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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이용해 신문 만들어도 다시 폐지 만드는 꼴
부수 늘리기보다 언론 신뢰성 먼저 회복해야
인쇄소에서 갓 나온 신문이 계란판 공장으로 직행하거나 해외수출, 소각장 불쏘시개 등에까지 쓰이는 현실을 비꼬기 위해 ‘K-신문 열풍’이란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종이신문이 환경만 오염시킬 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읽지도 않는 종이신문을 만들어 다른 용도에 쓸 바에야 환경이라도 생각해 구독자만큼만 신문을 만들거나 폐지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이미 종이신문 절독을 선언한 곳도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지난 2019년 자원 낭비 등을 이유로 종이신문 구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가 논란을 빚었기도 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종이신문 총 153부를 구독하고 있으며 연간 2362만 8000원을 지불하고 이와 별도로 전자 스크랩용 온라인 구독도 병행하고 있다”며 “스마트폰 등 온라인을 통한 기사 검색이 보편화됨에 따른 종이신문 활용도 저하와 병행 중인 전자 스크랩으로 일원화해 비용·행정력·자원 등을 절감코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버려진 쓰레기마저 자원화하는 공사에서 멀쩡한 자원인 신문이 제대로 읽히지도 않은 채 연간 몇만 부가 그대로 버려지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음을 고려해 달라”고 덧붙였다. 지금도 종이신문 구독을 중단한 상태다.
신문 만드는 만큼 환경오염
재활용해도 다시 폐기물
종이를 만드는 데 쓰이는 물과 화학약품은 제지 이후 슬러지와 폐수 등을 남긴다. 환경부의 ‘2020 산업폐수의 발생과 처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에 펄프, 종이 및 종이제품 제조업 사업장은 총 375개이며, 일 평균 약 47만㎥의 폐수가 발생한다고 한다. 유기물질 발생량 역시 일 평균 약 48만kg에 달한다.
대기 오염도 무시할 수 없다. 에너지 및 청정 공기 연구센터 CREA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대기오염 경제적 비용 1천 달러로 10위다. 이런 상황에서 제지 사업 시 CO, NOx, SOx 등 오염물질이 발생한다. 2017년 기준 CO는 약 5만kg, NOx는 15만kg, SOx는 약 9천kg, TSP는 378kg이 발생했다. CO, 즉 일산화탄소의 배출농도가 높은 경우엔 시력 및 협응 장애나 착란, 메스꺼움 등 인체에 치명적인 문제를 유발한다. 이산화질소(NOx) 역시 만성기관지염과 폐렴, 폐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이처럼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종이 제지에는 신문도 포함돼 있다.
한국제지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한해 종이 생산량은 2019년 기준, 약 1천134만 톤에 이른다. 아울러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언론사 중 중요신문을 발행하는 곳은 2021년기준 3243곳이다. 나무 한 그루가 약 59kg의 종이를 생산한다고 알려진 것을 감안하면, 종이 71만 톤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약 1천400만 그루가 필요한 셈이다.
