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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소닷 비어트리스님 제공
저돌적인 시즌2
이 림 25 김규현 27 성태경 27
한국대학교 한국무용학과 제 3 연습실. 곱게 수놓아진 색색의 한복이 드문드문 걸려있어 묘한
분위기를 연출시키는 이 곳 구석에 소품용으로 갖다놓은 침대 위에 아래 속옷만 걸친 채 농도
짙은 몸사위를 벌이는 두 남녀가 있었다. 시각은 새벽 3시 30분경.
"… 하, 하읏… 아……."
"하… 아파?"
"… 하, 괘… 괜찮아, 앗! 아읏…."
"……."
"조, 조금… 하, 조금 더."
"… 하아, 하."
남자의 것을 탐내는 여자의 적극적인 도발에 결국 두 사람의 마지막 천조각도 침대 아래로
툭― 떨어졌다. 남자보다 여자가 더 급하게 몸을 움직였다. 두 사람의 위치는 어느덧 반대로
바뀌었다. 여자가 남자를 눕히고 두 가슴을 남자의 손아귀에 내어준 채 아래를 더 격하게
흔들었다. 찐득한 신음소리가 연습실 안을 울리고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연습실 어딘가에
곱게 내려놓았던 여자의 가방에 들어있던 핸드폰에 문자 알림소리가 들렸다. 서로에게 푹
빠져있는 그들은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 * * * *
심플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카페에 먼저 와있던 규현은 또각또각 구두소리를 내며 앞 자리에
앉은 림을 보자마자 인상을 썼다.
"이림!"
"… 뭐."
"네가 애야? 노 선배님이 뭐라고 했다고 그렇게 토라져서 가면 돼?"
"그럼 오빠는? 오빠는 적어도 내 편이어야 되는 거 아니야?"
"이림. 자꾸 어린애처럼 굴거야?"
"오빠 달라졌어. 예전에는 나밖에 모르고, 내 생각만 해주더니… 이젠 노 선배편을 들어?"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 아까 노 선배한테 한 행동은…"
"내가 뭐! 노 선배도 여자라고 딱 보니까 남자후배들만 감싸주던데! 오빠도 노 선배한테 홀딱
가버린 거야? 지수랑 상희가 그러던데, 노 선배가 후린 남자들만 이 대학에서 10명이 넘는…"
"이림!!! 조용히 안 해? 어디서 그런 헛소문을 듣고 와서 나불대? 노 선배 욕하지마."
"… 하, 거봐. 이렇게 또 노 선배 편을 든다 이거지?"
팔짱을 낀 림이 규현을 비웃으며 바라보았다. 규현이 그런 림의 표정을 보고 열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지만 그는 화를 자제하려 애썼다. 그러나 그런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든 것은 림이 내뱉는
그 다음 대사였다.
"헤어져."
"이림!"
"오빠한테 질렸어. 어차피 몇 개월이면 대학도 졸업하는 데, 우리 볼 일도 없잖아?"
"… 너 정말 이럴거야? 겨우 이정도에 흔들리는 사랑이었어?"
"내 마음이 떠나가게 만든 건 오빠야! 허구한날 노 선배타령이나 하고, 노 선배 편만 들고!"
"그건 이림이 네가 너무 버릇없게…"
"하, 이거봐. 이 와중에도 노 선배편만 들죠? 나 가요. 우리 다시 보지는 마요. 흥."
"이림! 림아!"
림이 차갑게 일어서 규현을 스치고 카페를 나가버렸다. 얼굴을 박박 비비며 인상을 찡그리던
규현이 갑자기 울린 전화벨소리에 슬쩍 핸드폰 화면을 확인했다. 액정에 뜬 발신인은 성태경,
규현의 친구였다.
"어, 왜."
[규현아, … 어떡하냐.]
"… 왜. 나 지금 기분 안 좋으니까 급한 일 아니면 나중에 연락해."
[노 선배, 교통사고 당했다.]
"뭐? 교, 교통사고?"
[응… 그 자리에서 즉사하셨댄다.]
"… 즈, 즉사? 어, 어디 병원인데?"
[남성병원. 지금… 영안실로 옮겨지셨어.]
* * * * *
삼수생의 기적을 이루고 한국대학교에 들어와 고전서적을 연구하는 동아리 ‘해비타트’에서
영향력있는 인물로 후배들을 이끌어 왔던 노 선배의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소식은 동아리 내
아이들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퍼져 한국대학교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뺑소니였기 때문이다.
항간에서는 동아리내 여자아이들이 노 선배를 질투해 교통사고를 위장한 살인을 저지른 게
아니냐는 허무맹랑한 유언비어까지 돌기 시작했다. 노 선배의 죽음으로 가장 마음이 찜찜해진
것은 헤어진지 얼마 되지않은 림과 규현이였다.
"… 야, 김규현."
