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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선수의 도전을 가능하게 했던 것들.
중앙SUNDAY 편집국장 박승희
“어릴 땐 박탈감 같은 게 있기도 했죠. 콤플렉스? 주변의 친구들이 명품시계 얘기를 하거나, 갖고 다니는 현금을 자랑하거나 하면, 자괴감은 아니어도 위축되긴 했어요. 왜 어릴 때는 돈이 없으면 잘 못한 것처럼 숨기고 싶어 하고 그렇잖아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관이 없더라고요. 음악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단 생각이 들었거든요. 제가 가진 재능으로 다른 걸 생각할 수는 없었어요.”
29세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성장한 선우예권이 포브스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지금까지 8차례의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그는 정작 출전한 콩쿠르들 중에서 “반은 우승하고 반은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만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얘기겠죠. 그는 이렇게도 말합니다.
“치열한 경쟁의 무대는 다른 연주회보다도 스트레스가 많은데, 이런 경험들이 쌓여서 마인드콘트롤하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떨어져도 '노력은 했으니 괜찮아, 혹은 노력을 안 했으니 당연해' 등으로 받아들이게 됐어요. 점점 음악의 깊이를 알아가면서 나아졌지요. 안 좋은 일이 생겨도 우선순위를 잘 매겨서 집중하는 힘이 생긴 것 같아요….”
다음은, 영화 아가씨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선보인 27세 배우 김태리의 얘기입니다.
“아직 제 미래가 어떨 것 같다는 생각은 안하고 있어요. 기분좋은 꼬리표들도 제 몫이죠. 전 언제나 현재를 해결하는데 더 마음을 쏟아요. 지금 내가 하는 것, 해야 할 과제를 해나가는 게 가장 중요해요. 잘 모르는 것 투성이라 뭐든 단호하게 결단을 내리지는 않으려고요. 열린 마음입니다.”
쿨하지 않습니까. 그가 강조하는 건 현재의 도전입니다. 그 도전을 해결하기 위한 자세는 “열린 마음”입니다.
선우예권과 김태리의 말에는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도전, 노력, 열린마음 등입니다.
포브스코리아가 꼽은 대한민국의 젊은 영웅들 2030의 얘기를 곰곰히 들여다보면 감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100억불 수출, 1000불 국민소득’이란 표어가 학교 건물에 큼지막하게 써 있는 걸 보면서 자란 세대의 주눅은 흔적도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깊습니다. 생각이 깊고, 고민이 깊고, 꿈이 깊습니다. '꼰대세대'가 어설프게 건드렸다가는 본전도 못 찾을만큼 장래 희망과 꿈, 그리고 하고싶은 일에 대한 철학들이 뚜렷합니다.
2011년 배달전문 회사를 만들어 2015년 495억원, 2016년 848억원에 이어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종합 푸드테크 기업 ‘우아한형제들’이 있습니다. 배달전문앱인 배달의민족으로 뜬 그 기업입니다. 이 회사는 주 4.5일 근무제입니다. 나흘은 그렇다치고 0.5일은 뭘까요. 이 회사에서 일주일의 시작은 월요일 오후 1시에 시작합니다. 직장인들에겐 토요일과 일요일의 후유증인 월요병이 가장 공포스럽습니다. 이 회사는 발상을 바꿔 월요일에는 오후에 출근하도록 해 가고 싶은 회사 분위기를 만든 겁니다.
이런 자유분방함이 이 회사의 경쟁력입니다. 지난해 여름 중복 때 우아한형제들은 전 세계 처음으로 ‘치믈리에’ 자격시험을 주최했습니다. 와인 감별사인 소믈리에를 변용한 '치믈리에(chimmelier)'는 치킨 감별사를 뜻합니다.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치킨의 맛과 향, 식감을 파악해야 자격증을 딸 수 있습니다. 개그 같은 이 행사에 전국에서 500여명의 치킨 매니아들이 모였습니다.
‘책임은 실행한 사람이 아니라 결정한 사람이 진다’, ‘휴가나 퇴근 때 눈치 주는 농담을 하지 않는다’ 등의 수칙도 SNS 상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2018년의 1월 우리를 즐겁게 했던 테니스선수 정현의 도전은 이런 세대의 결정체입니다. 스물두살 정현은 대한민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4강에 올랐지만 소감을 묻는 질문에 “별다른 것은 없다. 지금 샤워하고 찬물에 들어갔다와 추운 느낌이다”라고 웃습니다. “담담하다”고 담담해 합니다. 자신이 노력한만큼 결과가 나왔고, 그 결과가 4강이기에 호들갑을 떨 일도 아니고 겁날 것도 없다는 얘기입니다.
지금 우리는 이런 세대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어른세대의 걱정처럼 유약하지도 않고, 버르장머리가 없지도 않으며, 가볍지도 않습니다. 단지 다를 뿐입니다. 그 다름을 가르친 사람들은 오히려 어른세대입니다. 기죽지 않게 키웠고, 애지중지 키웠고, 글로벌하게 키웠습니다. 그 목적이 가문의 영광을 위해서든, 아버지 세대의 배고픔과 굴욕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든, 내 자식만 잘 살 수 있게 하기 위해서든 말입니다. 이제 그 다름의 가치를 이해하는 데서 세대 간 소통이 시작됩니다. 그 소통의 시작은 그들의 눈과 귀, 발로 세상을 같이 보아주는 겁니다.
내일 독자여러분께 찾아갈 중앙선데이에는 유쾌한 정현 선수의 테니스 메이저 도전기, 그리고 정현을 정현답게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스페셜리포트를 준비하던 중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이 가슴아픈 사고들의 재발을 막기 위한 ‘긴급점검-전문가와 함께 찾은 밀양 사고현장’도 서둘러 준비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정현 선수가 진짜 한국의 역사를 쓰는 경기였어요!!!
맞아요!! 정말 대단한것 같아요
비록 부상으로 인해 기권을 하게 되었지만 앞으로 세계스타가 되어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보여주면 좋겠네요
일단 먼저 부딛쳐보는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 포인트인것 같아요. 도전이란 아무도 예측할수 없는 것이지요. 그저 확률이 없더라도 도전을 해보는 거예요.
정현선수는 제가 보기에는 한국을 빚넬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