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선 자해 시도… 자해 청소년 신고·개입 절차 필요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지난 16일, 10대 학생이 서울 강남 고층 빌딩에서 sns 라이브로 방송하는 도중 투신하는 일이 발생했다. 바로 다음 날엔 인근 중학교에서 학생이 동급생을 흉기로 찌른 뒤 주변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닷새간 강남에서만 3명의 청소년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많은 지표가 상황은 암울해질 거라 전망한다.
◇청소년 자살률 꾸준히 증가, 베르테르효과 우려도…
우리나라에서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2’에 따르면 국내 0~17세 아동청소년 자살률은 2021년 기준 10만명당 2.7명이다. 2019년 2.1명, 2020년에는 2.5명을 거쳐 크게 증가했다. 특히 12~14세의 자살률은 2020년 3.2명에서 2021년 5.0명으로 증가폭이 가장 컸다.
최근엔 외국 사례를 모방해 자살 장면을 생중계하거나, 타해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명인의 극단 선택 소식이 전해지며 베르테르 효과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극단 선택 청소년 절반은 경고 신호 거의 없다
청소년 자살의 특징 중 하나는 신호를 감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 25일, 급증하는 청소년 자살 원인을 진단하고 예방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정책 세미나에서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현주 교수는 “심리부검 결과를 보면 부모들은 자녀가 그런 선택을 할지 정말 몰랐다고 말한다”며 “실제 보호자가 보고한 자살 선택 청소년들의 성격 특성을 보면 회피적이고 순응적인 경향이 강한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충동적이진 않다”고 말한다.
자살 청소년의 약 절반가량은 겉으로 티가 나지 않는다. ‘학생 자살사망 사안보고서’에 따르면 우울증 및 자해 비율이 높으며 자살 경고 신호를 많이 보냈던 비율은 27.2%에 그친다. 자살 예방의 주 타겟이다. 나머지 약 70% 중 24.2%는 일탈 행동 비율이 높고 자살 경고 신호가 많지 않았고 48.6%는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가 거의 없고 위험요인도 뚜렷하지 않아 예방이 어려운 경우였다. 교사들의 인지율도 15~30%에 그친 까닭이다.
국회자살예방포럼(공동대표 윤호중, 윤재옥)과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안실련이 지난 25일 ‘2023 국회자살예방포럼 1차 정책세미를 개최했다./사진=오상훈 기자
◇전과 다른 행동 보일 가능성 높다 “자해 시도 급증하기도…”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청소년들이 자살을 선택하기 전 나타나는 징후들이 있다고 말한다. 객관적으로 나타나는 수치는 높은 정신질환 진단 이력과 우울증 유병률이다. 자살을 선택한 청소년의 약 94%는 정신질환, 79%는 우울증을 앓았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여러 유형의 자살 경고 신호 중 특히 두드러지는 건 행동 경고 신호다. ▲수면 상태의 변화 ▲폭식 등 식이습관 변화 ▲자해 또는 자살 행동 ▲신변 정리 등이 해당한다.
최근엔 임상적으로 자해의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의 사망 전 자해시도력은 2013년 자살시도력의 절반 수준이었는데 2018년부터 급증하더니 2020년 자살시도력과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했다.
자해가 자살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견해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발제를 맡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구상 사업총괄본부장은 “자해가 유발하는 통증·고통이 자살을 멈추게 할 가능성도 있지만 고통을 상쇄하는 안정감이나 쾌감 등에 내성이 생기면 자살시도 및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건 자해의 비중이 증가했음을 인지하고 조기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해 청소년 신고 및 개입 절차 만들어야
현재 청소년 자살 예방 정책은 크게 예방 교육, 고위험군 청소년 발굴, 개입 및 사후관리로 나뉜다. 개입 및 사후관리가 고위험군 청소년에 집중되다 보니 공백이 생기는 실정이다. 이 본부장은 “고위험군에 대한 집중개입도 중요하지만 현재로선 자해 청소년이 발생했을 때 신고하고 개입하는 절차가 없다”며 “교육부 등 전문기관이 자해 청소년의 정보를 받아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의무화해야 하고 이때 부모의 정보도 같이 넘어가서 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소년 자살 예방 담당 체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도 나왔다. 홍 교수는 “청소년 자살예방은 높은 관심에 비해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멀어져 있고 대상군이 명확하지 않아 정책의 효과를 판정받기 어렵다”며 “여러 정부 부처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책임부서가 명확하지 않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건 청소년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주체다. 미국 하와이 카우아이섬 종단 연구를 보면 마약, 전쟁 속에서 태어나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청소년이라도 30~40%는 훌륭한 성인이 될 수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지지해줄 수 있는 누군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청소년은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은 욕망이 강하고 내 얘기에 관심을 가진 사람만 있어도 큰 힘을 받을 수 있다”며 “다만 가족에게는 잘 표현하지 못하는데 이런 청소년의 특성을 고려해 접근 방식을 다양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오상훈 기자
첫댓글 저희 직장 동료 아들도
이유도 없이 어떠한 사이트 보고 따라하다가 목숨을 끊었어요
넘 가슴아프고..
부모 가슴에 못을 박는지 ㅠㅠㅠ
우리 세대는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라서
어지간한 것에는 끄덕도 없지만
요즘 아이들은 풍족한 가운데 살아 왔기 때문에
조금만 어려운 환경에 처하면
상상도 못할 일들을 하곤 합니다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