"뭐."
"소개팅 하나, 자리 마련해줄까?"
"… 됐어."
"그럼 그런 표정 집어치우든가. 이림한테 그렇게 안절부절 못 하더니 결국 헤어져서도 이꼴이냐."
"… 후. 짜증나게 할거면 가. 혼자 마실래."
"하여간 끝까지 자존심은."
"야, 성태경."
"왜."
"사귄다던 여자친구는 왜 소개 안 해주냐? 이름이 뭐야?"
"… 왜 갑자기 물어, 뜬금없이."
"뭐야, 왜 그렇게 당황해? 내가 아는 사람이야?"
"어. 놀랬다. 이림 친구중에 경지수라고 있어, 알지?"
"… 야. 사귈 꺼면 제대로 된 애를 사겨야지, 경지수가 뭐냐, 경지수가. 입만 싼 여자애잖아."
"이 몸이 솔로생활을 3년하니까 외로워서 안 되겠더라. 일단 연애나 하고 봐야지."
"얼씨구, 성태경?"
"제대하고 나서 계속 연애도 안하고 솔로생활 하려니까 몸이 근질근질해서."
"그렇다고 막 사귀는 경우는 또 뭐냐. 아무튼 뭐 축하한다."
"독설은 다 내뱉고 축하하는 건 또 뭐냐. 하여간 김규현."
클럽 안 구석진 룸에 들어와 주거니 받거니 술을 마시던 규현과 태경은 한껏 달아오른 클럽
스테이지에 올라 끈적한 춤을 추며 2명의 남자들과 엉켜있는 림을 동시에 발견했다. 규현과
사귈 때보다 더 과감해진 옷차림과, 일탈을 즐기듯 뚫어놓은 피어싱이 반짝였다. 헤어진 사이
라고는 하지만, 규현의 눈썹이 꿈틀거리며 편하지 않은 속을 드러냈다. 림은 그녀에게 굉장히
노골적으로 접근하는 한 사내의 목에 팔을 걸치고 웃으며 리듬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사내가
자연스럽게 림의 허리를 휘감으며 귓속말했다.
"야, 김규현!"
태경의 외침이 무색하게, 규현은 스테이지로 뛰어올라 끈적하게 붙어있는 사내와 림의 사이를
떨어트렸다. 림이 날카롭게 규현을 노려보았고, 규현은 림의 손목을 거칠게 끌어당겼다.
"놔!!! 왜 이래, 오빠!"
"따라와!"
"싫어! 내가 왜? 우리가 무슨 사인데?"
"일단 따라와!"
규현이 림을 우악스럽게 끌고 클럽 구석진 모퉁이로 데려와 벽에 림을 가뒀다. 림은 규현이
놓아준 손목을 탁탁 털며 팔짱을 꼈다. 클럽 안에서는 여전히 시끄러운 음악이 가득 흘러나오고
있었다.
"미쳤어? 아무리 남자친구가 없어도 그렇지, 어떻게 생전 모르는 남자랑 그렇게 찰싹 달라붙어서
춤을 추고 그래? 너 원래 그런 애였어? 아니잖아. 아닌 데 왜 그러는 거야!"
"내가 그런 춤을 추든 오빠랑 무슨 상관인데. 우리 끝났어, 오빠. 기억 안 나?"
"이림!!!!!"
"… 뭐. 그렇게 소리지르면 누가 떨린대? 구질구질하게 이런 사이 이어가지 말자."
"넌… 넌 뭐가 그렇게 쉽냐? 이렇게 남자가 붙잡으면… 돌아봐라, 제발."
"……."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이렇게 힌트를 주면 알아봐주면 안 되겠냐, 넌."
"… 오빠."
림은 고개를 떨구는 규현을 보며 천천히 팔짱을 풀고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규현의 눈동자가
흔들리자, 림은 끌어안은 규현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바보야, 바보. 김규현, 진짜… 세상에서 제일 바보야."
"… 어쭈, 오빠 안 붙이지?"
"하여간 무드도 없어! 이런 남잘 사랑한다는 내가 죄인이지."
"이림? 그거 진심이냐?"
"농담도 못 해, 농담도?"
투덜거리는 림을 끌어안은 규현이 가볍게 웃으며 림에게 입을 맞췄다. 림은 그녀의 입 속으로
천천히 들어오는 규현의 물컹거리는 혀와, 섞여들어오는 타액을 자신의 것과 고르게 섞으며
그를 받아들였다. 림이 규현의 목 언저리에 둘렀던 손을 천천히 내려 규현의 허리춤에 손을
얹었다. 약 1년간 사귄 커플이었던 터라 호흡이 맞는 그들이 여전히 서로의 입 속을 훑으면서
천천히 걸음을 옮겨 비어있는 룸에 들어갔다. 룸에 들어서기 무섭게 규현이 문을 잠그고 빠른
손놀림으로 몇 개 되지않는 림의 옷가지를 벗겨냈다. 벗겨지는 옷을 상관하지 않으며 림 역시
규현의 벨트를 푸르고 바지를 벗겼다.
