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무이 대구 근처 시골에 사시고, 나 삼천포에 산다.
갑자기 핸펀 울렸다.
"야야~ 대구 갈라꼬 나왔는데 비가 억수같이 오네."
"대구는 우짠 일로예?" (대구엔 무슨 일로 가십니까?)
"동창 모임 갈라 켔는데, 차 타는데까지 몬가게따. 우산 후뜩 디비지삐네."
"비 그치믄 가이소."
모처럼 아들한테 전화걸 껀수가 생긴 것이다.
별 내용도 없는데, 낼 모래('2년 뒤'라는 의미로도 쓴다) 칠순이신 어무이는
오랜 만에 보는 폭우도 아들한테 전화할 명분이 되는거다.
그러고 보니 내가 먼저 전화한지 벌써 한달이 다 되어가네.
3시간 뒤 또 전화가 왔다.
"야야~ 집에 갈 차비가 안빈다(안보인다)"
"아니 우짜다 이자뿐능교(잊어버리셨나요)?"
"모르게따. 지갑에 만원 들구 대구에 왔는데,
차 타민서(타면서) 잔돈을 지갑에 안넣고 주무이(주머니)에 넌는데(넣었는데)
지금 안비네(안보이네)"
"돈 부치까예?"
"아이다. 현금카드는 집에 노코 와따 아이가. 돈 몬찾는다."
"그라모 모시러 가까예?"
"2시가이나(2시간이나) 걸릴낀데 번거롭게 와그라노. 칭구들한테 빌리마 된다."
"네."
그럼 그냥 빌리시믄 되지. 왜 전화로 일일이???
4시간 뒤 또 전화가...
"인자 집에 와따."
"예."
"고시돕 쳐가 차비 하고도 삼겹살 살돈까지 따뿟다. 지금 고기 꾸 무꼬(구워 먹고) 이따."
헐~~~~~~ 할매들 다 거덜났겠다.
"어무이요. 지금 12신데, 뻐스 있었어예?"
"아이다. 칭구차 타구 와따. 지금 울집에 다 와가 고시돕 하구 이따."
그 친구분 청상되고 남편 사망보상금으로 트럭사서 40년 동안 트럭몰구 장사하셨다.
지금은 양아들 내외가 장사를 물려받았고, 혼자 그랜져 몰구 여행다니신다.
낼 모래 70인데...
할매들이 그랜져에 대여섯명 타구 경부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얼마 전에 본 육혈포강도단이랑, 마파도 생각난다.
"잼있게 보내이소."
"오야~"
또 전화가 와따.
"야야~ 낼(내일) 2만원만 부치도~"
"와요?"
"돈 다 잃었다. 저녁에 딴 3만원 있던거 다 까무따."
"어무이요~(정말 애절하게 불렀다) 지금 새벽 3신기라요."
"어? 글네. 내가 니 잠 깨밧네(깨웠네). 자그라. 근데 낼 꼭 돈 부치도~ 아라쩨?"
"네. ㅠㅠ"
오널 난 지각했다. 중간에 잠 두번 깨니 아침에 못일어난거다.
방금 망치부인께서 어무이에게 30만원 부치셨다고 하신다.
"우째 그리 많이 부친 겁니까? 한달 생활비 그저께 드렸자나요."
"밑천이 빵빵해야 고스톱도 잘 되는겨. 너 아들 아니냐? 용돈은 용돈, 생활비는 생활비."
"감사합니다. ㅠㅠ"
첫댓글 재밌게 사시는군요.
지발돈쫌님 어무이 되시는 분은 며느리 잘 보신 듯... ㅎㅎㅎ
참 행복해 보이시네요 장가 잘드신듯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