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 하부관통 안전성 강조하려다 원희룡 무리한 홍보 논란이다.
디지털타임스, 김남석 기자, 2022. 12. 15.
국토교통부와 현대건설이 한강 하저터널에 사용하는 터널보링머신(TBM)을 공개하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의 안전성을 강조했지만, 한강하저터널과 도심지 내 GTX 건설에 전혀 다른 공법이 사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12월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강 하저터널에는 '실드 TBM'이, 은마아파트 등 도심지 내 GTX 건설에는 '오픈 TBM을 활용한 NATM공법'이 사용된다. 두 공법은 지반 안전성 검토와 작동 방식, 적용 범위 등이 전혀 다르다.
실드 TBM은 터널을 뚫는 동시에 지보재인 세그먼트(터널을 형성하는 철근콘크리트 구조물)를 설치하는 반면, 오픈 TBM은 기계로 단순히 터널을 뚫은 뒤 인력을 통해 터널 확장과 지보재 작업을 추가로 실시한다.
실드 TBM은 터널을 파는 동시에 지반이 보강되고, 통상 오픈 TBM에 사용되는 지보재보다 두꺼운 보강재가 적용돼 안전성이 더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오픈 TBM은 사업 속도가 더 빠르고 공사비가 저렴해 일반적인 구간에 많이 적용된다. 반면 하저, 연약지반 등 일부 특수 지역에서는 주로 실드 TBM을 적용한다.
작동 방식과 추후 공정 등이 전혀 달라 굴착 과정에서의 지반 안전성 검토도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 TBM은 지반 보강을 위한 추가 공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드 TBM보다 안전성 검토 과정이 더 많다.
한 터널설계 전문가는 "쉽게 말해 실드 TBM과 오픈 TBM은 숟가락과 포크라고 볼 수 있다"며 "TBM이라는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같지만, 사용 방법과 용도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드 TBM으로 오픈 TBM의 안전성까지 담보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난 13일 진행된 '한강 하저터널 굴진 기념식'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은마아파트 하부 관통 논란이 있는 GTX C노선을 언급하며 안전성능을 홍보했지만, 전혀 다른 공법을 통해 논란을 불식시키려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미 오픈 TBM이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월곶~판교 복선전철 6공구'나 DL이앤씨가 공사하는 GTX A노선에 사용되고 있지만, 상징성이 높은 하저터널을 통해 무리한 홍보전을 펼친 것으로 해석된다.
C노선에 앞서 먼저 시공에 들어간 GTX A노선도 C노선과 마찬가지로 한강 하저 구간은 실드 TBM, 도심지 구간은 오픈 TBM이 사용된다. 해당 노선 역시 설계 단계에서부터 비용 문제로 도심지에 안전성이 떨어지는 공법을 적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오픈 TBM의 경우 굴착은 TBM으로, 벽면은 과거 공법인 '신 오스트리아 터널공법(NATM)' 방식으로 처리해 실드 TBM 대비 안전성이 떨어지지만, 건설사들이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오픈 TBM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측은 "공사 지반에 맞는 공법과 장비를 고려해 실드와 오픈 방식을 결정한 것"이라며 "두 개 공법에 차이가 있는 것은 맞지만, 발파가 아닌 TBM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한강 하저터널을 통해 GTX 건설의 안전성도 담보할 수 있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