그렇다고 신문을 만드는데 약 1천400만 그루의 나무가 소모되는 건 아니다. 폐지 재활용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제지협회 관계자는 26일 ‘쩌날리즘’과 통화에서 ‘신문의 경우 폐신문지를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새 나무로 새로운 종이를 만드는 일은 많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래도 환경오염은 필연적이다. 업체마다 다른 데다 수치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신문용지를 만드는 데는 전력과 스팀이 사용되고, 재활용 용지를 활용해 신문을 만들더라도 이 역시 최종 폐기물을 늘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 한국제지연합회는 ‘제지를 만듦에 있어 오염 방지 시설 설치 의무가 법제화돼 있다’고 설명했으나 오염을 막기 위해 엄청난 경제적, 에너지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폐지를 활용하는 방안은 신문이 아니라 해도 많다”며 “신문사들이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 최소한의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전히 모바일에 친숙하지 않은 세대를 감안해 신문을 폐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쓸데없이 많이 찍어내는 건 환경을 고려해 지양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른 환경단체들도 비슷한 생각이다. 환경부 산하의 한 단체 역시 “최근 PC, 스마트폰 등 온라인 기사 검색이 보편화해 종이신문 활용도가 저하됐다”며 “공사는 환경보호와 자원 절약에 대한 요구가 있다”고 밝히며 종이신문 활용의 필요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환경부의 대답도 비슷했다. 환경부 산하 한 단체 역시 “최근 PC, 스마트폰 등 온라인 기사 검색이 보편화해 종이신문 활용도가 저하됐다”며 “공사는 환경보호와 자원 절약에 대한 요구가 있다”고 밝히며 종이신문 활용의 필요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환경부 관계자도 “환경부가 신문 부수에 관해 옳다 그르다 할 입장은 아니지만, 생산되는 양이 적으면 그만큼 원료나 이런 게 적게 들어가니 환경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신문을 만드는 데 원료가 폐신문도 있지만 다른 원료들도 있다”고 했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종이신문, 언론 신뢰도 하락 탓
2020년 12월 15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20 언론수용자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종이신문 이용률은 10.2%로, 44.6%였던 2011년부터 꾸준히 하락했다. 뉴스 및 시사 정보 주 이용 경로에서도 종이신문은 1.7%를 차지했다. 54.8%가 나온 TV나 36.4%를 기록한 인터넷 포털에 비교했을 때 턱없이 낮은 수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코로나 국면으로 인해 영상 뉴스가 강세를 보였으며, 읽는 뉴스는 갈수록 그 힘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는 “영상 뉴스의 강세에 힘입어 텔레비전 뉴스 이용률이 다소 높아진 것과 달리 읽는 뉴스, 특히 종이신문에 대한 선호는 감소세가 지속됐다”며 “종이신문은 언론수용자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급격하게 쇠락한 매체로, 약 20년 전에는 조사 참여자의 대다수가(1993년 이용률 87.8%), 10년 전에는 절반이(2010년 이용률 52.6%) 종이신문을 이용했으나 이제는 열 명 중 한 명 정도만 이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용률뿐만 아니라 열독 시간도 작년 4.2분에서 올해는 2.8분으로 감소했으며, 열독자의 경우로 한정해도 33.9분에서 27.8분으로 감소 추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출처=한국언론진흥재단)
그러나 언론사들은 신문 부수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는 모습이다. 언론사들이 해외로 수출할지언정 종이에 집착하는 이유는 종이신문 유료부수가 광고비와 직결돼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부 광고비 책정은 한국ABC부수 공사의 유료부수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정부광고 시행에 관한 규정’ 제6조 2항에는 “신문 및 잡지에 광고하는 때에는 정부 광고의 효율성을 높이고 광고 질서를 확립하기 위하여 한국ABC협회의 전년도 발행 부수 검증에 참여한 신문 및 잡지에 정부 광고를 우선 배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부 광고 집행 기준에 대한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또 언론사가 종이신문 이상의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적 고민을 했는지도 되돌아볼 일이다. 오히려 포털에 의존한 채 기사 한건 한건 자극적인 제목으로 조회 수를 올려 돈 벌기에 급급했던 게 한국 언론의 현실이다.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 김언경 소장은 종이신문의 환경오염 우려는 “종이 신문에 대한 불신이라기보다 ABC협회의 결과를 보고 시민들이 계란판 공장과 해외 등에 폐지로 보내는 것에 대한 비판이라고 생각한다”며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종이신문의 현실에 대한 근본 원인을 꼬집었다.
우리나라 언론 신뢰도는 2017년부터 줄곧 꼴찌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한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0’에서 한국인의 뉴스 신뢰도는 21%로 조사 대상 40개국 중 40위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보다 1% 하락한 수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조사한 ‘언론인 의식조사 2017’에서 나타난 수치 또한 충격적이다. 특히 조사 대상이 언론인이라는 점이 더 그렇다. 전국 256개 언론사 소속 기자 167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언론을 신뢰할 수 있다는 응답은 17.4%에 불과했다.
언론이 언론의 역할을 하지 못해 독자의 외면을 받는 상황이라면, 환경이라도 생각해야 한다. 언론개혁은 언론 스스로 이 같은 현실을 자각하고 인정하는 것에서 한 발짝을 뗄 수 있지 않을까.