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중국발 공급망 교란 위협… 어느 품목 주의해야 할까?무기화 가능성, 태양광·전기차 등 미래산업 부문에 집중
미중 패권 경쟁에서 중국이 자국산 핵심 공급망의 통제로 대응하는 가운데 이에 대한 무기화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압도적 경쟁우위를 지니고 있으며 현재 수출통제 중인 광물 소재와의 연관성이 큰 배터리, 태양광 셀·인버터, 희토류계 영구자석의 경우 전략적 무기화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최근 발간한 ‘미중 패권경쟁 시대, 중국이 소부장 공급망을 무기화할 수 있을까?’ 보고서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분석을 통해 리스크 품목을 판별하고, 중국 독점 품목에 대한 무기화 가능성을 분석해 이처럼 밝혔다.
보고서에서는 프랑스 국제경제연구소(CEPII)의 2021년 HS코드 6단위에 대한 글로벌 교역 데이터를 활용해 네트워크 분석 방법론으로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품목 중 중국에서 독점하고 있는 품목들을 추려냈다. 이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품목 326개 및 중국 독점 품목 190개를 도출했다.
다음으로는 이들 품목에 대한 전문가 자문을 통해 첨단산업으로의 파급효과와 타 국가 대체 가능성 등을 검토해서 향후 무기화 가능성을 논의했다. 그 결과 중국 독점 품목 중 5개 품목은 전략적 무기화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고, 22개 품목은 무기화 가능성은 미미하나 공급망 교란에 대해 사전 대응이 필요한 ‘주의 품목’으로 분석됐다.
우선 전기·전자 분야 73개 품목의 경우 그간 중국에서 집중적으로 육성해 온 분야인 가운데 무기화 가능 품목으로는 태양광 발전 관련 품목, 배터리 품목, 영구자석 품목이 꼽혔다.
태양광 셀(HS 854140), 태양광 인버터(HS 850440) 및 그 부분품(HS 850490) 모두 중국의 독점력이 매우 크고 글로벌 경쟁력이 높으며, 최근 관련 핵심 희소금속의 수출통제를 발표하는 등의 추세로 보아 중국의 전략적 무기화가 가능할 것으로 진단됐다.
리튬이온 배터리(HS 850760)의 경우 LFP 배터리 등에서 중국의 경쟁력이 매우 높았다. 게다가 주요 핵심광물의정·제련을 중국에서 독점하고 있으며, 최근 주요 전략 광물인 흑연의 수출통제를 발표하기도 했기에 중국의 전략적 무기화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희토류계 영구자석의 경우 제품의 생산은 물론, 핵심 원재료인 디스프로슘 중희토류의 경우 중국에서만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연내 중국의 수출통제가 예상되는 등 무기화에 대한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됐다.
주의 품목으로는 페라이트 영구자석(HS 850519), 유무선 통신장비류(HS 851762)와 그 부분품(HS 851770), 인쇄회로(HS 853400), 모터류(850110, 850120, 850131, 850132, 850140), 전자집적회로(HS 854231) 품목으로 분석됐다.
이 외에 대부분의 품목은 컴퓨터 범용 부품류, 일반 전선 및 케이블류, 가정용 전자기기류등 일반 가정용 및 저부가가치 산업 제품에만 활용되고 있고, 제조 방식이 평준화되어 있어 공급망 독점력이 있더라도 의도적 또는 간접적 무기화 가능성이 없는 일반품목으로 분류됐다.
화학·섬유·유리 분야는 37개 품목으로 모든 품목에서 공급망 무기화 위험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분류됐다. 가장 많은 품목이 해당하는 기계·금속 분야 80개 품목의 경우 일부 중요품목에 한해서만 주의품목으로 분석됐다.
대체로 일반 가정·산업용 품목과 저부가가치 품목은 무기화 가능성이 크지 않으며, 첨단 산업에 활용되는 고부가가치 품목은 대부분 일본, 독일, 미국에서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베어링류(HS 848210, 848280, 848299, 848320)의 경우 중국의 독점력이 크게 높지는 않고, 저부가가치 제품에 치우쳐져 있는 품목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다양한 산업에 필수적으로 활용되는 품목이며 중국의 저부가가치 물량을 대체 생산할 만한 국가가 거의 없으므로, 주의가 필요한 품목으로 판단됐다.
밸브류(HS 848130, 848180, 848190)의 경우 베어링류와 마찬가지로 저부가가치 제품에 치우쳐져 있으나 중국의 독점력이 크면서 중요 기간산업에서 핵심적으로 사용되는 기계부품이기에 주의 품목으로 판정됐다.
자동차 핵심부품류(HS 841950, 870830, 870870, 870891)의 경우 산업 패러다임이 미래자동차로 변화함에 따라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품목으로 지목됐다. 중국이 무기화했을 경우 딱히 실익은 없겠지만, 공급망 교란 시 파급효과는 클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에서는 “경제안보 시대에는 외교·통상·안보와 과학기술 간의 관련성이 매우 밀접해지고 있으므로, 과학기술계에서도 경제안보 동향을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이 반사이익을 얻은 바와 같이, 한국 소부장 기업들이 선진국들의 중국 디리스킹(De-risking)에 대한 우수한 대안이 될 수 있도록 정부의 시급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7월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반도체협회, 소부장공급망센터, 광해광업공단과 갈륨, 게르마늄 수요·수입기업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갈륨, 게르마늄 등 산업공급망 점검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