"하으, 림."
"… 오, … 오빠."
룸에 놓여져있던 침대 위로 달려든 그들이 서로의 몸 구석구석에 입술을 닿았다 때며 애정을
확인했다. 림의 구석구석을 핥던 규현은 자신과의 잠자리 이후 다른 이의 흔적이 없는 림의
몸을 직감적으로 느끼며 흐뭇하게 웃었다. 림은 자신의 가슴골에 와닿는 규현의 숨결을 느끼며
그녀에게 천천히 들어오는 그의 것을 받아들였다. 오랜만인데도 불구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그녀의 표정을 본 규현이 씨익 웃으며 깊이 넣은 채로 몸을 움직였다. 방심하고 있던 림이 악―
하며 소리를 지르자 규현이 헤실헤실 웃으며 그의 움직임을 멈추지않고 흔들었다. 림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지만, 림은 격한 그의 움직임 그대로 받아들였다.
* * * * *
같은 경제학과여서 규현의 소개없이도 친한 선후배였던 림과 태경이 춘천에 있는 모 대학의
박 교수의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함께 한 차 속에서 그들은 주고받는 대화가 없었다. 지금은
모든 스케쥴을 끝내고 늦은 시각이지만 서둘러 서울로 올라가는 중이었다.
"선배도 참 무섭다."
"… 갑자기 왜."
"그래도 좋아한 사람 아니었어?"
"… 좋아했지."
"그러니까 하는 소리야. 좋아했으면서… 그렇게 할 수도 있나 싶어서."
"바람 폈잖아."
"그럼 난? 나도 바람맞았잖아."
"아직도… 그 날, 규현이랑 함께였다고 생각하는 거야?"
"당연하지. 집에도 없고 선배랑도 없고, 전화도 문자도 모두 부재중인데."
"어제 알리바이가 나왔다. 그 시각에 규현이네 과 선배랑 같이 술한잔 했대."
"… 누가 그래?"
"그 선배가. 여자친구랑 헤어져서 술 친구를 부탁했다고 하더라."
"… 그래? 그럼… 그 날, 누구랑 있었을까?"
"모르지. 원래 나 말고도 만나는 남자가 많았으니까."
교통이 정체된 고속도로에 멈춰선 차 안에, 림과 규현이 짤막한 대화를 나누며 무료한 시간을
보냈다. 림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규현을 슬쩍 바라보았다가 시선을 다시 창 밖으로 던졌다.
"… 노 선배, 그 때 나랑 눈이 마주쳤었어."
"네? 뭐라구요?"
"노 선배한테 돌진하고 있는 차 속의 나를… 보고 있었어."
"그럼… 알면서 죽은거예요?"
"그렇겠지. 다행히… 그 자리에서 즉사하는 바람에 범인은 잡을 수 없었지만."
"……."
"범인이 나라는 건… 이제 너만 아는 거니까, 조용히 입 다물어야 한다, 림아."
"… 당연하죠. 어떻게보면 나도 공범인데."
"규현이랑 정말 아무일 없었는데도 죽은건데, 괜찮아?"
"어차피 꼴불견이었어요. 선배 앞에서 이런 말하면 좀 그렇지만, 남자들한테 자꾸 이상한
시선을 주잖아요. 남자들을 완전히 충성스러운 개로 만들고."
"……."
"아무튼, 무덤까지 비밀로 해요."
태경이 씨익 웃으며 림 앞에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림이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HELLO.
진짜 반전짜집기 하려고 고생했던 단편이예요. 노 선배의 이름을 밝힐까 말까
그런 고민도 하고, 내용을 이끌어내는 데도 정말 오래 걸렸던 소설입니다. 특히
도입부분의 남녀를 누구라고 정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 데, 눈치채신 센스
있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여자는 노 선배이고, 남자는 의문의 남자입니다. 노
선배의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낸 사람은 당연히 연인사이였던 태경이겠죠. 제가
써놓고도 이해를 못 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 가볍게 이야기를 더 해봤어요.
지금 구상중에 있는 저돌적인 시즌3은 자극적이기 보다는 반전에 더 포인트를
주고 있습니다. 기대해 주실 분들은 기대해주세요! 히히.
댓글, 추천은 선호하고 악플, 무단도용은 사양합니다. 매너 지켜주세요!
첫댓글 허러허러허ㅓ허허 리미님 어떻게....어떻게 이런 반전적인소설을 잘쓰시나요ㅠㅠㅠ 진짜 짱짱짱드세요ㅠ>ㅡ<
♡ 꺅 가을님 칭찬만 들으면 기분이 좋아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