 뒤늦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웠고 보고 싶었다. 아버지 역시 사랑했는데 말을 못했다. 어떤 공간은 혼자 들어갈 때 더 깊이 열린다.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
빛명상
개울가 맹금쟁이
엊그제 내린 단비로 산청 본원 산사 뒤뜰 개울가에 맑은 물이 소리를 내며 흘러내리고 있었다.
모처럼 들어보는 개울물 소리가 정겨워 그쪽으로 발길을 옮기는데 창동이와 윤정이, 종성이가 따라왔다. 얕은 물 위에 오랫동안 안 본 적이 없었던 ‘맹금쟁이’ 열댓 마리가 모여 뱅글뱅글 돌고 있었다. 같이 갔던 어른들도 그놈들이 얼마나 반갑고 정다운지 한동안 쳐다보고 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논둑 언저리나 비온 후 팬 작은 웅덩이에서 그 놈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는데 어느 사이엔가 아무 곳에서나 잘 볼 수 없게 돼버렸다. 이젠 기억 속에 하나의 물벌레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맹금쟁이란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그놈이 신기하게 생겼는지 호기심에 부풀어 잠시도 눈을 떼지 않는다. 그 놈들은 계속 쉼없이 물 위를 떠다니며 돌고 있는데 어지럽지도 않은가보다.
어린 시절 고모댁에 갔을 때 들었던 부친의 이야기가 생각나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다.
부친께서는 할머니가 오랫동안 병으로 누워 계셨는데 약 3년을 조석 문안이 아닌 무려 하루에 여섯 번씩이나 문안을 드렸다고 한다.
잠에서 깨면 큰댁으로 가서 기침인사를 드리고, 시장에 나가시면서 문안 올리고, 아침 드시기 전에 들러 조찬문안 올리고, 점심 식사 전에 그 사이 안부 물으시고, 저녁식사 문안과 잠들기 전에 편히 주무시라는 절을 올린 후에야 잠자리에 드렸다고 한다.
그것도 부족하여 하루는 할머니께서 어지럽다고 하시자 효성이 지극한 부친께서는 ‘맹금쟁이’를 잡아서 먹으면 어지럼증이 없어진다는 동네 어른들의 말을 듣고 한겨울에 그놈들을 잡으려고 얼어붙은 마을 논둑의 얼음을 깨면서 마을을 다 휘젓고 다니셨다고 한다. 그렇게 얼음 밑 볏집 사이에 붙어 겨울잠을 자던 놈들을 몇 마리 잡았다고 한다.
요즈음 우리들은 부모님께 하루 한 번은커녕 한 달에 한 번 전화로 문안드리는 것조차 어렵게 생각한다. 시간이 없어서도 아니고 또 거리가 멀어서도, 전화가 없어서도 아니다.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다 같은 부모요 자식이건만 무엇이 이토록 우리들의 삶과 인정을 각박하게 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본다. 맹금쟁이가 잃어버린 효(孝)를 새삼스레 일깨워 준다.
내일 귀가 길에는 어머니께 문안부터 올려야겠다.
출처 : ‘초광력超光力’ 빛(VIIT)으로 오는 우주의 힘
1999년 03월 08일 초판 1쇄 p. 239~241
있을 때 잘해
꽂은 피고 지면
또다시 피어나는데
이젠 영영 볼 수 없는
아부지, 엄마, 박신부님
그리고 바보 김수환 추기경님,
혜명스님, 수우씨도
그리움은 참꽃 되고
애절함은 소쩍새가 되어
있을 때 잘하라고
밤새도록 일깨운다.
출처 : 향기와 빛(VIIT)명상이 있는 그림찻방 P. 45
감사합니다 🙏
있을때 잘해...귀한글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있을 때 잘해란 말씀 마음에 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있을때잘해
꼭 부모님에게 만은 아닌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귀한 빛의 글 볼수있게해주셔서진심으로감사합니다
있을 때 잘해....
감사의 마음으로 담습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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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글 감사합니다.
있을 때 잘해,
귀한 빛말씀 담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